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Legendary youngest son of the marquis RAW - Chapter (470)
제 471화
“어떤 느낌이?”
“자네와 천마와 그리고 천외천이 싸울 것 같은 느낌이 들거든.”
“그래?”
“칼에 죽고 칼에 사는 게 무인이라고는 하지만 자네나 천마나 천외천이나 수준은 이미 무인의 수준을 넘었어. 자네들이 싸우면 그건 재앙이야.”
“그래서, 지금 싸움을 말리는 거냐?”
신의가 고개를 젓는다.
“애들 싸움은 말릴 수 있어도 어른 싸움은 못 말려. 그것도 패싸움이면 말릴 수도 없지. 그저.”
“그저?”
“풍파가 가라앉을 동안 어디 가 있고 싶어서 말이야.”
물끄러미 신의를 바라보았다. 어떤 뉘앙스로 말하려는 건지 대충 감은 잡힌다.
“서대륙이라고 했나?”
“어, 서대륙.”
“혹시, 그곳에 자리가 있는가?”
“자리야 많지.”
“내 입으로 말하긴 좀 그렇지만 소환단 3개는 턱없이 부족해.”
수라도제가 신의에게 줬다던 그 빚을 말하는 거다.
“우리 이렇게 하자고.”
“어떻게?”
“수라도제의 소환단 3개는 나, 신의를 움직이는 값으로 치고 자네의 몸을 치료하는 건.”
“치료하는 건?”
“그 서대륙이라는 곳에 잠시 쉬어 갈 자리를 만들어 주는 걸로 퉁치는 거. 어떤가?”
“수라도제가 많이 섭섭해하겠는데.”
신의가 피식 웃는다.
“다른 이들은 몰라도 자네는 알지 않은가. 지금 자네의 몸을 치료하려면 보통 수법으로는 안 된다는 거.”
음
“내가 개인적으로 가지고 있는 영약이 일곱 개 있어.”
일곱 개?
“만년하수오 1개, 공청석유 10ml. 그리고 빙정 3개와 화정 2개.”
신의가 잠시 말을 멈추더니 한숨을 터트린다.
후우.
그러고는 다시 말을 이었다.
“난 수라도제에게 빚이 있어. 의궁에 짬밥 처리하는 똥개가 병에 걸린 적이 있었는데 걔네 치료하려고 소환단을 빌려 썼거든. 그런데 자네의 몸을 치료하려면 소환단 수천 개랑은 바꿔도 남을 그런 영약이 일곱 개나 필요해.”
물끄러미 신의를 바라보았다.
“수라도제는 나를 움직였고 내가 자네를 치료하겠다는 마음을 먹게 한, 딱 그 정도 선에서 정리하고 그 외의 재료들은.”
“재료들은?”
“그 서대륙에 약 200명 정도의 인원이 ‘휴가’를 보낼 수 있게 해 주시게. 절대적인 안전을 보장해 주고.”
말없이 신의를 바라보았다.
“어려운 부탁인가?”
“만약 내가 거절하면?”
“상관없어. 난 자네를 치료하겠지.”
“거래를 안 받아들였는데?”
“재료야, 수라도제한테 청구하면 되는 거고 자네가 싫다는데 어쩌겠는가. 그 서대륙이라는 곳이 안 되면 그냥.”
“그냥?”
“저기 설산 동굴 밑에 애들이랑 처박혀 있으면 되지.”
웃고 말았다. 웃다가 배가 아파서 웃음을 멈췄는데, 다시 웃음이 나온다.
정말, 이 무림이라는 곳은 알다가도 모르겠다.
서대륙에 자리라…….
혹시.
“바다 보는 거 좋아하나?”
“바다, 좋아 죽지.”
“로테르담이라고 바다가 보이는 항구 도시가 있어. 거기에 거처 마련해 줄게.”
“황제라더니, 배포도 크군.”
“그거야 보면 알잖아.”
“글쎄, 내가 아는 잘생긴 놈들은 죄다 뻔뻔하던데 자네는 좀 다르군.”
칭찬으로 받아들였다.
“그럼 눈 감으시게. 바로 시작할 터이니.”
* * *
론은 걱정 가득한 눈으로 석실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 자리에서 꼼짝도 하지 않고, 마치 돌처럼 그 자리에 박혀 있는 론의 곁으로 하후돈이 다가간다.
“내가 서대륙이라는 곳을 잘 알지는 못하지만.”
론의 고개가 돌려진다.
“그쪽도 사람이 사는 곳이고 내공을 사용하는 곳이니 수준급의 ‘의사’들이 존재하겠지.”
“…….”
“하지만, 내 모든 걸 걸고 장담하는데 신의 정도면 지금 당장 서대륙으로 가도 최고가 될 것이라네.”
그건 믿음이었다. 론의 시선이 힐끗, 옆에 있는 하후돈의 동생 하후영에게 옮겨진다. 처음 봤을 때는 당장이라도 죽을 것처럼 보였는데 굉장히 건강해 보인다.
영약 하나만 먹고 저렇게 되었을 리는 없다. 신의가 저렇게 만들어 준 거다.
약의 효율을 극대화시키고 문제를 찾고 그걸 해결하는 등.
신의라는 별호를 얻을 정도로 능력은 뛰어났다.
“하지 못할 거였다면 시작도 안 했겠지. 영약이란 영약을 다 가져간 걸 보면 모르겠는가. 신의는 자신 있는 거라네.”
“신의를 믿습니까?”
“난 인간은 잘 안 믿어. 하지만 ‘신의’라는 남자가 어떤 자존심과 철학, 그리고 신념을 가지고 있는지는 알아. 그걸 믿는 거지.”
론은 말없이 하후돈을 바라보았다. 그러다 고개를 돌려 다시 석실을 바라본다.
그 모습을 바라보던 하후돈은 조용히 한숨을 내쉬었다. 가슴속에서 나오려다 들어가기를 반복하던 그 말이 결국 나온다.
“한심하군.”
론의 고개가 돌려진다.
“저, 말씀하시는 겁니까?”
“그럼 여기에 자네 말고 누가 있나.”
엄밀히 말하면 몇 명 있긴 했었다. 멀리서 가부좌를 튼 채 앉아 있는 수라도제와 하후돈의 동생인 하후영. 하지만 하후돈의 말이 론을 향한 것은 분명했다.
“모시는 주군이 몸을 치료하러 갔고 그동안 무공을 배우라고 했어. 그건 그냥 듣고 흘려도 되는 말이었나?”
“…….”
“황제라고 하지 않았나? 폐하라고 부르지 않았나? 말로는 그렇게 부르면서 그의 말은 귓등으로 듣는군. 지금 자네가 해야 할 일은 비 맞은 개새끼 같은 꼴로 석실을 지키는 게 아니야.”
하후돈의 눈은 이글거리고 있었다. 그건 분노나 그런 게 아니었다. 그냥 말 그대로 열망.
은혜를 갚고 싶다는 한 남자의 열망.
“지키는 것도 힘이 있어야 하는데, 고작 정천맹의 조무래기들을 죽여 놓고 기고만장해하는가?”
“…….”
“흑마법이라는 걸 쓴다지? 사술이라고 하던데 만약에 그 자리에 ‘제’의 이름을 달고 있는 이가 단 한 명이라도 있었더라면, 그리고 그게 자네와 저 황제의 적이었다면 황제는 몰라도 자네는 무조건 죽었어.”
멀리서 가부좌를 하고 있던 수라도제가 눈을 뜬다. 눈만 떴다.
그는 아무 말 없이 론과 하후돈을 바라보았다.
하후돈이 말했다.
“다른 이들이라면 몰라도 적어도 제의 이름을 가진 이들은 알아. 자네가 최소 15년 정도 ‘내공’과 ‘몸’을 쓰지 않았다는 것을.”
잭에 의해 일찍 퇴장했을 뿐, 분명 제라는 이름을 지닌 이들은 어디 가서 무시 받을 이들이 아니었다. 멀리 갈 것도 없이 태극검제만 봐도 된다.
제의 끝자락에 걸쳐 있어도 최소 수십만 이상을 거느린다. 무공에 미친 동대륙에서 그건 그의 능력을 상징했고 권위를 상징했다.
하후돈은, 그런 태극검제보다 강하다.
“자네의 나이가 몇인지는 몰라. 30대 중후반으로 보이지만 40대일 수도 있지. 정천맹의 무인들을 그렇게 썰어 댄 걸 보면 재능이 없는 건 아닌데 왜, 그 재능을 그렇게 낭비하지?”
“……당신이 뭘 안다고 떠드는 겁니까.”
론도 할 말은 있었다. 힘을 기를 수 없는 상황이었으니까. 발란티에 후작가에서는 힘을 숨기고 숨죽여야 했으니까. 하지만.
“자네가 처했던 상황? 나는 모른다. 서대륙의 상황? 그것도 모른다. 하지만 한 가지는 알지. 자네가 도망쳤다는 거.”
“……도망?”
“강해질 생각은 왜 안 했지? 왜 내공을 쓰지 않았지? 왜 몸을 쓰지 않고 그 긴 시간을 보냈지? 무언가 막고 있었나? 그럼 막고 있는 그것을 부술 생각은 하지 못했나?”
“…….”
“9년 전이었지. 화천대사가 생령초를 가지고 나를 협박했을 때 나는 다짐했어. 놈을 죽이겠다고.”
“…….”
“세상을 떠돌아다니며 수련했지. 그때의 나는 초절정이었고 9년 동안 화경을 넘고 현경에 들어섰어. 이게 패배자의 말로처럼 보이는가?”
론은 말없이 하후돈을 바라보았다.
“목적과 수단을 헷갈리지 않았기에 나는 굽혔어. 9년이 아니라 10년, 20년의 세월이 내게 있었더라면 화천대사를 넘었겠지. 놈은 황제에게 죽지 않고 내 창에 미간이 뚫렸겠지. 다시 묻지. 이게 패배자의 말로처럼 보이는가?”
론은 고개를 저었다. 그런 론에게 하후돈은 계속 말했다.
“흔히들 말하지. 재능의 차이라고, 어느 정도는 인정해. 내가 9년간 성장할 수 있는 최대치는 거기까지였어. 하지만 자네는?”
“…….”
“자네의 재능은 나보다 뛰어나고 저기 있는 수라도제보다도 뛰어나. 아마 15년을 쉬지 않았더라면 자네는 지금의 나는 가뿐히 뛰어넘는 힘을 가지고 있었겠지. 서대륙에 강자가 얼마나 많건 간에 최소 나 정도만 되어도 할 수 없는 일보다 할 수 있는 일이 더 많아. 그런 건 생각도 하지 않았나? 바로 포기했나?”
답하지 않는 론에게 하후돈은 계속해서 쏘아붙였다.
“대체 왜 그런 재능을 죽이고 있는 거지? 자네가 모시는 저 남자는 강해. 그런 강자를 모시는데 고작 그 정도의 마음가짐이면, 스스로가 부끄럽지도 않나?”
하후돈이 앞으로 한 걸음 내딛는다.
“15년, 그 15년 동안 자네가 수련을 했더라면 지금쯤 자네의 별호는 ‘군’이 아니라 최소 ‘제’가 되었겠지. 높은 확률로 왕이 되었을 수도 있고.”
하후돈의 두 눈이 론의 눈을 또렷하게, 바라본다.
“아직도 망설이시는가? 아직도 준비가 덜 되었는가? 황제가 며칠 동안 치료를 받을지는 몰라. 그 시간 동안 그저 멍하니 기다릴 생각인가? 계속 도망칠 생각인가?”
론은 가슴이 떨렸다. 그냥 다 와 닿았기 때문이다. 전생에서 잭은 발란티에 후작가를 가출했다. 도망친 거다. 론은 그런 잭을 따라갔다고 한다.
어쩌면, 론도 도망친 걸지도 모른다. 잭을 보호하기 위해서라는 건 그저 핑계였을 뿐, 그때나 지금이나 론은 계속 도망자와 다르지 않았다.
“태극검제는 대기만성형의 남자였지. 말년이 추하긴 했어도 한때의 태극검제는 무림에 큰 돌풍을 일으킨 존재였어. 50대에 초절정이 되었고 60대에 화경이 되었으며 70대에 현경, 즉 검제가 되었지.”
충분했다.
그냥, 이 정도면 충분했다. 일단 하나 묻고 싶었다.
“왜, 이렇게까지 저를 도와주시는 겁니까?”
“자네를 돕는 게 아니야.”
“…….”
“황제, 그 남자에게 빚진 것을 갚고 싶을 뿐, 그 이상도 이하도 없어.”
론이 고개를 끄덕인다. 도망, 이젠 치면 안 될 것 같다. 아니, 치면 안 된다.
잭은 항상 앞만 보고 간다. 그의 옆에 서고 싶은 론도, 마찬가지로 앞만 보고 가야 한다. 이젠 앞만 보고 간다.
“내가 무엇을 하면 됩니까.”
하후돈이 슬쩍 고개를 돌린다. 그의 옆에는 수라도제 유제하가 와 있었다.
말은 유제하가 했다.
“모든 건 의지에 달렸다…… 그렇게 말하는 건 너무 성의 없어 보이겠지. 하지만 그렇게 말할 수밖에 없겠어.”
하후돈과 유제하는 서로 친분이 있는 관계는 아니었다. 서로 부딪칠 일이 없었으니까. 하지만 이 순간만큼은 뜻이 통했다.
“그가 일어나기 전까지 나와 흑마창제가 자네를 가르칠 거라네. 물론 스승이라고 부를 필요는 없어.”
뭐라고 해야 할까.
참 묘한 상황인데 론은, 이상하게 웃음이 나왔다.
오랜만이라는 단어가 아마 정확할지도 모른다.
정말로 오랜만이었다.
망설임을 지우고, 도망친다는 그 생각을 의식하고 그걸 지우니까 나타났다. 하인이자 집사가 아닌 도관의 대전사.
론 이그라헬.
도관 최고의 재능. 그가 말했다.
“바로 시작합시다.”
잭이 깨어났을 때 놀랄 수 있도록, 론은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그렇게 론은 수련을 시작했다.
* * *
잭이 치료를 받고 론이 수련을 하던 그때, 명왕 제령대사는 한쪽 눈이 밤탱이가 된 채 걷고 있었다.
적어도 걷는 것만큼은 자유의지였지만 방향은, 의지가 아니었다.
“많이 아프신가?”
“……보면 모르오?”
퉁명스럽게 내뱉자 앞서 걷던 혁진강이 슬쩍 웃는다.
“내가 많은 걸 바란 것도 아니지 않은가. 일단 따라오고 직접 눈으로 보고 직접 듣고 판단해라…… 이게 뭐 어려운 것도 아니고. 사실 바쁜 것도 아니지 않은가. 내 알기로 많이 한가한 걸로 아는데.”
제령대사의 미간이 구겨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