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Legendary youngest son of the marquis RAW - Chapter (313)
제 314화
갑자기 장르가 호러 스릴러가 된 기분이다.
이게 뭔 내용이지?
“도련님, 왜 그러십니까?”
론을 바라보고, 마지막으로 외삼촌을 바라보았다.
“……왜 그렇게 쳐다보느냐.”
일기장을 그대로 덮고, 한 손으로 턱을 짚었다.
……이것 봐라.
지금까지 진행된 모든 이야기들.
그러니까 내가 알게 된 사실들과 실제로 겪은 일들 중에 ‘확실하게’ 설명이 되지 않는 몇 가지 일이 있었다.
우선 첫째.
우리 어머니는 뛰어난 재능을 지니고 있었다.
론의 말과 주변 반응으로 미루어보면 20살에 8서클, 그것도 9서클에 가까운 8서클이라고 했으니, 이건 뛰어난 수준이 아니라 내가 아는 기본 상식을 바꿀 정도로 뛰어난 재능이다.
역대급 재능인 거지.
아마 어머니도 내가 바라보는 세상을 바라보았을 확률이 높다.
그런데 그런 어머니가 대륙에 오고 나서 스스로 서클을 부쉈다.
왜 부쉈을까.
론이 말하기를 도관의 눈을 피하기 위해서라고 했었는데, 정말 그게 전부일까.
아무리 생각해도 고작 서클을 부수는 것만으로 도관의 눈을 피한다는 게 가능할 것 같지가 않거든.
상급 마스터가 두 명이나 있는 이런 비밀스러운 조직이 ‘흑마법’을 개량시켜서 도청 마법진을 ‘사람’에게 심었다.
그걸로 대륙의 정보를 모으고, 대륙의 정세를 읽고 대부분의 것들을 파악하고 있는데 숨는다고?
심지어 어머니는 노아라는 이름을 그대로 썼다.
이게 도저히 설명이 되지 않는 첫 번째 일이었고.
두 번째.
이 도관은 어떻게 흑마법을 알고 있는 걸까.
스승님은 과거 몇몇 이들에게 흑마법을 가르친 적이 있었다.
뿐일까, 아카데미에서 흑마법을 가르치는 마탑주로 활동하신 적도 있었다.
하지만 단언컨대 데스 나이트를 만드는 마법을 아는 이는 없다.
전부 죽었으니까.
하지만 여기에 예외가 있다.
스승님의 동료였던 400년 전 군나르 왕족인 아서 군나르.
그도 몰랐을까.
아마 알고 있었을 거다. 그는 초월자에다가 스승님과 ‘의남매’였으니까.
사실 알고 있었으니까 이 도관에 있는 이들이 흑마법을 쓸 수 있는 거겠지.
그리고 셋째.
이게 생각할 수록 웃긴 건데.
툴칸의 핏줄에서만 나타난다는 ‘혈맥섬유화’라는 유전병이 어떻게 도관의 주인인 군나르의 핏줄에 나타날 수 있는 걸까.
세 가지 의문에는 세 가지 답이 있었다.
공통된 답도 있었지만 독립된 답도 존재한다.
솔직히 말할까.
지금.
기분이 심하게 좋지가 않다.
확실한 답은 아니지만 가능성이 아주 높은, 이 모든 것을 관통하는 정답을 찾았거든.
“스승님.”
[……말하거라.]“플랭크 군나르를 보았을 때 어떤 느낌이셨습니까?”
[그건 왜 물어보는 것이냐.]내 어깨에서 내려와 책상에 걸터앉아 계시던 스승님은 나만큼이나 복잡해 보였다.
왜 물어보냐면.
“저랑 비슷한 답을 찾으신 것 같아서요.”
[……익숙했다.]“누구랑요?”
[아서 군나르. 그와 비슷한 느낌이었다. 그리고.]그리고?
[무언가 혼합된, 모르겠구나. 감조차 잡히지 않는 기묘한 느낌. 이건 말로 설명이 불가능하다.]그렇게 잠시 침묵이 자리했다.
기묘한 분위기에 론과 외삼촌은 입을 닫았고, 문 쪽에서 고개만 빼꼼히 내밀어 이쪽을 바라보던 두 꼬맹이는 어느 새인지 아래로 내려간 상황.
이어진 침묵을 깬 것은, 내 웃음소리였다.
하. 하하하하.
“아…… 아하하하하!”
아, 미치겠다.
배를 잡고 웃었다.
와.
와하하하하하.
“아하하하…… 아, 하하하하하.”
미친놈처럼 계속 웃어 젖히는 나를, 정말 눈물이 찔끔 나올 정도로 웃어 젖히는 나를 모두가 멍하니 바라본다.
물론 스승님은 예외였다.
스승님은 알아채셨으니까.
“아, 세상에. 와.”
의자에 몸을 기대고 턱을 짚은 손으로 얼굴을 감쌌다.
“……도련님.”
물론 나를 부르는 론에 의해 금방 내리고 말았지만.
“왜?”
“……괜찮으신 겁니까?”
“괜찮지. 당연히 괜찮지.”
그대로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러고는 외삼촌에게로 시선을 옮겼다.
“도망치랍니다.”
“……뭐?”
“어머니께서 이렇게 남기셨네요. 동생으로서 충고 하나 해 주겠다고, 이 일기를 발견하게 되면 뒤도 돌아보지 말고 도망치라고, 도망치지 않으면 너도 ‘그렇게’ 될 거라고.”
“무슨, 말인 것이냐.”
픽 웃었다.
“모르죠. 저도.”
아직은.
자연스럽게 스승님을 어깨에 앉히고, 론에게 눈짓했다.
이제 그만 나가자고.
나가기 전 어머니가 쓰시던 롱소드 하나를 허리춤에 채우고는 그대로 집을 나섰다.
집에서 꽤 멀어지게 되자, 론이 묻는다.
“도련님. 정말 걱정돼서 그럽니다. 무슨 일인지 말씀해주시면 안 되겠습니까?”
물끄러미 론을 바라보았다.
새삼스럽지만 나는 론을 믿는다.
이 세상에서 누나만큼 믿는 사람이다.
어쩌면 띠동갑 차이 나는 남자가 취향인 누나보다 더 믿을 수도 있고.
그런 론이였기에, 내가 알게 된 사실을 알려 줄 수가 없었다.
정확히는 절대로 론에게 말하면 안 되는 그런 일이다.
아니, 어떻게 말해.
툴칸의 핏줄이 어쩌면 군나르의 핏줄일 수도 있다고.
더 나아가 전생에서 누나를 그렇게 만든 놈들이, 실제로는 같은 핏줄이었다는 걸.
대체 어떻게 말하냐고.
전생에서 임신한 누나의 배 속에.
같은 핏줄의 아이가 있었을 거라고 이걸 X발 대체 어떻게 말하냐고.
그래서, 론에게 이렇게 말할 수밖에 없었다.
“괜찮아. 아무 일도 아니니까 신경 쓰지 마.”
chapter 6
잭과 론은 배를 타고 라고메라 섬으로 떠났다.
떠나기 전, 엘리자베스에게 좌표를 알려 주었고 적어도 이틀에서 삼 일 정도가 흐른 뒤에 오라고 했었다.
왜냐면, 잭은 그곳에서 누군가를 죽여야 했고 상황을 정리해야 했으니까.
솔직히 이틀이면 충분했다.
엘리자베스는 생각했다.
정말, 궁금하다고.
어머니는 어떤 곳에서 살았던 걸까.
머릿속에 각인된 과거의 기억은 어렸을 때의 기억이었고, 그마저도 흐릿했다.
엘리자베스는 어머니 노아에 대해 아는 게 거의 없었다.
‘그래서 더, 가고 싶어.’
어찌 보면 그것은 이끌림과도 같았다.
그래서 잭과 론이 떠난 그 날.
엘리자베스는 원로들을 소집했고 그들과 함께 밀려 있는 모든 일을 처리했다.
대충 처리한 게 아니라 꼼꼼히.
배수시설 관리부터, 하수구 관리.
영지민들을 위한 여러 놀이 시설 점검부터 시작해, 영주로서 하지 않아도 될 일들까지 전부 엘리자베스는 끝냈다.
그렇게 이틀이 지났을 때. 엘리자베스는 양탄자를 꺼내 들었다.
섬으로 가야 했으니까.
혼자 가려고 했지만, 재미있게도 혼자는 아니었다.
“무슨 일이든 시켜만 주십시오.”
거대한 대검을 들고 있는 거대한 덩치의 남자.
타노스도 함께였다.
셀은 마티아스 왕국으로 가기 전 블랑에게 말했었다.
타노스를 발란티에 후작령에 데려다주라고.
그린 드래곤 블랑은 그 말대로 했을 뿐이다.
자연스러운 동행.
그런 둘을.
“조심히 다녀오십시오!”
아베이루가 마중했다.
그렇게 엘리자베스와 타노스는 양탄자를 타고 라고메라 섬으로 떠났다.
그리고 정확히 7시간이 흘렀을 때.
둘은 섬에 도착했다.
* * *
하늘을 빙빙 돌아다니는 양탄자를 본 외삼촌이 작게 중얼거렸다.
“……누구도 존재를 몰랐어야 하는 곳인데…….”
외삼촌이 한숨을 푹 터트린다.
“이 무슨 시장통도 아니고…… 어찌 찾아오는 이가 이리도 많단 말인가…….”
이것도 무시했다.
그렇게 하늘에 있던 양탄자가 천천히 자리에 착지했다.
저 양탄자, 솔직히 그냥 대충 만든 거였는데 의외로 쓸모가 많네.
양탄자에서 누나와 타노스가 내린다.
나는.
양탄자에서 내리는 누나에게 다가갔다.
“여기가 우리 어머니가 지냈던…….”
그렇게 말하는 누나를, 나는 그냥 말없이 껴안았다.
“……잭?”
손에 힘을 주었다.
꽈악.
“왜 그래? 무슨 일 있었어?”
“꼭 무슨 일이 있어야 하나.”
누나도 마찬가지로 나를 껴안으며 내 어깨를 쓸어내려 주었다.
“정말 괜찮은 거니?”
“어. 괜찮아.”
“아닌 거 같은데.”
“그 아닌 게 아니야. 정말 괜찮아.”
누나가 슬쩍 나를 떼어 내고는 묻는다.
“괜찮은 애가 이런다고?”
웃고 말았다.
그래, 전생이 뭐가 중요하냐.
현생이 중요하지.
그나저나.
“아베이루는?”
“……응? 누구?”
어색하게 묻는 누나의 모습에 한 번 더 웃고 말았다.
그러고는 짧게.
아주 함축적인 의미를 담아 딱 한마디를 던졌다.
“잘해 봐.”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겠는데.”
그 이상 아무 말 하지 않았다.
누나 놀리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긴 한데 그냥 넘어가자고.
그대로 고개를 돌렸다.
우리 타노스.
등에 메고 있는 엑스텔리아가 꽤나 잘 어울린다.
그런데 얘가 왜 여기 있지?
“용케 같이 왔네?”
희한하게도 답은 들려오지 않았다.
그제야 나는 타노스의 모습을 자세히 살필 수 있었다.
다른 건 건너뛰고 표정.
녀석은 지금 어느 한쪽을 바라보며 몸을 덜덜, 떨고 있었다.
그리고 천천히 쥐어지는 주먹.
뿌드득하며 뼈가 맞물리고 손에서 흘러내리는 붉은 핏물.
그리고 이 갈리는 소리까지.
내가 타노스와 함께하며 처음 본 모습이었다.
농담이 아니고, 정말 처음 본다.
처음 녀석을 보았을 때 녀석은 또래의 아이들에게 괴롭힘을 당하고 있었다.
평민이라는 이유로 맞으면서, 참고 인내하던 타노스는 이런 것들은 대수롭지 않은 일이라고.
굳이 신경 써야 할 일도 아니고, 몇 대 맞는 정도는 상관없다고.
그렇게 반응하며 그렇게 살고 있던 녀석이 지금.
진정한 의미의 분노를 터트리고 있었다.
나는 녀석의 시선을 따라 고개를 돌렸다.
그곳에는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도관의 마스터들이 있었다.
앞서서 외삼촌이 말했듯 이 도관은 원체가 비밀조직이다.
그런 조직이 있는 곳으로 누나와 타노스가, 그러니까 ‘외부인’이 또 온 건데.
도관의 대전사라는 이들이 오지 않았다면 그게 더 이상했을 거다.
지금 이 자리에는 도관의 마스터란 마스터가 전부 모여 있었다.
뿐일까.
전투 병력이라 할 수 있는 고서클 마나 유저들도 와 있었는데, 타노스는 지금 그들을 보고 저렇게 분노를 터트리고 있는 거다.
“이보게, 왜 그러는가?”
론의 물음에 타노스는 침을 꿀꺽 삼키고는, 천천히 심호흡을 했다.
그러고는 이렇게 말했다.
“……혹시, 전부 주군의 사람들입니까?”
그 질문에 론은 답하지 않았다.
왜냐면 론이 답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었으니까.
“내 사람들이면 왜?”
타노스가 이를 악문다.
“아무것도 아닙니다. 신경 쓰게 해 드려서 죄송합니다.”
그런 타노스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내가 바보도 아니고.
녀석이 보이고 있는 지금 저 반응, 여태껏 타노스가 보인 적은 없었지만 저거랑 비슷한 모습을 보였던 이들을 나는 여러 번 보았다.
그중 한 명이 바로 나다.
복수를 다짐했을 때, 그리고 복수를 이루며 툴칸이라는 이름을 쓰는 황자들을 하나씩 족칠 때 내가 딱 저랬지.
그러니까.
“여기에 있나 봐?”
“…….”
“자세하게는 모르지만, 네가 겪은 과거의 일, 요람 왕국의 대공 가문이 하루아침에 멸문하고, 일가족이 전부 몰살당했던 그 사건. 너는 도망쳐 나왔지만 아무것도 못 본 게 아니잖아.”
타노스의 주먹은 펴지지 않았다.
여전히 부들거리고 있었고, 핏물은 계속 떨어지고 있었다.
뚝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