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Legendary youngest son of the marquis RAW - Chapter (339)
제 340화
“잭 발란티에 님이시군요. 만나서 반갑습니다.”
“예. 저도 반갑습니다.”
“전에 항구에서 인사드릴까 했었는데, 낚시에 심취해 있으신 모습에 인사를 못 드렸었습니다. 혹시 낚시가 취미시면 제가 괜찮은 낚시터라도 소개시켜 드릴까 하는데. 어떠십니까?”
그는 굉장히 사교적인 남자였다.
그런데 전에 봤다고?
잠깐 생각하다 픽 웃고 말았다.
나로 변장해 있던 안토니오 세나를 나로 착각했나 보네.
그래도 주는 호의는 받는 게 맞지.
“저야 좋지요. 그런데 제가 여기에 오래 머무를 생각이 없어서, 마음만 받겠습니다.”
“하하, 그러면 어쩔 수 없군요. 일단 식사부터 하시죠.”
찰리가 안쪽으로 안내했고, 우리는 여러 가지 회를 먹으며 화기애애한 시간을 보냈다.
그렇게 약 10분 정도의 시간이 흐르자 찰리가 한 가지 정보를 건네주었다.
“최근에 툴칸 제국의 엔젤라 헬이 실종되었다는 소문, 혹시 들어 보셨습니까?”
수저 든 손을 잠시 멈추고 말았다.
“실종?”
찰리는 고개를 끄덕였고, 해럴드는 의문을 표했다.
그가 내게 물었다.
“예. 감쪽같이 실종되었다고 하더군요. 저는 공자님이 관련되어 있는 건가 싶었는데, 아니었나 봅니다.”
“내가 누구 납치할 사람은 아니거든.”
옆에 있던 샬롯이 물었다.
“어? 그때 블랑 아저씨는요? 그거 납치 아니었어요?”
샬롯의 이마를 툭 쳤다.
어, 아니야.
아마도.
“그런데 실종이라…… 이건 예상 못 했는데.”
진심이다.
아마 이스칸다르의 소행이겠지.
내가 녹화 수정구로 보낸 메시지를 놈이 눈치챘다면, 무언가 반응을 보이는 건 당연하다.
그런데 그 반응이 엔젤라의 실종이라는 건.
“그 새끼가 또 뭐 꾸미고 있나 보네.”
“그 새끼요?”
“있어. 그 새끼라는 새끼가.”
상황을 모르는 작센과 켄은 고개를 갸웃했지만 대충이나마 짐작하는 해럴드와 샬롯은 아니었다.
해럴드가 물었다.
“어찌하실 겁니까?”
“글쎄. 어떻게 할까?”
회를 한 점 집어 먹으며 슬쩍 웃었다.
으음.
그 전에.
“베커만은 요즘 뭐 하는데?”
“하인케스 베커만이면, 최근 툴칸의 영지 곳곳을 돌아다니고 있다고 합니다.”
“왜?”
“명목상으로는 영지 순찰이지만, 황태자의 뜻을 따르지 않는 귀족들을 회유하러 다니는 것 같습니다.”
“그게 끝일 리는 없을 텐데, 베커만도 찾고 있는 거지?”
“예. 엔젤라 헬에 대해 수소문하고 다닌다더군요.”
더 멀리 볼수록 가까운 것을 보지 못하고, 등잔 밑이 어두운 경우를 모두는 머릿속으로 의식은 하지만 실천은 못 한다.
전생에서의 베커만은 정신적으로도 성숙했고 육체적으로도, 검술로도 대단했던 남자다.
지금은 많이 어리숙하지.
“걔한테 슬쩍 흘려 줘.”
“무엇을요?”
“엔젤라 헬, 황태자가 데리고 있다고.”
샬롯을 제외한 모두가 고개를 갸웃한다.
거기에는 스승님도 속해 있었다.
[확신하느냐?]“예. 확신합니다.”
[그래?]“예. 직감이나 그런 게 아니라, 제가 아는 황태자라면 100% 확률로 엔젤라를 데리고 있을 겁니다. 어디 지하 감옥 같은 곳에 감금해 놓고 무언가를 꾸미고 있을 텐데…….”
[꾸민다?]“대충 짐작 가는 게 있긴 한데 이건 확신하지 못하겠네요.”
스승님은 굉장히 궁금해하는 것 같았다.
음. 저 표정을 보고 어떻게 말하지 않을 수 있겠어.
“놈은 압니다. 지금 상황에서 무엇을 해도 저를 넘을 수 없다는걸.”
[그건 너를 아는 이들 모두가 공통적으로 생각하고 있을 것이다.]스승님은 ‘아니겠지요’라는 말은 그냥 하지 않았다.
[그래서, 짐작 가는 게 무엇이냐?]잠깐 생각했다.
이거 말해야 하나.
그래, 그냥 말하자.
“놈은 생각할 겁니다. 나와 놈 사이에는 대체 어떤 차이가 있는지. 제가 쓴 힘은 어떤 힘인지. 그 힘을 어떻게 해야 쓸 수 있는지. 생각하고 또 생각하겠죠. 엔젤라를 데리고 있는 이유는 아마 두 가지일 겁니다.”
[두 가지?]“첫째는 내가 쓰는 힘을 놈이 쓸 수 있을 때 엔젤라를 확실히 자기 사람으로 데리고 올 수 있다는 약간의 믿음. 그리고 둘째는…… 혹시 전에 제가 귀신 부대를 툴칸으로 보냈던 거 기억하십니까?”
[테슬란의 토벌대를 전멸시킨 이후에 보냈던 거라면 그래, 기억난다.]“그 귀신 부대를 만든 흑마법, 이스칸다르의 밑에 있는 듀크 헬은 굉장히 뛰어난 마법사입니다. 아티펙트 제작에는 이 대륙에서 가장 뛰어나죠. 현자의 돌, 셀의 몸을 구속하고 있던 마나 구속구 등등, 그 정도의 제작이 가능하다는 건.”
[마나에 대한 이해도와 감각이 굉장히 뛰어나다는 뜻이지. 범인凡人의 것을 아득히 뛰어넘은, 말 그대로 대마법사. 맞느냐?]“예. 그 정도면 잠깐 느낀 마법의 수식을 분해하고 재조립할 수도 있을 겁니다. 확률은 낮지만 제로는 아니죠.”
스승님은 굉장히 흥미로워했다.
[잔재만 남은 흑마법을 새롭게 재창조한다……. 너의 태도를 보아하니 성공할 거라고 믿는 모양인데, 맞느냐?]“예. 이건 순전히 제 직감이긴 한데 귀신 만드는 법 정도는 깨달을 것 같습니다.”
스승님의 표정은 또 한 번 변했다.
굉장히 아쉬워하는 표정.
[정말로 안타깝구나. 그 정도의 인재라면 분명 이 세상을 능히 바꾸고도 남을 인재인데. 줄을 잘못 섰어.]부정하지는 않았다.
내가 이레귤러급으로 너무 튀어서 그렇지, 듀크 헬 정도면 아티펙트 제작이라는 부분에 한해서는 나보다 약 반 수 정도는 높을 거다.
결정적으로 나는 현자의 돌이라는 상급 마스터의 힘을 완전히 숨겨 주는 그런 아티펙트를, ‘혼기’를 사용하지 않고서는 만들지 못하거든.
“여하튼 이게 두 번째입니다. 정리하면 첫째는 스스로 혼기를 깨달을 때까지 엔젤라를 감금해 놓고 회유하는 것, 두 번째는 재조립한 흑마법으로 엔젤라를 귀신으로 만들려는 거.”
그 말에 반응한 것은 해럴드와 다른 마스터들이었다.
“귀신이요?”
“그거 완전히 미친놈 아닙니까?”
“대륙이 넓긴 넓네. 다양한 미친놈이 존재하는 걸 보니.”
등등.
그렇게 떠들썩한 분위기에서 나는 슬쩍 의자에 등을 기댔다.
그런 내게 스승님이 묻는다.
[이야기를 들어 보니 왠지 세 번째도 있을 것 같구나.]굳이 이야기하지 않았던 건데 그냥 나왔으니 해야겠다.
“뜻대로 안 되면 아마 황태자는 엔젤라를 죽일 겁니다.”
[그때 보니 그 아이를 데려가고 싶어 하는 것 같던데, 의외로 느긋하구나.]대충 상황을 보면 엔젤라는 어떤 식으로든 안 좋은 결말을 맞게 되는 게 거의 확실시된 상황이다.
그런 상황에서 스승님 말대로 나는 꽤나 느긋했다.
왜냐면.
“못 죽일 걸 아니까요.”
[응?]“한번 봅시다. 우리 베커만이 로맨티시스트일지 아닐지.”
우유를 들이켰다.
그러면서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이제 이스칸다르도 슬슬 정리해야겠다는 생각.
마수의 숲만 정리하고, 바로 시작해야지.
빈 잔에 다시 우유를 따르며 웃었다.
그런 내 웃음이 되게 음흉하게 보였던 걸까.
옆에 있던 스승님이 괴상한 표정으로 내 이마를 툭 치신다.
[징그럽게 웃는구나.]어깨를 으쓱했다.
* * *
마수의 숲은 대륙 지도상으로 거의 중간에 위치해 있었다.
그 내부는 사막도 있었고 숲도 있었고 산맥도 있었으며 그 땅의 크기는 생각보다 어마어마하게 크다.
툴칸 제국의 절반 정도 되는 크기.
더 와닿게 말하면 테슬란과 이스마엘, 그리고 요람을 합친 정도의 크기라고 해야겠지.
그런 땅덩어리기에 마수의 숲과 ‘국경’을 맞대고 있는 각 국가는 그 국경에 상당한 수의 병력을 배치해 놓는다.
아니, 놓았었다.
과거형이다.
그럴 만도 한 게, 마수의 숲에는 엄청난 수의 이종족이 있는 게 분명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그들은 밖으로 ‘절대’ 나오지 않았다.
1년에서 2년, 그 정도의 텀을 두고 벌어진 일종의 ‘휴식기’였다면 그러려니 했겠지만 무려 수백 년 동안이나 이종족들이 ‘선제공격’을 한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그러니 주둔해 놓는 병력의 수는 자연스럽게 줄어들었고, 샌드백에 불과한 마수의 숲에는 정규 기사보다 용병들이 더 많이 거주하는 그런 흐름이 생겨났다.
그렇게, 마수의 숲에 국경을 대고 있는 영지들은 전부 일종의 용병 근거지가 되었던 것이다.
마수의 숲과 국경을 맞대고 있는 국가는 툴칸, 테슬란, 요람. 그리고 이스마엘이다.
지금 나는 일행과 함께 요람과 마수의 숲 국경 부근에 있는 라프트 영지에 와 있었다.
정확히는 영지 내에 있는 식당에 자리를 잡은 상태다.
으레 그렇듯 용병들의 근거지가 되어 버린 영지의 식당에는 온갖 용병들이 오기 마련.
여기도 마찬가지였다.
“요즘 대륙에 이상한 소문이 자꾸 퍼지더라.”
“뭔 소문?”
“드래곤이 전쟁을 선포했다던데 그거 못 들어 봤냐?”
“그딴 개소리를 믿는 게 더 이상한 거지.”
“미친놈 아니야 이거. 가나안이랑 마티아스의 귀족들 중 200명이 넘게 죽었다는데 그럼 이것도 개소리냐?”
그 말에도 용병은 피식 웃을 뿐이었다.
“끝이 아니야. 얼마 전에는 요람의 왕성에서도 난리가 났다더만.”
“그래?”
“안토스라는 왕족이 왕위를 찬탈했다던데.”
그 말에 피식 웃으며 대수롭지 않게 여기던 용병이 고개를 치켜들었다.
“안토스? 안토스 요람? 제라스 대공의 아들이 살아 있었다고?”
“왜 아는 놈이냐?”
“아는 건 아니고. 언제였더라, 한 십 년 정도 전에 대공가의 수습 기사 공개 모집에 지원했던 적이 있었거든. 떨어지긴 했지만 그때 잠깐 봤지.”
용병이 술을 쭉 들이켜더니 말을 이었다.
“대공가는 완전히 멸문한 줄 알았는데, 신기하네.”
“말하고 있는 나도 신기해. 더 놀라운 게 뭔지 아나?”
“뭔데?”
“그 안토스가 국정을 완전히 장악했다고 하더라.”
“찬탈만 한 게 아니라 장악까지 했다고?”
“그렇다던데?”
“걔가 몇 살이었지?”
“어디 보자, 해 지나면…… 18살? 그쯤 되겠네.”
“그렇게 어려? 성인식도 안 한 꼬맹이잖아. 왕세자는?”
“죽었대.”
“누가 죽였는데?”
“누구겠어?”
“…….”
한참을 침묵하던 남자가 말했다.
“둘 중 하나겠네.”
“뭐가?”
“나라를 말아먹을 개새끼거나 진짜 능력이 있는 천재거나.”
“그래 봤자 애새끼잖아.”
“왕이 나이로 정해지나.”
그런 두 용병의 대화를 들으며 피식 웃고 말았다.
그런 내게 작센이 말한다.
“정리할까요?”
“아니, 됐어. 그냥 놔둬.”
작센과 켄은 그런 나를 신기하다는 듯 바라보았지만 베네딕트와 샬롯은 아니었다.
익숙하다는 듯 나를 바라보고 있었거든.
“녀석이 걷기로 한 길이야. 비난이 생기는 건 당연하지. 그 비난을 감수하는 것도 녀석의 몫이고 그 비난을 찬사로 바꾸는 것도 녀석이 감당해야 할 아주 기초적인 일이지. 그러니 그냥 놔둬. 경고도 하지 말고.”
기운을 퍼트리려던 작센이 찔끔하더니 고개를 푹 숙인다.
그대로 고개를 돌려 우리 스승님을 바라보았다.
“스승님이 보시기엔 어떻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