The Legendary youngest son of the marquis RAW - Chapter (301)
제 302화
* * *
나와 스승님은, 자연스럽게 시어런 후작가로 이동했고 거기서 볼 수 있었다.
그레이가 검을 내지르고 있는 모습을.
그래서 그대로 공간을 뚫고 그 검을 붙잡았다.
“……공자님?”
녀석이 나를 알아보았지만, 일단 넘어갔다.
아까 못 한 말이 있었거든.
“아까 깜빡하고 말을 못 해줬는데, 그거 좋은 경험은 아니야.”
“…….”
“자식이 부모를 죽이는 거, 나처럼 어둡게 살아온 게 아니라면 가능하면 추천하고 싶지는 않아. 분명 좋은 경험은 아닐 테니까.”
고개를 돌렸다.
메이슨 시어런.
그레이의 아버지이자, 테슬란 왕국 군대를 총괄하며 통솔하는 총사령관직을 역임했던 인물.
나이가 들어 총사령관직을 퇴임하고 영지 관리에만 힘쓴 인물.
솔직히, 메이슨은 분명 좋은 사람이다.
사람 보는 내 두 눈이 시력을 완전히 상실한 게 아니기에 그건 확실하다.
그리고 뭔가 이상하다 싶었는데 이거 봐 봐.
메이슨의 눈.
이 두 눈이 되게 이상하잖아.
눈치챈 건 나뿐만이 아니었다.
[분홍기가 감도는 눈…… 하나가 떠오르는구나.]“언제 나타나나 싶었는데, 이미 나타나 있었나 봅니다.”
그레이가 물었다.
“……무슨 말씀을 하시는 건지요.”
답해 주었다.
“흑마법에 당했네.”
라고.
자연스럽게 이런 질문이 이어진다.
“흑……마법이요?”
그거, 공자님만 쓸 수 있는 거 아닙니까.
그런 뉘앙스가 담겨져 있는 거 같다.
그런데 이 주제는 일단 넘어가자.
“사람은 저마다 욕망을 품고 있어.”
“……예?”
“흑마법 중에는 사람을 조급하게 만들고 불안감과 긴장감을 순식간에 증폭시키는 마법이 많아. 괜히 마법이라는 단어에서 흑黑자가 붙은 게 아니거든.”
그레이의 표정이 심각해진다.
왜인지는 뻔했다.
내가 왜 갑자기 이런 말을 하는지 의아스러웠겠지.
음.
“데스 나이트를 만드는 거나, 전에 너를 처음 만났을 때 현혹 마법을 쓰거나 주변 풍경을 완전히 바꾸거나 하는 그런 유형이 바로 흑마법의 ‘요체’거든. 조금 깊게 보면 모순되게도 요체이자 일부에 불과해. 흑마법이라는 게 일부를 이용해 전체를 덮거나 일부가 전체가 되는, 그런 게 흑마법이거든. 그리고 지금.”
아무 말 없이 가만히 서 있는 메이슨에게 다가갔다.
“보이지? 두 눈이 살짝 붉은 거.”
내 말에도 그레이는 고개를 갸웃할 뿐이었다.
나름 9서클 마나 유저지만 그레이는 지금 눈치도 못 챈 거다.
“모든 마나를 눈에 집중시켜.”
녀석은 시키는 대로 했다.
그랬는데도 여전히 아리송한 표정을 짓고 있다.
이건 하나밖에 없지.
“너보다 수준이 월등한 놈이 건 거야. 최소 마스터, 등급은 중급 정도.”
“…….”
“마법 이름은 이모션 스티뮬레이트emotion stimulate. 7서클 흑마법에 분류되어 있고, 상대방의 희로애락을 가지고 노는 그런 종류의 ‘저주’. 들어 본 적은…… 없겠네.”
자기 자신도 모르게 가슴 내부에서 작게 노크하듯 계속 자극을 준다고 해야 할까.
사실 가지고 논다는 말이 적절할지는 모르겠다.
이 마법을 극에 달한 흑마법사가 쓸 수 있다면 저 흑마법은 저렇게 긴 이름이 아니라 마인드 컨트롤mind control이라는 단어로 불렸을 테니까.
즉, 다르게 보면 메이슨에게 이 흑마법을 새긴 놈은 흑마법에 대해 어렴풋이 알고는 있지만 자세하게는 모른다는 뜻이 된다.
그리고 이건 여담인데, 지금 내가 기분이 참 좋지가 않다.
왜냐면 지금 메이슨에게 걸려 있는 마법은 앞서 말한 저 긴 이름의 흑마법이 전부가 아니거든.
“감시, 라고 해야 하나.”
손을 뻗어 메이슨의 심장에 가져다 댔다.
확실히. 예상은 틀리지 않았다.
메이슨의 심장에 흑마법이 하나 더 새겨져 있었다.
나도 모르는, 솔직히 본 적은 없지만 묘하게 익숙한 술식.
[새로운 유형의 흑마법이구나. 내가 이런 말을 하게 될 줄은 몰랐는데.]고개를 돌렸다.
우리 스승님은 눈치채신 듯.
[‘도청’을, 네 녀석만 생각한 게 아니었어.]“텔레포트 수식을 분해하고, 전송 부분과 목소리 부분만 따로 떼서 새로운 진陣을 만든다…… 예. 스승님 말씀대로 흑마법을 이용해 만든 새로운 술식입니다.”
[전에, 크로노스라는 인간을 비롯해 귀신을 만들어 툴칸 제국으로 보낸 적이 있지 않았느냐.]스승님은 묻고 있었다.
이거, 툴칸 제국이 그 흑마법을 역으로 분해하고 또 분해해서 흑마법을 만들어 낸 게 아니냐고.
고개를 젓고는 확신 어린 어조로 말했다.
“아무리 이스칸다르가 천재여도, 주변에 아무리 재능이 있는 이들이 많다 해도 걔넨 아닙니다.”
거기까지 말하고는 잠시, 대화를 멈췄다.
계속 이어지는 나와 스승님의 대화에 그레이가 결국 모든 상황을 인지했으니까.
“그럼 지금 아버지는 마법에 걸려 있는…… 그러니까, 죽이지 않아도 되는, 그런 겁니까?”
고개를 끄덕였다.
생각 같아서는 메이슨에게 걸린 마법을 바로 풀어 주고 싶은데.
일단, 설명부터 하자.
“흑마법이 배척받았던 이유 중 하나가 이거야. 당한 이들은 어떤 식으로든 좋지 않은 결말을 맞이한다는 거. 개인의 파국, 국가의 파국, 감정을 조급하게 만드는 흑마법 때문에 별거 아닌 일을 극에 달한 일로 생각했고, 워낙 능력이 뛰어난 인물이었기에 극에 달한 방법으로 이렇게 일을 만든 거지.”
그때였다.
조용히 있던 메이슨이 끼어든다.
“공자님. 계속 잠자코 있었는데, 지금 무슨 말씀을 하시는 겁니까.”
말없이 검지를 들어 입가에 가져다 댔다.
지금 제정신이 아닌 것도 아는데, 일단 좀 조용히 합시다.
더 중요하게 해야 할 말이 아직 남았거든.
“앞서서 도청이라고 했잖아. 지금 우리가 하는 말 전부 듣고 있을걸.”
천천히,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네가 뭐 하는 새끼인지는 모른다. 하지만 어디에 속해 있는지는 알아.”
주변은 적막했다.
하지만 내 목소리는 이 일을 주도한 ‘흑마법사’의 귓가에 제대로 꽂히고 있을 거다.
“무슨 의도로 메이슨에게 접근했는지, 이걸로 무엇을 얻고자 한 건지, 무슨 배짱으로 ‘내 사람’을 건드린 건지, 솔직히 몰라. 정확히는 알고 싶지도 않지. 중요한 건 네가, 혹은 너희가 ‘내 사람’을 건드렸다는 거. ‘내 사람’이 슬퍼할 만한 일을 너희가 저질렀다는 거.”
나는 마법적인 지식이 뛰어나다.
마나의 재능이 출중하다는 뜻인데, 당연히 마법을 역추적하는 것도 가능하다.
하지만 지금 말을 하면서도 계속 이 마법을 추적하고 있는데 안 될 것 같다.
정확히는 흥미롭다고 해야 할까.
마나가 어느 곳에서 경유하고, 또 그곳에서 경유하고, 계속 여기저기를 맴돌고 있거든.
이걸 우회한다고 하는 것 같은데, 방식이 생각 외로 독특하다.
최소 수십 년, 혹은 수백 년 동안 이 마법에 대해서만 연구한 그런 흔적 같다고 해야 할까.
현 상황에서 마법을 쓸 수 없는 스승님은 이 사실을 눈치채지 못했기에 배후가 툴칸이 아니냐고 물었던 거고, 마나를 이용해 계속 추적을 하고 있던 나는 툴칸이 이 모든 일의 배후가 아니라는 것을 확신할 수 있었던 거다.
그러니까.
이 대륙에서 다른 이들도 몰랐던 제3의 조직.
내가 전생에서 미쳐 날뛸 때도 모르던.
흑마법을 사용하고, 죽었던 나를 되살릴 정도의 역량을 지닌 흑마법사가 속한 그런 조직.
전생에서 스승님을 알고, 스승님이 흑마법을 만들 때 스승님을 도왔던 ‘그 남자’가 만든 조직.
그리고 고작 몇 시간 전 꿈에서 보았던 론과의 일.
세상에는 개연성 없이 벌어지는 일은 없다.
모든 것은 필연.
이건 그냥 개연성이라는 것이 연결되었고 맞춰졌을 뿐이다.
도관.
제3의 조직.
그들이 지금 ‘나’를 건드렸다.
그리고 이런 오판도 하고 있었다.
“내가 마나 추적하는 거 아까부터 느끼고 있었잖아. 그런데 계속 마법진을 유지하고 있네? 마치 내가 너희를 절대 못 찾을 거라고, 해도 의미 없을 거라고, 너는 우물 안의 개구리라고,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 거 같은데 맞냐?”
당연히 대답은 없었다.
주변은 조용했고 여전히 메이슨의 심장에 새겨진 흑마법진은 유지되고 있었다.
“3일 준다.”
“……공자님?”
“자수하면 이 일을 벌인 놈들만 죽이는 선에서 끝난다. 하지만 3일이 지났는데도 아무런 반응이 없다면.”
반대쪽 손으로 머리를 쓸어 올렸다. 없으면.
“너희랑 조금이라도 엮여 있는 놈들은 그날 죽는다. 대륙 끝까지 도망쳐도 반드시 찾아낼 거고 목을 자르고 심장을 찢을 거다. 씨 하나 남기지 않을 거고 살려 달라 애원한다 해도 무조건 너희는 죽는다.”
주변을 덮은 살기를 그들은 느꼈을까.
적어도 내 주변에 있는 이들은 전부 느낀 거 같은데.
“도관, 군나르 제국을 수호하던 머나먼 과거의 조직. 잊지 마라, 3일이다.”
그게 끝이었다.
그 말이 끝나자마자 메이슨의 심장에 새겨져 있던 마법진이 빛을 잃고 허공에서 흩어졌다.
이스마엘 왕국에 있을 때 스승님이 이렇게 말한 적이 있었다.
곧 피바람이, 진짜 피바람이 불 거라고.
그냥 그게 조금 빨라졌을 뿐이다.
아니지.
겹쳤다고 해야 할까.
chapter 2
메이슨은 정신을 차렸다.
정확히는 마법이 풀렸다고 해야겠지.
“…….”
그래서 지금, 저렇게 멍하니 서 있는 거다.
무슨 짓을 하려 했는지.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그 모든 걸 기억하고 있었으니까.
한참 후에 꺼낸 메이슨의 첫마디는.
“허 참…… 용케 살아 있군.”
이거였다.
확실히 자기가 생각해도 꽤 신기했을 거다.
전체적인 상황도 그렇고, 결정적으로 흑마법에 걸렸을 때 그 기분.
뭔가 되게 조급해지고, 생각이 급해지고, 그러면서도 최대한 냉정을 찾아야 한다는 상념이 계속 고개를 들이밀다 다른 감정과 충돌하고.
복잡해지는 그 오묘한 경계선.
내가 저 기분을 잘 안다.
어떻게 잘 아냐면.
전생에서 스승님한테 흑마법을 배울 때 실전 연습 같은 명목으로 많이 당해 봤거든.
수도 없이 언급했지만 지금 우리 스승님.
성격 많이 죽이신 거다.
“그보다, 되게 오랜만에 뵙는군요.”
“그러게요. 거의 한 달이 조금 넘었으니. 오래되긴 했네요.”
메이슨은 이번에도 말을 아꼈다.
약 5분 정도 있다가, 결국 한마디 토해 냈다.
“……고맙습니다.”
어깨를 으쓱했다.
그러고는 그대로 뒤로 물러섰다.
그레이와 메이슨.
부자간에 풀어야 할 이야기도 있는 거 같고, 그래서 그냥 먼저 양보했다.
나, 방년 15세 잭 발란티에. 그렇게 나쁜 놈 아니다.
* * *
“어디까지가 진심이었던 겁니까?”
“……글쎄.”
메이슨은 이번에도 말을 아꼈다.
상황만 보면 메이슨은 흑마법에 당한 상황에서 자기도 모르게 조급해졌으며 그레이를 걱정했다.
잭에게 신뢰를 잃은 것처럼 보이는 그레이를 다시 그의 측근으로 만들기 위해 아베이루를 암살한다는 명목으로 병력을 모았고, 그레이가 보는 앞에서 스스로를 내부의 적으로 여기게 만들었다.
이 모든 건 과정.
결과를 보면, 만약 그 일이 성공했다면 그레이는 자기 아버지마저 죽일 정도로 잭에게 충성하는 그런 남자가 된다.
그레이는 그 모든 과정을 짚은 게 아니었다.
가장 처음.
“백성은 가축이다…… 그 말, 진심이십니까?”
물끄러미 그레이를 바라보던 메이슨이 말했다.
“글쎄.”
너무나도 빠른 대답이었고, 긍정도 부정도 아닌 그 대답에 그레이의 눈매가 찌푸려진다.
“저는 아버지를 압니다. 잘 압니다. 아니,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이제는 모르겠습니다.”
대답을 원하는, 정말 절실히 원하는 그레이의 표정에 메이슨은 그저 웃음으로 답했다.
조용히 웃던 메이슨이 걸음을 옮긴다.
그레이는 190cm가 조금 안 되는 체격이었지만 메이슨은 그보다 더 컸다.
최소 195cm.
거의 타노스와도 비슷한 그가 그레이의 옆을 스쳐 지나가며 그의 어깨를 두드린다.
“모른다면 스스로 답을 찾거라. 무엇이 옳고 그른지 끊임없이 생각하거라. 내가 반란을 꾸밀 거 같고 너의 신념에 위배되는 일을 할 것 같다고 판단이 되면 가차 없이 검을 들거라. 방금처럼.”
“……아버지.”
“진심이었냐고 물었지. 나는 대답하지 않을 것이다. 스스로 답을 찾거라.”
그렇게 메이슨은 그레이를 스쳐 지나갔다.
고개를 돌린 그레이는 볼 수 있었다.
조금 멀리 떨어져 있는 잭이 메이슨과 나란히 걷고 있는 모습을.
그 둘의 모습을 바라보던 그레이는 뜬금없지만 이런 느낌을 받았다.
마치.
두 명의 어른이 걷고 있는 것 같은 그런 느낌.
그레이는 눈치채지 못했다.
메이슨이 모아 놓았던 고서클 마나 유저들이, 일제히 무릎을 꿇은 채 그레이 자신을 향해 고개를 숙이고 있다는 것을.
그것은 흡사.
시어런 가문의 새로운 주인을 반기는 충신들의 모습이었다.
마치 이렇게 될 것처럼.
혹은 미리 이렇게 명령받은 것처럼.
만약 메이슨이 죽었다면 어찌 되었을까.
모든 것은 ‘만약의 경우’로 남았지만 한 가지는 확실했다.
메이슨 시어런은 자식을 위해 희생한 것이 분명하다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