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Legendary youngest son of the marquis RAW - Chapter (337)
제 338화
chapter 3
안토스 요람으로 살다가, 요람에서의 일이 정리되면 다시 타노스로 살겠다…….
그 말이 왜 이렇게 와닿는 걸까.
상당히 많은 것을 가질 수 있는 그런 자리인데도 녀석에게는 한 점의 아쉬움도 보이지 않았다.
그래서인 것 같다.
타노스가 어떤 녀석인지 나름 잘 안다고 생각했는데, 그건 조금 의외였거든.
그 정도로 나를 신뢰하는, 나를 위해 목숨까지 바칠 수 있는 그런 각오를 나는 타노스에게서 보았다.
든든하다.
그래, 이 말이면 모든 게 설명이 가능했다.
정말, 든든했다.
타노스가 요람 왕성으로 돌아가자, 안토니오 세나가 내게 다가왔다.
“저, 공자님?”
“왜?”
둘만 있을 때는 존대를, 여러 명이 있을 때는 반말을.
그런 나를 안토니오는 의아하게 생각지 않았다.
그냥 그런 놈이라는 걸 파악했다, 그런 거겠지.
그런 안토니오가 무슨 말을 하려는 걸까.
“녀석을 제가 조금 가르쳐 보고 싶은데 괜찮을지요.”
여기서 말하는 녀석은 타노스였다.
거참.
“누나 지키겠다면서?”
“예. 지킵니다.”
“그런데 어떻게 가르치게? 우리 누나 후작이잖아.”
안토니오가 슬쩍 웃는다.
“3개월 후에 타노스가 아카데미에 교관으로 들어가지 않습니까?”
“그렇지.”
“아카데미에는 방학이 있는 걸로 압니다. 그 방학 기간 중에 엘리자베스 님이 있는 곳으로 녀석을 보내 주시면.”
“호위를 겸하면서 녀석을 가르치겠다?”
“예.”
나도 웃었다.
템-사미트도 그러더니 안토니오도 그러네. 그렇게 마음에 들었나.
그럼 면접을 좀 봐 볼까.
“타노스한테 뭐를 가르치려고?”
안토니오는 이미 준비했다는 듯 곧바로 답했다.
“녀석은 균형 감각과 힘의 배분이 문제입니다. 강체술로 신체의 힘을 극대화시키는 것을 주 기술로 사용하는데 문제는 그 힘이 지나치게 불균형적입니다.”
“불균형?”
“예. 그 불균형은 시간이 갈수록 녀석의 신체를 갉아먹고 파괴할 겁니다. 그 두 가지를 개선시키겠습니다.”
여기까지는 굉장히 만족스러웠다.
안 그래도 녀석을 따로 가르치면서 해결하려고 했던 부분들이거든.
“그리고.”
“그리고?”
“무신류를, 가르치려고 합니다.”
“왜? 대전사로 기르게?”
안토니오가 고개를 젓는다.
“그런 게 아닙니다. 제가 느낀 바로는, 녀석과 무신류는 잘 어울립니다. 만약 허락해 주신다면 마스터 한 명을 녀석에게 붙여서 무신류의 기본 동작들과 녀석의 훈련 방식들을 옆에서 보조해 주고 싶습니다.”
짧게 박수를 쳤다.
마음에 든다.
“난 괜찮은데 타노스는 어떨지 모르겠네. 녀석한테 가서 직접 말해 봐. 그리고 녀석이 오케이하면 그렇게 진행하고.”
안토니오가 고개를 꾸벅 숙이더니 자리에서 사라지려고 하자 잠시 멈춰 보라며 손짓했다.
“일단 대기.”
자, 그럼 다음 부분.
요람으로 왔던 약 7400여 명의 도원들에게 물었다.
요람에서 지내고 싶은 사람 있냐고.
그중 무려 4천 명이 넘는 이들이 요람에서 지내고 싶다고 하더라.
딴지를 걸거나 막거나, 그런 짓은 안 했다.
살고 싶다잖아.
그럼 된 거지.
안토니오를 바라보며 말했다.
“저 4천 명 인계해 주고 직장도 소개시켜 주라고 해. 먹고는 살아야지. 그리고 예산이 부족하면 대륙전장에 요청하라 전하고.”
“예, 그리 전하겠습니다.”
그 말을 끝으로 안토니오 세나는 자리에서 연기처럼 사라졌다.
잘 보면 저 양반, 암살도 잘할 것 같아.
이후의 일은 별게 없었다.
남은 약 3천 명의 도원들은 배를 타고 보내 주기로 했고 그 배에 누나가 동행한다.
그렇게 정리가 되었고 나는 사람들을 해산시켰다.
이후 나는 작센을 불렀다.
그러고는 녀석에게 몇 가지를 명령하고, 앉아 있던 소파에 등을 기댔다.
후우.
* * *
테슬란 왕국, 밀로스 아카데미.
그곳에서 마나가 요동쳤다.
후웅-!
폭풍이 요동치는 소리에 이어 터억 하는 착지음이 들린다.
짧은 머리의 남자.
허리춤에는 두 개의 단검이 채워져 있었고 다섯 개의 비수가 채워져 있었으며 등에는 숏소드와 방패가 걸쳐져 있었다.
생각보다 많은 무기를 들고 있는 그의 이름은 작센 베이스.
그는 자연스럽게 아카데미를 돌아다녔다.
히야.
역시 대륙이 좋긴 좋네.
이렇게 멋진 건물도 있고.
물론 이곳에 관광 나온 것은 아니었기에 속으로는 무언가를 계속 생각하고 있었다.
‘금발 머리에 단검을 쓰고, 인간이 아닌 위화감을 주는 여자아이.’
주변을 쭉 둘러본 작센은 잠시 후 환하게 웃었다.
딱 조건에 부합할 만한 아이가 걸어가고 있었거든.
그 아이에게 걸어갔다.
약 5m 거리를 두고.
“혹시 네가 샬롯이니?”
순간 샬롯의 미간이 찌푸려졌다.
5m 거리에 있는 남자를, 이제야 발견했으니까.
대체 언제 온 거지?
그 반응에 아랑곳하지 않은 작센이 웃으며 샬롯에게 한 걸음 더 걸어간다.
“어디 갈 데가 있으니까, 잠깐 아저씨 좀 따라올래?”
샬롯이 말했다.
“제가 아는 분이 이렇게 말씀하셨어요.”
“무슨 말씀?”
“이상한 사람은 따라가는 거 아니라고.”
작센이 고개를 갸웃했다.
이상한 사람은 따라가는 게 아니라고?
모르는 사람이 아니라?
작센이 살짝 방심한 그 찰나의 순간.
샬롯의 손이 움직였다.
공격을 하려거나 그런 건 아니었다.
허리 뒤춤에 채워져 있던 단검을 움켜쥐고는 그대로.
스윽-
자신의 목에 가져다 댔다.
“뭐야? 왜 그래?”
작센이 고개를 저으며 한 걸음 내딛자.
“그만, 거기서 멈춰요. 한 발자국만 더 오시면 이거 그어 버릴 거예요.”
그렇게 말하며 한 걸음 뒤로 물러서는 샬롯에게서 작센은 살짝 섬뜩한 느낌이 들었다.
그럴 만도 한 게, 분명 이 꼬마는 진심이었거든.
아니.
얘네 뭐야?
안토스라는 그 덩치 큰 꼬맹이부터, 평범한 애가 하나도 없네.
“인질로 잡으시려는 거죠?”
이게 뭔 소리야.
“내가? 내가 널?”
“예. 아저씨가 절.”
“아니야. 내가 왜.”
“그걸 제가 어떻게 알아요.”
“정말 아니라니까? 난 널 처음 보는데 무슨 인질을 잡아.”
안 그래도 작센을 이상하게 바라보던 샬롯이 그를 더, 이상하게 바라보았다.
“처음 보는데 제 이름은 어떻게 알고 있었어요? 거기다 같이 가자면서요? 모르는데 왜 같이 가자고 한 건데요?”
작센이 황당하다는 듯 말했다.
“널 데려오라고 했으니까.”
“누가요?”
이 부분이 중요했다.
모든 오해가 풀릴 수 있는 지점이었으니까.
작센은 망설이지 않고 말했다.
“도주님께서 너를 데려오라고 했다고.”
그게 실수였다.
“도주? 이름이 도주예요?”
무언가 말을 하려던 작센은 하지 못했다.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언제부터였을까.
약 8m 거리에 있는 나무에 등을 기댄 채 서 있는 한 남자.
작센은 그의 기운을 느꼈다.
뭔 변태도 아니고 저런데 숨어 있어.
등급은 중급.
얼굴은 구레나룻을 비롯해 수염이 전체적으로 꽤 덥수룩하다는 느낌이 들 정도의 남자.
작센은 그의 첫인상을 이리 평가했다.
돈을, 꽤 밝히게 생겼다고.
“아카데미 한복판에서 납치라. 배짱이 좋군.”
작센은 눈만 멀뚱멀뚱 떴다.
“국가 간의 기본 협약도 지키지 않고 다짜고짜 텔레포트에 우리 학생 하나를 납치하려고까지 하는…… 본 적이 없는 마나 유저, 등급은 중급 마스터인 것 같은데 툴칸에 숨어 있던 마스터인가?”
“……지금 나 말하는 거요?”
“대낮부터 텔레포트를 써서 무단 침입하고 학생 하나를 납치해 가려는 사람이 여기에서 당신 말고 누가 있지?”
작센은 어처구니가 없었다.
아니, 얘네는 전달도 못 받았어?
“돌겠네 진짜. 도주님이 불러오라고 해서 온 거라니까?”
“도주님이라…… 내 살면서 처음 들어 보는데.”
그제야 작센은 자기 스스로가 얼마나 멍청한 행동을 하고 있었는지 깨달을 수 있었다.
“잭, 그분께서 데려오라고 한 거요.”
샬롯과 해럴드의 눈이 동시에 찌푸려진다.
“간땡이가 굉장히 큰가 보군. 적어도 어센블에서 공자님을 사칭하는 놈은 단 한 명도 없었는데…….”
환장하겠네.
작센은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
말을 해도 안 통하면, 뭐 어쩌겠어.
강제로 데려가야지.
등에 메고 있던 검과 방패를 꺼내 들려던 작센 베이스와, 그걸 보고 똑같이 허리춤의 롱소드를 꺼내 드는 해럴드 린치.
그 둘이 기운을 뿜어내려던 그때였다.
“잠시만요-!”
아카데미 정보학부 건물 쪽에서 한 남자가 얼마 남지 않은 머리카락을 미친 듯이 흩날리며 달려오고 있었다.
요람 지부의 도청을 맡은 크라프라는 남자였는데, 그가 외친다.
“‘공자님’께서 보내신 작센 베이스 님 맞으시죠?!”
이제야 말이 통하는 사람이 왔다는 듯 작센이 환한 웃음으로 답했다.
“그래요. 내가 작센 베이스입니다. 이제야 대륙 공용어를 쓰는 기분이 나네.”
“그, 그분이 말씀하셨습니다. 샬롯을 데리고 올 때 ‘별장’에 들러 장검이랑 하얀 가면도 챙겨 오고, 궁술학부 예비 학부장인 베네딕트도 데리고 오라고.”
심부름꾼 취급이었지만 작센은 개의치 않았다.
이거면 충분했으니까.
롱소드와 방패를 다시 등에 채우는 작센에게 해럴드가 물었다.
“……공자님께서 보낸 사람이 맞습니까?”
“거 속고만 사셨나. 내가 이 나이 처먹고 사기나 치고 다니겠습니까?”
해럴드는 정보를 전해 온 크라프에게 다가가 물었다.
정말 맞느냐고.
“아, 학부장님. 정보 늦은 건 정말 죄송한데 맞아요. 저분 ‘그분’이 보낸 겁니다.”
그런 대화가 오갔고, 그런 분위기를 살피던 샬롯이 결국 단검을 허리 뒤춤에 꽂아 넣었다.
보스가 보낸 거구나.
그런 샬롯을 바라보던 작센이 결국 헛웃음을 터트렸다.
“납치는 나 참, 꼬맹아, 세상은 아직 살 만하단다. 뭐 사탕이라도 사 줄까?”
그리 말하는 작센을 바라보는 샬롯의 눈은 진짜 이상한 사람 보았을 때 짓는 그런 눈이었다.
여하튼.
“그 별장이라는 곳이 어딘지 안내 좀 해 줄래? 이제 이상한 아저씨도 아니고 모르는 아저씨도 아니니까 어렵진 않잖아?”
잠시 고민하던 샬롯은 고개를 끄덕였다.
단둘이 보낼 수 없었는지 해럴드도 그 뒤를 따랐는데.
기다렸다는 듯 작센이 물었다.
“그런데, 학부장이시라고?”
“귀가 밝으시군요. 예, 밀로스 아카데미 상업학부 학부장을 맡고 있고 지금 검술학부의 학부장 대행이기도 합니다. 그쪽은?”
“난, 저기 멀리에 있는 섬에서 온 전사요.”
해럴드가 고개를 갸웃한다.
이 양반이 지금 장난하나.
뭐라 물으려 했지만 늦었다.
작센이 먼저 물었으니까.
“우리 학부장 양반 몸이 조금 비실해 보이는데. 3대 몇 칩니까?”
“순수 육체로 1만 7천 칩니다.”
마른 체격에 비하면 굉장히 높은 숫자였지만 작센은 참새가 웃듯 짧게 픽 하고 웃었다.
누가 봐도 비웃는 태도였는데.
“와, 1만 7천? 히야, 여기는 고작 1만대가 애들을 가르칩니까? 학부장이면 책임자, 그러니까 수석 대전사급 아닌가? 우리 섬에서는 대전사여도 2만 이하면 사람 취급도 안 하는데 역시 대륙이 넓긴 넓네.”
해럴드가 인상을 찌푸린다.
“뭐 한판 붙자는 겁니까?”
“그러면 나야 좋고.”
이상한 데서 기 싸움을 하는 두 마스터였다.
“옥상으로 좀 따라오시죠.”
“아휴, 멸치가 따라오라니까, 내 안 갈 수가 없네.”
흐흐흐 웃는 작센과 조금은 화가 나 있는 해럴드는.
“일단 보스한테 가는 게 먼저 아니에요?”
샬롯의 말에 그대로 자리에서 멈췄다.
새삼스럽지만 마나 유저가 성장하는 데 필요한 가장 큰 원동력은 경쟁이다.
같은 등급이어도 서열을 매기고 싶은 게 마스터들의 마음인데.
작센과 해럴드가 서로를 바라본다.
두 눈이 교차하다, 결국 동시에 고개를 돌렸다.
일단 챙겨 오라는 거부터 챙겨 보고, 한판 붙는 건 그 이후에 생각해 보자는 그런 암묵적인 합의.
샬롯이 앞장서다가, 깜빡했다는 듯 작센에게 물었다.
“그런데 보스는 왜 안 오고 아저씨가 와요?”
“아, 내가 이것도 말 안 했나?”
“네, 안 했는데요.”
작센은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마수의 숲에 가신다고 했거든. 너 데리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