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Legendary youngest son of the marquis RAW - Chapter (327)
제 328화
* * *
요람의 왕, 데이다미아 요람은 얼굴을 쓸어내렸다.
“재미있군.”
요람의 왕성에는 나라의 집정대신들이 모두 모여 있었다.
이들이 이렇게 모인 이유.
간단하다.
“테슬란에서 사절단이 온다? 그것도 다른 왕국도 아닌 우리 요람으로? 그것도 다른 왕국보다 먼저?”
데이다미아는 조용히 턱을 짚었다.
그러고는 한 남자를 눈짓으로 가리키며 물었다.
“총 인원수가 몇 명이라고?”
“발란티에 남매를 포함한 총 인원 7544명입니다.”
생각보다 구체적인 숫자였다.
“오는 걸 굳이 마다할 생각은 없지만 참으로 이상하군.”
데이다미아는 의문을 품고 있었다.
데이다미아뿐만이 아니라, 이 자리에 있는 모두가 품고 있는 공통적인 의문.
“그 정도의 숫자가 배를 타고 온다? 우리 해안 경비대는 대체 뭘 했고 다른 나라의 정보 조직들은 무엇을 한 거지?”
그 말에 두 남자가 고개를 푹, 숙인다.
요람의 정보부서를 비롯한 정치의 전반적인 부분을 담당하고 있는 카프시스 공작과 해군을 통솔하는 총사령관 다르미안 메델 공작이 그 둘이었다.
거참.
“드래곤이 전쟁을 선포했다느니 별의별 이야기가 떠돌던데, 놈도 아는 모양이군.”
데이다미아는 웃었다.
“누구를 가장 먼저 신경 써 줘야 하는지. 툴칸과 국경을 맞대고 있는 우리 요람이 다른 생각을 품으면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그래, 확실히 어린 나이답지 않게 처세가 제법이야.”
데이다미아는 만족스럽다는 듯 이야기하고 있었지만 총사령관인 다르미안 공작은 아니었다.
그는 분노, 하고 있었다.
‘경비대 이 개새끼들이…….’
전쟁에 패배한 군인은 용서할 수 있다. 하지만 경계에 실패한 군인은 용서할 수 없다.
테슬란의 롬멜 공작의 어록 중 하나였다.
그 어록에 영향을 받은 이들이 많았는데, 그중 한 명이 다르미안이었다.
이 얼마나 괜찮은 어록인가.
전후사정을 확실히 파악할 필요는 있었으나 한 가지는 확실했다.
요람의 해안 경비대가 경계에 실패했다는 거.
그런 다르미안에게 데이다미아가 말했다.
“다르미안 공작이 직접 ‘테슬란의 함대’를 맞이해 주었으면 하는데.”
사르뎀 항구로 가서 해안 경비대를 조져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던 다르미안은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대답했다.
“그리하겠습니다. 폐하.”
그렇게 회의가 파투 났다.
회의장을 벗어나는 대신들을 바라보던 데이다미아는 그때까지도 자리에 남아 있는 카프시스 공작을 바라보았다.
“혹시, ‘그 섬’과 관련되어 있는 것은 아니겠지?”
공작도 확신하지는 못했다.
“……위치를 보면 그쪽에서 온 것 같긴 한데…… 모르겠습니다.”
뿐일까.
최근에는 바다가 전부 얼어붙는 기묘한 현상도 벌어졌었다.
속으로 세상이 참 요란하구나 하는, 그런 생각을 한 카프시스 공작이었다.
“우선 ‘그 섬’과 관련이 되어 있다는 것을 전제하기 이전에, 하나 더 전제해야 할 것이 있습니다.”
“그게 무엇인가?”
“지금껏 벌어졌던 일들로 미루어 보면 잭 발란티에는 굉장히 포악한 남자입니다.”
“포악하다?”
“예. 지나치게 포악하죠. 그걸 대전제로 깔고 가야 합니다. 거기다 그 섬의 마나 유저들은 굉장히 폐쇄적입니다. 그때 그 적색 마스터 기억하십니까?”
도관의 두 명뿐이었던 적색 마스터 중 한 명이자, 대공 가문을 척살하는 데 앞장섰던 인물임과 동시에 잭에게, 사지가 뜯겨 죽은 그 마스터를 말하는 것이었다.
그 마스터를 데이다미아는 직접 본 적이 있었다.
보기만 했을까. 그놈의 협박을 데이다미아는 지금도 기억한다.
“아주 오만하던 놈이지.”
“여기서 우리는 생각해 봐야 합니다. 그런 놈들과 잭 발란티에가 만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두말할 것도 없이.
“싸우겠지.”
“그렇습니다. 불과 불이 만나면 더 큰 불이 한쪽을 집어삼킵니다. 그리고 지금 잭 발란티에가 오고 있습니다. 그것도 수천이 되는 이들과 자기 누이인 엘리자베스 발란티에를 데리고. 이 말은.”
“승리했다?”
“예. 그거 말고는 ‘수천 명’이라는 숫자는 설명이 되지 않습니다.”
데이다미아와 카프시스 공작은 동시에, 한 남자를 떠올리고 있었다.
전 대공.
요람의 대공.
제라스 요람.
“녀석이었다면 괜찮은 답을 제시해 주었을 텐데.”
데이다미아의 말에 카프시스 공작은 답하지 않았다.
솔직히, 이렇게 말하긴 좀 그렇지만 제라스 요람은 너무 거슬렸다.
능력이 너무 뛰어났고 정치 감각이 너무 뛰어났다.
카프시스 공작에게 있어서도 거슬렸고 지금 저렇게 아쉽다고 말하는 데이다미아 국왕에게도 거슬렸다.
대공은, 이렇게 표현할 수 있었다.
자연스럽게 튀어나오는 송곳 같은 남자.
스스로가 욕심을 부리지 않아도 주변 사람이 저놈은 욕심을 부릴 놈이라고 생각할 정도로 뛰어난 남자.
가진 게 많은 데이다미아 국왕과 카프시스 공작은 그런 제라스 요람을 제거할 생각을 했었고 때마침 제라스 대공이 라고메라 섬의 은둔자들을 찾아냈을 때 이런 생각을 했다.
그 은둔자들을 이용해 제라스 가문을 멸족시킬 수 있지 않을까.
기가 막힌 것은, 그 은둔자들이 이름 그대로 ‘은둔’을 원했다는 거다.
그들은 자신들이 세상에 드러나지 않는 것을 원했고, 데이다미아 국왕은 제라스가 거슬렸다.
뜻이 일치했고 데이다미아 국왕은 그 섬의 은둔자들과 합의했다.
대공 가문을 완전히 멸족시켜 주면 국왕의 힘으로 일정 해역까지는 절대로 배를 보내지 않겠다고.
끝이 아니었다.
오히려 그 섬이 존재한다는 그 사실을 완전히 막아 주겠다고, ‘목’을 걸고 맹세까지 했다.
그 섬의 위치가 요람과 매우 가까웠던 것을 고려해 보면 그 은둔자들도 그 말을 괜찮게 들었던 것 같았다.
데이다미아는 그냥, 거기까지 생각했다.
“폐하, 이미 죽은 남자입니다. 신경 쓰지 마십시오.”
“그래, 그래야지. 솔직히 이제 와서 말하는 건데 그가 죽은 건 신의 뜻이었어. 애초에 코딱지만 한 땅덩어리에 대공이라는 가문이 말이나 되는가? 툴칸도 아니고.”
“폐하의 말씀이 모두 옳습니다. 제라스 대공은 그저 스스로의 명을 자초했을 뿐입니다.”
데이다미아는 카프시스 공작과 뜨거운 눈빛을 주고받았다.
“우선 연회부터 준비해야겠군.”
“그 전에 대화부터 나눠 보시는 게 어떨지요.”
“대화?”
“예. 수천이라는 숫자는 통신구로 전해 받은 숫자입니다. 직접 본 게 아니죠. 자초지종을 들을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으음.”
“우선 잭 발란티에와 독대를 하고 운을 한번 떼어 보시지요.”
데이다미아가 손가락으로 탁자를 툭- 쳤다.
“이틀에서 삼 일 정도가 걸린다고 했으니, 이 부분에 대해서는 천천히 생각해 보지.”
그렇게 카프시스 공작은 왕성을 벗어났다.
홀로 남은 데이다미아는 한숨을 푹, 터트렸다.
왜 하필 그들이 그쪽 방향에서 오는 걸까.
단순히 그 사실 하나만으로 데이다미아는 잊고 싶었던 기억을 떠올리게 되었다.
사람들은 보통 누군가를 만날 때 첫인상에 대한 평가를 내린다.
데이다미아는 사절단을 직접 보지도 않았지만 이미 첫인상에 대한 평가를 내린 상황이었다.
수직 하락.
그냥, 짜증이 났다.
쯧.
* * *
이틀이 지난 12월 7일.
요람 왕국의 선착장이자, 대륙의 제1항구라 불리는 사르뎀 항구. 그곳에 수많은 이들이 도열해 있었다.
기사, 마법사.
그리고 귀족들까지.
그들의 숫자는 무려 1만에 가까웠다.
엄청난 환대.
이들 모두를 통솔하는 다르미안 공작은 해안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의 시선이, 꿈틀한다.
‘왔군.’
저 멀리서부터 보이는 약 20척이 넘는 함선.
듣기로는 저 배에 약 7천 명이 타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천천히, 다르미안의 미간이 찌푸려졌다.
잠깐만, 이게, 뭐야.
그의 심정을 다른 이들이 대변해 주었다.
“와, 저게 뭡니까.”
“잠깐만, 이거…… 맞습니까?”
“……잘못 본 건가.”
일단 선박의 수가 20척이 넘는 것.
그건 이미 보고받았던 그대로였다.
문제는.
숫자였다.
하늘에 떠 있는 수천이 넘는 이들과 배에 빽빽하게 차 있는 저들은, 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저건 수천이 아니라 수만.
그것도 최소 5만이 넘는 ‘병력’이 분명했다.
선착장이 소란스러워지기 시작했고.
다르미안은 결단을 내려야 했다.
그 결단이란 별게 아니었다.
우선 보고받았던 사실과 다르다.
저건 말 그대로 병력, 농담이 아니고 저 함선이 전쟁을 시작한다면 이 선착장은 순식간에 쑥대밭이 될 것이다.
생각은 짧았다.
고작해야 1초.
“모두 전투……!!”
다르미안이 ‘전쟁 준비’를 외치려던 그때.
터억- 터억-!!
약 8명의 남자가 코앞에 내려섰다.
다르미안이 말을 멈추고, 주변에 있던 모두가 말을 멈췄다.
그 8명.
기도가, 최소 마스터였으니까.
꿀꺽하고, 침 넘어가는 소리가 들릴 때, 그중 가장 가운데에 있던 ‘한 꼬마’가 말했다.
“반갑습니다.”
다르미안의 미간이 찌푸려진다.
저 모습.
쌍꺼풀 짙은 눈동자와 날카로운 콧날. 적당한 색감의 눈썹.
계란형의 얼굴.
지나치게 잘생긴 그 인상착의는 분명 그 남자의 그것이었다.
“잭 발란티에라고 합니다. 다르미안 공작님 맞으십니까?”
신기한 것은 말투가 들려오던 소문과는 매우 달랐다는 거다.
경박한 그런 말투가 아니라 의외로 무게감이 느껴지는 말투.
황급히 정신을 차린 다르미안이 말했다.
“예. 제가 다르미안 공작입니다. 그 전에 해명부터 해 주셔야 할 것 같습니다.”
“해명이라 하시면?”
“저 병력은 뭡니까? 보고받았던 것과는 너무 달라서 말입니다.”
말을 마친 다르미안은 침을 꿀꺽 삼켰다.
최대한 내색하지 않으려고 했는데.
이 남자가, 말 몇 마디로 사람을 죽이는 아주 개차반 같은 성격을 가진 그 잭 발란티에가 맞는다면.
그 누가 긴장하지 않을 수 있을까.
그 말에 ‘잭 발란티에’가 웃으며 다르미안에게 다가갔다.
“오해가 있으신 모양입니다. 보고받으신 그대로 우리는 사절단이 맞습니다.”
“…….”
“정확히 7544명이 이 섬에 내릴 것이며, 그 외, 나머지는 배를 타고 테슬란으로 이동할 겁니다.”
으음.
“그러시군요. 그런 건 미리 말씀이라도 주시지 그러셨습니까.”
잭 발란티에가 작게 웃는다.
“이거 죄송하게 됐습니다. 다시 소개하겠습니다. 사절단의 총책임을 맡은 잭 발란티에입니다.”
잭이 손을 내밀었고.
“요람 왕국의 총사령관이자 해안 총책임을 맡고 있는 다르미안 공작입니다.”
다르미안은 그 손을 잡았다.
그와 동시에 주변에서 박수 소리가 터져 나왔다.
첫 만남이 이 정도면 나쁘지는 않다…… 그런 박수인데.
다르미안은 조금 뜬금없이 이런 생각을 했다.
잭 발란티에.
생각했던 것보다 그렇게 개차반인 남자는 아니구나.
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