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Legendary youngest son of the marquis RAW - Chapter (452)
제 453화
정천맹에서 파견된 조사단은 고작 하루 하고도 반나절 만에 빙궁에 도착했다.
겨울옷을 둘둘 두르고 있는 그들의 중앙에는 거대한 덩치의 남자가 있었다. 검은색 장포를 입고 검은색 장창을 등에 메고 있는 남자.
그리고 그의 뒤쪽에 있는 이들은 총 33.
그중 31명은 초절정, 즉 초급 마스터였고 나머지 한 명이 화경, 즉 중급 마스터였다.
여하튼, 그 33명 중 딱 한 명이 눈에 들어온다.
저 검은 장포에 검은색 장창을 메고 있는 거대한 덩치의 남자와 닮은 어린 꼬마.
그 꼬마는 털옷을 입은 채 오돌오돌 떨고 있었다. 무슨 상황이지.
그쪽을 바라보고 있을 때였다.
덩치 큰 남자가 다가온다.
“잭 밀로스, 맞소?”
고개를 끄덕였다.
“흑마창제 하후돈이오.”
“목적은?”
하후돈이 주변을 둘러본다.
그러고는 화제를 돌렸다.
“나는 이런 상황이 참으로 마음에 들지 않소.”
고개를 갸웃했다. 뭔 소리야 이게?
“하지만 각자의 사정이라는 게 있고 그게 외면하기 어려운 사정이라면 행동하는 게 맞다고 생각하오.”
여전히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
하지만, 이어지는 상황 덕에 대충 이해했다. 미간이 찌푸려진다.
“태극검제 종운성이 정파의 인물이라는 것을 알고 계시오?”
그냥 답하지 않았다. 조용히 잔에 담긴 홍차를 후룩 마셨다.
“당신이 태극검제 종운성을 죽이는 순간을 목격한 이들이 있소. 그들이 말하기를 당신이 ‘일방적’으로 종운성을 죽였다고 하더군.”
옆에 있던 론의 표정이 굳어진다. 이게 무슨 상황인지 알아챘으니까.
“태극검제 종운성은 ‘선’하기가 이를 데 없고, 행동거지 자체도 의협의 절개라 해도 어색함이 전혀 없는 그런 남자였소. 그런 남자를 ‘별것도 아닌 이유’로 죽인 당신은 마魔, 그 자체요. 이것에 이견이 있소?”
웃고 말았다. 정말 웃음이 터져 나왔으니까.
이런 건 또 오랜만에 보네.
“명분을 만든다……? 간만이라 신선하기도 하네.”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섰다. 걸음을 옮겼다. 덩치 큰 하후돈의 앞으로 걸어갔다. 그런 나를 바라보며 하후돈이 말을 잇는다.
“당신은 정파를 건드렸소이다. 타국의 황제라 칭하는 미…….”
하후돈은 말을 잇지 못했다. 왜냐면.
뻐어억-!!
나한테 명치를 얻어맞고 멀리 날아갔으니까.
론이 한숨을 터트리고 멀리서 관망하던 유설하가 슬며시 팔짱을 낀다.
어휴.
“뭔 말이 이렇게 많아. 강자존이라며?”
팔을 툭툭 털며 걸음을 옮겼다.
“주둥이로 나불거릴 거면 무공은 왜 배웠어. 요리할라고?”
멀리 날아간 하후돈이 몸을 일으킨다. 등에 메고 있던 창을 뽑아 든다.
쿠궁.
그의 몸에서 적색의 기운이 넘실거리기 시작했다.
그걸 바라보며 웃었다.
두근. 심장이 울린다.
안 그래도 오늘 천마신교로 가려고 했다. 내가 이 대륙에 온 이유는 상황을 파악하기 위해서다.
라그나로크라는 놈이 현재 상황에서 가장 유력한 내 적인데 대충 기록으로만 봐도 놈은 강하다.
어쩌면, 아니지. 매우 높은 확률로 지금의 나보다 더 강할 수도 있다. 그렇다고 피할 수는 없다. 이곳으로 온 이유는 놈을 쳐 죽이기 위해서니까. 그런데 놈이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 흔적을 찾아야 한다. 그 단서 중 하나가 천마신교다.
천마신교가 모시는 신의 이름이 아수라라는데, 아수라는 과거 라그나로크에게 죽었던 인물이다.
즉 나는 오늘이나 내일 중으로 천마신교로 가려고 했다.
천하제일인이라는 천마를 한번 보고 싶었는데. 그 전에.
준비 운동을 할 수 있는 상황이 마련된 거다. 그냥 그렇게 생각하기로 했다.
거기까지였으면 좋았을 텐데.
* * *
하후돈은 생각했다. 아프다……라고.
계속 강조했지만 하후돈은 정말 이런 상황을 좋아하지 않았다. 무인 대 무인으로.
각자의 무기를 쥐고 생사를 걸며 싸우는 것. 그게 좋았다. 그렇게 살다가 죽고 싶었다.
하지만 그럴 수 없게 되었다.
동생이 병에 걸렸으니까. 유일한 가족이자 단 하나밖에 없는 동생이 있다.
녀석이 걸린 병의 이름이 구음절맥이다.
내공을 수련할 때 기氣가 통과하는 몸 안의 혈맥이 얼어 버리는 것.
이 병에 걸린 이들은 걸린 이후 길어야 10년을 산다. 그것도 시름시름 앓다가 죽는다. 선천적인 병으로 걸리는 경우도 있지만 후천적으로 걸리는 경우도 있다.
하후돈의 동생인 하후영은 후자의 경우였다. 그리고 오늘로 동생이 이 병에 걸린 지 9년째다. 나이는 고작해야 18살. 과장 하나 보태지 않고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을 하후돈은 안다.
이 병의 유일한 치료법은 생령초를 먹이는 것이다. 그 생령초를 가지고 있는 이가 염존 화천대사다. 그게 유일한 생령초였다.
그가 원하는 것은 잭 밀로스라는 이가 공공의 적이 되는 것이다.
애초에 화천대사는 잭 밀로스라는 서쪽의 황제와 같이 갈 생각이 없었다. 회유를 한다거나 같은 편으로 만든다거나 그런 것에 전혀 관심이 없었다. 그가 원하는 것은 오직 하나다.
천하제일인이 되는 것.
천마를 죽이고 세상에 우뚝 서는 것. 염존 화천대사는 그것만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의외로 그의 행동은 단순했다. 고지식하다고도 할 수 있는데 단적으로 말하면 그냥 단순한 거다.
다만 그 단순한 방식을 고수하는 데 모략이 들어간다는 거다. 그 모략은 치밀하다. 아주 역겨울 정도로.
하후돈이 고개를 돌렸다.
그의 시선은 정천맹의 경비 단체인 천검대에게로 향해 있었다. 그중 동생의 뒤쪽에 있는 남자.
저 남자가 천검대 3번 대장 주세종이다.
염존의 개새끼였고 저놈에게 생령초가 들려 있다.
주세종은 하후돈의 시선이 어떤 의미를 지니고 있는지 눈치챘다.
염존이 원했던 것은 하후돈이 저 남자와 싸우는 것이다. 싸우고 죽는 것.
흑마창제가 과거에 어떤 인물이었는지 주세종은 잘 안다.
미친개. 싸움에 미친 개새끼가 바로 흑마창제다.
그 흑마창제를 염존은 원했었다. 그 호전성, 지금보다 더 강해지기를 원하는 그 열망.
밑에다 두고 쓰기 굉장히 좋다고 판단했다. 그런데 그 동생이 구음절맥에 걸렸다.
치료하기 위해서는 생령초가 필요하다. 그 생령초를 염존은 가지고 있었다. 그걸로 흑마창제를 휘두르고 싶었지만 실패했다. 그렇게 9년이 흘렀다. 그 9년. 흑마창제는 다른 생령초를 찾아다녔고 실패했다.
염존에게 찾아가 생령초를 달라고 했을 때, 무릎 꿇고 빌던 그때의 일을 주세종은 안다. 왜냐면 직접 염존에게 들었으니까.
그는 이렇게 말했다.
‘그때 내가 무슨 생각을 했는지 아시는가?’
‘모르겠습니다.’
‘이런 생각을 했네. 내가 알던 흑마창제가 아니구나.’
‘…….’
‘빛이 사라졌구나, 길들이지 못할 것 같던 미친개가 사실은 개도 아닌 그냥 길거리의 흔한 벌레였구나. 그래서 이제는 가지고 싶지가 않아. 흥미가 식었어.’
정원에 있는 난초를 뚝, 꺾으며 염존은 이렇게 말했다.
‘내가 일으킬 정마전쟁에서 그를 쓰는 건 어떨까, 그리 생각도 했었네. 그런데 그건 아니 될 일이야. 내가 천하제일인이 되는 그 싸움에 하후돈의 자리는 없어. 하후돈이 자리할 곳은 그저 정마전쟁 이전에 퇴장하는 것, 딱 그 정도가 적당해.’
꺾인 난초가 파스슥, 가루가 되어 흩어진다.
‘하후돈은 그 남자와 싸우겠지. 자기가 죽어도 세상에 하나뿐인 생령초가 자기 동생을 치료해 줄 거라는 그 믿음을 그는 가지고 있을 것이야. 그런데 9년이네. 무려 9년이야.’
염존은 웃었다.
‘그 9년간 나는 사람 하나를 잘못 봤어. 난 그 대가를 치렀네. 혼자서 분을 삭이고 가슴을 쥐어짰지. 그런데 하후돈은 무슨 대가를 치렀나?’
내색은 안 했지만 주세종은 소름이 돋았다. 여전히 염존의 웃음은 밝았다. 그가 말했다.
‘그 자리에서 그의 동생을 죽이시게. 그 정도의 대가는 치러야 하지 않겠나.’
감았던 눈을 떴다.
이후 주세종은 두 가지 행동을 했다.
첫째는 품 안에서 생령초를 꺼내 든 것.
하후돈의 눈빛이 변한다. 지켜보던 저 서쪽의 황제도 눈빛이 변했다.
그리고 주세종은 다음 행동을 이어 갔다.
검을 뽑고, 그 검으로 하후돈의 동생의 목을 겨눈 것이다.
하후돈이 구겨진 인상으로 그를 노려본다.
“……무슨 짓이지?”
“무슨 짓이겠소?”
주세종이 비릿하게 웃는다.
“흑마창제 하후돈, 전대 수령창제 유성학을 이기며 제의 칭호를 얻은 자, 당신이 맹주님과 했던 거래는 이러했을 거요. ‘빙궁으로 가서 황제라 칭하는 미친놈과 싸워라. 판이 마련된 순간 생령초를 주겠다’. 하지만 지금 그 내용이 바뀌었소.”
남자의 입가에 진한 웃음이 걸린다.
“‘그 자리에서 죽어라. 네놈이 죽는 순간만이 생령초를 가질 수 있는 순간이다.’”
하후돈이 눈을 질끈 감는다.
이건 자기도 예상하지 못했다는 듯한, 그런 모습이다.
“오빠…….”
그 여린 목소리에 하후돈은 고개를 저었다. 이가 악물린다.
“염존 화천대사, 그의 야망이 천하제일을 향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알고 있었는데…… 이 정도로 쓰레기일 줄이야.”
하후돈의 몸이 돌려진다. 그의 기세가 주세종에게 향했다. 농밀한 살기. 무조건 죽이겠다는, 어떻게든 죽여 버리겠다는 그런 살기였다.
하지만 주세종은 여유로웠다.
그의 손에 들린 검이 하후돈 동생의 목을 살짝 파고든다. 움찔, 하후돈의 몸이 멈췄다.
주세종이 말했다.
“아직도 상황 파악이 안 되시오? 설마 이걸 진퇴양난이라고 생각하시는 건 아니시겠지.”
주세종의 주변에 있던 천검대의 모든 이들이 각자 무기를 뽑아 들었다. 주세종이 하후돈을 바라보며 말한다.
“그대가 나를 향해 달려든다면 나는 죽겠지. 천검대도 전부 죽겠지. 하지만 내 확실히 말하건대 이 아이도 같이 죽을 것이오. 하지만 그대가 저 서쪽의 황제를 향해 달려든다면 그나마 이 아이가 살아날 가능성이 생기오. 이건 진퇴양난이 아니…….”
“니들 뭐 하냐?”
주세종은 말을 끝마치지 못했다. 정확히는 중간에 끊겼다. 모두의 시선이 한쪽으로 돌려진다. 미간을 구기고 있는 서쪽의 황제. 잭 밀로스.
“와, 이런 적이 처음이라 말이 안 나오네. 병풍 취급이 이런 건가?”
특히 주세종은 더 당황했다. 왜냐면 저렇게 말하는 잭 밀로스의 몸이 마치 연기처럼 그 자리에서 사라졌으니까.
그리고 그 목소리가, 바로 옆에서 들려왔으니까.
“대답해, 주둥이 찢어 버리기 전에.”
* * *
솔직히 말하면 이런 상황을 나는 상상도 못 했다.
애초에 관심이 없기도 했지만 왜 그런 거 있잖아.
기대도 안 하고 상상도 안 한 일인데 그게 막상 닥쳐왔고, 닥쳐온 그 상황이 나를 병풍으로 만들고 지들끼리 짠 모략의 장기말이 되어 있는 상황.
이걸 어떻게 상상하냐고.
어떤 미친놈이, 정신병자도 아니고 그런 짓을 해.
하지만 이미 그런 일은 벌어졌고 돌아가는 꼬라지를 보니까.
“그 염존이라는 새끼는 내가 호구로 보이나 봐.”
당황한 표정을 짓고 있던 이 모질이 새끼가 순간 미간을 찌푸린다.
“건방진 새끼가-!”
거기까지였다.
그대로 손을 뻗었다.
콰직.
놈의 팔목이 으스러진다. 비명을 내뱉기도 전에 내 손이 놈의 입을 틀어막았다.
“병풍 취급이 이런 거냐고 물었는데 왜 딴 소리를 하냐.”
“쳐라-!”
주변에 있던 정파의 조사단이 달려든다. 아니 달려들려 했다.
반대쪽 손이 그대로 쥐어진다.
쩌엉-!!
허공이 찢어지고 마나가 찢어진다.
달려들던 무인들이 그 자리에서 허물어졌다.
털썩-털썩.
침묵이 자리한다. 웃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