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Legendary youngest son of the marquis RAW - Chapter (447)
제 448화
론이 오른손에 들린 우산을 슬쩍 들어 보인다.
저게 어디서 난 거냐면 여기 방 입구에 걸쳐져 있었다. 무슨 숨겨져 있던 무기라거나 그런 게 아니라 그냥 말 그대로 버려진 평범한 우산.
검은색의 우산이었는데 론은 저게 마음에 들었나 보다.
론이 말했다.
“그냥요. 도련님도 하나 가져다 드릴까요?”
피식 웃고 있을 때였다.
콰아아앙-!!
문이 박살 난다. 그곳에 한 남자가 있었다. 굉장히 큰 덩치.
마치 오크를 보는 것 같은 거대한 덩치의 그 남자는 그 덩치와 맞게 거대한 도를 등에 차고 있었다.
그가 호탕하게 웃는다.
“흐하하하하, 네놈인가?”
나를 보고 말하는 걸 보니까, 내가 목적인 것 같다.
“태극검제를 단 삼 초 만에 제압했다지?”
그가 도를 뽑아 들었다. 굉장히 거대했다. 원래 있던 곳에서 사형수들이 쓰는 검이 하나 있다. 참마도라는 건데 일반적인 검보다 두껍고 일반적인 검보다 넓으며 검 끝이 위로 솟아 있는 그것을 참마도라 부르는데, 저 남자가 뽑아 든 도가 참마도와 흡사했다. 그의 기세도 적색 마스터였다. 굳이 비교하자면 태극검제와 비슷한 딱 그 수준.
“삼 초였는지는 모르겠는데, 비슷해.”
“밀로스라는 국가의 황제이기도 하고?”
“그렇지.”
“나랑 비무 한판 어떤가.”
비무? 비무면…….
“대련 같은 건가?”
“그래, 대련. 내 강자를 보면 참을 수가 없어서 말이야.”
웃고 말았다. 단순무식하지만 저런 게 난 좋거든.
“그럼 내기 하나할까?”
“내기?”
“내가 이기면 네가 사용하는 ‘내공심법’이라는 거 내놔.”
창을 든 남자가 움찔한다. 그러더니 물었다.
“내가 이기면?”
“원하는 거 다 줄게. 황제 자리도 주고 내가 쓰고 있는 저 검도 주고, 그냥 모든 걸 줄게. 그런데 기대는 안 하는 게 나을걸.”
“왜지?”
“네가 날 이길 일은 없으니까.”
남자가 히죽, 웃는다.
“내 이름은 수라도제다. 뒤뜰로 나와라.”
그대로 몸을 돌렸다.
생각해 보니까, 이쪽 대륙…… 나랑 잘 맞을 거 같아.
천마신검을 허리춤에 채워 넣고 걸음을 옮겼다.
* * *
수라도제 유제하는 조용히 서 있었다.
자신의 애병 수라도修羅刀를 바닥에 꽂고 그 손잡이에 양손을 올린 그의 분위기는 굉장히 고요했다.
강자와의 싸움이다.
태극검제가 길거리에 흔한 시정잡배도 아니고 그 정도의 인물이 삼 초 만에 패배했다…… 심지어 제압을 당했다고 한다.
피가 끓어올랐다.
현 무림에서 태극검제는 정확히 11번째로 강하다. 유제하는 8번째다.
겨뤄 보고 싶었다. 여태껏 등장한 적이 없는 남자.
스스로를 다른 대륙에서 왔다 말하는 남자.
유제하의 머릿속에는 방금 전까지 태극검제와 나눴던 대화가 떠오르고 있었다.
‘그가 말한 다른 대륙이라는 게, 아마 금지禁地를 말하는 것 같네.’
‘금지?’
‘왜, 그 있잖은가. 바다 너머에 그 누구도 들어가지 못했다는 금지된 땅. 번개의 폭풍우가 몰아치고 바다는 끊임없이 요동치는 그곳.’
‘그곳에 다른 대륙이 있었다?’
‘그게 아니라면 설명이 되지 않아. 그의 태도와 그의 말에는 진심이 담겨 있었거든.’
‘하지만 그가 사라졌던 전대의 고수일 수도 있지 않은가.’
태극검제는 그 부분에서 고개를 저었다.
‘그는 다른 언어를 쓰더군. 자네 혹시 라그나뢰크라는 단어를 들어 보았는가?’
‘……처음 들어 보는군.’
‘그렇다면 밀로스라는 단어는?’
‘…….’
‘그가 굳이 그 폭풍우를 헤쳐서 이곳까지 온 이유를 나는 몰라. 하지만 한 가지는 확실하네.’
‘그게 무엇인가?’
‘그는 강하다는 거. 장검을 쓰는 것 같은데 뽑지도 않았어. 마치 삼존, 아니. 천마……. 모르겠네. 그 이상인 것 같기도 하고. 도저히 한계가 어느 정도인지 모르겠어.’
‘…….’
‘자네 성격상 강자를 보면 참지 못할 테니 아마 비무를 신청할 테지. 참으라고 해도 참지 않을 것을 나는 알아. 그러니 그를 자극하지 말게. 그저 공방을 몇 번 주고받는 것만으로 격의 차이를 느낄 테니 그것으로 만족하시게.’
유제하는 웃었다.
태극검제는 재미있는 남자다.
대기만성형의 교과서 같은 남자.
나이만큼이나 연륜도 뛰어나다. 이 자리까지 올라온 것에 그의 덕도 있었다. 단순한 남자인 수라도제 유제하는 태극검제를 존중한다. 동맹을 맺고 있는 것도 그 일환이다. 하지만 거기까지다.
살살 한다? 그건 말 같지도 않은 개소리다. 무인이란 자고로 어느 순간이든 최선을 다해야 하는 법.
그런 강자가, 거기다 정체도 불분명한 그런 남자가 하늘에서 뚝 떨어졌다니.
궁금했다. 호승심이 뇌를 지배했다. 눈을 감고 기다리는 지금 이 순간에도 심장이 떨렸다.
그래서 유제하는 몰랐다.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태극검제를. 그리고.
“얘는 뭐 서서 자냐? 요상한 취미를 가지고 있네.”
눈을 떴다.
허리에 자기 키보다 큰 장검을 차고 있는 남자가 서 있었다.
“그대의 이름을 묻지를 못했군. 이름이 어떻게 되나?”
황제가 웃었다.
“그러고 보니 가장 중요한 걸 말 안 했네.”
가장 중요한 거.
유제하는 이미 뒤뜰로 나오기 전 스스로를 소개했다. 그러면 하나밖에 없다. 저 황제라 칭하는 남자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자기 이름을 밝히지 않은 것.
그래서 조용히 기다렸다. 하지만 틀렸다.
“호칭, 내가 황제인 걸 알면서도 말을 낮추고, 너보다 강자인 게 뻔한데도 말을 낮춘다…… 무슨 자신감이냐?”
황제가 웃는다.
그리고 한 걸음 내딛는다.
“내 이름은 잭 밀로스. 서대륙의 황제다.”
말이 끝나는 것과 동시에 그의 몸이 사라졌다. 잔상? 그딴 것도 없었다.
이형환위, 그런 것도 아니었다. 그냥 사라진 거다.
“난 오만해도 돼. 강하니까. 그 누구에게도 말을 높이지 않아도 돼. 강하니까.”
감각이 외친다. 뒤, 정확히는 대각선 방향에 있다고.
수라도를 붙잡았고 빠르게 휘둘렀다.
후웅-!
허공을 가른다.
정확히는 황제가 턱을 살짝 젖히는 것만으로 피해 냈다.
그 상태로 그가 말했다.
“그런데 너넨 뭔데 말을 낮추지?”
수라도를 회수하려 했다. 회수하고 휘두르려 했다. 하지만 의미 없었다.
수라도는 허공에 박힌 듯, 마치 허공의 장식품처럼 그 자리에서 꼼짝도 하지 않았으니까.
점점, 눈이 크게 떠진다. 경악했다.
기를, 이렇게 다스린다고?
“혹여, 이 자리에서 네 녀석이 죽는다면 그 이유는 하나다.”
그 이후는 거의 본능적인 움직임이었다. 일단 수라도를 놓았다. 그리고 뒤로 물러섰다. 아니 물러서려 했다.
그보다 한발 빠르게.
뻐어어억-!!
“쿨럭-!”
섬전처럼 뻗어온 무언가가 옆구리를 후려쳤다. 솔직히 모르겠다. 각脚인가? 혹은 권拳인가?
느낀 것도 맞고 나서야 느꼈다. 보는 것은 상상도 못 했다.
몸이 멀리 날아간다. 콰앙, 무언가를 부수고 또 부수고 땅에 두어 바퀴를 구른다. 빠르게 손을 뻗었다. 땅으로 추정되는 곳이 보인다. 저기를 짚고 몸의 균형을 되찾아야 했다. 하지만 그것도 하지 못했다. 손을 뻗기 전 보았다.
황제의 주먹이, 위에서 아래로 내려찍히고 있는 것을.
서쪽의 황제가 말했다.
“내게 말을 높이지 않았기에. 그 이유 말고는 없다.”
삶이 흘러간다. 마치 주마등 같았다.
뻐어어어억-!!
콰아아아앙-!!
얼굴이 박살 나는 소리와 몸 전체가 땅에 처박혀 지름 수십 미터의 크레이터를 남긴 것은 거의 동시에 일어난 일이었다.
바닥에 처박힌 수라도제는 아무런 미동이 없었다. 가슴이 들썩이긴 했지만 거기까지였다. 그는 기절했다.
가볍게 손을 털어낸 황제가 몸을 돌린다. 그의 시선은 백발의 노인. 태극검제에게 향해 있었다.
“손님 대접을 해 주겠다더니 재미있는 짓거리를 하네.”
* * *
생각해 보면 간단한 거다.
일단 손님 대접을 해 주겠다고 했고, 태극검제가 다스리는 이곳 종도에서 며칠 머물기로 했다.
상황이 그렇게 정리된 게 고작 몇 시간 전이다.
그 몇 시간 만에 수라도제라는 놈이 와서 대놓고 비무를 하자고 한다.
나는 놈을 처음 본다. 사실 이 동대륙에서 보는 모든 인물들이 처음 보는 인물이다. 수라도제도 나를 처음 봤어야 한다. 그런데 대련을 하자며 찾아왔다. 그건 부추긴 놈이 있고 나에 대해 알려 준 놈이 있다는 뜻이다.
그놈이 누굴까. 한 명밖에 없다.
저기서 굳은 표정을 하고 있는 백발의 노인. 태극검제 종운성.
“뭐가 그렇게 궁금하셨어?”
“……오해네.”
웃고 말았다. 내가 바보등신도 아니고.
“왜 저 수라도제를 부추겨서 나랑 대련을 하게 만들었을까…… 왜 나를 떠보려는 것처럼 느껴질까.”
천천히 걸었다. 뒷짐은 그냥 풀었다.
종운성이 굳은 표정으로 다시 한번 말한다.
“오해네.”
고개를 저었다.
“거짓말을 두 번이나 하네. 너무 당연한 거라서 말 안 한 건데. 내가 혐오하는 게 두 가지가 있어. 하나는 같은 말 두 번 하는 거, 나머지 하나는 구라 치는 거.”
종운성이 침을 꿀꺽, 삼킨다. 이게 아닌데.
이렇게 되면 안 되는데 하는 그런 표정이다.
그에게 다가가 그대로 손을 뻗었다.
내 손이 나아가는 그것을 종운성은 느끼지 못했다. 이 정도가 태극검제 종운성과 나와의 간격이다.
콰악.
그의 목을 움켜쥐자 그제야 그가 반응한다.
“잠시만…… 쿨럭, 잠시만.”
손에 천천히 힘을 주었다. 그제야 내가 장난이 아니라는 걸 확실하게 느낀 건지 종운성이 외쳤다. 정말 다급하게.
“설명, 설명하겠네!”
손에 힘을 풀지는 않았다. 굳이 풀 이유가 없었다.
“해 봐.”
“……자네의 성향을 알아보고 싶었네.”
“내 성향?”
“자네가 정파에 속할지, 사파에 속할지, 혹은 마교에 속할지. 그런 게 궁금했어. 수라도제와 대련을 하면 이것저것 이야기를 나눌 테고 그 이야기에 자연스럽게 껴서 자네와 관계를 돈독히 하려고 했을 뿐이라네. 그게 전부야.”
혀를 내밀어 입술을 살짝 핥았다.
처음 볼 때부터 느낀 건데. 이상하게 이 노인을 보면 구역질이 난다.
“……그게 끝이라네. 정말 그거 말고는 없어.”
고개를 저었다.
“난 내 직감을 절대적으로 확신하거든. 그런 내 직감이 지금 말해 주고 있네. 우리 태극검제 님께서는 아직도 정신 못 차리고 계속 구라를 치고 있다고.”
자고로 아 다르고 어 다른 법이다.
왼손을 들었다. 그 손이 태극검제의 오른팔을 붙잡는다. 힘을 주었다. 그리고 당겼다.
쑤욱, 팔이 뽑혀져 나온다.
“끄……아아악-!!”
주변이 소란스러워진다. 종운성의 친위대가 달려온다. 빠르게 주변을 감싸고, 무기를 꺼내고 마나를, 이쪽 언어식으로 말해 주면 내공을 끌어 올린다. 무시했다.
“세 번이면 참을 만큼 참은 건데, 이제 너한테 남은 건 하나야. 고통 없이 뒤질 건지 아니면 고문당하다 뒤질 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