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Legendary youngest son of the marquis RAW - Chapter (383)
제 384화
조용히 있던 빌레아가 말했다.
“두 가지 가능성이 있어.”
“두 가지?”
“하나는 이미 이 마수의 숲으로 오기 전에 두 로드를 상대했을 경우.”
“다른 하나는?”
“두 로드에 버금가는 괴물을 상대했을 경우. 그런데 이 경우에는 우리조차 모르는 어떤 초월자가 존재했다는 뜻인데. 그것도 아니면 그냥…… 그 인간이 생각 외로 토끼 같은 남자일 수도 있지.”
“토끼?”
“왜 그거 있잖아. 단기간에 힘을 쓰고 그 이후에는 쭉 퍼지는, 오크 중에도 많지 않아? 토끼 같은 오크.”
블랙맨은 피식 웃었고, 둘 사이에는 잠시 침묵이 자리했다.
어차피 농담 삼아 한 말인데, 쩝.
결국, 레온 빌레아는 양손을 들어 올리고 말았다.
이 이상, 생각할 게 없다는 듯.
“하아. 난 모르겠어. 그냥 여기까지만 생각할래.”
그녀와는 다르게 블랙맨은 천천히 허벅지에 놓인 거대한 두 개의 도끼를 쓰다듬었다.
“그 두 개는 왜 자꾸 만지고 있는 건데?”
“……그냥.”
빌레아의 눈을 블랙맨이 속일 수 있을 리 없었다.
둘은 이미 수십 년을 함께해 온 연인 사이였으니까.
“설마, 그 남자한테 다시 도전하려는 건 아니지?”
“…….”
“하려고? 하지 마. 진짜 하지 마.”
블랙맨의 입가에 작은 미소가 피어올랐다.
뇌문이라고 했지.
투기는 마나와 흡사하다.
하지만 흡사만 할 뿐 같지는 않다.
그 특징은 운용법에서 나타난다.
싸우고 싶은 마음이 강해질수록 더 힘을 내는 기운.
그게 투기다.
“그의 한계를 보고 싶다.”
“…….”
“과연 전사로서 세상의 최정점에서 군림할 수 있는지. 그의 한계를 겪어 보고 싶다.”
블랙맨의 단호한 말에 빌레아는 한숨을 터트리고 말았다.
“……무리는 하지 마.”
그런 그 둘은 동시에 고개를 치켜들었다.
주변에 있던 마나가 자신들을 감싸기 시작했기에.
그들뿐만이 아니었다.
하피와, 오크들도 마찬가지였다.
모두가 마나에 휩싸인다.
거부? 못했다.
바르바라 귀도의 경우처럼 둘은, 순식간에 빛에 휩싸였다.
chapter 2
음유시인이 지금의 이 상황을 제3자의 입장에서 바라본다면 이런 문구를 사용하지 않을까.
‘믿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났다.’라는 문구.
대륙 전체의 무게가 기운 듯한 느낌이었다.
그럴 만도 한 게 무려 900만에 가까운 생명체가 한 번에 어느 한 장소로 이동했으니까.
심지어 그들 중에는 몸무게가 기본 150kg이 넘어가는 이들이 수두룩했다.
비만이라거나 그런 게 아니라 트롤이나 오크 같은 경우 인간과 비교해 골격과 근육량 그리고 지방의 분포가 완전히 다르다.
여하튼, 그렇게 산맥 전체가 꽉 찼다.
그게 끝은 아니었다.
머지않아 두 개의 거대한 빛이 하늘에서 내려왔고 그곳에서 두 마리의 드래곤이 모습을 드러냈다.
말 그대로 이곳에 트롤을 제외한 마수의 숲에 거주하는 모든 종족이 자리한 거다.
의문 가득한 표정으로 서로를 바라보던 이들이 웅성대기 시작했고, 상황을 이해한 이들은 입을 떡 벌렸다.
드래곤들도 마찬가지였다.
목줄이 채워진 두리파 로렌초와 눈을 마주친 두 마리의 드래곤.
그들은 아무 말 없이 침묵했다.
일이 이상하게 돌아간다는 걸 깨달았으니까.
조용히 그들을 내려다보았다.
마수의 숲에 사는 이종족.
이들은 과연 어떻게 해야 하나.
솔직히 말하면 이들이 살아가던 세상은 인간들이 살아가는 세상과는 달랐다.
인간들의 세상에서는 말도 안 되는 부조리가 존재하고, 뭣도 없는 놈들이 착취하고 기어올랐지만, 이쪽의 세상은 철저한 힘으로 만들어진 세상이다.
거기다 종족이 달랐기에 각자의 문화가 있다.
그걸 나는 무시하고 강행할 생각이 없다. 이들에게 진짜 필요한 건 그런 게 아니니까.
여기서 가장 큰 문제는 내가 오황을 모두 죽이고 나면 이들이 ‘해방’된다는 거다.
그 해방된 이후. 그게 가장 큰 문제고 가장 중요했다.
“과거, 인어 여왕과 오우거 킹 사이에서 작은 마찰이 일어난 적이 있었지.”
주변에 퍼져 나가는 내 목소리에 모두가 입을 다물고 나를 바라본다.
“두 종족의 인접해 있는 영토에는 애매한 수준의 땅이 있었어. 고작 8평. 그 8평의 농지를 가지고 시작된 사소한 언쟁과 사소한 마찰. 당시에 있던 이들 그 누구도 몰랐을 거다. 그 사소한 언쟁이 영광의 시대를 열게 될 줄은.”
두 종족의 언쟁은 결국 무력충돌로 번지게 되었고, 당시의 많은 종족들이 편을 가르게 되었으며 자연스럽게 제1차 종족전쟁이 벌어졌다.
이후 소극적으로 대응하던 초월자들이 앞으로 나섰고 영광의 시대가 시작이 되었다.
“너희가 해방이 되면 과연 대륙의 3분의 2 이상의 땅을 가지고 있는 인간들과 사이좋게 지낼 수 있을까. 난 회의적이거든. 아무리 생각해도 내가 간섭을 안 하면 제2차 종족전쟁이 벌어질 판이야. 트롤, 드워프, 뱀파이어, 오크, 하피, 엘프…….”
마수의 숲으로 침입해 이종족을 노예로 삼았던 헌터들.
그들은 대부분 죽었지만 앙금은 여전히 남아 있을 거다.
사실 안 남아 있을 수가 없다.
허리춤에 채워 놓고 있던 실라리온을 뽑아 들었다.
“딱 한 번만 말한다. 그러니 그냥 듣고 고개만 끄덕여. 이견 따위는 들을 생각도 없으니까.”
실라리온을 밑으로 늘어트리며, 가볍게 숨을 몰아쉬었다.
“하나, 밀로스 왕국은 마수의 숲의 실질적인 소유주가 되며 마수의 숲에 살고 있는 모든 종족은 밀로스 왕국의 주민이 된다. 둘, 마수의 숲은 오늘 이 순간부로 특별자치구역이 된다.”
연타로 들어오는 공격에 모두가 흡, 숨을 들이킨다.
특별자치구역?
소유주?
당황한 표정이 역력했지만, 이게 끝일 리 없지.
“셋, 엘프, 드워프, 오크, 하피, 뱀파이어, 트롤. 각 종족의 현재 왕들은 대공으로 불리게 될 것이며 모든 문화도 인정해 준다. 여섯의 대공과 내가 임명한 한명의 왕이 다스리는 특별자치구, 그게 앞으로의 마수의 숲이 될 거다.”
“…….”
“고도의 자치권을 보장해 줄 테지만 어쭙잖은 수작질을 하는 새끼가 있을 경우 색출해서 사지를 찢어 죽인다. 이상, 질문?”
좌중은 조용했다.
정말로 조용했다.
그때였다.
한 남자가 인파를 헤치고 앞으로 걸어 나온다.
검은 피부.
최소 3m는 훌쩍 넘을 법한 엄청난 덩치.
오크 로드 톤 그륜힐.
그의 손에 들린 두 개의 도끼가 달빛을 받아 반짝인다.
언급은 안 했지만 저건 녀석의 주 무기다.
이름은 오른손에 들린 게 나달, 왼손에 들린 게 페더러.
대륙에 있는 7대 명검과 견주어도 부족하지 않은 무기.
그 두 개를 들고 블랙맨이 로렌초의 앞에서 멈춰 섰다.
나는 실라리온을 들고 그 아래로 내려갔다.
녀석과 마주서자마자, 녀석이 묻는다.
“군림을 하려는가.”
미간을 찌푸리고 말았다.
이런 질문을 바란 건 아니었는데.
“드래곤이 전부 죽는다면 마수의 숲에는 거대한 지각 변동이 일어나겠지. 그 이후에 인간들과도 자연스럽게 마찰이 생길 거고. 그래, 자네 말대로 제2의 영광의 시대가 일어날 수도 있어. 자네는 그걸 막고자 하는 거고, 맞나?”
이건 나름대로 질문의 범주에 들어가기에 고개를 끄덕였다.
“마수의 숲에 있는 모든 종족을 자네의 울타리 안으로 받아들이겠다?”
핵심을 짚은 말이었다.
이번에도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이곳은 힘이 지배하는 곳. 자네의 그릇이 이 숲 전체를 담고 더 나아가 대륙 전체를 담을 만하다면 그걸 제대로 증명만 할 수 있다면 그 누가 자네의 말에 토를 달겠나. 그저 수긍하고 무릎을 꿇겠지.”
전생에서 블랙맨은 나와 꽤 많은 시간을 함께했다.
그런 사이이기에, 나는 녀석이 무슨 말을 하려는지 눈치챌 수밖에 없었다.
일단은, 듣자.
“자네가 그 누구도 넘볼 수 없는 지배자로서의 힘을 보여 준다면, 흔들리지 않고 굳건하게 버틸 수 있는 그런 중심이 될 자질을 보여 준다면, 그게 가능만 하다면 오크는 자네의 모든 말을 따르겠네.”
말과는 다르게 녀석의 몸에서는 점점 기운이 뿜어져 나오기 시작했다.
붉은 기운.
살기와는 다른, 투기.
“그때는 100%의 상태가 아니었어. 아마 저 인간도 아니었겠지.”
블랙맨의 눈이 내 뒤쪽에 있는 작센에게 향했다.
녀석의 말대로 분명 그때의 작센도 전력은 아니었다.
주 무기를 뽑아 들지 않았으니까.
하지만 그건 블랙맨도 마찬가지였다.
즉, 둘 다 전력을 다했다 해도 결과는 변하지 않았을 거라는 뜻이다.
블랙맨이 나를 향해 시선을 옮긴다.
“드워프 왕국에서 느낀 거긴 한데, 자네의 그릇을 나는 더 보고 싶어. 소문으로만 겪는 그런 게 아니라 자네의 진짜 그릇.”
몇 대 맞은 건 기억에서 잊은 모양이다.
“그러니 대륙을 떨리게 한 그 그릇을. 자네의 진짜 힘을 내게도.”
블랙맨의 손이 빛살과도 같은 속도로 움직인다.
위에서.
아래로.
오른쪽에 들린 도끼, 나달이 달빛을 가르며 내 머리로 쏟아 내렸고. 나는, 가볍게 실라리온을 들어 올렸다.
콰아앙-!!
사방으로 터져 나가는 먼지 속에서 녀석이 마저 말을 잇는다.
“보여 주시게.”
잠시 블랙맨을 바라보다 고개를 들었다.
하늘에 떠 있는 하피.
그중 두 쌍의 날개를 자랑하는 빌레아가 달을 등지고 서 있었다.
그리고 저쪽 구석에서 팔짱을 낀 채 나무에 등을 기대고 서 있는 엘프.
바르바라 귀도.
그의 소매에 피가 묻어 있는 걸 보니 어디서 한바탕 한 모양인데, 그것과는 별개로 그의 눈.
그 두 눈에 약간의 의구심과 흥미가 담겨 있었다.
공포나 경외 그런 게 아니라 의구심과 흥미.
하아. 의구심과 흥미.
확실히 내가 생각한 게 맞았다.
최근 아서와 싸운 이후 나는 몸을 제대로 회복하지 못했다.
마차를 타고, 가끔은 산책하듯 걸어 다니며 틈틈이 회복하긴 했지만, 당연히 완치는 안 됐다.
그런 상황이었기에 나는 최대한 힘을 쓰는 것을 자제했다.
몸이 아파서, 회복이 조금 늦어서, 어차피 데리고 다니는 마스터도 늘어났고 실제로 걔네가 어디 흔한 엑스트라 1, 2, 3도 아니니 무슨 일을 할 때 녀석들에게 대신 시키면 알아서 잘하니까 스무스하게 가도 되겠다, 등등.
그런 핑계를 대다 보니 의심을 사게 했나 보다.
힘을 보여 달라고.
그 누가 이런 말을 내게 하겠어.
망설이고, 피하는 그런 모습을 느끼게 만들어 줬고 힘을 사용하는 것을 꺼리는 것을 보여 주었기에 이런 말이 나오는 거다.
이건 분명 내 실수다.
평화에 젖은 전생에서의 상황과 많은 것이 달라졌기에 범해 버린 나태함이라는 이름의 실수.
초심을 잃었던 것 같다.
다 고만고만해서 전력을 다할 필요가 없었기에 나태했다.
고개를 들었다.
톤 그륜힐.
그의 단호한 두 눈이 내 심장에 박힌다.
그래 저 눈.
정말 오랜만에 보는 것 같다.
제대로 해보자, 이거지.
오른팔에 힘을 주었다. 꽈악.
순간 실라리온이 강하게 흔들렸다.
동시에.
터엉-!
맞닿아 있던 그륜힐의 도끼, 나달이 위로 솟구쳐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