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Legendary youngest son of the marquis RAW - Chapter (317)
제 318화
[400년간 대체 얼마나 많은 후손의 몸을 빼앗으며 살아 온 것이냐. 대체 왜, 왜…… 그러는 것이냐. 왜 그렇게까지 하는 것이냐.]아서가 고개를 갸웃한다.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듯.
“발렌타인. 너도 400년을 살지 않았느냐. 그런 네가 나를 이해하지 못할 거라고는 생각 못 했는데, 이해를 못 하고 있군.”
[…….]“오래 살아야지. 오래 살아서 대륙을 지켜야지. 아직 드래곤들도 살아 있고 이종족들도 살아 있다. 그들이 또 인간들을 위협하면 누가 그들을 지키겠나.”
스승님은 그대로 눈을 질끈 감았다.
전에 스승님은 이스마엘에서 사미트의 동생이 반란을 일으키려 할 때 그 동생을 보고 그가 얼마나 추악한 욕망을 지니고 있는지 눈치챘었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스승님은 눈치챘을 뿐이다.
아서 군나르가 구라를 치고 있다는 사실을.
그리고 꿰뚫었다.
그 내면의 추악한 진심을.
[신이, 되고 싶은 것이냐?]“…….”
[대체 뭐를 위해서?]아서가 못 이기겠다는 듯 너털웃음을 터트린다.
“항상 너는 사람의 속마음을 잘 알아챘었지. 말은 안 했는데, 참…… 불쾌하구나.”
스승님의 표정은 굳어져 있었다.
분명 아서 군나르는 영웅이었다.
과거형이다.
이제는 영웅이 아니라 추악한 괴물이었으니까.
“뭘 위해서냐고? 간단하지. 더 높은 곳에 가기 위해.”
마나 유저는 더 강해지기 위해 마나를 수련한다.
그런 마나 유저가 인간을 초월한다면 그 이후에는 뭐가 있을까.
더 강해지고 싶고, 더 높은 곳을 추구하고 싶은 그 욕망이 증폭되면.
이렇게 된다.
[하늘을 바라보며 더 나은 세상을 만들자고, 더 나은 세상이 만들어질 거라고 그렇게 꿈을 꾸던 네가.]스승님이 눈을 질끈, 감았다.
나는 분명 기억한다.
과거 스승님이 아서에 대해 이야기하던 순간들을.
‘괜찮은 남자였다.’
‘가만히 서 있기만 해도 빛이 나는 남자였지.’
‘가진 것을 전부 잃는다 해도 상관없다는 듯, 하나의 목적지만 보고 외길을 걸었던 남자, 그는 정말 괜찮은 남자였다.’
‘스스로를 희생하는 것을 거리끼지 않아 했던 젊은 황제. 그게 아서 군나르였다.’
스승님이 천천히 눈을 뜬다.
[나락으로 떨어졌느냐, 아서.]아서가 작게 ‘그 스승에 그 제자구나’라고 중얼거린다.
“시간이 확실히 많이 흐르긴 했어. 그리고 너 정도면 알지 않느냐.”
아서가 한 걸음 내디뎠다.
그의 발이 천천히, 검게 물든다.
“나락? 웃기는 소리지. 처음부터 이 세상에는 나락도 하늘도 천상도,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았다.”
그의 시선이 스승님에게 향했다.
“그저 우리는 그것을 구분하고 편을 가르듯 나눴을 뿐이지.”
[…….]“그게 무엇을 뜻하는지 아느냐? 이 세상에는 애초에 신 같은 것도 존재하지 않았고 악마 같은 것도 존재하지 않았다는 뜻이다.”
아서의 몸은, 이미 절반 가까이 검게 물든 상황.
“나는 그저 그 공백을 깨고 싶을 뿐이다. 그저, 서고 싶을 뿐이다.”
온몸이 검게 물든 아서의 모습은 마치 내가 온전한 힘을 끌어 올릴 때의 모습과 닮아 있었다.
그런 그가 검지로 하늘을 가리키며 마저 말을 이었다.
“하늘, 그보다 더 높은 곳에.”
chapter 7
섬 외곽에서 대기하던 모두가 고개를 치켜들었다.
성소.
정확한 이름은 도주의 신전.
그 방향에서 기묘한, 너무나도 이질적이고 강한 기운이 뿜어져 나왔으니까.
이 기운, 타노스는 익숙했다.
여러 번 잭이 보여 주었던 그것이었으니까.
하지만 조금 달랐다.
뭐라고 해야 할까.
무게감, 이라고 해야 할까.
아니면 성질이라고 해야 할까.
설명하기 어려운, 묘하게 다른 느낌이다.
그런 타노스의 생각을 읽은 건지, 옆에 있던 론이 물었다.
“……자네는 이게 어떤 기운인지 아는가?”
“……예. 주군께서 여러 번 보여 주셨던 기운입니다. 마나보다 상위의 기운, 주군은 이것을 영혼의 힘, 줄여서 혼기魂氣라고 하셨습니다.”
론은 고개를 저었다.
그런 걸 물어본 게 아니었으니까.
“이 힘을, 그러니까 자네는 이 힘을 온전히 느낄 수 있냐고 물은 것이네.”
타노스는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
온전히는 아니었으니까.
하지만 론은 원하는 답을 들은 것 같았다.
“……도련님께서는 대체 어디까지 바라보고 일을 진행하시는 건지 모르겠군.”
론의 아리송한 말에 타노스는 고개를 갸웃했다.
그때 옆에 있던 엘리자베스가 물었다.
“지금, 그러니까 잭이 ‘할아버지’와 싸운다는…… 건가요?”
론에게 한 질문이었지만 대답은 타노스가 했다.
“아직 모릅니다. 왜냐면 이 기운은 주군의 기운이 아니니까요.”
엘리자베스가 입을 열려던 그때.
쿠구구궁-!!
섬 전체가, 진동했다.
때맞춰 타노스가 말한다.
“이게 주군의 기운입니다.”
라고.
그렇게 말한 타노스는 생각했다.
이 기운.
전에 어센블에 있는 별장에서 샬롯과 대련을 할 때 잭이 보여 주었던 힘이 분명했다.
잭이 강제로 나이를 먹고.
세상 전체가 진동하는 듯한 기분이 들었던 그때 그 기운.
타노스가 말했다.
“주군께서 전력으로 싸우시려는 것 같습니다.”
이 말을 깜빡했다.
“……몸을 피하시는 게 나을 것 같습니다.”
지켜만 보고 있던 데니스가 물었다.
“피한다고?”
“예.”
“어디로?”
“……적어도 이 섬이 보이지 않는 곳까지요.”
데니스는 헛웃음을 터트렸다.
왜냐면 그는 잭의 기운이 어느 정도인지, 그리고 도주의 현재 힘이 어느 정도인지.
확실하게 알지 못했으니까.
“엘리자베스 님.”
“왜?”
“늦기 전에 조치하셔야 합니다. 지금 이 섬에 있는 일반인들, 마나유저까지도 전부 바다 밖으로 나가야 합니다.”
타노스는 진지했다.
그 진지함에 데니스 군나르가 이 섬의 면적이 얼마나 되는지는 아냐고.
그렇게 물으려 했지만 묻지 않았다.
엘리자베스와 론은 무언가를 깨달은 표정이었으니까.
분명 잭은 말했다.
옳은 결정을 내려 달라고.
데스 나이트를 전부 붙여 주겠다고.
그게 이런 뜻이었나 보다.
“외삼촌.”
“왜 그러느냐?”
엘리자베스는 답하지 않고 데니스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그녀는 시선으로 말하고 있었다.
옳은 결정을 하라고.
시간이 별로 없다고.
뜬금없지만 데니스는 생각했다.
저 시선이, 어릴 적 자신을 바라보던 노아의 시선과 같다고.
항상 옳은 선택을 내리라고 자신을 가르치던 노아가 다시 살아 돌아와 외치는 것 같았다.
옳은 선택을 내리라고.
데니스는 눈을 질끈 감았다.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 건지 모르겠군.
머지않아 눈을 뜬 데니스가 주변을 둘러보며 외쳤다.
“관원들을 전부 데리고 오거라!”
“……예?”
몇몇 이들이 의문을 표시했지만 데니스는 무시했다.
“마나 유저들은 지금 섬에 머무는 모든 이들을 이 선착장으로 데리고 오고 사공들은 함선들을 꺼내거라.”
갑작스러운 명령이었는지 모두가 가만히 있자 데니스가 버럭, 외쳤다.
“지금 당장!!”
* * *
“원대한 야망이네, 칭찬이라도 해 줄까?”
“허, 후손에게 이런 소리를 들을 줄이야.”
그대로 손가락을 튕겼다.
맞아, 그거.
“나는 그럼 너를 뭐라고 불러야 되냐?”
“……뭐?”
“증조할아버지? 외증조부? 아니지. 외증조부의 할아버지? 중간에 여자의 몸으로 옮겨 탔을 수도 있으니까 외증조모의 할아버지일 수도 있겠네. 그 선대일 수도 있고, 뭐가 이렇게 복잡해?”
론이 있었으면 옆에서 구체적으로 설명해 줬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그때 아서가 기운을 끌어 올린다.
마치 너는 좀 처맞아야겠다는 듯.
그대로 손을 들어 올렸다.
“이 섬사람들 전부 죽이게?”
아서가 멈칫한다.
그래, 그러고 싶지는 않겠지.
더 나은 씨앗을 만들 수 있는 재능이 무려 20명이나…… 아니지, 대충 9명 정도 죽었으니까 11명쯤 남았네.
그걸 다 버리고 싶지는 않겠지.
그보다.
“궁금한 게 있어.”
“……뭐지?”
“내 몸을 뺏으려고 하는 거 같은데, 저기 툴칸에 있는 황태자는 탐 안 나냐?”
“무슨 말을 하나 했더니…….”
아서가 슬며시 뒷짐을 진다.
“이스칸다르 툴칸, 재능은 뛰어나지. 분명 뛰어나지만 더 좋은 재능이 있질 않느냐.”
아서가 후손의 몸을 빼앗는 것은 이미 기정사실화되어 있는 상황이다.
“현자의 돌이라는 흥미로운 아티펙트로 본래 경지를 숨긴다 해도 글쎄, 내 눈에는 ‘엘리자베스 군나르’가 더, 맛있어 보이더구나.”
단어 선택이 묘해 보일 수는 있으나, 아서의 입장에서 저건 당연한 거다.
어떤 원리인지 자세하게는 모르지만, 아서는 늙은 육체에 담긴 자신의 ‘정신’과 ‘영혼’을 자기 후손의 육체로 전이시키는 방법을 연구했고, 성공시켰다.
그런 아서의 입장에서 가장 맛있어 보이는 육체는 어떤 육체일까.
배경 같은 것은 고려할 대상이 아니다.
지금 도관에 있는 마스터들의 숫자만 해도 툴칸 제국에 비견되는 수준이니까.
더 나아가 스스로가 이미 초월자다.
그것도 두 드래곤 로드를 월등히 상회하는 초월자.
그런 초월자에게 있어서 세력의 크기는 중요하지 않다.
이미 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못해 넘치니까.
지금 아서는 말하고 있는 것이다.
이스칸다르 툴칸의 재능이 어느 정도인지는 알고 있지만 그보다 더 월등한 재능.
더 젊고, 더 뛰어난 재능을 가진 게 바로 우리 누나라고.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네 녀석이 나타났더구나. 계획은 바뀌기 마련이지.”
유동적인 계획.
순서를 따져보자면 이런 거겠지.
이스칸다르 툴칸->엘리자베스 발란티에->나.
거참.
“뷔페도 아니고 좋겠어. 먹을 게 많아서.”
그런데 놈은 왜 전생에서 누나의 몸을 빼앗지 않았을까.
놈은 최소 중급에서 상급 마스터 쯤 되는 이의 몸을 원한다.
그렇다면 그 부분에서 최적의 조건을 갖춘 것은 앞서 말한 대로 이스칸다르다.
그런데 그놈의 몸을 빼앗지 않았다는 것은, 하나밖에 없다.
일단.
“일종의 ‘쿨타임’ 같은 게 존재할 테고.”
“…….”
“그런 걸 떠나서, 너는 원래 너의 후손인 ‘데니스 군나르’의 몸을 빼앗고 그 상태로 시간을 더 보내려고 했어. 맞지?”
움찔, 하고 아서의 몸이 반응했다.
새삼스럽지만 천재라 불리는 이들은 남들보다 한 수 앞, 두 수, 그보다 더 앞인 세 수 이상을 바라본다.
아서는 세 수 이상을 바라보았고 나는 그걸 꿰뚫어 보았을 뿐이다.
“착각하지 마. 이건 네가 나라는 존재를 이 섬으로 끌어들이기 전에 네가 생각하고 있던 계획을 말하고 있는 거니까.”
회귀를 한 ‘나’라는 존재가 세상에 나타나기 전.
이 아서 군나르라는 놈은 어떤 생각을 하고 있었을까.
어떤 일을 꾸미고 있었을까.
흩어져있던 퍼즐 조각이 맞춰졌다.
부족하다고 느껴졌던 연결 고리들이 하나하나 자리를 찾아간다.
아주 간단하게, 핵심은 이거다.
“이스칸다르랑 우리 누나 사이에 애가 태어난다면 걔는 과연 얼마나 대단한 재능을 가지게 될까.”
스승님의 눈매가 꿈틀했고, 아서의 눈매도 꿈틀했다.
비슷한 반응이었지만 본질은 전혀 달랐다.
스승님은 지독한 불쾌감을 느낀 거고.
아서는 자신의 속내를 내가 꿰뚫어 봤으니 놀란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