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Legendary youngest son of the marquis RAW - Chapter (366)
제 367화
슬쩍 뒤를 확인했다.
스승님은 이미 밖으로 나가신 상황이다.
가볍게 손을 휘젓자 문이 콰앙 하고 닫힌다.
그 묘한 분위기에 멍하니 있던 마자르가 뒷걸음친다.
“나…… 나는…… 왕이다. 테슬란의 국왕…….”
두려움에 가득 찬 모습을 잠시 바라보았다.
이게 뭐라고 해야 하나.
솔직히 말하면 나는 마자르 테슬란이라는 이 남자를 이번 생에서 처음 본다.
17살에 후작가를 가출하고 10년 동안 동굴에 있었고 나오니 테슬란은 멸망해 있었으니 볼일이 없는 게 당연했다.
그리고 직접 본 마자르 테슬란은, 점수로 따지면 100점 만점에 1점.
그 이상의 점수는 줄 수가 없을 정도로 한심했다.
아니지, 인심 써서 한 2점 정도까지는 줄 수 있다.
그런데 이게 왕이라니.
이런 게 왕의 자리에 앉아 있으니 나라가 이 모양 이 꼴이지.
그런데.
“이 대륙에 테슬란이라는 이름을 쓰는 인간은 너 혼자인 거 알고 있냐?”
우뚝하고, 뒷걸음질 치던 놈이 멈춘다.
“……뭐?”
의심 가득한, 마치 존재 자체를 부정당한 것 같은 그런 이들이 지을 법한 표정으로 마자르가 말한다.
“대체 무슨 소리를 하는 것이냐.”
무슨 소리긴.
“롬멜 총장의 두 아들이 쿠데타를 한 번 일으키려고 했었잖아. 그때 왕세자는 회의장에서 죽었는데, 그게 끝이 아니었더라고.”
“…….”
“참 용의주도하게 그날 어센블 공작가의 기사단이 테슬란이라는 이름을 쓰는 모든 왕족들을 잡아 죽였어. 그리고 그 둘은 나한테 죽었지. 어떻게 보면 내가 네 원수를 갚아 준 거네.”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정식 발표는 내년 1월이긴 한데, 미리 말해 줄게. 약 한 시간 정도 전에 밀로스 왕국이 건국됐어.”
“뭐라……고?”
“테슬란 왕국이 이제 역사 뒤쪽으로 사라졌다고. 그러니 테슬란 핏줄의 마지막 후손인 너도 이제 그만 가야지.”
“어디로…… 말이냐?”
어디긴.
“하늘나라.”
계속 걷던 나는 마자르와 약 5cm의 거리를 두고 멈춰 섰다.
뭐라고, 해야 할까.
안타깝다고 해야 하나.
마자르 테슬란.
롬멜 총장의 말을 들어 보면 이 남자는 과거 정말로 좋은 남자였다고 했다.
왕에 어울리는, 적어도 책임감을 가진 지도자.
그런데 시간이 흐르고 나이를 먹을수록 썩어 갔다.
왕의 무게감, 책임의 무게를 못 버틴 거지.
쯧쯧.
“내가 지금부터 흑마법 하나를 걸 거거든. 그것도 좀 세게.”
“흑…… 흑마법?”
“퓨전 마법이라는 건데, 데스 코일Death Coil과 나이트메어Nightmare를 동시에 걸 거거든. 시간은 약 20분. 버티면 살려 줄게. 돈도 주고, 어디 조용한 데 가서 편하게 여생을 보낼 수 있게 도와준다. 내 모든 걸 걸고.”
절망이라는 게 얼굴 전체에 드러나 있던 마자르의 표정이 점점 환해지기 시작했다.
마치 희망을 가진 것처럼.
“……정말…… 정말인가?”
“속고만 살았나. 당연히 진짜지. 난 약속한 건 무조건 지켜. 아까 못 들었어? 우리 스승님이 그랬잖아. 한번 한 약속은 무조건 지킨다고. 내가 누굴 보고 배웠겠냐. 20분이야. 명심해. 딱 20분.”
검버섯이 피어올라 있는 마자르의 이마에 검지를 가져다 댔다.
툭-
“아마, 많이 아플 거다.”
천천히 마나를 밀어 넣었다.
“네가 왕으로 있으면서 네 아래에서 고통받던 이들이 아팠던 만큼. 그러니 달게 받고 그렇게 가라.”
조용히 마자르의 몸이 그 자리에서 허물어졌다.
털썩 쓰러지는 마자르 테슬란.
초점 없이 흐려진 그의 눈을 내려다보았다.
데스 코일은 상대의 생명령을 강제로 빼앗는 마법이다.
일종의 흡혈 능력을 반대로 적용한 거라고 해야 할까.
여담인데 스승님이 이 마법을 만든 이유는 뱀파이어를 상대하기 위해서였다.
그리고 나이트메어.
악몽을 꾸게 하는 그 마법에 데스 코일을 겹쳐서 시전해 버리면, 꿈을 꾸는 내내 마자르는 생명력을 빼앗긴다.
20분이라고 했던 거.
정말 안타까운 소리지만 20분은 절대 못 버틴다.
왜냐면 내 계산에 따르면 지금 마자르의 생명력 정도면 대충 15분쯤 되었을 때 완전히 소멸할 테니까.
고통이란 고통은 다 받으며 희망을 품다가 죽는.
그게 테슬란 핏줄의 최후다.
내가 정한 최후.
잠시 침대에 앉은 뒤 그대로 뒤로 누웠다.
계속 생각하는 거지만 무능한 놈들이 너무나도 큰 권력을, 그것도 너무나도 오래 가지고 있었다.
지나칠 정도로.
에휴.
* * *
밖에서 대기하던 아베이루는 아무 말 없이 서 있었다.
그의 어깨에 앉아 있는 발렌타인이 말을 걸기 전까지는.
[마음의 준비를 단단히 해 두는 게 좋을 것이다.]“마음의 준비라 하시면……?”
[녀석이 왜 왕의 자리에 앉지 않는 건지 알고 있느냐?]발렌타인은 마치, 아베이루를 가르치려는 것처럼 보였다.
물론 아베이루도 발렌타인에게서 배우고 싶긴 했다.
세상을 사는 법이라든지, 머리를 쓰는 법이라든지, 더 나아가 마법을 쓰는 법이라든지 등등.
자그마치 인간들의 세상을 연 희대의 영웅이 아닌가.
아베이루는 자세를 바로 했다.
“죄송합니다. 그저 짐작만 할 뿐, 확실하게는 알지 못합니다.”
[죄송할 것까진 없다. 그럼 묻겠다. 짐작하고 있는 이유가 무엇이냐?]“……주군이 왕의 자리에 앉지 않는 이유는 부담감, 때문인 것 같습니다. 맞는지요?”
한 100명에게 물어보면 약 99명 정도가 짐작했을 법한 이유였지만 안타깝게도 정답은 아니었다.
[다른 이들은 몰라도 너만큼은 확실하게 알고 있어야 한다. 그러니 알려 주마. 녀석은 해야 할 일이 있다.]“해야 할 일이라 하시면……? 혹시 마수의 숲을 정리하는 것과 툴칸 제국을 정리하는 것을 말씀하시는 겁니까?”
발렌타인은 고개를 저었다.
[그것도 해야 할 일이긴 하지만 정답은 아니다.]아베이루는 진심으로 궁금하다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그간 지켜봐 오며 깨달은 건데, 발렌타인은 허튼소리를 절대 하지 않는다.
웬만해서는, 가끔, 어쩔 때, 그런 단어는 그냥 무의미했다.
그냥, 절대로 하지 않는다.
그렇다는 것은 분명 잭에게는 명확한, ‘어떤 이유’가 있다는 뜻이고 그 이유를 아베이루는 모른다는 뜻이 된다.
잭이 어떤 세상을 만들려는지, 그걸 가장 먼저 눈치채고 바탕이 되는 제도마저 밑그림을 그리고, 무명을 이끌며 잭이 하는 일의 뒤처리를 전부 했던 아베이루마저 모르는 어떤 것.
아베이루는 침을 꿀꺽, 삼켰다.
느낌이 싸했으니까.
“경청하겠습니다.”
고개를 끄덕인 발렌타인이 말했다.
[초월자를 데스 나이트로 만들면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아느냐?]모르는 것을 아는 척하는 것만큼 멍청한 행동도 없다.
아베이루는 멍청하지 않았고 당당했다.
그래서 당당하게 답했다.
“모릅니다.”
[그래, 모르겠지. 간단하다. 그 어떤 존재에게도 의지를 빼앗기지 않고 소생甦生한다. 그것은 부활復活이며 진정한 의미의 진화進化다.]“부활…… 그리고 진화, 말씀이십니까?”
[데스 나이트의 일반적인 특징이 무엇인지 한번 말해 보거라.]잭이 만든 데스 나이트들과 꽤나 긴 시간을 함께한 아베이루였기에 망설임은 없었다.
“지치지 않는 활력活力입니다.”
답이라고 볼 수 있었지만 발렌타인은 만족하지 않는 듯했다.
더 나은 대답.
추가되는 어떤 답을 원하는 것처럼 말없이 아베이루를 바라본다.
그 시선에 아베이루는 정신을 부여잡았다.
지치지 않는 활력.
분명 그동안 지켜봐 온 데스 나이트들은 잠도 자지 않고 24시간 활동했다.
문제는 그렇게 활동할수록 신체가 썩어 들어간다는 거다.
하지만 초월자라면 어떨까.
혼기라는 그 말도 안 되는 힘으로 신체의 노화를 막을 수 있지 않을까?
대체 발렌타인은 어떻게 400년을 살 수 있었던 걸까.
분명 어떤 복합적인 작용이 있었을 거다.
뿐이랴, 보름달이 뜰 때마다 원래 모습으로 변하는 발렌타인의 몸은 전혀 썩지 않았다.
그것은 마치 인간의 몸.
혹시, 발렌타인은 죽어도 죽지 않았고 살아도 살지 않은, 데스 나이트와 인간의 그 중간 지점을 강제로 잡아놓는 그런 마법을 개발한 게 아닐까.
다시, 생각해 보자.
초월자.
일반적인 초월자가 아니라 잭이다.
천재, 그 누구보다 똑똑하고 누구보다 강한 그런 괴물이 데스 나이트가 된다면,
그 상태에서 지치지 않는 활력을 얻었다면.
상식을 파괴하는 잭이라면,
20년 후의 대륙을 전부 힘으로 무릎 꿇린 그런 잭이 데스 나이트가 된다면.
순간 아베이루의 머릿속에 번개가 쳤다.
“설마, 불멸不滅……?”
발렌타인이 말없이 아베이루를 바라본다.
“주군이 데스 나이트가 된다면 그건 완전한 존재, 즉 하늘을 거스른 진정한 역천逆天의 화신일 겁니다. 맞습니까?”
[그래. 정답이다.]하나의 의문은 해결이 되었지만 근본적인 의문은 그대로였다.
왜 이런 이야기를 하는 거지?
[아서 군나르와 싸우는 모습을 보며 깨달았다. 녀석은 정말로 강하다는 거.]“…….”
[그 누구도 녀석이 ‘현세대의 정점’이라는 사실에 이견을 제시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틀렸다. 그 사실에는 필연적인 이견이 있으니.]뭘까.
솔직히 굉장히 궁금했다.
잭이 대륙의 정점이 아니라는 걸까.
이어지는 발렌타인의 대답에 아베이루의 의문은 더, 증폭되고 말았다.
[녀석은 단순한 현세대의 정점이 아니다. 녀석은 ‘고금 제일의 정점’이다. ‘서대륙’ 에서만.]잭이 전생의 모습을 불러오는 것을 처음 보았을 때 발렌타인은 감탄했다.
가만히 있어도 느껴지는 기세가 대단했으니까.
그 힘은 전성기 때의 자신과 닮아 있었다.
드래곤 로드를 죽일 때의 그 모습을 바라보며 확신했다.
녀석은 나 다음의 정점이 확실하구나.
하지만 그 모습으로 아서와 싸우는 모습을 보며 깨달았다.
잭의 힘은 전성기 때의 자신의 힘을 훌쩍 뛰어넘는다는 것을.
[애초부터 초월자의 반응 속도를 아득하게 뛰어넘는 초월자 위의 초월자였던 녀석이 데스 나이트가 되었다는 것은 인간이었을 때의 모습보다 더 강해졌다는 뜻이다. 그리고 그런 상태의 녀석이 ‘어떤 존재’와 싸웠다.]발렌타인은 바보가 아니다.
잭은 분명히 말했었다.
자신의 기운이 세상을 덮었다고, 심지어 덮은 기운은 태양마저 가릴 정도로 어마어마했다고.
하지만 잭은 아서와 싸울 때 전력을 다했었다.
그런 상황에서 태양을 가릴 정도의 기운이 뿜어져 나왔는가.
아니.
그 비스무리한 것도 빠져나오지 않았다.
이게 무엇을 뜻하냐면.
[동대륙, 그 너머에 있다. 불멸이 된 녀석을 몰아붙이고, 어쩌면 녀석과 동수를 이뤄 동귀어진했을 ‘괴물’이.]“…….”
[그 싸움에서 녀석이 이겼는지 졌는지는 모른다. 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분명 녀석은 자신의 목숨을 태워 버릴 정도의 전력, 그 이상을 뿜어냈다는 거다. 이렇게 말하니 이해가 가지 않는 모양이구나.]표정을 숨기지 못한 아베이루에게, 발렌타인은 확신 어린 어조로 말해 주었다.
[지금의 잭은 이기지 못할 어떤 존재가 있다는 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