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Legendary youngest son of the marquis RAW - Chapter (306)
제 307화
* * *
“다시 올 줄은 몰랐습니다.”
“그래?”
“예. 도련님은 모르셨겠지만 저, 후작령에 있을 때 이쪽 방향으로는 오줌도 안 쌌습니다.”
그랬나.
내가 누구 오줌 싸는 방향까지 체크 할 정도로 눈썰미가 좋은 건 아닌데.
우리 눈앞에 보이는 것은, 정말 아무것도 없는 외딴섬이었다.
농담이 아니고, 그냥 바다에 흔히 있을 법한 작은 돌섬.
무인도, 외딴섬 그냥 그런 거.
다른 이들이었다면 여기가 맞냐고, 잘못 온 거 아니냐고 물었겠지만 나는 아니었다.
여기가, 맞았으니까.
그리고 바로 확신했다.
이래서 전생의 내가 모르고 있었던 거구나.
천천히 손을 내밀었다.
너무나도 부자연스러운.
허공에 새겨진 둥근 원형 형태의 거대한 진.
이걸 뭐라고 해야 할까.
결계라고 해야 하나.
새겨진 마법들의 숫자는, 솔직히 셀 수도 없을 정도로 많았고, 그걸 증폭시켜 주는 마법에다가, 더 나아가 이 모든 걸 감춰 주는 또 다른 마법진은 자그마치 ‘혼기’로 만들어진 진이었다.
보이지 않는 요새.
흑해에 숨겨져 있던 또 다른 안식처.
웃음을 터트리고 말았다.
히야.
확실히 전생이랑 많은 게 달라졌네.
이 안은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까.
내밀었던 내 손이 검게 물들었다.
감각을 끌어 올렸고, 집중했다.
그제야 눈에 보이는 마법진 곳곳의 결缺.
그 결들을 향해 내 기운을 집어넣었고.
머지않아.
쩌어어엉-!!!
거대했던 결계가 깨지고, 그 안의 세상이 드러났다.
외딴섬? 그딴 건 비유 비슷하지도 않았다.
거의 한 왕국의 크기만 한 거대한 섬이었다.
높게 솟아 있는 탑과, 섬 안쪽에 무슨 산맥 같은 게 있었는데 그곳에서 느껴지는 수많은 인기척.
감시탑처럼 보이는 거대한 첨탑은 내 눈에만 최소 이십 개가 넘었고, 근처에 정박되어 있는 열다섯 채 정도의 거함.
농담이 아니고.
이건 일국, 그 이상의 전력이었다.
론이 말하기를 마스터가 최소 15명 있다고 했었는데, 그것도 맞았다.
왜냐면.
지금 나와 론이 있는 곳으로 미친 듯이 뛰어오고 있는 이들이 총 18명이었거든.
그것도 전부 마스터.
저 중에는 상급도 있었다.
무려.
두 명이나.
그들이 나를 바라보며 무언가 외치려던 그때, 선수를 쳤다.
“5분 준다.”
“……?”
“5분 안에 나한테 시비 건 새끼 데리고 와.”
“네놈은 누구냐!!”
몰라서 묻는 건지, 알고도 묻는 건지 거기까지는 모른다.
“그걸 니들이 알면 뭐 할 건데?”
“……뭐?”
“내가 누구인지가 그렇게 중요한가. 알 만한 새끼는 알고 있을 텐데.”
아니.
“뭐 해? 벌써 1분 지났어. 적어도 ‘책임자’한테 내 말이라도 전해 봐.”
“…….”
“그러지 않으면 너네 전부 죽어.”
18명의 마스터를 앞에 둔 나는 여전히 여유로웠다.
그 여유로움을 경계했던 걸까.
18명의 마스터가 서로를 잠시 바라보더니 그중 한 명이 고개를 끄덕인다.
그러자 자연스럽게 한 명의 마스터가 자리를 박차며 섬 안쪽으로 사라졌다.
그걸 보고 조금은 안도했다.
말귀가 어두운 게 아니구나.
그런데. 너무 이른 감상이었나 보다.
도관의 마스터들이 각자의 무기를 쥐고 전투태세를 취했거든.
쉽게 가나 했는데.
어깨를 으쓱했다.
그리고는 천천히, 내 몸이 검게 물들었다.
손을 까딱이며 말했다.
“들어와.”
* * *
좌우가 뻥 뚫린 야외 회의실.
검은색의 면티와 면바지를 입고 있는 한 남자가 말했다.
“결계가 깨졌습니다.”
비슷한 옷이었지만 겉에 온통 하얀 로브를 걸친 남자가 그 말에 미간을 찌푸린다.
“그리고 잭 발란티에가 왔습니다.”
“…….”
“오래전에 사라졌던 론 이그라헬와 함께.”
누가 봐도 흰색 로브를 걸친 남자는 보고를 받는 형태였고, 지위도 높아 보였다.
무엇보다.
그는 닮아 있었다.
잭의 어머니인 노아와.
“얼마 전까지만 해도 몰랐었다. 잭 발란티에가 노아의 자식이었다는 것을.”
농담이 아니라 진심이었다.
적어도 흰색 로브를 걸친 남자.
현재 도관의 대소사를 책임지며 진행하는 데니스 군나르는 모르고 있었다.
“발란티에라……. 20년도 더 전에 노아는 죽은 게 아니고 자식도 낳고 대륙에서 살고 있었다…… 놀랍구나. 그런 노아의 자식이 도관 최고의 재능 중 하나였던 론 이그라헬과 섬으로 왔다?”
“…….”
“다른 곳도 아니고 하필이면 이 도관으로?”
데니스 군나르가 한숨을 터트린다.
“여기에는 가져갈 것도 없는데, 정말이지 이해가 가지 않는군.”
정말 이해가 가지 않았다.
‘이 사실을 어찌, 내가 지금 알게 되었을까.’
농담이 아니라 진심이었다.
데니스 군나르.
그는 지금껏 모르고 있었다.
노아가 살아있었다는 사실과 그의 자식이 대성했다는 사실을.
더 나아가 그 대성한 자식중 하나가 대륙을 어지럽히는 잭 발란티에라는 그 사실을.
데니스는 지금 처음 들었다.
도주의 자리를 대행하는 사람이자, 후일 도주가 되는 것이 유력한 데니스 군나르다.
의문이 연거푸 피어올랐지만 일단 잠시 접어두었다.
자리에서 일어선 데니스는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집을 나간 군나르의 핏줄이 돌아왔으니 마중을 나가야 하지 않겠는가.
그렇게 걸음을 옮기던 데니스가 잠시 고개를 갸웃한다.
그러고는 작게, 시비 건 새끼를 잡아 오라고……? 그건 무슨 말인지 모르겠군. 이렇게 중얼거렸는데 의문 가득한 데니스와는 다르게 그의 뒤를 따르는 이는 조용히 침을 삼켰다.
맙소사.
‘……진짜로 올 줄이야.’
그것은 무언가를 아는, 그런 이가 지을 법한 표정이었다.
* * *
섬 전체를 감싸고 있던 결계가 완전히 박살 났다.
그 말은 정확히 두 가지로 설명이 가능하다.
‘침입자’가 나타났거나.
병석에 누운 도관의 주인이 의도적으로 결계를 해체했거나.
후자의 경우는 가능성이 없었다.
앞서 말한 대로 도주道主는 병석에 누워 있었으니까.
그렇다면 하나밖에 없다.
전자의 상황.
이 섬의 존재를 알고, 결계를 부술 정도의 강자가 침입한 거다.
도관에는 비상이 걸렸다.
쉬고 있던 이들.
대련을 하고 있던 이들.
마나를 수련하고 있던 이들.
농사를 짓던 이들.
무언가를 만들던 이들.
모두가 검을 들었고, 모두가 자리를 박찼다.
한 명, 세 명, 열 명, 백 명, 그리고 천 명. 그리고 만 명.
섬 밖에서 생겨난 균열이 섬 안의 균열이 되었다.
그렇게 만 명이 넘는 이들이 ‘선착장’에 도착했고, 그들은 볼 수 있었다.
17명의 마스터.
도관의 ‘대전사’이자. 라고메라 섬의 수호자들이 한 명도 빠지지 않고 모조리 바닥에 쓰러져 있는 것을.
“맙……소사.”
“……저분들이 어떻게…….”
그들의 중심에 서 있는 것은 한 남자였다.
아직 어린 티가 나는 외모의 남자.
뒤로 묶은 그의 머리는 약간의 남색빛이 감도는 흑발이었고, 그 머리카락 아래로 그의 입가가 부드러운 호선을 그리고 있었다.
그가 말했다.
“꼭 이렇더라. 말로 하면 못 알아듣는 거.”
그가 고개를 돌려, 만에 달하는 도관의 전사들을 바라보며 묻는다.
“너희도 그래?”
답하지 않았다.
만 명의 전사들이 동시에 손을 뻗는다.
“[……그라운드 오브 그레이브Ground of grave]!!”
7서클 흑마법.
다른 이들도 아닌 고서클 마나 유저들이 펼치는 마법이다.
허공에 수백, 수천 개의 거대한 비석이 생겨났고 뒤이어, 고서클이 아닌 도관의 전사들이 허공에 모든 마나를 잡아 두기 시작했다.
수천 개의 비석들이 내리꽂히기 좋은.
그 비석을 막을 마나를 온전히 잡아 두는.
그것은 공간 격리.
일종의 합격진合格陣이었다.
하지만 어린 외모의 남자는 피식 웃고는 손을 들었다.
그의 손이, 천천히 쥐어진다.
동시에.
쩌어어엉-!!
거울 깨지는 소리가 섬 전체를 울렸다.
그 소리에 모두가 귀를 막고, 자리에서 주저앉았다.
그렇게 잠시, 그런 이들을 내려다보던 잭이 어느 한쪽을 바라보며 이렇게 말했다.
“너구나.”
라고.
* * *
지성인답게 행동하라는 말이 있다.
그런데 이 지성인이라는 게, 많이 배운 지식인이 배운 대로 실천하기까지 해야 지성인이라고 불리는 거잖아.
그런데 이게, 엄밀히 따지면 나도 일종의 지성인이 맞거든.
세상에서 배운 걸 그대로 실천까지 하니까, 지성인 맞잖아.
나름 지성인인 내 머리가 판단하기로, 지금 필요한 건 대화가 아니었다.
무력.
지금 필요한 건 무력이었다.
이렇게.
조용히 팔짱을 끼고 고개를 돌렸다.
론이, 주변을 서성이며 쓰러져 있는 마스터들의 얼굴을 확인하고 있었는데. 한 남자를 보더니 굉장히 감회가 새롭다는 표정을 짓는다.
“도련님. 얘요. 얘가 제 후배였습니다.”
“그래?”
“예. 자기는 검보다 마법에 더 재능이 있을 거라고 되게 징징댔었는데 결국 마법은 포기했나 봅니다. 대검을 들고 있네.”
말 안 하려고 했는데.
“걔, 중급 마스터야.”
“제가 많이 쉬긴 했어도 그 정도는 압니다.”
이건 모르는 거 같은데.
“걔, 지금 막 정신 차린 것도 알아?”
“……예?”
론이 식겁한 표정으로 뒤로 확 물러선 그때, 론이 후배라고 말했던 중급 마스터가 눈을 뜬다.
그러고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서더니 다시 싸우려는 듯 검을 잡는데.
그 동작 그대로, 그는 멈췄다.
“……론?”
론이 알아보았듯 마스터도 알아보았다.
세월이 많이 흘러서 멀리서는 못 알아본 모양인데 가까운 거리니까 바로 알아보네.
“론…… 이그라헬?”
슬쩍 론을 바라보니, 그가 어색하게 볼을 긁적인다.
“이그라헬, 제 성이었습니다. 여길 벗어나면서 버리긴 했지만.”
여기 와서 몰랐던 사실을 많이 알게 된 기분이다.
그때였다.
섬 안쪽에서 약 천명에 달하는 고서클 마나 유저들이 달려 나오고 있었고, 그 뒤쪽으로는 더 많은 숫자의 일반 마나 유저들이 따라오고 있었다.
이어서 진형을 갖추더니, 마나를 끌어 올린다.
“꼭 이렇더라. 말로 하면 못 알아듣는 거.”
고개를 돌려 도관의 전사들을 바라보며 물었다.
“너희도 그래?”
그들은 마법을, 그것도 흑마법을 시전하는 것으로 답을 대신했다.
허공에 생겨나는 수천 개의 거대한 비석.
이제 와서 말하는 거지만, 내가 쓰는 영혼검 후반 4식의 천계가, 저 마법에서 영감을 딴 거다.
슬며시 팔짱을 풀었다.
천천히 손을 들어 올렸고, 비석들이 나를 향해 움직이려던 그때.
주먹을 쥐었다.
쩌어어어엉-!!
모든 마법이 해제되며 마나의 파편들이 하늘을 수놓았다.
장관이었다.
그런 세상 속에서 나는 감각을 넓혔다.
메이슨 시어런의 심장에 새겨져 있던 마나.
그 마나를 추적하지는 못했지만 그 ‘마나의 향기’는 외웠다.
그 정도면 충분하지.
그리고 지금 이 섬에 있는 이들 중 전투 병력이라 할 수 있는 이들 대부분이 모인 거잖아.
한번 쫙, 스캔해 봐야지.
그렇게 생각하고 그렇게 행동했다.
머지않아, 웃고 말았다.
찾았다.
멀리서 다가오는 세 명의 남자.
그중 두 명은 중급에 달하는 기운을 지니고 있었고. 다른 한명은 초급에 달하는 기운을 지니고 있었다.
아까 안쪽으로 들어갔던 마스터가 저 초급 마스턴데.
내 눈은 중급 마스터 중 한 명에게 꽂혀있었다.
분명하다.
메이슨의 심장에 새겨져 있던 마나의 향기.
“너구나.”
그에게서 메이슨의 심장에 새겨진 그 마나와 같은 냄새가 나고 있었다.
그때, 그 남자의 옆에 있던 이가 외친다.
“……모두 무기를 내려놓거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