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Legendary youngest son of the marquis RAW - Chapter (350)
제 351화
수학식인 거 같은데.
잠시의 시간이 흐르고, 해머가 말했다.
“크기가 이 방 정도의 크기라면 최고 100km/h가 나올 것이고, 공기 저항을 덜 받게 하는 식으로 한다면 120km/h까지도 가능해.”
“들었지?”
통신구 속의 두 남자는 멍한 표정으로 잠시 그렇게 서 있었다.
{……말이 이끄는 마차의 최고 속도보다 7배에서 8배 이상 빠르군요. 무엇보다 레일을 깔아서 대륙으로 연결한다면, 빙 돌아갈 필요도 없고, 말처럼 쉬지는 않을 테니 체감되는 속도는 더 빠를 겁니다.}
롤랜드도 거들었다.
{부족한 물자를 다른 곳에 더 빠르게 보낼 수가 있을 거고 전쟁이 발생했을 때 보급이 지금보다 더 빨라지겠지.}
둘은 이번에도 약속한 것처럼 잠시 입을 닫았고, 약 10초가 흐르자 차례대로 입을 열었다.
{이게 세상에 등장하면 정치, 상업, 경제, 군사…… 그 모든 게 성장…… 맙소사.}
{이건 정말…… 미쳤습니다.}
둘은 확실하게 느낀 것 같았다.
공사에 투입될 인원? 엄청나게 많아야 한다.
그런데, 원래 경제라는 게 그런 거잖아.
사람들이 돈을 벌 일자리가 있어야 돈이 돌고 도는 거.
난 지금 당장이라도 수만 명이 아니라 수십만 명한테 몇 년 치 월급을 줘도 남을 돈을 가지고 있다.
즉, 이 사업은 역사에 남을 사업이라는 거다.
내가 처음 이 레일을 보았을 때 느낀 감정.
간단하다.
지금.
세상이 한 번 더 변했다.
옆에 있던 해럴드가 그거 보라는 듯, 자기가 옳았다는 얼굴로 내게 말했다.
“거봐요. 내가 말했잖습니까. 공자님한테는 돈 냄새가 난다니까.”
* * *
태도로 짐작했듯 롤랜드와 아베이루는 레일과 마력마차의 도입에 매우 긍정적이었다.
12월 15일 날, 테슬란에 잠깐 들를 건데, 들르면서 그때 자세하게 이야기 나눠 보자고 한 뒤 통신을 끊었다.
롤랜드만.
{주군, 하실 말씀이라도 있으신지요.}
슬쩍 스승님을 바라보았다.
내기의 결과를 한번 확인해 볼까.
“너, 나 몰래 뭐 준비하고 있는 거 있지?”
뜨끔한 듯 아베이루가 화들짝 놀랐다.
{알고 계셨습니까?}
“대충은.”
대수롭지 않게 말했지만, 아베이루는 아니었나 보다.
{무슨 반란을 모의한다거나, 뒤통수를 친다거나 그런 건 절대 아닙니다.}
“알아, 인마.”
{이게 상황이 참 묘한데, 누가 보면 제가 막, 주군도 모르게 무언가를 꾸미고 있는…… 그런 게 되었잖습니까. 일단 설명부터 드리겠습니다.}
처음 보는 녀석의 태도에 자연스러운 웃음이 지어진다.
그럼 들어 볼까.
{준비만 한 거긴 한데, 전부터 의아했던 게 있었습니다.}
“뭔데 그게?”
{주군은 대체 어떤 세상을 만들려는 걸까.}
의자에 등을 기대며 완벽한 방청자의 자세를 취했다.
스승님과 함께.
{그렇게 많은 귀족들을 죽이고, 또 죽이면서 취할 수 있는 영지가 수도 없이 많아졌는데, 왜 그걸 직접 취하지 않고 기존에 영지를 다스리는 이들에게 대신 관리하게 만든 걸까.}
아베이루는 희미하게 웃고 있었다.
{그 누구보다 왕의 자질이 있고, 황제의 자질이 있는데 왜 그 자리에 오르지 않는 걸까. 땅따먹기만 안 했다뿐이지 지금 손만 내밀고 깃발 하나 만들어서 어느 한 곳에 꽂으면 그걸 바로 영토로 만들 수 있는 그런 무소불위의 힘을 지닌 주군이, 왜 그런 거에 관심 두지 않고 각지에서 인재들을 끌어모으는 것에만 관심을 두고 있는 걸까.}
“계속해.”
{예. 남들이 보지 못하는 걸 보는 사람, 과거에는 그들을 몽상가라고 했습니다. 하지만 몽상가는 실현 가능성 없는 헛소리를 하는 이들을 뜻했죠. 하지만 주군이라면 다릅니다. 주군이 몽상을 한다면 그건 혁명입니다. 주군은 혹시 혁명가가 아닐까.}
혁명가. 듣기에는 좋은 말이다.
{수백 년이 넘는 그 많은 세월동안 그 누구도 이런 생각을 한 적은 없습니다.}
물끄러미 아베이루를 바라보았다.
{주군은, 전 대륙을 통일하려는 게 아니십니까?}
이게 핵심이었다.
{이종족들과 인간은 매 순간 싸워왔습니다. 그 싸움을 그 누구도 끊을 생각을 하지 않았습니다. 할 수 있을지 없을지에 대한 자신감은 둘째 치고 굳이 그래야 할 필요가 없었으니까요. 하지만 주군이라면 다릅니다.}
“뭐가 다른데?”
{교육을 중시하고, 책임을 중시하잖습니까. 이종족과 인간은 서로 협력이 가능합니다. 언제부터 시작되었는지 모를 그 고리를 끊을 수만 있다면 세상은 발전할 겁니다. 인재들은 더 많아질 거고 부족한 땅에 머릿수는 채워질 것이며 상업도 발전할 거고 분란도 줄어들겠지요. 즉.}
“즉?”
{태평성대가 오는 겁니다. 다만 그 세상을 만드는 과정에서 주군은 수많은 피를 흘리게 만드셔야 할 거고 그 체제가 유지되도록 새로운 체제로 만들어야 할 겁니다. 피라미드의 계층을 변화시키는 쪽으로 진행되시겠지요.}
그것 보라는 듯 스승님을 바라보자 어깨를 으쓱하며 고개를 가로저으신다.
음, 소원은 뭘로 빌어 볼까.
아베이루의 말이 이어진다.
{영지를 직접 취하지 않은 이유, 기존에 영지를 다스리던 이들이 대신 관리하게 만든 이유는 이걸로 설명이 됩니다. 아직, 피바람이 끝나지 않았다.}
웃고 말았다. 제법이네.
{지금은 그저 수습할 사람이 필요할 뿐, 공신 책봉을 논할 정도의 단계는 오지도 않았다, 이게 이유라고 저는 생각했습니다.}
“얼추 맞네. 계속해봐.”
{예. 그래서 생각했습니다. 주군이 바라는 세상, 이종족과 인간이 어울려 사는 진정한 판타지아를 만들려면 대체 어떤 정치 체제를 구축해야 할까. 고민하고 또 고민했지만 마땅한 답은 나오지 않았습니다. 명확한 기준은 ‘책임’. 이 단어가 끝이었으니까요.}
이어지는 아베이루의 말에 나도 약간은 진지해졌다.
사실, 지금 이 시기에 새로운 체제라는 게 뚝딱 하고 나오는 게 더 이상하잖아.
나도 그렇게 기대는 안 했거든.
체제를 만드는 건 정말 후에, 내가 믿는 아주 괜찮은 애들을 전부 끌어모아서 머리를 맞대고 천천히 생각해 보려고 했다.
{책임을 중시하는 주군이 공감하실지 모르겠지만, 이 책임이라는 걸 만드는 게 저는 ‘자유와 평등’이라고 생각합니다.}
“자유와 평등?”
{예.}
이것 봐라.
얘가 이제 보니까 철학자로서의 자질도 가지고 있나 보네.
“계속해 봐.”
{평민은 자유를 누리지 못합니다. 그렇다고 평등 하느냐, 그것도 아닙니다. 현 대륙의 체제, 주군이 느끼는 모든 문제는 이 불균형에서부터 시작된 겁니다.}
슬며시 팔짱을 꼈다.
재미있네.
{제가 아는 주군은 공짜를 좋아하는 분이 아니십니다. 낚시를 할 때도 고기를 낚아서 주는 사람이 아니라 고기를 낚는 법을 알려주시는 분이죠.}
잠시 입을 다물고 녀석을 바라보았다.
묘한 분위기에 아베이루도 조용히 입을 다물고 내 말을 기다렸다.
음.
“어디까지 진행됐냐?”
{……아직 밑그림만 그린 상황입니다. 무언가 나오기에는 시간이 많이 부족했습니다.}
충분히 이해한다.
그보다 이게 갑자기 궁금해지네.
녀석의 얼굴을 나는 자세하게 살폈다.
전에는 눈치 못 챘는데, 자세히 보니까 얘가 살이 좀 빠진 것 같다.
좋게 보면 20대 중후반쯤으로 보이던 탄탄한 체격이 꽤 왜소해졌다고 해야 하나. 보니까 머리도 좀 빠진 거 같고.
“요즘 밥은 먹고 다니냐?”
{……예. 먹고 다닙니다.}
“먹고 다니는 게 부실한가 보네. 살 빠진 게 이렇게 눈에 보일 정돈데.”
{아, 그렇습니까? 앞으로 좀 잘 챙겨 먹도록 하겠습니다.}
어깨를 으쓱했다.
“솔직히 말하면, 내가 너 말고 누굴 믿겠냐.”
{…….}
“내가 너한테 전권을 위임했던 이유는 네가 묘하게 나랑 비슷해서였는데, 그 생각이 맞았네.”
아베이루가 어색하게 웃는다.
어떤 말이 나올지 감이 잡히지 않는다는, 그런 표정이다.
작게 웃고 말았다.
“내가 뭘 원하는지 그리고 뭘 추구하는지 너보다 잘 아는 사람은 없어. 너, 어릴 때 취미가 조각이라고 했지?”
아베이루가 어색하게 웃는다.
지나가듯 한 말인데, 그걸 아직도 기억하고 있었습니까, 그런 웃음이다.
“한번 세상을 조각해 봐. 막히는 거 있으면 바로 말하고.”
녀석이 힘차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통신을 끊자, 스승님이 한 말씀 하신다.
[궁금하구나. 어떤 체제를 만들어 올지.]말은 안 했지만 나도 궁금하다.
내가 그린 밑그림과 녀석이 그린 밑그림은 같은데, 그 위에 그려질 것들은 사실 나도 아직 생각은 하지 못했다.
과연 아베이루는 어떤 것을 그려 올까.
그대로 생각을 털어 냈다.
나는 고개를 돌려 이 대화들을 멍한 표정으로 듣고만 있던 해머에게 말했다.
“너, 아카데미에서 애들 가르쳐 볼 생각 없냐?”
“……응?”
“레일 공사가 끝나면 그 이후에 아카데미에서 일해 볼 생각 없냐고.”
해머가 고개를 갸웃한다.
“아카데미에 기술 공방이 있어. 굉장히 큰 모루도 있는데 그걸 중심으로 ‘기술학부’ 같은 거를 만들어 보려고 하거든. 거기 학부장으로 취임할래? 보수는 넉넉히 줄게.”
내 말이 끝나자 해머는 침을 꿀꺽 삼켰다.
그러고는 짧게 헛기침하더니 이렇게 말했다.
“거 내가 언제 레일 공사에 협력한다고 했나? 크흠.”
한번 튕기는 모습이 귀엽기만 하다.
“왜? 안 하려고? 표정 보면 아닌데?”
“크흠, 누가 안 한다고 했나. 그보다 그 학부장이라는 거, 그게 조금 걸리는군.”
말을 멈춘 해머는 볼을 긁적이더니 작은 목소리로 내게 물었다.
“그거 하면 여자가 조금 꼬이고 그러나?”
표정관리에 실패하고 말았다.
뭔 소리야 이게.
“내가 미혼이거든. 32살. 난 드워프보다는 인간이 좋더라고, 인간 여자가 이상형이야. 그리고 난 혼자 살다 죽고 싶지 않아.”
표정 보니까 되게 진지한 것 같다.
으음.
“직업만 보면 꼬이긴 하겠지. 그런데 그걸로 되겠어? 차라리 소개팅 같은 걸 해 보는 게 어때?”
“소개팅?”
“어, 소개팅. 원하면 주선해 줄 수도 있는데. 야, 해럴드야. 대륙전장에 그런 거 전문적으로 하는 애들 없냐?”
조용히 대화를 듣던 해럴드가 의미심장하게 웃는다.
“당연히 있지요. 드워프라는 종족에 주군의 ‘총애’를 받는 데다가, 무려 세상의 중심이 될 밀로스 아카데미의 기술학부 학부장이라…… 이거, 마담뚜들이 환장할 겁니다.”
그게 결정타였다.
우리 해머 노예님께서 크흠 하며 헛기침을 하더니, 슬쩍 내게 말했다.
“그래도 그거는 알아둬. 나는 내가 가지게 될 그런 부와 명예 같은 거 말고, 진짜 나를 좋아해 줄 만한…… 그런 여자가 이상형이야. 그러니 강매 같은 거는 안 했으면 해.”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 누나가 전생에서 어떻게 되었는지 아는 내가, 설마 그런 행동을 하겠어.
“그건 걱정하지 말고.”
해머가 한 번 더 헛기침을 하더니 작게 말했다.
“잘 부탁하네.”
웃음을 터트리고 말았다.
첫인상이 맞았네.
역시 얘도 괜찮은 남자였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