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Legendary youngest son of the marquis RAW - Chapter (362)
제 363화
고개를 저었다.
적어도 내 판단에 의하면 이미 피 같은 걸로 효과를 보는 시기는 지났다고 보거든.
지금은 그저 시간이 필요할 뿐이다.
“깨어나면 줘. 그리고 너도 알다시피 지금 마수의 숲이 좀 시끄럽거든. 드래곤으로.”
-…….
그대로 손을 거두어들였다.
“그쪽부터 정리하고, 이 대화는 이후에 나누자.”
-네, 보스.
그렇게 나는 다시 안으로 들어가려 걸음을 옮겼다. 여전히 생각에 잠기 아베이루가 보이긴 했는데, 그냥 건드리지는 않았다.
머리 좋은 녀석이니까 지금 머릿속에는 밑그림에 채색이 되고 있지 않을까.
저런 건 방해하면 안 되지.
“괜찮으면 여기서 아베이루나 지켜 줘. 그리고.”
잠시 고개를 돌려 드래곤들을 바라보았다.
이렇게 보니까 장관이네.
“쟤넨 나중에 소개시켜 줄 거지?”
-당연하죠.
슬쩍 웃었다.
“그럼 고생해라.”
-네, 보스.
꽤나 믿음직스러워진 셀이었다.
* * *
다시 회의장 안으로 들어갔다.
각 왕국의 국왕들은 그 자리에 착석해 있는 상황.
자, 생각해 보자.
당근과 채찍.
이 두 개를 적절하게 분배하는 게 좋을 거라고 이성이 외치는데 그럼 지금 나는 채찍을 충분히 휘둘렀는가.
아닌 것 같다.
“지금부터 내가 하는 말에 이견 같은 건 받아들이지 않는다. 그러니 그냥 들어. 각 왕국의 국왕들에게는 나름의 자율권을 허용한다. 그 자리를 보전하고 싶고 그 자리에 계속 앉아 있고 싶으면 최선을 다해. 책임감 있게 그 자리에서 모든 걸 쏟아 부으라고. 그게 자신 없는 새끼는 지금 말해. 전부 내려놓고 어디 시골 같은 데 가서 편하게 살 수 있게 도와줄 테니까.”
“…….”
“너네 왕국의 선조들이 어떤 역사를 만들었고 어떤 투쟁을 해 왔는지 난 관심 없어. 정말 미안한 소리지만 내 기준에서 그 새끼들이 한 건 살아남기 위한 발악이 아니라 자기 배를 채우기 위한 뒷주머니 챙기기랑 다를 바가 없거든. 물론 일부는 아니었겠지. 한 90% 정도가 개새끼였을 뿐. 그리고 거기에는 얼마 전에 바뀐 너희들의 선왕은 전부 포함이 돼.”
신랄한 내 비판에 충격을 먹었는지 모든 이들이 눈을 휘둥그레 뜬다.
내 어깨에 앉은 스승님도 마찬가지였다.
“내가 만들려는 세상에 그런 버러지 새끼는 없을 거다. 전부 청소하고 새롭게 시작할건데, 나는 기억도 못 하고 알고 싶지도 않은 과거의 역사 같은 걸 가지고 와서 발목을 잡으면, 그날 그 새끼는 나한테 죽는다. 딴지를 걸 거면 논리적으로 정당하게 형식 갖춰서 보고서 올려. 그게 아닌 새끼는 날 방해하려는 새끼로 간주하고 무조건 쳐 죽인다.”
난 복잡한 걸 그렇게 좋아하지 않는다.
걸림돌이 되는 게 있으면 치울 거다.
만들겠다고.
좋은 세상을 만들겠다고 다짐했으니까.
“내가 왜 이렇게 당당할 수 있는 걸까.”
의자에 등을 기댄 채 팔짱을 꼈다.
“강하니까. 이 대륙에서 날 죽일 수 있는 놈은 단 한 명도 없으니까. 대륙 전체가 덤벼들어도 게임이 안 되니까.”
힘이란 가지고 있는 자가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법.
나는 그 힘을 좋게 쓰려는 것뿐이다.
스승님한테 그렇게 배웠거든.
채찍은 이 정도면 충분하고 당근을 줘야겠지.
이번에는 부드럽게 웃었다.
“하지만 만약, 능력을 증명하고 내가 만들려는 세상에 어울린다고 판단이 되면 장담하는데 너희의 선조가 어떤 역사를 써 왔건 너희가 써 내려갈 역사가 더 찬란할 거다.”
“아…….”
“내가 왜 이렇게 회담을 열었냐면, 가능하면 난 많은 적을 만들고 싶지가 않아. 이건 두려워했기 때문이라거나 그런 게 아니라 쓸데없이 죽여야 하니까. 피를 봐야 하니까.”
“…….”
“할 일이 얼마나 많은데 잔챙이 새끼들이랑 노닥거리고 있으면 그 얼마나 의미 없는 짓이야. 그런 의미 없는 짓은 전생에서 했던 거면 충분하거든. 그러니까 부탁이다. 신경 쓰이지 않게 좀 해 주라.”
이건 가나안과 마티아스의 왕뿐만이 아니라 안토스와 사미트에게도 하는 말이었다.
그대로 자리에서 일어섰다.
“머지않은 시일 내에 툴칸과 전쟁 비슷한 게 벌어질 건데, 각 국가에서 최정예 마나 유저 200명씩 뽑아 놔. 내가 차출 명령하면 바로 보낼 수 있게.”
얼떨결에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다.
“지휘관은 필요 없어. 그냥 명령하면 잘 따를 중간 관리자급 인력만 두세 명씩 보충해서 대기시켜.”
그대로 테이블을 툭, 쳤다.
“이상, 회의 끝.”
* * *
회의를 끝내고 밖으로 나왔다.
여전히 아베이루는 눈을 감고 계속해서 탁자를 두드리고 있었다. 저러다 탁자 닳아 없어지겠네.
툭툭툭.
녀석의 생각이 얼마나 깊은지, 얼마나 사고가 빠르게 회전하는지 그 손짓으로 알 수 있었다.
툭툭- 툭툭툭- 툭툭툭툭- 툭-
나는 기다렸다.
내 옆에 있던 셀도 기다렸고, 어느새 다가온 사미트와 안토스도 조용히 아베이루를 바라보았다.
그렇게 한참의 시간이 더 흐르자, 녀석이 눈을 뜬다.
굉장히 빛이 나는 눈.
그러던 녀석이 자기 주변에 몰려 있는 이들을 눈치 채더니 화들짝 놀랐다.
“와…… 왜 이렇게 많이들 모여 계십니까?”
“글쎄.”
조용히 녀석의 맞은편에 앉았다.
“표정 보니까 뭔가 나온 거 같은데, 한번 들어 볼까?”
아베이루가 자신 있다는 듯 웃었다.
“우선 주군의 말씀대로 확실히 법을 중심으로 통치를 해야 합니다.”
“그래?”
“예. 밀로스 왕국이 제국이 되고, 현재의 왕들이 전부 대공이 된다면 결국 대륙은 단 한명의 황제가 통치를 할 텐데, 주군도 아시다시피 세상 모든 일은 혼자 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법을 제대로 갖춰야합니다. 각국의 다른 법들을 전부 모아서 오류를 찾고 싹 지운 뒤에 새로운 조항을 삽입하고, 이름은 아마 ‘밀로스 제국법’이 될 것 같은데.”
“같은데?”
“……저 하나만 여쭤 봐도 되겠습니까?”
물끄러미 녀석을 바라보다 고개를 끄덕였다. 뭘 물어보려는 걸까.
“새로운 법안 만드는 거, 혹시 저 혼자 합니까?”
나는 당당하게 말했다.
“어.”
“…….”
“왜?”
“……아닙니다. 이건 그냥 저를 믿어 주시는 거라고 생각하겠습니다.”
웃음을 터트렸다. 손으로 녀석의 어깨를 팡팡 두드려주었다.
짜식이.
“아베이루야.”
“예, 주군.”
“내가 너 말고 누굴 믿겠냐.”
“…….”
“너 똑똑하잖아. 그리고 우리 밑에 애들이 없냐? 아니잖아. 롬멜 총장도 부르고 각 학부의 학부장도 부르고 각 왕국의 법관들도 불러서 한번 새로 싹 만들어봐.”
아베이루의 얼굴에는 핏기가 사라져 있었다.
“이게, 생각하면 할수록 장난이 아닐 것 같아서요.”
“왜? 심장이 벌렁벌렁하고 그래?”
“……네. 지금 들리십니까? 제 심장이 지금 미친 듯이 뛰고 있습니다.”
이거봐봐. 아베이루는 똑똑하다니까.
지금 단순한 국가를 만드는 게 아니다.
툴칸 제국을 보면 간단하다.
툴칸 제국에는 제국법이 있다. 그리고 다른 왕국에는 왕국법이 있다. 다 따로 존재한다. 툴칸 제국도 대륙의 모든 법을 하나로 통일하지 못했다.
물론 놈들이 통일 전쟁을 일으킨다면 자연스럽게 왕국이 사라지면서 모든 법이 제국법으로 통일되겠지만 내가 있는 한 그럴 일은 없다. 놈들이 만든 법이 아니라, 내가 만든 법, 정확히는 나와 아베이루와 내 밑에 있는 내 사람들이 만든 법이 이 세상에 뿌리내릴 거다.
“무겁지?”
“……예.”
“앞으로도 더 무거워질 거 같고?”
“……예.”
“그걸 버텨야 내 오른팔이 되는 거야.”
“아, 오른팔이요?”
“왜? 싫어? 왼팔 할까? 아니면 오른쪽 다리 할래?”
“아닙니다. 저 오른팔 하고 싶습니다.”
웃고 말았다. 다시 녀석의 어깨를 두드려주었다.
“너만 믿는다. 내가 본 너의 능력이라면 충분히 할 수 있어. 법안 만들어서 나한테 가져와. 최종 수정은 그때 하자고.”
전에도 몇 번 말했지만 책략가 같은 이들에게 있어서 가장 필요한 건 전권 같은 게 아니다.
모시는 사람의 머리가 얼마나 좋은지, 그게 가장 중요하다.
난 내 입으로 말하기 그렇게 좋아하지는 않지만 앞서 말했듯 똑똑하다.
녀석의 말을 전부 알아들을 수 있고 녀석이 만들어온 법을 검토도 할 수 있다.
아베이루가 내게 말했다.
“일단 하나 확실하게 해 둬야 할 게 있습니다.”
“뭔데?”
“마수의 숲입니다.”
고개를 갸웃했다.
“그게 왜?”
“우선 셀과 샬롯, 둘 중 하나가 마수의 숲을 지배해야합니다.”
그대로 팔짱을 꼈다.
“특별자치구역처럼?”
“예. 국가에 따라 생활 방식이 다른데 이종족과 인간이 서로 어울리면서 살아가는 것은 어렵습니다. 어떤 식으로든 분쟁이 일어날 거고 그걸 억압한다면 제2의 드래곤 사태가 일어날 수도 있습니다.”
충분히 일리가 있는 말이다.
“마수의 숲은 특별자치구역으로 남기고 그곳에.”
“그곳에?”
아베이루가 내 옆에 있는 셀을 힐끗 쳐다본다.
“마수의 왕을 임명해서 파견해야합니다.”
마수의 왕이라…….
어감이 꽤 묘하다.
“주군은 왕이라는 직위를 전부 없애신다고 하셨는데, 적어도 마수의 숲 만큼은 예외로 둬야합니다. 아마 주군의 성격이라면 이종족들과 인간들이 한데 모여 살아가는 도시를, 적어도 하나 정도는 만드실 겁니다. 맞습니까?”
“음, 대충 비슷하긴 해. 계속해봐.”
고개를 끄덕인 아베이루가 말을 잇는다.
“인간들의 땅에는 대공이 있을 거고 그 대공들은 마수의 숲의 로드, 즉 대공들과 같은 선상에 있으며 오직 마수의 왕만이 대공들보다 위에 있습니다. 또, 그 왕의 위에는 황제가 있고요.”
웃고 말았다. 아까부터 계속 생각한 게 이거였나 보다.
“주군의 뜻을 가장 잘 알고 잘 이해하는 것은 결국 셀과 샬롯 밖에 없습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둘은 더 성숙해지겠지요. 주군께서는…….”
“둘 중 누굴 택할 거냐고?”
“예.”
나도 셀을 바라보았다.
셀은 웃었다. 확실히 아베이루의 말대로 셀은 아는 거다.
사실 선택할 것도 없었다. 결국 이렇게 될 수밖에 없는 거다.
“샬롯으로 해야겠지.”
“예……. 그럼 그렇게 알고 있겠습니다.”
이러나 저러나 해도 셀은 결국 드래곤이다.
마수의 숲을 저 지경까지 만든 것도 드래곤이다.
다르다고는 해도 결국 드래곤인 것은 같다.
그리고 마키아벨리를 죽인 것은 샬롯이다.
과거, 드래곤들에게 대항했던 뱀파이어 로드의 후손.
진조.
샬롯이 통치하는 게 가장 이상적이다.
슬쩍 손을 내밀어 셀을 안아주었다.
“섭섭하냐?”
-……섭섭하다고 하면 저한테 뭐 해주실 거에요?
웃고 말았다.
얘가 생각보다 욕심이 많아.
“다중 캐스팅 마법 알지?”
-네.
“다섯 개를 연속으로 쓸 수 있는 꼼수가 하나 있는데, 그거 알려줄게.”
셀이 웃음을 터트렸다.
그러더니 내게 말했다.
-전 보스를 믿어요. 보스가 무엇을 해도 전 다 받아들일 수 있어요.
머리를 긁적였다.
“그거 되게 위험한 말인데.”
-괜찮아요. 사실이니까요. 보스는 답이 없던 제 삶에 답을 내려주신 분이니까.
입가에 웃음이 사라지질 않는다. 셀은 잘 클 거다.
정말, 무럭무럭 클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