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Legendary youngest son of the marquis RAW - Chapter (364)
제 365화
“밥줄?”
크릭수스가 입을 다문다. 그의 뒤쪽으로 보이는 용병들을 바라보았다.
묘한 표정을 짓고 있다. 이해가 안 간다는 그런 표정.
천천히 말을 이었다.
“이해가 잘 안 가는 모양인데, 쉽게 요약해 줄게. 마수의 숲 내부로 침입해서 이종족을 납치하고 노예로 삼는 거, 일절 금지한다. 그거 하는 새끼는 잡히는 그 즉시 쳐 죽일 거고 관련되어 있는 새끼들도 전부 잡아 죽인다.”
이렇게 말하니 확실히 이해가 되었는지 우리 용병님들께서는 동시에 미간을 찌푸렸다.
이건 아니지.
그런 표정이라고 해야 하나.
솔직히 말만 안 했다 뿐이지, 지금 용병들의 상황은 매우 좋지가 않았다.
내 입으로 이렇게 말하긴 좀 그렇지만 내가 하는 행동들은 결과적으로 보면 용병 시장의 축소를 가져올 거거든.
마수의 숲에서 통행세를 걷던 것도 나름의 일이었고 그걸로 먹고살았던 이들도 있었으며, 마수의 숲 내부로 침입해 일확천금을 얻으려던 이들도 있었다.
그런데 지금 그게 전부 막힌 거다.
뿐일까.
앞으로 세상이 바뀌면 바뀔수록 이 용병이라는 직업은 점차 줄어들 게 확실하다.
대부분 산적이 되거나 그렇게 되겠지.
그 흐름을 읽고, 그 흐름을 눈치 채는 이들이 진짜 똑똑한 사람인데, 지금 이 자리에 있는 수백 명의 용병들 중에는 그런 사람이 딱 세 명 보였다.
눈앞의 용병왕 크릭수스와 저쪽 구석에 있는 팔콘 용병단의 단장 팔콘과 아자르 용병단의 아자르.
이 세 명 빼고는 그 흐름을 제대로 읽지 못한 것 같다.
그냥 불만 어린 표정으로 이건 아니지, 그런 표정만 짓고 있다.
그러니까. 지금 그 세 명을 제외한 수백 명이 순식간에 적대감을 드러내고 있는 거지.
용기 있는 이들 몇몇이 외쳤다.
“왜 그걸 하지 말라는 겁니까?”
“그럼 우리는 뭘 먹고살라는 건데요.”
“대체, 우리한테 왜 이러시는 겁니까.”
“우리도 이종족한테 피해 많이 봤습니다.”
“그놈들한테 죽어 나간 용병이 얼마나 되는데요. 이건 너무한 거 아닙니까.”
“거기다 과거에 인간을 노예로 삼았던 이들이 아닙니까.”
등등.
그대로 팔짱을 꼈다.
사방이 시장통이 된 것처럼 와글와글, 바글바글, 굉장히 시끄러워졌는데, 역시 이 상황에서 다른 행동을 한 것은 눈치 빠른 세 명이었다.
팔콘과 아자르는 자기들 사람으로 추정되는 이들을 하나씩 데리고 옆으로 슬쩍 빠졌으며 크릭수스는 말없이 옆으로 한 걸음 물러섰다.
확실히 감이 좋아.
그러다가, 웃음을 터트리고 말았다.
아.
계속 착하게 살려고 노력하는데 자꾸 이런 상황이 연출되는 걸까.
불안 불안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는 아베이루를 슬쩍 눈짓했다.
내 옆에 있던 녀석이 조용히 뒤로 한 걸음 물러선다.
그 외, 다른 애들은 이미 물러선 상태.
가볍게 박수를 쳤다.
짜악-!
순식간에 수백 명의 입이 닫힌다.
조용히 기운을 끌어 올렸다.
쿠궁 하는 소리와 함께, 땅이 진동했고 서 있던 용병들이 그 자리에서 그대로 무릎을 꿇었다.
자기 의지가 아니라 내가 그렇게 의도한 거다.
몸이 완전히 회복된 건 아니지만 이 정도는 가뿐하지.
그나저나 듣다 보니 꽤 재미있네.
“이종족들한테 피해를 받았다? 이종족들한테 죽은 이들이 많다? 단체로 약을 처먹었나. 뭔 개소리를 지껄이고 있어.”
“…….”
“야, 까놓고 얘기해 보자. 걔네가 뭘 잘못했냐?”
용병들을 묶고 있던 기운을 강제로 풀었다.
농담이 아니라 정말 궁금해서 이러는 거다.
“말해 봐. 이종족이 뭘 잘못했냐고.”
“……과거에 저희 인간들을 노예로 취급하지 않았…….”
그대로 손을 내밀어, 손가락을 딱 튕겼다.
개소리를 지껄이던 놈이 콰앙 하는 소리와 함께 멀리 날아간다.
“저 새끼는 진짜 약을 처먹었나. 아까부터 똑같은 소리를 하고 있어. 경고는 한 번이다. 앞으로 헛소리하는 새끼는 무조건 죽인다. 말해 봐. 이종족이 뭘 잘못했냐?”
자연스럽게 모두가 입을 다물었다.
잠시 강제된 침묵이 주변을 완전히 지배했다.
그래, 이 침묵.
이게 정답이다.
이종족이 잘못한 거? 없다.
“과거에 인간을 노예로 삼았다? 어처구니가 없네. 여기에 있는 니들 중에 그때 그 시절에 살았던 새끼 있냐?”
“…….”
“한 명이라도 있으면 말해 봐. 있으면 내가 이 자리에서 무릎 꿇고 사과할게. 있냐고.”
“……없습니다.”
“그래, 없지. 없어야지. 그때 노예로 살았던 이들은 전부 죽었고 그걸 대신해서 인간의 세상을 열어 준 사람이 여기 떡하니 있는데, 뭔 지가 노예가 되었던 것처럼 주둥이를 털고 있어.”
“…….”
“모를까 봐 이야기해 주는 건데. 그때 그 시절에 노예로 삼았던 이들이나 노예가 되었던 이들이나 전부 죽었어. 그 이후에 어떻게 됐냐? 마수의 숲에서 이종족들이 밖으로 나오든?”
역사를 잊지 말자거나 하는 그런 이야기가 나올 수도 있는데, 이건 경우가 다르다.
너무나도 다른 경우다.
이종족은 이미 과거의 죄를 전부 갚았다.
갚았다 뿐일까.
지금 이 순간에도 그 죄의 대가를 계속 받고 있는 중이다.
그때 당시에 인간을 노예로 부렸고, 영광의 시대라는 전쟁의 시대를 시작한 그들은 전부 죽었다.
남은 건 지금 마수의 숲에 있는 세 마리의 드래곤.
그 세 마리 빼고 당시에 있던 이들은 전부 죽은 상황인데, 인간이 피해를 봤다고?
과거에 뭐?
이미 주모자들은 전부 죽었고 그 후손들이 그 죄를 짊어지고 있는 이런 상황에서 이게 뭔 개소리야.
“딱 400년 전, 영광의 시대가 끝난 그 이후부터 이종족이 마수의 숲을 빠져나와서 인간을 죽이거나 인간을 노예로 삼았다는 증거가 있으면 하나라도 대봐.”
“…….”
“오크들도 모르고 하피들도 모르고 드워프들도 모르며 나도 모르고, 심지어 드래곤들도 모르는 그걸 아는 새끼가 있으면 나서서 말해 보라고.”
생각할수록 짜증이 나네.
내가 인간이긴 하지만, 아닌 건 아닌 거잖아.
이종족들, 걔네가 진짜 피해자지 누가 피해자야.
“걔들 노예 삼으려고 마수의 숲으로 들어간 인간 새끼들은 있었어도 마수의 숲에서 인간 세상으로 나온 적은 없어. 아, 최근에 한 번 있었지. 뱀파이어. 그런데 그거 니네가 알고 있었냐?”
여기서 말하는 뱀파이어는 샬롯과 샬롯의 어머니였던 비비엔느를 말하는 거다.
그 둘이 뱀파이어였다는 거, 이 대륙에 있는 이들은 아무도 모르고 있었다.
숨죽이고 살았으니까.
발락투스라는 드래곤에게 잡혀서 돼지 피나 마시는 노예가 되었으니까.
아는 놈이 있을 리 없지.
나도 우연히 알게 된 건데.
“지금이 영광의 시대였다면 모르겠는데, 아니잖아. 이종족은 400년 전부터 쭉 일방적인 피해자였고 숲으로 침투했던 용병들은 지들 욕심을 못 이겨서 갔다가 뒤진 거잖아. 죽여 달라고 개지랄 떤 거잖아. 일방적으로 방어만 하는 이종족이 대체 뭘 잘못했냐?”
잠시 용병들을 바라보다 한숨을 푹 터트렸다.
에휴.
이걸 계속 말해서 뭐 하냐.
나도 모르게 계속 뿜고 있던 살기를 거두어들이자 숨도 못 쉬던 용병들이 그제야 제대로 된 숨을 쉬기 시작하고 무릎 꿇은 채 바닥에 머리를 처박고 있던 이들이 천천히 고개를 든다.
한 번 더 한숨을 터트렸다.
“원래 성격 같았으면 니들도 전부 죽었어.”
“…….”
“하나도 빠지지 않고 전부 죽였다고. 그런데 왜 살려 두는 걸까. 왜 이렇게 길게 이야기하는 걸까. 한번 생각해 봐.”
답은 들려오지 않았다.
그래서 그냥 말해 주었다.
“죽일 놈들은 전부 죽었거든.”
“…….”
“최근에 주변 용병들 몇 명이 사라지고 그러지 않았냐?”
의미 모르게 웃자, 몇몇 용병들이 아는 게 있는 것처럼 침을 꿀꺽 삼킨다.
내가 이스마엘 왕국에서 노예 시장을 초토화시켰을 때 수많은 이들이 죽었다.
그런데, 그게 정말 전부였을까.
나는 어떤 일을 했을 때 가능하면 뿌리까지 뽑는다.
무명이라는 조직이 통신구로 도청을 하면서 대륙의 모든 정보를 독점했는데 그 정보로 무엇을 했을까.
노예들과 관련이 되어 있던 용병들을 전부 찾아내서 암살한 거.
그게 내가 했던 일들 중 하나다.
정확한 숫자는 보고받지 않았지만 각 대륙에 있는 노예 시장의 주인부터 그 직원, 그리고 그들을 ‘납품’했던 용병들까지 단 한 놈도 빠지지 않고 전부 죽이라고 했다.
데스 나이트들을 비롯해 그린 드래곤 블랑과 영감님의 사조직이었던 마법사 부대가 여태껏 했던 일이 그거다.
“정말 운이 좋게도 너희들은 최소한의 자격을 갖췄어. 그래서 내가 기회를 주는 건데, 이렇게 상황 파악 못 하고 주둥이 놀리면 어떻게 해. 앞서서 깝죽거린 건 몰라서 그랬다 쳐도 지금부터는 이제 알 만한 놈들이 알게 된 거니까. 주제도 모르고 기어오르면 이젠 경고 없이 죽인다. 그러니까, 이제 입 닥치고 들어. 다 듣고 고개만 끄덕여. 그게 니들이 할 일이다.”
용병들을 둘러보며 천천히 말했다.
“앞으로 용병 시장 자체는 굉장히 축소될 거다. 너희가 생각하는 거 이상으로, 그렇게 되면 너희는 어떻게 될까. 이름만 용병인 백수가 되겠지.”
“…….”
“그런 세상에서 앞으로는 좀 건실하고 안정적으로 살아야 하지 않겠냐? 용병이라는 직업을 누가 반겨. 언제 뒤질지도 모르는 그런 직업인데. 아니야? 그리고 너네도 그렇게 살고 싶지는 않잖아.”
“…….”
“앞으로 마나 유저를 비롯해 수만 명이 넘는 인력이 필요한 일이 생길 거거든. 그 외에도 지금 대륙의 건물들은 대부분이 낡았어. 아니야?”
틀린 말은 아니었다.
그래서 모두가 조용히 고개를 끄덕인다.
“곧 철도도 개설될 거고 상업이 활발해질 거거든. 전부 상인이 되라는 건 아니야. 되라고 해도 될 것 같지도 않고, 각 영지의 병사가 될 수도 있고 치안을 담당하는 경비가 될 수도 있고.”
“……?”
“솔직히, 너네 칼 밥 먹으면서 살고 싶냐?”
“…….”
“언제 비명횡사 할지도 모르는 게 용병이잖아. 너넨 가족이 없냐? 비명횡사하면 남은 너네 가족은 어떻게 되냐. 다 굶어 뒤지는 거잖아. 아니야?”
“…….”
“최근에 발란티에 영지의 성벽이 새로 올라간 건 알지?”
모르는 이들은 없을 거다. 뿐일까. 발란티에 영지의 건물들 대부분이 재건축되고 그랬는데.
“걔네 돈 많이 벌었다더라. 대부분은 은퇴하고 동물 농장 지어서 가족이랑 운영하고 그런다던데, 너네도 그렇게 사는 게 더 낫지 않겠어?”
주변이 점점 조용해진다.
솔직히 내 말이 틀린 것도 아니다. 이 대륙에서 비명횡사하는 직업을 순위로 나열하면 1순위는 무조건 용병이다.
“물고기를 낚는 법 정도는 알려줄 수 있는데, 이 이상은 없어.”
“…….”
“물고기를 낚아달라고 하는 새끼는 없기를 바란다. 이해했나?”
용병들이 조용히 한 남자를 바라본다. 용병왕 크릭수스.
그가 내게 고개를 숙였다.
“……실례가 많았습니다.”
“그래. 이제 그만 가서 일봐라.”
크릭수스는 한 번 더 내게 고개를 숙이더니 망설임 없이 몸을 돌렸다.
내게 아베이루가 물었다.
“이야, 저 처음인 것 같습니다.”
“뭐가?”
“주군이 주먹 안 쓰고 이렇게 대화로 푼 거요.”
웃음을 터트렸다. 누굴 무슨 사이코로 알아.
“솔직히, 난 용병 하는 애들이 되게 안쓰럽더라.”
“……아, 그렇습니까?”
“힘도 있고, 재능도 나름 있는데 아카데미나 이런데서 받아주지 않은 거 아니야.”
“예. 틀린 말씀은 아니십니다.”
“그럼 뭐, 더 말할게 있나. 쟤들한테 일자리 좀 소개시켜줘. 땅을 개간하거나, 동물을 기르거나, 아니면 아까 말 한대로 영지의 경비 같은 거에 자리 마련해주거나.”
아베이루가 고개를 갸웃한다.
“저, 오늘부터 휴간데요.”
웃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