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Legendary youngest son of the marquis RAW - Chapter (487)
제 488화
* * *
마궁으로 오는 데 이틀이 걸렸다.
당초에는 조금 오래 있을까 싶었는데 그냥 그러지 않았다. 내가 왜 이 동대륙으로 왔나.
나는 목적이 있다. 라그나로크를 찾아야 한다. 천마를 만나려는 것은 그 과정에 있다. 천외천이라는 단체가 거슬리긴 하지만 걔네가 중요한 게 아니다. 우선순위에서 밀린다는 뜻이다.
수라도제와의 약속도 지켰으니 이 이상 이곳에 있을 필요가 없다.
만월대라고 했던 것 같다. 마궁의 명소.
지금은 밤이다. 그리고 오늘은 보름달이 뜨는 날이다.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기가 막혔다. 구름 하나 없는 하늘에 거대한 보름달 하나가 딱 자리 잡고 있었는데 기가 막히다는 표현 말고는 떠오르지 않았다.
만월대라는 이름이 충분히 어울렸다. 명성을 짐작할 수 있었다. 나는 그곳에서 론과 함께 하늘을 올려다보고 있었는데 어느새 다가온 유제하가 말을 건다.
“가시려는가.”
티가 많이 났나 보다.
자리에 앉아 있는 나와 조금 떨어진 거리에서 유제하가 물었다.
“그…… 전에 했던 그 제의 말일세.”
“제의?”
“서대륙으로 오라고 했던 그 제의 말일세.”
“그게 왜?”
잠시 머뭇거리던 유제하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아직 유효한가?”
웃고 말았다.
“유효는 하지. 왜? 오고 싶어졌어?”
유제하가 머리를 긁적인다.
“가고 싶었던 건 처음부터였지만 자네도 황제라는 자리에 있으니 알 거 아닌가.”
“뭘?”
“책임자의 위치에 있는 이들은 신중해야 한다는 거.”
유제하의 말에는 진심이 들어 있었다.
그래서.
“어떻게 하게?”
“……설득할 시간이 필요해.”
설득이라…….
“얼마나?”
“마궁에 거주하는 이들의 숫자는 14만 명이야. 내가 아무리 성주라고 해도 여기서 나고 자란 이들인데 무작정 가자고 하면 그건 굉장히 무책임한 행동이 아니겠는가.”
“틀린 말은 아니지.”
“남고자 하는 이들은 남게 하고 싶어. 솔직히 자네도 느꼈겠지만 이 마궁이라는 곳, 지리상으로 위치가 그렇게 좋지가 않아.”
여기서 지낸 지 하루도 되지 않았지만 사실 알고자 하면 충분히 알 수 있는 사실이었다. 마궁이 위치한 곳은 산이다.
그런데 마궁의 주민들은 소도 키우고 농사도 짓고 양도 키우고 돼지도 키운다. 그중 밭농사를 주로 짓는데 산에서 농사를 짓는 게 쉬운 일일까.
이 마궁으로 들어오는 입구에는 어마어마한 논밭이 있었다. 마궁의 주민들은 그곳으로 내려가서 농사를 짓는다. 산 아래까지 내려가서 농사를 짓고 산으로 올라와서 잠을 잔다는 거다. 가축을 기르는 이들은 그나마 덜하겠지만 농사를 짓는 이들이 대부분이기에 사람이 오래 살 만한 곳은 못 된다. 그런데.
“마궁이라는 지명이 수백 년이나 이어져 왔다며.”
“그렇지. 300년 전의 천하제일인이자 내 조상님이셨던 유마 님께서 무림과 전쟁을 벌였고 이곳을 요새로 삼았지. 그게 마궁의 시작이었지만 무림과의 전쟁은…… 나랑 거리가 멀어.”
유제하가 한숨을 푹 터트린다.
“사실, 이제 와서 말하는 거지만 이전을 할까 하는 생각은 오래전부터 하고 있었어. 빙궁과 합치는 모양새도 여러 번 생각은 했었지.”
“아, 유설하랑 남매 사이라고 했었나?”
“그냥 남매는 아니고, 배다른 남매.”
대충 고개를 끄덕였다. 호구 조사가 내 목적도 아니고 그냥 남매 사이, 딱 거기까지만 알면 된다.
“시간은 얼마나 줄까?”
“……한, 일주일?”
고개를 끄덕이며 이 말을 덧붙였다.
“이주 준비는 알아서 해. 배 타고 갈 거니까.”
그대로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러자 깜빡했다는 듯 유제하가 말한다.
“혹시 도움이 될까 싶어서 천마신교에 대해 알아봤는데, 꽤 괜찮은 정보를 얻었어. 괜찮다면 알려 주고 싶은데 어떤가?”
우리 수라도제 유제하 님께서는 꽤 수줍음이 많으신가 보다.
너무 조심스럽게 말하는데, 그만큼 고마워서라고 받아들이면 되나. 여하튼.
“뭔데?”
“우선 천마신교에는 총 세 개의 입구가 존재한다네.”
“세 개?”
“정문과 후문, 그리고 동문.”
그냥 잠자코 들었다.
“세 개의 문에는 최소 절정에 달하는 고수 500명이 각각 경비를 서고 8시간마다 교대를 한다고 하더군.”
“최소 절정?”
“그렇다네. 그중에는 화경의 고수도 더러 있는데 놀랍게도 그들이 고작 ‘경비’를 선다는 것이네. 참으로 베일에 싸인 집단다워.”
계속하라는 듯 턱짓했다. 왜냐면 나도 조금 흥미가 생겼거든.
“당연히 경비기에 책임자들도 있지. 그 책임자는 이름이 알려지지 않은 현경의 고수들이고 가끔 생사경과 신화경에 달하는 고수들도 보인다고…….”
“그거.”
결국 유제하의 말을 끊었다.
들으면 들을수록 뭔가 미심쩍다.
“어디서 얻은 정보냐? 직접 가 봤어?”
유제하가 고개를 젓는다. 그러고는 이렇게 답했다.
“개방에서 전해 들었네.”
“그 정보를 다룬다는 개방?”
“그렇다네. 개방의 무인, 개방의 거지들은 대륙 각지에 퍼져 있어. 그들이 유일하게 들어가지 못하는 곳이 바로 천마신교라네. 그렇기에 그들은 그쪽에 대한 정보를 얻기 위한 꽤나 많은 희생을 치렀지.”
“그래?”
“아주 혈안이 되어 있다고 해야 할까. 이건 그들이 근 수십 년간 알아낸 정보들이네. 특급으로 분류되어 있었지.”
옆에 있던 론이 물었다.
“그걸 용케 얻어 내셨군요.”
“……내가 이래 보여도 가지고 있는 재물이 꽤 돼. 그리고 나름 이름도 있는 무인이라 개방에서 흔쾌히 거래에 응하더군.”
웃고 말았다. 일단 오케이.
“계속해 봐.”
“……이게 끝이네.”
허탈하게 웃었다. 난 또 무슨 어마어마한 정보가 있나 싶었는데. 그게 아니었네.
그래도 예의상 말해 줘야지.
“고맙다.”
“……이 정도는 뭐, 별거 아니네.”
천천히 기지개를 폈다. 바로 천마산으로 가려고 했는데 그 전에 할 일이 생겨 버렸다.
유제하에게 말했다.
“그 정보를 준 그 개방의 무인을 좀 보고 싶은데.”
“……그를?”
유제하는 계속 마궁에 있었다. 어디로 나가거나 그런 게 아니었는데도 저런 정보를 얻어 왔다는 것은 그 개방의 무인이 이곳 마궁에 있다는 뜻이다.
그리고 말은 안 했는데 내 별호를 마존 이라고 퍼트린 놈들이 개방이다.
이건 계속 강조해야 하는 거고 지금도 분명히 해야 하는 건데.
나는 천마를 만날 생각이다. 천마신교로 갈 생각이다.
그 목적은 그들이 모시는 신인 아수라에 대한 궁금증, 그리고 그들이 라그나로크의 행방을 알고 있을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한 번만 더 강조하자면 ‘대화’가 목적이라는 거다.
그런데 이 개방이라는 놈들과 한 99%의 확률로 그 뒤에 있는 천외천이라는 놈들은 나랑 천마를 싸움 붙이려고 한다.
내 목적은 대환데 싸움을 붙이려는 그 행동은 나를 통제하는 것이다. 나를 장기 말로 삼아 휘두르려는 것이다.
여기가 서대륙이었다면 당장이라도 쳐 죽였겠지만, 전에도 말했듯 우선순위라는 게 있다.
신의한테 말해둔 것도 있고 약속한 것도 있으니 딱 한 번, 딱 한 번만 경고를 해주려 한다.
내가 아무리 막 나가도 나름 생각이라는 걸 하는 놈이다.
마음도 흑해보다 넓다.
그런데, 여담인데 보통 내 경고를 받은 이들은 다 내 적이 되더라.
“뭐 해? 길 터.”
* * *
개방은 동대륙 전체에 영향력을 행사한다.
엄청난 강자가 즐비하다거나 하는 그런 이유랑은 달랐다.
개방은 물량이 어마어마하다.
대륙의 거지들 중 90프로 이상이 개방 소속이기에 개방의 영향력은 어마어마하다.
하오문이 창관을 포함한 대부분의 유흥가를 운영하는 것과는 대조적이지만 중요한 건 그들의 정보 수집력은 대륙 최고 수준이라는 거다.
당연한 소리지만 거지가 너무나도 많기에 개방은 대륙의 ‘모든’ 도시에 지부를 두었다.
마궁도 마찬가지였다. 개방 마궁 지부의 지부장인 취걸개는 대낮부터 술을 마시고 있었다.
그런 그의 곁으로 한 남자가 다가온다.
“이보시게.”
병째로 술을 들이켜던 취걸개가 그 자세 그대로 몸을 돌렸다. 상당히 거대한 덩치에 꽤나 큰 도를 등에 메고 있는 저 남자는, 눈이 잘못된 게 아니라면 이 마궁의 지배자인 수라도제 유제하다.
왜 또 왔지?
“왜 또 왔지?”
생각이 그대로 입 밖으로 삐져나왔지만 유제하는 익숙하다는 듯 웃었다.
“아, 죄송하오. 정말 올 줄은 몰라서 나도 모르게 생각이 밖으로 빠져나온 모양이오.”
허허허 웃으며 너스레를 떠는 취걸개를 유제하는 웃으며 바라보았다. 앞서 말했듯 익숙했다. 그래서 마음에 들기도 했고.
아, 왜 또 왔냐고. 대수롭지 않게 답했다.
“그대를 만나고 싶어 하는 사람이 한 명 있어서 왔네.”
“나를 말이오? 누가?”
유제하가 슬쩍 턱으로 뒤를 가리켰다.
그곳에 있었다. 굉장히 잘생긴 외모에 자기 키보다 더 큰 것 같은 장검을 허리에 채우고 있는 남자를.
누군지 아냐고? 안다. 너무 잘 안다. 하지만 모르는 척했다.
“뉘시길래 나를 보자 하신 거요?”
잘생긴 남자가 웃었다.
“지들이 이름 붙여 놓고 누구냐고 묻는 건 좀 심한데.”
“이름을 붙였다? 글쎄, 나는 모르는 일이오.”
남자의 웃음이 짙어진다. 그가 걸었다. 천천히 걸어왔다. 드르륵, 드륵. 칼이 바닥을 쓴다.
그가 코앞까지 왔을 때도 취걸개는 손에 들린 호리병을, 그러니까 술이 들어 있는 호리병을 놓지 않았다.
그건 의지였다. 너랑 말 섞을 시간 없으니까 꺼지라고. 나는 아무것도 모른다고.
충분히 그 의미가 전해졌을 거라 생각한 취걸개는 호리병을 마시려 했다. 병을 들어 올린 그 순간.
짜악-!
고개가 홱 돌아간다. 뺨에서 통증이 올라온다. 뒤이어 미간이 찌푸려졌다.
“지부장님-!”
주변에 있던 개방의 거지들이 무기를 들고 일어섰다. 취걸개가 고개를 들었다.
“……지금 뭐 한 거요?”
“뭐 한 거긴. 때린 거지.”
“……미치셨소?”
남자가 웃는다. 상황 파악이 안 되나 보다.
취걸개의 생각이었다.
개방을 건드린다? 그 어떤 미친놈이 개방을 건드리나.
이 동대륙에 수백만이 넘는 그 거지들 전부를 적으로 돌릴 배짱이 있는 이들은 이 대륙에 없다. 제의 자리에 있는 유제하는 물론 왕들까지, 심지어 존들도 개방을 건드리지는 않는다.
라고, 생각했다.
남자, 잭 밀로스가 물었다.
“천외천이지?”
“……그게 무슨 소리요?”
잭 밀로스, 서쪽의 황제의 손이 한 번 더 뻗어 왔다.
짜악-!!
취걸개가 옆으로 쓰러진다. 팔로 바닥을 짚고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 그의 표정은 일그러질 대로 일그러져 있었다. 볼은 붉었고 주먹은 쥐어진다.
“마존, 잭 밀로스.”
“어. 말해.”
“개방을 적으로 돌리실 생각이오?”
황제의 입이 호선을 그린다. 이윽고 입이 살짝 열린다.
아…… 아하하하하.
황제는 웃었다. 진심으로 웃기다는 듯 폭소를 터트렸다.
그런 황제에게 취걸개가 말한다.
“한 번만 더 내 몸에 손대면 그 즉시 개방과 척을 질…….”
짜악-!
후두둑, 피가 쏟아진다. 취걸개의 입에서 이빨 네 개가 날아간다.
거기서 그치지 않았다. 황제의 손이 뻗어 와 취걸개의 머리채를 움켜쥐었다.
“마저 말해 봐.”
“끄으…… 네놈이 진정 개방과…….”
황제의 반대쪽 주먹이 콰직, 취걸개의 코를 부쉈다.
“다시 말해 봐.”
“미친…… 미친 게…….”
황제의 주먹이 취걸개의 눈을 향해 뻗어 간다. 당연히 멈추지는 않았다. 콰직, 취걸개의 왼쪽 눈이 터진다.
“끄…… 끄아아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