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Legendary youngest son of the marquis RAW - Chapter (395)
제 396화
댄 브라운.
매러디스 골드의 아들이자 정확히 160년 전 태어났고, 20살이 되던 해에 실종되었다.
정확히는 마수의 숲을 벗어났다.
그가 웃으며 말했다.
“오랜만에 보는군. 소공자 데바 리오넬, 이제는 그냥 백작이라고 불러야 하나.”
데바는 묘한 눈으로 눈앞의 댄 브라운을 바라보았다.
“140년 전, 레디메인 님에게 검법을 사사받던 그 꼬마가 참으로 장성하셨소.”
댄 브라운도 묘한 눈으로 데바를 바라보았다.
수백 년 전의 기억이었고 서로가 어렸을 때의 기억이었다.
스치듯 보았던 인연, 짧은 단편의 기억.
레디메인 드 로얄은 뱀파이어들에게도 상징적인 존재지만 아이러니하게 드래곤인 댄 브라운에게도 굉장히 상징적인 존재로 남아 있었다.
그의 조언 덕에 댄 브라운은 스스로의 정체성을 가지고 세상을 자각할 수 있게 되었으니까.
그 조언은 별게 아니었다.
자유롭게 살라고.
멍청하게 살지 말고 원하는 대로 하고 싶은 거 하면서 의미 있게 살라고.
“내 아비를 140년간 본 적이 없어서 모르겠는데, 많이 닮았는가?”
그 질문에는 깊은 의문이 담겨 있었다.
그리고 그걸 바라보는 데바도 의문스러웠다.
“닮았지. 닮았으니 내가 알아본 거 아니겠소. 여전히 애늙은이 같던 말투도 똑같군.”
둘은 확실히 안면이 있었다.
140년.
데바 리오넬이 정말 꼬꼬마 시절이었을 때의 인연.
“그런데, 매러디스 골드가 죽었다는 것을 모르오?”
“알고말고.”
“그런데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시는 것 같소.”
댄 브라운이 너털웃음을 터트린다.
별거 있나.
“죽을 짓을 했으면 죽어야지.”
“…….”
“내가 왜 마수의 숲을 떠났는지 아시는가?”
모른다.
말 그대로 실종되었다고만 들었으니까.
“조금 머리가 굳으니 알겠더군. 오황이라는 존재는 멍청한 짓을 하고 있다는 것을.”
“…….”
“마수의 숲을 지배한다? 그 지배의 당위성을 찾기 위해 이종족을 수하로 부린다? 400년 전 발렌타인 밀로스의 저주를 받은 것은 당시 살았던 이종족들의 왕과 드래곤에 불과했어. 그리고 레디메인과 드래곤들을 제외하고 전부 죽었지. 그게 무슨 뜻인지 아시는가?”
“해방되었다, 그런 뜻으로 들리오.”
“맞네. 해방, 그게 하늘의 뜻이었다네.”
“하늘의, 뜻?”
“과거 세상을 전부 지배하던 절대자의 유지, 그 절대자는 원했어. 종족 전쟁으로 대륙을 황폐화시킨 대가로 선대가 죽을 때까지 세상에 나오지 말고 마수의 숲에서만 살라고, 그 기간은 길어야 100년, 정말 예기치 못한 일이 일어난다 해도 끽해야 200년이었지. 그런데, 400년 이상이나 절대자의 유지는 이루어지지 않았어. 왜 그랬겠는가.”
다 아는 사실이었다.
드래곤이, 마수의 숲을 지배하고 싶었기 때문, 정말 그 이상의 이유는 없었다.
“드래곤은 균형자라며 세상의 균형을 맞춰야 한다고, 온갖 폼을 잡던 오황, 그들의 행위가 나는 마음에 들지 않았어. 과거의 절대자가 어떤 세상을 바랐는지는 몰라도 그것이 하늘에 군림한 절대자의 뜻이라면 그걸 이루게 했어야지. 그건 진정한 의미의 존중이었고 세상의 정점에 선 자에게 보내는 경외였네. 오황은 그걸 지키지 않고 사리사욕을 챙겼기에, 나는 준비했지.”
“무엇을 말이오?”
“암살.”
데바는 순간 할 말을 잃었고 그런 데바에게 댄 브라운이 웃으며 물었다.
“그래서 어찌 되었겠는가?”
답은 이미 나와 있었다.
“실종되었다?”
“좋게 말하면 실종이고 나쁘게 말하면 파면이라네.”
댄 브라운은 너털웃음을 터트렸다.
“그보다, 자네도 보았지 않았는가.”
“누구를?”
“잭 그리고 살아 있는 발렌타인 밀로스.”
댄 브라운이 웃으며, 손을 휘저었다.
그러자 데바를 압박하던 살기가 눈 녹듯 사라진다.
“우리들은 한배를 탄 동지라네. 정확히는 그 배의 갑판을 공유하는 사이지.”
그가 손을 내밀어 악수를 청했다.
“앞으로 잘 지내보세.”
* * *
침대에 누워있던 샬롯이 힘겹게 몸을 일으켰다.
확실히 잭의 피가 보약은 보약이었나 보다.
“왔어?”
그런 샬롯을 안타깝게 바라보던 셀이 조용히 고개를 저었다.
그냥 누워있으라는 그 뜻에 샬롯은 군말 않고 다시 침대에 드러누웠다.
천천히 걸어오던 셀이 침대 옆 의자에 앉는 모습을 물끄러미 지켜보던 샬롯이, 물었다.
“왜 그래? 표정이 되게 안 좋아 보여.”
셀은 말없이 손바닥을 그었다.
피가 흐르는 손바닥을 잭이 그러했던 것처럼 샬롯의 입가에 가져다 댔다.
샬롯이 눈을 가늘게 뜬다.
“왜 이래?”
-……그냥.
샬롯은 여전히 몸에 힘이 없었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먹어야 했다.
-너도 알겠지만 난 오래 살아. 아마 너보다 오래 살겠지.
“…….”
-그리고 난 이쪽 마수의 숲에도 어울리지 않아.
샬롯은 아무 말 없이 셀을 바라보았다.
“무슨 의미로 하는 소리야?”
-마수의 숲은 400년 동안 힘으로 지배당해 왔어. 표면적으로는 오황이라는 다섯 드래곤과 두 마리의 로드 드래곤에 의해 지배당했다지만 정확히는 아니야.
샬롯은 말없이 셀의 이야기를 들었다.
-최소 열 마리가 넘는 드래곤이 인간 세상에 퍼져있었어. 그러니까 드래곤을 적대하는 이들은 최소 이십 마리 이상의 드래곤들 적대해야 했던 거야. 그래서 마수의 숲은 지배당할 수밖에 없었어.
맞는 말이다.
정말 맞는 말이었다.
-드래곤들이 내분을 일으켰건 그런 건 중요하지 않아. 그냥 그 숫자가 중요한 거지.
“그래?”
-그리고 지금 그 숫자가 절반 이하로 줄었어. 그리고 이 절반의 드래곤은 나를 따라. 새로운 계층이 생겨난 거지.
복잡했는지 샬롯이 고개를 저었다.
그냥 본론만 말해달라는 뜻이었고 셀은 고개를 끄덕였다.
-보스가 왜 우리를 받아들였을까.
“…….”
-보스가 아니었다면 아마 나는 그 실험실에서 미쳐 버렸을 거고 이런 정신도 유지하지 못했겠지. 사실 최근에도 가끔 꿈을 꿔.
셀의 눈이 아련하게 변한다.
-나는 그때의 그 실험실에서 벗어나지 못했고 지금 그리고 앞으로 벌어지는 그 모든 일은 전부 내 상상 속에서나 이루어지는 일이 아닐까. 이 모든 게 사실은 꿈이 아닐까.
셀은 불안했고, 두려웠다.
정말 이게 꿈이면 어떻게 하지.
잭이라는 존재는 사실 내 상상 속에서만 존재했던 거고 샬롯도 마찬가지고 이 모든 것들이 내 꿈에서만 등장하는, 공상이 아닐까.
그건 정말, 두려움 그 자체였다.
그런 셀을 바라보던 샬롯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왜냐면 알고 있었으니까.
잭이 별장에서 지낼 때 샬롯은 셀과 같은 침대를 썼다.
잘 때도 서로를 껴안고 잤고, 대부분의 일을 같이했다.
밤에 잠이 들 때, 셀이 악몽을 꾸고 식은땀을 흘리며 잠에서 깨는 모습을 샬롯은 많이 봐 왔다.
깨지 않은 척 연기했던 적도 여러 번 있을 정도다.
셀이 말했다.
-우린 아직 어려. 지나치게 어리지. 그리고 우리는 보스보다 더 오래 살아.
“…….”
-그리고 난 보스의 뒤를 이을 거야.
잠시 말을 멈춘 셀이 샬롯을 바라본다.
-자리는 원하지 않아. 마수의 숲도, 보스가 만들 국가의 정상 자리도, 아무것도 원하지 않아.
“…….”
어느새 셀의 손바닥은 아물어 있었다.
슬며시 손을 뻗어 손바닥에 다시 상처를 낸 셀이 다시 샬롯의 입에 피를 넣어 준다.
-하지만 배우긴 할 거야. 배우고 탐구하고, 추구할거야. 왜냐면 보스가 후에 낳을 자식들이 이상한 길로 빠지지 않게, 더 좋은 세상을 만드는 데 노력할 수 있게 도와줘야하니까.
“…….”
-보스 다음 대의 세상의 정점이 되는 거. 그게 내가 하고 싶을 일이야. 내 꿈이고.
잠시 말을 멈춘 셀은 슬쩍 웃으며 말을 덧붙였다.
-아마 황가皇家의 이름은 ‘밀로스 가문’이 되겠지.
왕국의 이름을 말하는 게 아니었다.
잭과 발렌타인.
그 둘은 어울린다.
그 어떤 여자가 봐도 잭은 멋있었고 그 어떤 남자가 봐도 발렌타인은 아름다웠다.
둘이 맺어지는 것은 시간문제에 불과했고 가장 가까이서 지켜봐 온 둘은 그걸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다.
-나는 보스의 가문을, 너는 마수의 숲을.
이게 핵심이었다.
불만은 없고, 인정 할 테니까 이런 걸로 얼굴 붉히지 말자고.
언젠가는 서로가 했어야 할 이야기였고 그게 지금 벌어졌을 뿐이다.
샬롯이 걱정스러운 어조로 물었다.
“내가 할 수 있을까?”
셀의 입가에 자연스러운 미소가 피어올랐다.
-직접 보지는 못했지만 넌 이미 했어.
“…….”
-나보다 더 앞서서 원수를 갚았잖아.
발락투스 마키아벨리는 샬롯과 샬롯의 어머니를 가지고 놀았던 드래곤이었다.
그는 잭에게 죽었지만 그 발락투스에게 명령을 내린 존재.
루카 마키아벨리.
정확한 풀 네임은 루카 차니올로 안드레아 마키아벨리.
샬롯은 그를 죽였다.
방식이 어떻게 됐건 결국 샬롯이 죽인 거다.
과거 초월자였던 레디메인 드 로얄의 후손이, 멸족한 줄 알았던 로얄 가문의 후손이 살아 돌아와 오황 중 한 명의 목을 베고 뱀파이어 왕족의 귀환을 알렸다.
그건 그 자체로 상징이고, 일화였으며, 일대기였다.
-그때 무슨 생각이었어?
“뭐가?”
-목숨을 걸었잖아. 높은 확률로 죽을 거라는 거 알았잖아. 근데 왜 그랬어?
물끄러미 바라보는 셀의 눈빛에 샬롯은 잠시 고민하는 듯했다.
왜 그랬냐고.
간단했다.
“그렇게 하고 싶었으니까. 나랑 우리 어머니가 살았던 것처럼 비참하게 살고 있는 뱀파이어들에게 의미 있는 존재가 되고 싶었으니까. 보여 주고, 싶었으니까.”
잠시 침묵이 자리했다.
이어서 셀이 묵묵히 고개를 끄덕인다.
-보스는 우리를 미래의 조각으로 삼았어. 난 내가 해야 할 일을 알아. 그걸 하기 위해 배울 거고 끊임없이 노력할 건데, 혼자서는 안 돼.
앞서 했던 말을 강조한 것에 지나지 않는 것처럼 보였지만 적어도 샬롯에게는 조금 다르게 들렸다.
잭은 분명 자기 입으로 말했다.
셀이 자신의 뒤를 이을 거라고.
그런데 셀은 혼자서는 안 된다고 한다.
그럼, 하나밖에 없지.
“경쟁하자는 거야?”
셀의 입가에 뜻 모를 미소가 피어올랐다.
-그냥 경쟁이라고 하면 오해의 소지가 있잖아. 우리가 피 튀기면서 싸울 것도 아니고, 그러니 선의의 경쟁, 이라고 해야지.
서로가 서로에게 자극이 되는 존재가 되자고 셀은 말하고 있었다.
샬롯이 천년 드래곤을 썰었다는 것은 의심할 여지없는 진실이다.
하지만, 그렇다 해도 샬롯이 셀보다 더 강하다고 단정 지을 수는 없다.
개인적인 힘을 말하는 게 아니라 전체적인 힘을 말하는 거다.
샬롯은 진조의 피를 폭발시켜 단신으로 천년 드래곤을 썰었다.
셀은 7마리가 넘는 드래곤을 마나의 속박으로 완전히 복종시켰다.
만약 둘이 목숨을 걸고 싸운다면 100% 확률로 공멸한다.
둘이 해야 할 일은 간단했다.
셀은 개인의 무력을 늘려 세상의 정점에 서고 샬롯은 마수의 숲을 장악해 새로운 지배자가 되는.
-우린 아직 어리니까, 더 배우자.
그렇게 말하는 셀에게 샬롯은 힘겹게 팔을 들어 품을 뒤졌다.
그리고 반지 하나를 꺼내 셀에게 건넸다.
이게 뭐냐는 셀의 눈빛에 샬롯이 말했다.
“마나를 불어넣으면 그 즉시 보스가 있는 곳으로 이동될 거라고 하더라. 보스가 너 주라고 했어.”
작게 고개를 끄덕인 셀은 망설임 없이 그 반지를 왼손 검지에 끼워 넣었다.
그러고는 자리에서 일어선다.
-너랑은 항상 좋은 관계로 남았으면 좋겠어.
샬롯이 작게 웃는다.
“그럼 언니라고 불러야지.”
해가 지나지 않아 아직까지는 샬롯은 11살이고 셀은 10살이다.
셀은 웃었다.
-앞으로 하는 거 봐서.
그렇게 걸음을 옮기던 셀이 잠시 문 앞에 선 채 뒤를 돌아본다.
-빨리 회복하고, 아카데미에서 보자.
문이 닫힌다.
침대에 누워 있던 샬롯도 웃고 말았다.
끝까지 언니라고는 안 부르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