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Legendary youngest son of the marquis RAW - Chapter (346)
제 347화
묘하게도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내가 아는 미래의 메나마의 모습이 조금씩이나마 보이고 있다고.
“말해 봐.”
“우선 첫째, 나는 이 이야기가 끝나는 즉시 왕성으로 가서 실라리온을 수리할 것이다. 의아스럽게도 너는 내 실력을 확실하게 아는 모양이더군. ‘칼리드’가 말했던 엑스텔리아급으로 만들어 주마. 이틀, 내게는 그 정도면 충분하다.”
고개를 끄덕였다.
메나마-아무르.
요새 경비의 총책임자이자 이미 대장장이 실력은 역대 최고라 불리는 남자다.
실라리온은 원체가 고금 최강의 장검이라 불릴 정도의 검이고 아무리 날이 상했다 해도 한두 단계 정도 급을 낮춰서 제련하는 것이기에 내가 아는 메나마의 실력이라면 이틀? 충분하다.
“두 번째는?”
“이건 확률이지만, 숫자로 따지면 아마 90%는 넘을 것이다.”
90프로면 거의 확신한다는 거잖아.
“그게 뭔데?”
“왕성으로 돌아간 칼리드는 오늘이나 내일 중으로, 늦으면 모레 안으로 오황 중 한 명의 드래곤을 이쪽으로 불러올 것이다.”
“그래?”
“원래 일주일 뒤에 방문이 예정되어 있지만 그걸 앞당기는 것이기에 충분히 가능은 하지. 그런데…… 놀라지 않는군.”
마시고 있던 홍차를 조용히 내려놓았다.
고작해야 드래곤 다섯 마리다.
이미 전생에서도 썰었었는데 지금 못 써는 건 말이 안 되지.
오히려 이건 나한테 좋은 건데?
정말.
“다행이네. 일일이 찾아가지 않아도 돼서.”
“……미리 이야기를 해둘 테니 숙소는 이 식당 옆에 있는 달빛 여관으로 가라. 실라리온은 수리가 끝나는 대로 가져다주지.”
고개를 끄덕이자, 우리 메나마 님께서는 자리에서 일어서더니 그 땅딸막한 발로 아장아장 걸으시며 밖으로 나가셨다.
아니지.
밖으로 나가려다 잠시 문 앞에서 멈추더니 고개를 돌린다.
“이건 개인적으로 궁금했던 건데.”
“뭔데?”
“꼭, 실라리온이 필요한가?”
슬쩍, 웃고 말았다.
솔직히 맨손으로 다 때려잡을 수 있다.
그런데 왜 실라리온의 수리에 이렇게 매달리느냐.
간단하지.
“내가 그 검이랑 정이 좀 들었거든.”
“……정?”
“내가 실라리온을 꽤 오래 썼어. 한 17년 정도. 잘 때도, 적을 썰 때도, 항상 나는 실라리온과 함께였거든. 그걸 보면서 스승님을 생각했어. 실라리온은 나와 스승님을 이어 주는 매개체, 그런 거지. 그게 없었으면 지금의 나도 없었어. 실라리온이 꼭 필요하냐고? 어, 필요해. 그 검이 화려하게 은퇴할 수 있는 무대를 선물해 주고 싶으니까.”
“……무대?”
“마수의 숲을 드래곤으로부터 해방시키는, ‘폭군’이 된 오황의 목을 벤 고금제일의 장검. 그 정도면 선물로 충분하잖아?”
메나마는 굉장히 뜻밖이라는 듯, 커진 눈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녀석뿐만이 아니라 내 주변에 있는 이들 모두가 똑같이 눈을 크게 뜬다.
얼굴만 잘생긴 게 아니라 검에 마음을 줄 정도로 가슴이 넓으시구나.
그런 표정인 것 같다.
물론 스승님은 조금 달랐다.
뜨거운 눈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거든.
내가 좀 낯간지럽게 이야기했나.
여하튼 충분한 답이 되었는지 메나마가 고개를 끄덕이며 사라지려던 그때.
“잠깐만.”
“왜 그러지?”
“이번에는 내가 하나 물어볼게.”
“말하게.”
“만약, 칼리드가 드래곤에게 불타 죽었고 그 이후에 왕이 된 왕세자가 멍청한 짓을 일삼다가 죽었다면, 그 이후에 네가 왕이 된다면, 너는 칼리드를 어떻게 묘사할 거지?”
메나마는 길게 생각할 필요도 없다는 듯 곧바로 말했다.
“영웅으로 만들겠지.”
“왜?”
“그 정도의 속도로 왕이 교체되는 속도가 빠르다면 드워프는 혼란과 패닉에 빠져. 그걸 해소하기 위해서는 필수적인 절차라고 생각되는데, 왜 굳이 그런 생각을 하는지 모르겠군. 그리고 그건.”
잠시 말을 멈춘 메나마가 작게 웃는다.
굉장히 의미심장한 웃음.
그러고는 이렇게 말했다.
“의미 없는 생각이야. 왜냐면 왕세자는 왕이 될 수 없을 테니까.”
히야.
확실히 메나마는 답을 내린 것 같았다.
자연스럽게 고개를 끄덕이자 녀석이 묻는다.
“답이 되었나?”
결국 정치적인 이유였다, 그거잖아.
“어. 충분히.”
“그럼 가 보겠네.”
“가 봐. 필요한 거 있음 말하고.”
피식, 웃은 메나마는 답하지 않고 그대로 밖으로 나갔다.
그렇게 모든 대화가 끝나자 우리는 자리에서 일어섰다.
어우.
식사만 거의 2시간 한 거 같다.
기지개를 펴자 내 옆에 있던 샬롯도 똑같이 기지개를 펴고 있었다.
다른 애들도 마찬가지였다.
그렇게 우두둑하며 뼈 뒤틀리는 소리가 한동안 내 주변에서 울려 퍼졌다.
* * *
다음 날, 작센과 켄, 그리고 베네딕트와 샬롯은 뱀파이어 도시로 다시 떠났다.
무슨 일이 있었거나 그런 건 아니었다.
샬롯이 가고 싶어 했고, 샬롯이라는 아이에게 궁금증을 품고 있던 작센과 켄이 따라나섰고, 그 둘이 붙어 있으면 사고 칠 거 같아서 베네딕트도 동행시켰다.
나는.
스승님과 해럴드를 데리고 드워프 도시를 돌아다니는 중이다.
여기저기서 느껴지는 적대 어린 시선.
“소문이 퍼진 것 같습니다.”
“소문?”
“예. 드워프 왕에게 막말을 했다거나, 왕세자가 지금 병상에 드러누웠다거나…… 그런 소리가 들려오는 걸 보니, 아무래도.”
“아무래도?”
“조만간 피곤한 일이 생길 것 같습니다.”
슬쩍 웃고 말았다.
글쎄 과연 그럴까.
난 아닐 거 같은데.
그렇게 잠시 걸었다.
묘한 분위기에 해럴드도 입을 다물었고 항상 그러셨 듯 우리 스승님은 조용히 상황을 지켜보는 중이다.
음.
“슬슬 입장 정리, 해야 하지 않겠어?”
주변에서 신기한 생물 바라보듯 하는 드워프들에게 하는 소리가 아니었다.
우리 해럴드에게 하는 소리다.
“입장 정리 말씀이십니까?”
“어, 입장 정리. 사실 난 여기 너를 데리고 올 생각이 없었어. 그건 알지?”
“알지요.”
어센블에서 나는 베네딕트와 샬롯만 데리고 오려고 했다.
그런데 어떻게 하다 보니 해럴드도 왔는데, 녀석은 나름 중급 마스터에 지식도 굉장히 많다.
하지만, 정말로 나는 녀석과 마수의 숲까지 동행할 생각은 없었다.
해럴드 린치는 내 사람이 아니니까.
그런데 녀석은 이 숲으로 오기 전 내가 했던 몇 가지 명령들을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받아들였다.
“대륙전장과 나는 ‘빚’으로 묶여진 관계잖아. 네가 밀로스 아카데미로 온 이유는 빚을 갚기 위해서였고, 내 말 틀려?”
“전부 맞습니다.”
“장소가 아카데미였다면 너나 대륙전장의 마스터들이 내 명령을 따르는 건 당연한 거지. 그런데 여긴 아카데미가 아니잖아. 그런데도 너는 계속 내 명령을 따르더라고, 그건 마치.”
잠시 말을 멈추고는 해럴드의 진지한 얼굴을 바라보며 마저 말했다.
“네가 내 밑으로 들어온 것처럼 보이더라.”
이런 시간이 곧 다가올 거라고 예상했다는 듯 해럴드가 작게 웃는다.
“제가 공자님 밑으로 들어가고 싶다고 하면 받아 주실 겁니까?”
이건 굳이 생각할 필요도 없는 답이다.
“너만 온다면 받아 줄 수는 있지. 하지만 대륙전장 전부를 받아 달라고 하면 그건 확답 못 해.”
전에도 말했지만 대륙전장은 정말, 너무 크다.
그냥 큰 게 아니라 어마어마하게 크다.
툴칸 제국을 비롯해 다섯 왕국에 지부가 빼곡하게 들어차 있는 상황이고, 더 쉽게 말하면 그냥 이 대륙의 모든 상업은 대륙전장으로부터 시작되고 대륙전장으로부터 끝이 난다.
즉 대륙전장에 속해 있는 이들의 숫자는 어마어마할 정도로 많다는 거지.
그들 모두를 내가 책임진다?
난 지키지도 못할 약속은 하지 않는다.
그렇게 생각하는 내게 해럴드가 말했다.
“전부터 느낀 건데, 공자님께서는 ‘책임’이라는 단어에 대해 일종의 강박을 가지고 계신 것 같습니다.”
“그래?”
“예. 혼자 너무 많은 걸 짊어지실 필요는 없습니다. 공자님이 아무리 강하다 해도 결국 한 명의 사람입니다. 그 한 명의 어깨에 대륙의 모든 것을 짊게 해야 한다면 그건 진정한 의미의 고통suffering이고. 진정한 의미의 공포fear입니다.”
말없이 해럴드를 바라보았다.
무슨 말을 하려고 이렇게 빌드업을 하려는 거야.
“공자님께서는 항상, 가장 높은 자리에 서 계시면 됩니다. 그런 공자님을 보고 공자님을 지지하고 공자님을 따르는 이들이 공자님이 추구하는 세상을 만들 겁니다.”
어찌 보면 근본적인 문제라고 할 수 있었다.
내가 왕이 되지 않고, 국가를 건국하지 않았던 이유는 율리우스 테슬란처럼 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수십, 혹은 수백, 정말 많으면 수천 명 정도의 삶을 나는 책임질 수 있다.
하지만 수십만, 수백만, 수천만의 인생을 전부 책임지라고 하면 나는 못 한다.
그건 내 허용치를 뛰어넘은 거니까.
“이런 말이 조금 조심스럽긴 하지만, 공자님은…… 어리십니다.”
“어리다……?”
“예. 그 무엇에도 흔들리지 않으시고, 힘 자체도 이 대륙에서 이미 정상에 군림하시지만, 분명 공자님은 어리십니다.”
“재미있네. 전에 낚시터에서 너랑 비슷한 말을 한 사람이 있었어.”
“아, 그렇습니까?”
“그땐 대수롭지 않게 넘어갔는데, 너도 비슷한 이야기를 하네. 쉽게 말하면 그거잖아. 알맹이만 취하라는 거.”
핵심을 짚으면 정말 그게 전부였다.
“각 국가의 왕, 어떤 단체의 수장, 어떤 집단의 우두머리만 내가 책임지고, 그들에게 하청 맡기듯 밑에 있는 이들을 관리하게 만드는 거, 네가 말하는 게 이거 아니야?”
“맞습니다.”
실제로 내가 인재들을 받아들이고 무명이라는 조직을 만드는 등의 행위는 전부 앞서 말한 현재의 체제에 순응하는 태도처럼 보인다.
그러면서도 책임을 운운하며 왕이나 황제가 되지를 않으니, 뭔가 이상하게 보일 거다.
어떻게 보면 회피하는 것처럼 보이겠지.
솔직히 말하면 그저 준비가 덜 되었을 뿐이다. 앞서 말한 대로 책임 때문에 조금 시간이 걸렸을 뿐이다.
이렇게 판이 마련됐으니 슬슬 이야기를 해야 할 듯.
근처에 있는 작은 의자에 엉덩이를 붙이고 주저앉았다.
“내가 어리다고 했지. 정말 안타깝지만 틀렸어. 너도 틀렸고 나한테 어리다 했던 안토니오 세나도 틀렸어. 이 세상에는 기본적으로 피라미드가 존재해.”
“…….”
“너나 안토니오 세나나 다른 이들이나, 그들은 모두 기본적으로 그 견고한 피라미드를 바탕으로 생각하며 살아왔기에 모든 사고방식이 그 틀에만 갇혀 있어. 다만 딱 하나. 책임. 이 책임이라는 것에 대한 내 생각과 너희의 생각은 다르더라고.”
고개를 돌려 우리 스승님을 바라보았다.
“자신이 한 일에는 스스로가 책임을 지는 게 당연한 세상, 내가 만들려는 세상은 그런 세상이야. 그런데 이 말에 담긴 진짜 뜻을 알아채는 사람이 없더라.”
내 시선은 여전히 스승님에게 꽂혀 있었다.
“스승님은 아십니까? 제 말에 담긴 진짜 뜻을?”
[……짐작은 하고 있다.]우리 스승님의 표정은 굉장히 심각했다.
그걸로 확신했다.
적어도 내 뜻을 알아채 주는 사람이 적어도 ‘두 명’ 있구나.
스승님과 또 다른 사람.
그게 누구냐면.
이 자리에 없는 ‘아베이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