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Legendary youngest son of the marquis RAW - Chapter (369)
제 370화
chapter 5
머지않아 응접실 문이 열리고 린치 부자가 안으로 들어섰다.
롤랜드는 복잡하지만 조금은 뿌듯한 표정을 짓고 있었고 해럴드는 단호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렇게 모두가 착석했고, 모두의 시선이 내 입으로 옮겨진다.
오케이.
“이제 철도 공사에 대한 이야기를 좀 해 봅시다.”
그렇게 서론을 뗐다.
“우선 장점부터 나열해 봅시다. 첫째, 철도의 도입으로 육상에서의 대량 수송이 가능합니다. 둘째, 선박 운송에 비해 접근성이 높습니다. 셋째, 빠릅니다. 넷째, 장거리 운송에 유리하고. 다섯째, 기존에 있던 말이 이끄는 마차의 경우에는 체력 문제로 인해 속도가 일정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마차魔車는 그럴 일이 없습니다. 지금부터 편의상 이 마차魔車를 마력기차라고 부르겠습니다.”
손으로 탁자를 툭, 쳤다.
“너무 뻔해서 언급할 필요는 없지만 그래도 한 번은 해야겠지요. 이 마력기차의 도입으로 산업은 굉장한 속도로 발전할 것이며 관광 사업도 발전할 것이고 경제도 발전할 겁니다. 국가 간의 여행도 자유로워질 거고, 아마, 높은 확률로 이 철도의 도입으로 새로운 것들이 우후죽순 생겨날 겁니다. 이렇게 엄청난 장점의 뒤에는 당연하지만 단점도 있습니다.”
모두가 집중했다.
“노선 선정과 시공, 준공, 계획. 그리고 사후관리 및, 공사 비용과 유지 비용입니다.”
이건 생각보다 굉장히 큰 문제였다.
“인력은 문제가 없을 겁니다. 수천이 넘는 용병들이 곧 이곳 ‘밀로스 왕국’으로 몰려올 거거든요. 그리고 머지않아 수만이 넘는 마나 유저도 밀로스 왕국으로 올 겁니다. 즉, 계획만 제대로 세우면 된다는 겁니다.”
조용히 듣고만 있던 롤랜드가 물었다.
“비용에 관련해서 질문이 있네.”
“말씀하시죠.”
“공사 비용은 솔직히 걱정이 되지가 않아. 어차피 우리 대륙전장이 자네에게 갚아야 할 돈도 있고, 자네가 가지고 있는 돈도 적지는 않으니까. 그 정도의 돈이면 밀로스 왕국을 철도로 덮는 것? 어렵지 않지. 대륙 전체를 덮고도 남을 돈이니까. 하지만.”
잠시 주변을 둘러보던 롤랜드가, 진지한 어조로 말했다.
“그 철도를 누가 ‘소유’하나?”
슬쩍 웃고 말았다.
저건 핵심적인 질문이다.
정확히는 이 철도 사업의 모든 것이라고 불러도 된다.
상인 입장에서.
“철도가 안착이 되면 자네 말대로 산업과 경제 부분에서는 엄청난 발전이 있겠지. 배보다 배꼽이 큰 경우처럼 보이겠지만 글쎄, 이걸로 세상이 발전하는 건 확실해.”
딱 하나만 봐도 된다. 철도가 생겨나면 상업 자체가 발달할거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건 유통이야. 내가 자네를 잘 아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알 만큼은 안다고 생각해. 자네는 그 모든 걸 ‘공짜’로 운용하지 않을 테지. 아니 그런가?”
“맞습니다. 저, 공짜 싫어합니다.”
“그래. 그렇다면 철도를 이용할 때마다 사용자들은 비용을 내야 할 것이며, 그렇게 벌어들이는 비용은 수익이 되겠지. 그것도 엄청난 수익. 앞선 질문을 다시 하겠네. 철도는 누가 소유하나?”
롤랜드의 질문에 피식 웃고 말았다.
“대륙에 만들어진 모든 철도는 ‘밀로스 왕국’이 소유합니다.”
롤랜드의 미간에 주름이 파인다.
“……국영사업이다?”
“예. 국영사업입니다. 철도를 만든 이후 철도로부터 벌어들이는 모든 수익은 밀로스 왕국의 것입니다. 이 부분에서는 타협할 생각이 전혀 없습니다. 하지만.”
“하지만?”
“관리에 대해서는 민간에 위임할 수도 있죠.”
롤랜드를 비롯한 모두의 표정이 의미심장하게 변했다.
사실, 이 철도 사업이라는 거는 별게 아니다.
아이디어의 전환이라고 해야겠지.
누가 가장 먼저 독점하느냐.
누가 가장 먼저 돈 냄새를 맡느냐.
여기서 가장 중요한 문제, 이 철도 사업을 확실하게, 그것도 방향 하나를 잡고 쭉 진행시킬 수 있는 사람이 있냐는 거다.
본래 이런 대규모 사업의 경우 온갖 이권이 뭉치기 마련이다.
그 이권을 쫓아다니는 수도 없는 귀족들과 수많은 상인들은 이 대규모 철도 사업에서 돈 냄새와 권력의 냄새를 맡았을 거고 그걸로 서로 물어뜯으며 온갖 헛짓거리를 하겠지.
자연스럽게 사업은 지연될 것이며 심할 경우 사업이 완전히 파투 날 수도 있다.
하지만 내가 하는 거라면 다르다.
롤랜드가 그 부분을 짚었다.
“자네에 대한 소문이 이 부분에서는 오히려 호재가 되는군.”
나를 세상에서 어떻게 표현하냐면, 그냥 미친놈으로 표현한다.
괴물 그 자체, 거슬리는 게 있으면 일단 협박하거나 말이 안 통하면 잡아 죽이는 역사상에도 없던 폭군.
절대 건드려서는 안 되는 인간.
그런 내가 벌이는 사업이다.
여기에 눈독을 들인다?
어떤 미친놈이 그런 짓을 하겠어.
“민간이라…… 자네의 성격상 아무나한테 그걸 맡길 리는 없으니, 이 자리에 있는 ‘대륙전장’과 ‘잭&해럴드 상단’이 그 일을 맡게 되겠군. 맞는가?”
“예. 수익은 섭섭하지 않게 챙겨 드리겠습니다. 그러니 뽀드득 소리 나게 만들어 봅시다.”
이건 상인 시대의 서막을 알리는 신호탄일 수도 있다.
저마다 기준은 다르겠지만 여러 가지 이권을 생각하겠지.
사람은 원하는 게 있으면 과감해지고, 안 쓰던 머리도 쓰는 법.
나는 그런 바탕을 만들어 주려 한다.
내가 만들려는 세상은 극도의 자유가 보장된 세상, 안 좋은 경우를 생각해 보면 선동가들의 세상이 될 수도 있겠지만 내가 무명을 왜 만들었겠어.
도청이라는 건 이럴 때 쓰는 거지.
여하튼, 그렇게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고 이어서.
롤랜드가 말했다.
“그럼 이제 무엇을 하면 되겠나?”
그 부분에 대해서는 나보다 적임자가 있지.
손으로 해머를 가리켰다.
“소개가 조금 늦었네요. 철도 공사의 총책임을 맡게 될 해머 슬레이브입니다.”
눈치 빠른 해머가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러고는 목을 가다듬더니 천천히 말했다.
“길게 말해서 뭐 하겠습니까. 드워프는 모든 일을 어수룩하게 처리하지 않습니다. 그러니 그 점 유의해 주시고, 시작해 봅시다.”
해머는 미리 준비했다는 듯 품에서 작은 종이를 꺼내 들었다.
그리고 그걸 탁자에 쫙 깔았다.
대륙의 전체 지형이 나와 있는 지도였다.
그 지도에 해머는 마나를 불어넣기 시작했고 지도는 부풀어 오르기 시작했다.
순식간에 탁자를 전부 덮은 지도.
그리고 그 지도에 그어져 있는 수십 개의 선.
해머가 그 선을 가리켰다.
“노선을 선정해야 하는데, 이곳에 오기 전 미리 생각해 봤습니다.”
“밀로스 왕국을 중심으로, 퍼져 나가는군. 하지만…… 몇 가지 지형이 거슬려.”
롤랜드의 말이었고 해머는 수긍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이건 오직 제 개인적인 노선입니다. 저쪽에 있는 내 ‘고용자’가 대륙 전체를 연결할 생각을 하고 있으니 그걸 바탕으로 한번 짜 봤는데, 이제부터 우리가 해야 할 첫 번째 일은 이 노선을 조금 더 좋게 보완하는 겁니다. 직접 가서 확인도 하고.”
말을 이어 가던 해머는 살짝 고개만 돌려 엔젤라를 바라보며 이렇게 말했다.
“저는 장인이니까.”
엔젤라가 멍하니 눈만 껌뻑껌뻑 뜬다.
이 드워프, 왜 이렇게 느끼해. 그런 표정이다.
그렇게 나는 의자를 뒤로 빼며 팔짱을 끼고 방관자의 형태를 취했다.
머지않아 해럴드도 의견을 내기 시작했고 아베이루도 의견을 내기 시작했으며 롤랜드도 의견을 내기 시작했다.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었고, 나름 경험도 많은 이들이었기에 토론은 꽤 흥미진진했다.
1시간.
2시간.
3시간이 흐르고 응접실이 조용해졌다.
“대충 정리가 된 것 같으니까, 오늘은 여기까지만 합시다.”
가장 먼저 자리에서 일어서자, 그에 맞춰 모두가 피곤한 얼굴로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리고, 저는 당분간 마수의 숲에서 머물 거니까, 급한 일 있으면 통신구로 연락 주시고, 개국 전까지 기본 계획 정도는 확실하게 세워 놓길 바랍니다. 이상.”
주먹으로 탁자를 쿵쿵 쳤다.
“회의 끝.”
웃으며 자리를 벗어났다.
* * *
응접실을 벗어나자마자 아베이루와 해럴드가 내 뒤를 따랐다.
혹시 몰라 아베이루한테도 말해 놔야겠지.
“해머랑 엔젤라는 당분간 별장에서 지낼 건데, 괜찮겠냐?”
“예, 주군. 물론입니다.”
새삼스럽지만 아베이루는 따로 소유하고 있는 집이 없었다.
돈도 많이 벌긴 하지만 애가 쓸 생각을 안 하더라.
보통은 어센블의 별장에서 지내고, 발란티에 영지로 갈 때는 그쪽 본관에서 지낸다.
해럴드는 따로 집이 있긴 하지만.
“너도 별장에서 같이 지내라.”
“예, 그리하겠습니다.”
그리고 뭔가 일이 이렇게 커지니까 조금 애매해진 부분이 있었다.
“정보학부 학부장 아베이루, 상업학부 학부장 해럴드…… 이거, 되겠냐?”
둘은 답지 않게 곧바로 답하지 못했다.
“해럴드 너는 대륙전장을 나왔고 독립했지. 앞으로 대륙전장의 산업 기반들을 하나하나 빼앗아 먹을 텐데 아카데미에 머무는 건 어려울 거고, 아베이루 너는 정치 체제를 새로 만들어야 하고 또 철도 공사도 해야 하며, 도청까지 담당해야 되잖아.”
아베이루가 살이 빠지는 이유가 이거였다.
엄청난 업무량.
이건 안 빠지는 게 이상하다.
“너도 잘 알겠지만 도청은 중요해.”
“…….”
“알지? 내가 무슨 말 하는지.”
녀석이 고개를 끄덕인다.
밀로스 아카데미를 더 크게 만들고 교관들을 더 투입하고 교육 과정을 정규 교육으로 만들고, 아이들을 가르치며 실전을 겪게 만들면서 길러야한다. 국가의 핵심은 아이들이다.
미래의 씨앗. 하지만 그들이 싹을 틔우기까지 시간이 걸린다. 이게 가장 중요했다.
그리고 아카데미를 지금보다 더 크게 만들어야 한다.
“확실히 하자. 너네가 학부장 안하겠다고 하면 내부 승격으로 올릴 생각인데, 추천할 인재 있으면 한번 말해봐.”
두 녀석이 동시에 답했다.
“저는 괜찮습니다. 겸직하겠습니다.”
“저도 충분합니다.”
일단 아베이루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정말로?”
“예.”
잠시 침묵했다.
지금까지 본 바로 아베이루는 적어도 만용을 부리는 녀석은 아니다.
해럴드도 마찬가지다. 처음 나한테 상단을 만들자고 했을 때도 그랬고 지금도 그렇고.
둘 다 책임감이 없는 애들은 아니니까. 음.
“그래. 너네가 알아서 해라. 어련히 잘 하겠지.”
자고로 주군 된 입장에서 수하를 믿어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난 얘네 둘을 받아들였고 믿는다.
그럼 된 거지. 사실 이 이상 뭐가 필요해.
두 녀석의 어깨를 동시에 토닥여주었다.
“그럼 그렇게 진행하고. 고생해라.”
“이제 가시는 겁니까?”
“어. 가야지.”
여기 일도 이 정도면 다 끝난 거고, 그쪽에서 기다리고 있는 애도 있는데, 가야지.
“거기 일 끝내고 오면서 영약 몇 개 챙겨 올 테니까. 그때 보자.”
“잘 다녀오십시오.”
“상단 일도 걱정 없게 처리해 놓겠습니다.”
한마디씩 하며 고개를 꾸벅 숙이는 두 녀석을 바라보다 가볍게 손가락을 튕겼다.
빛이 내 몸을 감싼다.
나는 다시 마수의 숲으로 이동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