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Legendary youngest son of the marquis RAW - Chapter (394)
제 395화
도청에만 시야를 한정해 놔서 그렇지 생각해 보면 써먹을 곳이 무궁무진했다.
골렘 제작자를 따로 알아볼까 하는 생각을 했지만 바로 고개를 저었다.
학파의 구분이 유명무실해진 지는 오래됐거든.
특히 골렘 제작자를 비롯해 키메라를 만들던 소환학파의 경우 수백 년 전에 멸종했으니, 찾을래도 찾을 수가 없다.
직접 만드는 거라면 몰라도.
잠시 그렇게 앉아 있을 때, 스승님이랑 구석에서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던 작센과 켄이 내게 다가왔다.
과묵한 켄이 조용히 작센의 팔을 툭 두드리자 작센이 말했다.
“공자님.”
“왜?”
“드래곤의 침실 지하 금고에 숨겨져 있던 엘릭서 두 병을 찾았습니다.”
녀석의 손에 들린 두 개의 유리병.
흔한 포션병처럼 보였지만 내용물은 흔한 포션이 아니었다.
보라색 액체.
자그마치 엘릭서다.
로드 드래곤의 심장에서 흘러나온 피와 트롤 마스터의 피를 혼합시킨 채 수십 년에 걸쳐 정제한 신의 약물.
죽기 직전의 상처도 엘릭서면 순식간에 회복이 되고, 잘려 나간 신체도 순식간에 재생시킬 정도의 영약.
일반인이 먹으면 그의 육체는 잔병치레나 추위 그리고 더위 같은 것에 완전면역이 된다.
놀랍게도 수명도 늘어난다.
최소 100살 이상까지 살 수 있게 되거든.
당연한 소리지만 재료가 재료다 보니 구하는 게 절대 쉽지가 않다.
“이걸로 8병인가?”
“예.”
“몰래 뒤로 빼돌린 건 아니고?”
작센과 켄이 기겁을 하며 필사적으로 고개를 저었다.
“절대, 절대 아닙니다.”
픽 웃고 말았다.
장난 한번 쳐 본 건데 너무 민감하게 반응하네.
“이게 전부지?”
“예. 이게 전붑니다.”
나는 그 자리에서 아공간을 열었다.
허공이 쩌저적 갈라졌고 작센과 켄에게 눈짓하자 두 녀석이 곧바로 움직인다.
여기로 오면서 이미 겪은 과정이거든.
두 녀석뿐만이 아니었다.
대기하고 있던 골렘들도 움직였다.
굉장히 넓은 아공간으로 쌓여 있는 전리품을 옮기는 데 걸린 시간은 고작해야 10초.
그걸 잠시 바라보다 그대로 스승님에게 엘릭서 하나를 건네드렸다.
그걸 잠시 물끄러미 바라보시던 스승님이 한 말씀 하셨다.
[……생각해 보니 이런 식으로 수명을 늘리는 것도 나쁘지는 않겠구나.]스승님의 말씀에 고개를 저었다.
앞서 말했듯 엘릭서는 수명을 늘려 준다.
세포의 활성화니 그런 수준이 아니라, 각 신체의 골격마다 최상의 신체로 탈바꿈시켜 주는.
일종의 환골탈태 같은 거다.
그러면서 몸의 부족한 부분을 고쳐 주고 노쇠한 부분은 재생시켜 주는.
세포, 그보다 더 근본적인 영혼의 치료.
그리고 선천지기의 회복.
괜히 엘릭서가 신의 영약이라고 불리는 게 아니다.
물론 이건 최상급 엘릭서기에 스승님이 섭취한다면 약간의 수명이 늘어나기는 할 거다.
약 몇 년에 불과하긴 하지만 그래도 늘어나긴 한다.
문제는, 그보다 더 근본적인 원인을 제거해야 된다는 거다.
스승님의 신체를 묶고 있는 혼의 굴레, 인과의 속박을 온전히 끊어내려면 내가 전성기의 신체를 더 뛰어넘어야 한다.
그러니까 지금 이 행동은 내가 이 마수의 숲에서 난리를 치며 소모한 선천지기를 회복시키는 동시에 나에게 힘을 나눠 준 스승님의 원기도 회복시키려는, 그 목적이 전부다. 정말 그게 전부다.
“짠 한번 하시죠.”
피식 웃으시더니, 결국 유리병을 부딪쳤다.
깨질까 봐 아주 살짝.
그러고는 동시에 원샷했고, 순간 우리 몸이 빛났다.
허공의 마나와, 자연지기들이 뭉치기 시작했고 내 찢어진 영혼이 조금이나마 회복되기 시작했으며 우리 스승님의 영혼도 회복되었다.
선천지기를 꽤나 소모했기에 항상 가슴 쪽이 뻐근했었는데 그게 점차 나아지고 있었다.
자 그럼 이제 6병 남았고, 한 병은 아베이루한테 줄 거니까 5병, 남은 거네.
그런 우리 둘을 작센과 켄이 멍하니 바라본다.
우리는 안 주냐는 그런 눈빛이었는데.
“안타깝지만 엘릭서는 안 돼. 대신 전리품 중에 마음에 드는 거 있으면 다 가져가, 개수 상관하지 말고.”
쉽게 말하면 그냥 엘릭서에는 눈독 들이지 말라는 뜻이다.
장난삼아 하는 이야기가 아니라, 진심으로 하는 이야기다.
엘릭서의 효과는 방금 보여 주었듯 엄청나다.
남은 6개의, 아니지. 5개의 엘릭서는 사용할 곳이 있다.
나중에 스승님의 몸을 회복시킬 때 필요하거든.
지금 침대에 누워 있는 샬롯에게조차 나는 이 엘릭서를 쓸 생각이 없다.
그런데 여전히 아쉬움을 가지고 있는 건지 작센과 켄이 무언가를 갈구하는 표정으로 나를 바라본다.
그래도 이 정도로 고생했는데 엘릭서 한 모금 정도는…… 그런 표정이다.
미간을 찌푸리고 말았다.
“말이 말처럼 안 들리지?”
“아…… 아닙니다.”
“나 따라다니느라 고생했으니 한 번은 넘어가 준다. 엘릭서에 눈독 들이지 마라, 죽기 싫으면.”
두 녀석이 침을 꿀꺽 삼키며 자리에서 주저앉았다.
수도 없이 말했고, 수도 없이 보여 주었지만 내가 원하는 건 스승님의 수명이다.
나 혼자 사는 세상이 아니라 스승님과 함께 살아가는 세상.
애초에 나는 엘릭서를 만들 생각도 하고 있었다.
로드의 피가 아니라 내 피로.
그래서 마수의 숲에서 트롤들을 따로 신경 쓰려고 했던 거다.
물론 원재료인 드래곤의 피가 아니라 어떻게 될지는 확신하지 못하고 있어서 따로 연구할 생각도 하고 있었는데 이렇게 엘릭서가 굴러들어왔다.
이 엘릭서들은 스승님의 수명을 늘리고 스승님의 저주를 깨부수는 데 필요한 재료다.
그런데 그거에 눈독 들이면 도관이고 나발이고 나를 따라서 몇 가지 일을 했건 안 했건, 전부 죽는 거다.
여기에 예외는 없다.
정말로 없다.
섭섭해할 수도 있겠지만. 쯧.
“괜한 거에 욕심부리지 마라. 엘릭서가 없어도 너네는 사는 데 지장이 있거나 그런 건 아니잖아.”
두 녀석이 침을 꿀꺽 삼킨다.
“나는 너희 둘을 죽일 생각이 없어. 앞으로도 죽이지 않기를 바라고.”
그건 반대로 말하면 엘릭서를 탐하는 순간 무조건 죽인다는 뜻과도 같았다.
이런 내 모습이 조금 의외였는지 두 녀석은 살짝 공포가 새겨진 눈으로 어렵사리 고개를 끄덕였다.
고개를 돌렸다.
“그럼, 가실까요?”
[……그래, 가자꾸나.]스승님과 나는, 500기의 용아병과 두 명의 마스터를 데리고 이동했다.
이것도 좀 여담인데, 골렘을 아공간에 넣을 수는 없었다.
넣어 버리면 링크가 끊겨 버리거든.
당연히 다시 연결할 수는 있는데, 왜 그렇게까지 해.
시간 아깝게.
그냥 전부 다 데리고 다니면 되지.
* * *
그렇게 잭은 다시 원래 있던 대륙으로 떠났다.
무언가를 타고 가거나 그런 게 아니라, 걸어서.
그렇게 몇 시간 후, 마수의 숲 뱀파이어 왕국의 하늘에서 마나의 유동이 일어났다.
허공이 찢어지며 빛이 터진다.
그곳에서 모습을 드러낸 것은 은발 머리의 꼬마와 20대 초중반으로 보이는 네 명의 젊은 남녀였다.
셀 그리고 셀에게 복종하기로 맹세한 7마리의, 아니 7명의 드래곤 중 4명.
셀은 4명의 드래곤을 데리고 온 거다.
지상으로 내려선 뒤 묵묵히 걸었다.
성안으로 들어섰고 샬롯이 누워 있는 침실방의 문을 잡은 순간. 불쑥 하고 옆 공간에서 한 자루의 장검이 튀어나왔다.
찌르기.
한가득 마나를 담은 장검의 검 끝이 허공을 가르며 날아온다. 하지만.
우뚝.
셀의 목 앞에서 멈춰 섰다.
셀의 뒤에 있던 두 드래곤이 손을 뻗어 장검을 잡아챈 거다.
장검의 주인.
긴 머리의 미남자가 송곳니를 드러내며 물었다.
“……누구냐?”
당황하지 않았다면 거짓일 것이다.
셀의 입장에서 느낀 게 아니라 뱀파이어 귀족, 데바 리오넬이 느낀 감정이다.
분명, 눈앞의 이 꼬마와 뒤에 있는 네 명의 남녀는 드래곤이다.
수십 년간 드래곤들의 기운들을 잊고 살지 않았기에 모를 리 없다.
그렇다면 왜.
왜 드래곤이 나타난 걸까.
설마 진조를, 샬롯 님을 죽이기 위해?
전력을 끌어 올리려던 데바는 눈앞의 은발 머리 꼬마가 고개를 젓는 것을 보았다.
그리고 그 꼬마가 손을 들어 장검을 툭, 치는 것까지.
정말 별게 아니었지만 다른 네 명의 드래곤에게는 아니었나 보다.
그들은 그대로 장검을 막고 있던 팔을 내렸으며 명령에 복종하듯 뒤로 물러섰으니까.
데바는 의아했다.
세상에.
……드래곤이 그것도 최소 100년에서 200년은 살았을 나름의 전성기에 들어섰다고 볼 수 있는 드래곤들이 이렇게 쉽게 복종한다고?
저 여자는.
아니, 저 아이는 누구지.
그렇게 생각하고 있을 때, 그 아이가 물었다.
-샬롯은 안에 있나요?
나이는 고작해야 10살쯤으로 보였다.
저 건너편 침실에 누워 있는 샬롯과 비슷한 또래.
샬롯도 신비로웠지만 눈앞의 이 아이도 신비로웠다.
-안에 있냐고 물었는데요.
퍼뜩, 데바는 정신을 차렸다.
그러다 머릿속에 번개가 쳤다.
잭은 분명 말했다.
로드의 자식을 받아들였다고.
“혹시, 당신이 로드의 자식이오?”
셀의 미간이 찌푸려진다.
원했던 답은 아니었다.
-안에 샬롯이 있냐고 두 번을 물었는데, 오히려 다른 질문을 하시는군요.
데바는 느꼈다.
포악한.
저 웃고 있는 얼굴 내부에 똬리를 튼 채 숨죽이고 있는 광기를.
“……안에 ‘폐하’가 있다면 어찌하시려고?”
어찌하시려고…….
셀은 잠시 그 말을 곱씹었다.
위협을 가하려는 것처럼 느껴졌나 보다.
이게 마수의 숲에서 드래곤이라는 종족이 지니는 위치였다.
의미는 조금 다르지만 나름의 위상, 이라고도 할 수 있었고.
셀은 침착한 어조로 말했다.
-가족이 가족을 만나러 온 거예요.
“가족이 가족을 만나러 왔다?”
-네. 그게 전부죠. 사실 당신은 그 정도만 알고 있으면 돼요. 그 이상은 당신이 알아서도 안 되고 알 필요도 없는 일이니까.
“…….”
-마수의 숲이 어떤 상황이었는지 저는 알아요. 직접 겪지는 않았지만 들어는 보았죠. 제가 드래곤이고 죽은 두 로드의 자식이라는 게 껄끄럽겠지만 저는 그쪽의 이해를 바라지 않아요.
그대로 한 걸음, 앞으로 내디뎠다.
셀이 데바를 올려다본다.
-내가 했던 일도 아니고, 내가 관련되어 있던 일도 아니기에 죄책감도 없죠. 오직 동정만이 있을 뿐.
셀의 작고 고운 손이 장검의 결을 쓸어내린다.
-좋은 검이네요. 동족의 향기가 나는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하고.
그게 전부였다.
셀은 손을 내렸고, 데바를 스쳐 지나갔다.
다시 몸을 돌리려던 데바였지만 그러지 못했다.
어느새 다가온 네 명의 드래곤이 보이지 않는 칼날로 목과 심장을 겨누고 있었으니까.
-말했잖아요. 가족이 가족을 만나러 온 거라고. 대화만 나눌 거니까 거기 그대로 계세요.
그렇게 셀이 안으로 들어갔다.
데바는, 그걸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분명 이성은 적이 아니라고, 경계할 필요가 없다고 외치고 있었지만 드래곤이다.
수백 년간 좋은 감정이 쌓일 리 없는 드래곤을 이렇게 마주하니 솔직히 감정이 앞선 것도 사실이다.
“그냥 그러고 있으시게.”
고개를 돌렸다.
목을 겨누고 있던 드래곤이 뒷짐을 지며 서 있었다.
“아까 들어서 알겠지만, 우리의 새로운 로드와 자네들의 새로운 로드는 가족이라네. 받아들이기 힘들겠지만 이제 우린 적이 아니야. 그러니 이빨 세울 필요 있겠는가.”
꽤나 점잖아 보이는 그 드래곤의 얼굴을 보며 그리고 그 드래곤의 낯설지 않은 눈빛에 리오넬은 머리 깊은 곳에 묵혀 있던 기억 하나를 끄집어낼 수 있었다.
“화이트 드래곤, 매러디스 골드의 아들이 140년 전 실종되었지. 그의 이름은 댄 골드.”
“기억하시는군. 하지만 이제는 댄 골드가 아니야. 댄 브라운이라는 이름으로 살고 있다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