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Legendary youngest son of the marquis RAW - Chapter (384)
제 385화
크게 떠진 그륜힐의 두 눈.
무슨 일이 벌어진 건지, 왜 내 도끼가 하늘로 튕겨 나가는 건지.
도저히 이해하지 못하는 눈.
항상 그랬다. 내가 하는 것을 그리고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세상 사람들 그 누구도 이해하지 못했다. 스승님을 제외하고는.
지금의 블랙맨은 그저 이해하지 못했을 뿐이다.
녀석을 바라보며 작게 말했다.
“가드 올려.”
그륜힐은 되묻거나 그러지 않았다.
알아챘으니까.
내가 전력을 다해 공격하려는 것을 본능적으로 알아챘으니까.
실라리온을 위로 들어 올렸다.
달빛을 받아 반짝이는 실라리온.
그 움직임은 너무나도 느렸다.
천천히. 느릿느릿.
하지만 코앞에 있던 블랙맨은 다르게 받아들였나 보다.
다급하게 쥐고 있던 나달과 페더러를 교차했다.
동시에. 콰과광-!!!
녀석의 마나가 터져 나왔고 녀석의 몸을 감싼다.
그 모습은 참으로 신기했다.
금색과 적색이 약간 혼합되어있는 그 마나는 일반적으로 마나를 끌어 올리는 마나 유저들의 것과는 매우 달랐으니까.
마치 갑옷처럼.
블랙맨의 마나는 정말 온몸을 감싸 갑옷 같은 형체를 이루고 있었다.
너무나도 단단한, 마치 드래곤의 비늘처럼 온몸을 촘촘하게 감싼 녀석의 마나.
이게 그의 전력이다.
오크들의 일반적인 기술이라 불리는 투갑鬪鉀.
그리고 오크 마스터들이 되어야 그나마 사용할 수 있는 투갑의 상위 버전이자 비전절기인 투신갑鬪神鉀.
여담인데 오크들이 웃통을 까고 다니는 이유가 이거다.
갑옷 같은 건 필요 없으니까.
그럼 그보다 상위 버전인 투신갑은 어느 정도일까.
중급 마스터로서 벽을 보고 상급 마스터에 가까워져 있는 블랙맨의 투신갑은 과연 어느 정도일까.
간단하다.
투신갑의 방어력은 웬만한 마스터들의 공격은 손쉽게 막아낼 수 있을 정도다.
금강불괴金剛不壞.
그 말은 반대로 어마어마한 공격력이 될 수 있다는 뜻이기도 했고.
손아귀에 힘을 주었다.
나는 모든 것을 느끼고 있었다.
두 개의 도끼를 교차한 블랙맨의 두 다리, 그것의 균형이 어디에 있는지.
어느 쪽 다리에 어느 정도의 힘이 더 실렸는지.
그륜힐의 의도.
내 공격을 녀석이 막으면 그 이후 그륜힐이 취할 반격은 어느 방향으로 올지.
두 개의 도끼로 내 검을 흘릴지 아닐지. 그런 것들.
그 수도 없이 많은 경우의 수가 순식간에 내 머릿속에서 오간다.
실라리온을 쥐고 있던 내 손은 어느새 검게 물들어 있는 상태였고.
그건.
하늘을 가르는 검은 빛처럼, 허공을 찢었다.
콰직 하는 소리와 서걱 하는 소리가 동시에 울린다.
투갑은, 거의 상급 마스터가 되어가는 오크가 만든 투갑은 너무나도 쉽게, 마치 종잇장처럼 찢겨졌고.
그 이후 강기처럼 둘려져 있던 나달도 반으로 쪼개져 있었으며 교차해있던 페더러도 반으로 쪼개졌다.
콰지직-!!
콰직-!
소름 끼치는 소리는 멈추지 않았다.
두 개의 도끼를 들고 있던 블랙맨의 양팔은 마치 산을 짊어진 것처럼 순식간에 짓이겨졌고 블랙맨의 오른쪽 승모와 오른쪽 쇄골 그리고 명치 부근의 폐. 그리고 그 아래의 하복부.
정확히는 복직근 하부까지.
쩌저적-!
갈라졌다.
피가 터져 나오며 털썩.
블랙맨은 멍한 눈으로 무릎을 꿇었다.
도저히 이해하지 못하는.
이게 무슨.
이게 가능한 거라고?
지금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 거지.
그런 표정을 짓고 있다가 바닥에 완전히 쓰러졌다.
주르륵하고 바닥을 적시는 녀석의 핏물.
그 양은 어마어마했다.
마치 죽은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솔직히 생각해 보니 조금 우습긴 하다.
블랙맨은 분명 내 공격을 방어하려고 했었다.
그래 방어.
그 부분이 나는 정말 웃겼다.
방어를 하고 그 후에 반격을 하겠다?
내가 얼마나 우스워 보였으면 이런 생각을 할까.
이때는 방어를 하는 게 아니라 가드를 올린 채로 도망을 갔어야 한다.
실전이었으면 그게 옳은 정답이다.
그대로 있었으면 100% 확률로 죽었을 거고 도망쳤다면 그래도 죽긴 했겠지만, 노력이 가상해서 살려줄 마음이 1% 정도는 생겼을지도 모르니까.
고개를 들었다.
하늘에 떠 있던 블랙맨의 연인이자 하피 로드인 레인 로 빌레아.
그녀가 날개를 펄럭이며 언제 꺼내 들었는지 모를 단검을 쥔 채 나를 향해 내리꽂히고 있었다.
굉장히 빠른 속도.
매가 먹이를 낚아채듯 신속하고도 은밀한 그런 움직임.
정령을 소환하지도 않는 걸 보니까 이성을 잃었나 보다.
나와의 거리는 순식간에 좁혀졌고 나는, 그에 맞춰 좌에서 우로.
실라리온을 휘둘렀다.
후웅 하는 소리와 내 검이 공간을 찢었고, 콰직.
내 검과 맞닿은 빌레아의 단검이 개박살 난다.
이어서 서걱.
빌레아의 오른쪽 등이 살라졌고 거기 달려있던 한쪽 날개가 그대로 썰려 나갔다.
“아악-!”
바닥에 서너 번 이상을 뒹군 빌레아는 바닥에 쓰러진 채 헐떡였고 나는 그런 빌레아를 내려다보았다.
그녀의 두 눈에 눈물이 흘러내린다.
그륜힐이 죽은 것처럼 느껴졌나 보다.
그녀가 자리를 박차며 하늘로 솟아올랐다.
날개가 아닌 마법으로 몸을 지탱하고는 양손을 뻗어 주문을 외우기 시작했다.
원소 계열인 것 같고 일반적인 마법은 아니다.
정령을 소환하는 일종의 정령 소환술.
느껴지는 원소는 땅과 바람 그리고 불.
무려 세 가지나 된다.
트리플 캐스팅으로 세 가지 원소의 정령을.
음.
아무리 봐도 정령왕을 소환하는 주문인 것 같은데 문제는 빌레아가 제정신처럼 보이지 않는다는 거다.
한 마리를 소환하는 거면 몇십 초면 충분하겠지만 무려 세 마리다.
세 마리를 한 번에 소환하려면 적어도 몇 분 이상의 시간이 필요한데, 그걸 여기서 한다고?
설마 내가 그걸 기다려 줄 거라고 생각 한 건가.
바로 고개를 저었다.
시간 낭비는 이 정도면 충분하지.
다리에 힘을 주었다. 그렇게 생각한 순간 내 몸이 하늘로 솟구친다.
순식간에 빌레아와 거리를 좁힌 나는 망설임 없이 실라리온을 휘둘렀다.
서걱-!
오른쪽 팔이 어깨부터 잘려나간 빌레아가 한 번 더 바닥으로 떨어진다.
하늘을 수놓는.
그리고 하늘에서 떨어지는 날개 잃은 천사.
그 위에 홀로 서 있는 새로운 지배자.
나를 올려다보는 이들의 눈에서 이제 의구심이나 그딴 건 찾아볼 수 없었다.
찾아볼 수 있는 거라고는 공포.
그리고 경외.
그 두 개가 전부였다.
그대로 시선을 옆으로 옮겼다.
멍하니 서 있는 두 마리의 드래곤.
여차하면 도망을 가거나 공격을 하거나, 나름의 계획을 세운 것 같은 두 드래곤은 멍하니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천천히 실라리온을 들어 올렸다.
“[손에 잡히지 않는 바람처럼.]”
동시에 검은 기운이 휘몰아치듯 뿜어 나오며 실라리온을 감쌌다.
누구를 노리는 건지.
누가 표적인지.
다음 적은 누구인지.
눈치챈 두 드래곤은 허겁지겁 자세를 잡았다.
“[꺼지지 않는 불꽃을 태우는 역겁의 세월처럼.]”
가장 먼저 행동한 것은 두 드래곤 중 한 마리이자, 가장 나이가 많은 화이트 드래곤 매러디스 골드.
그 드래곤이 외쳤다.
10대 언령 마법 중 최상위권에 있는 마법.
“[스포테 데이Spote dei]!”
매러디스의 의지.
나를 죽이고자 하는.
그 의지와 마나가 합쳐진 말 그대로의 언령.
눈에 보이지 않는, 엄청난 양의 마나가 매러디스의 손을 타고 나를 향해 날아온다.
무시하고 마저 시동어를 외웠다.
“[소리 없이 다가가, 소리 없이 작렬하리라.]”
실라리온이 휘둘러지고 매러디스의 손을 타고 들어왔던 마나가 허공에서 충돌했다.
콰지지직-!!
굉음을 터트리고.
파지직-!!
엄청난 양의 스파크가 튀어 나간다.
결과는 명확했다.
굳이 말로 하지 않아도 될 정도의 차이가 있었다.
앞서 말한 두 개의 효과음.
그게 이어지고 정확히 0.5초가 지났을 때.
매러디스 골드의 두 눈에는 이미 빛 같은 건 찾아볼 수 없었으니까.
Spote dei.
매러디스의 언령은 다시 마나가 되어 허공으로 사라졌고 침묵으로 가득한 그 무대에서.
쩌저적-
소름 끼치는 소리와 함께 매러디스의 몸이 좌우로 갈라졌다.
두개골, 신체, 꼬리, 의미 없었다.
정확히 2등분.
자로 잰 듯 이마를 기준으로 좌우로 쩍 벌어지는 매러디스는 누가 봐도 죽은 듯 보였다.
내가 봐도 죽은 것처럼 보인다.
보통 몸이 두 개로 갈라지면 웬만해서는 다 죽더라.
검을 늘어트리고 고개를 돌렸다.
덜덜덜 떨며 드래곤의 성체로 똥오줌을 전부 싼 두리파 로렌초.
그리고 그놈의 뒤쪽에 있는 옐로우 드래곤 마루앙 타츠로트.
놈은 다른 이들과는 명백히 다른 반응을 보였다.
이를 악물고, 이렇게 외쳤거든.
“[텔레포트]!!”
도망.
옐로우 드래곤 마루앙 타츠로트는 놀랍게도 도망을 선택했다.
그래 저게 맞는 거지.
원래 저렇게 도망을 가는 게 맞지.
용기가 가상하긴 해도 살려줄 마음은 1%도 없었다.
허공의 마나가 밀집하고 순식간에 조합되어 발현하려던 그때.
내 주먹이 쥐어졌다.
쩌어어엉-!!
거울 깨지는 소리와 함께 마루앙의 마법이 그대로 해체되었다.
경악한 마루앙.
“마법을…… 해체한다고?”
너무나도 익숙한 반응이었다.
지겨울 정도로 익숙한 반응.
놈은 믿지 못하겠다는 듯 한 번 더 외쳤다.
“[텔레포트]!”
나는 허공을 마치 계단 삼아 내려가며 아무것도 쥐지 않은 왼손을 휘저었다.
쩌어엉-!!
한 번은 우연이라고 쳐도 두 번 이상이면 그건 우연이 아니다.
그런데도 마루앙은 인정하지 못하는 듯했다.
처절하게 텔레포트를 외친다.
그리고 깨진다.
또다시 외쳤다.
그리고 깨졌다.
허공을 수놓은 아름다운 마나의 물결과 그 사이에서 천지를 울리는 듯한 내 발걸음 소리.
허공을 내려오는.
과장 없이 숲의 모든 존재를 압도하고 있는 나라는 존재의 등장에.
천천히 무릎을 꿇는 이들이 생겨나고 있었다.
계속 걸었다.
마루앙의 떨리는 눈동자에 비친 내 모습은 달빛을 등진 검은 악마의 모습이었다.
웃고 있는지, 울고 있는지, 표정 자체도 알아볼 수 없는 그런 존재.
어느새 나는 벌벌 떨고 있는 마루앙의 머리 앞까지 내려왔다.
“할 말 있으면 해.”
마치 빙하기라도 온 듯, 블리자드 마법에 당한 듯 마루앙의 입은 계속 떨리고 있었다.
“두 로드가 어떻게 죽었는지 궁금하지 않아?”
“…….”
“한 놈은 산채로 불타 죽었고 한 놈은 심장이 터졌어. 결국 그놈도 불타긴 했지만.”
마루앙이 뒷걸음질 친다.
그게 진짜라는 걸 알았기에.
“그냥, 그렇다고.”
그 이상 말하지 않았다.
사실 할 말도 없었고.
실라리온을 하늘 높이 들어 올렸다.
무릎을 꿇은 모두가 바라본다. 달빛을 받아 반짝이는 실라리온을.
그게 빠르게 내려가 마루앙의 머리를 그리고 두개골을 서걱하고 가르는 그 모든 순간이 모두의 뇌리에 깊게 각인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