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Legendary youngest son of the marquis RAW - Chapter (491)
제 492화
하나의 문파를 멸문시키는 방법은 간단하다.
책임자들을 죽이고 싸울 의지가 있는 문도들을 전부 쳐 죽이면 된다.
개방의 거지들은 전국 각지에 퍼져 있다고 했다.
그리고 대화의 흐름상 지금 그 거지들이 이곳 마궁으로 몰려오고 있다.
그럼 간단한 거다.
이곳에서 오는 거지들을 전부 죽이고. 숨어 있는 개방의 책임자들까지 찾아서 전부 죽이면 개방은 멸문한다.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이 마궁을 비우는 것이다.
이곳으로 오는 개방의 문도가 얼마나 될지는 모르지만 그들을 전부 죽이려면, 그리고 잭의 말대로 시체로 탑을 쌓으려면 이 정도의 무대는 있어야 한다.
“바로 주민들을 대피시키겠네.”
유제하의 말에 론은 고개를 끄덕였다.
시작은 잭이 한 게 아니다.
천외천이, 그리고 개방이 한 거다.
시작을 했으면 끝을 본다.
그게 서대륙의 법도다.
chapter 6
유설하가 손을 휘두른다.
진우는 움직였다. 움직인 그 자리에 얼음송곳들이 푸부북 꽂힌다.
셀 수도 없었다. 진우는 움직였고 유설하는 휘둘렀다.
진우가 유설하와 가까워진다. 굉장히 근접한 거리에서 그의 어깨가 꿈틀했다.
주먹이, 뻗어 나간다.
유설하가 몸을 틀었다.
후웅-!
허공을 가르자 파아앙, 허공이 터져 나간다. 유설하의 손이 진우의 어깨를 짚었다.
쩌저정 하는 소리와 함께 진우의 어깨가 얼어붙는다. 그와 동시에 진우의 발이 움직였다. 아래에서 위로.
유설하는 빠르게 반대쪽 팔을 접어 턱을 보호했다.
콰아아앙-!!
막았지만 유설하의 고개가 위로 들려졌다. 분명 방어했지만 그저 진우의 힘에 비해 모자랐을 뿐이다.
그렇게 생각한 순간 퍼억-! 복부에서 통증이 느껴진다. 뒤이어 휘익 하고 머리채가 잡힌다. 퍼걱, 퍼억-!
얼굴이 틀어지고, 이빨이 부서지고, 뼈가 부서진다.
벗어나야 했다.
쩌정, 하는 소리와 함께 유설하의 머리카락이 얼었다.
그걸 붙잡고 있던 진우가 손에 힘을 준다. 얼었던 머리가 부서졌다. 풀려난 거다.
유설하는 도망치지 않았다. 주먹을 쥐었고 휘둘렀다.
퍼억-!
진우의 명치에 박혔다. 쩌저적, 명치 부근이 얼어붙는다. 진우의 발이 움직였다. 유설하의 발도 움직였다.
콰아앙-! 무릎과 무릎이 충돌한다. 주변으로 충격파가 터져 나가며 나무들이 흔들린다. 그 주변으로 얼음 파편이 휘날렸다.
패력무제 진우와 한천빙제 유설하는 얼핏 보면 막상막하처럼 보였다. 보기에만 그랬을 뿐이다.
유설하는 밀리고 있었다.
퍼억, 퍼걱.
사실 상성이 좋지 않았다. 유설하는 한천빙제라는 별호답게 얼리는 것을 잘한다. 얼음송곳을 날리거나 주변을 얼려 버리거나 근접해 오는 적을 얼리거나.
엄밀히 말하면 유설하는 원거리 공격에 능하다. 서대륙의 활을 쓰는 엘프 로드 바르바라 귀도같은 부류다.
하지만 패력무제 진우는 박투술의 달인이다. 템-사미트 이스마엘 같은 부류인데 이렇게 미친 듯이 거리를 좁혀 오면 유설하로서는 밀릴 수밖에 없다.
다음 단계로 나아가고 싶어 하는 유설하에게 있어서 지금 이 싸움은 일종의 기회였다.
하지만.
정말 안타깝게도 모두가 기회를 얻는다고 경지를 드높일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그게 세상이다. 노력이나 재능이나 그런 것의 문제가 아니었다. 세상을 살아온 성향의 차이였다.
퍼억-!
진우의 오른쪽 주먹이 유설하의 복부를 강타했다.
이어서 얼어붙은 왼쪽 주먹이 퍼억-! 유설하의 복부를 한 번 더 강타한다.
얼음 파편이 흩날렸다. 진우의 주먹에 쩌적 금이 갔지만 의미 없었다. 진우의 몸이 끓어올랐다.
단순한 표현이 아니라 말 그대로 끓어올랐다. 어마어마한 열기가 진우의 몸에서 피어올랐다.
그건 보통 사람들이 사용하는 내공이 아니었다.
영혼의 힘, 선기였다.
진우의 명치를 덮고 있던 얼음이 녹았다. 팔을 덮고 있던 얼음도 녹았다. 원래대로 돌아온 팔이 접혀진다.
팔꿈치로 유설하의 어깨를 내려찍었다.
콰직-!
“윽-!”
어깨가 부서졌다. 뼈가 가루가 된 것 같은 그 소리에 결국 유설하의 입에서 단 한 순간도 내뱉지 않았던 신음이 터져 나왔다.
몰렸다.
이번에는 반드시 빠져나와야 했다. 반격은 후에 생각할 일이다. 다리에 힘을 주었다.
그 순간 콰직-!
“악-!”
허벅지가 부서졌다. 흐름이 완전히 넘어갔다.
연이어 진우의 주먹이, 퍼걱-! 콰직-!
정확히 두 번의 공격이었다.
털썩 유설하가 쓰러진다. 사지가 전부 박살 났다. 그런 유설하의 머리를 콰직, 진우의 발이 짓밟는다.
움직일 수가 없었다.
패배, 했다.
진우가 유설하를 내려다본다.
“아까 뭐라 했느냐.”
“하아…… 하아.”
“신음만 내뱉지 말고, 아까 뭐라 했는지 다시 한번 내뱉어 보거라.”
유설하가 입술을 잘근 깨물었다. 흙더미가 입안으로 들어온다. 같이 씹었다.
인정하고 싶지는 않지만, 정말 인정하기 싫지만 졌다.
진우가 비웃음 섞인 어조로 말했다.
“바닥에 엎드려 신음을 내뱉는 꼬라지가 참으로 잘 어울리는구나.”
유설하의 뒷머리를 짓밟고 있던 진우는 다리에 힘을 주었다. 밑으로가 아니라 좌우로.
“한천빙제 유설하, 무림에서 이름 있는 이들을 초청해 무武에 대해 논하거나 비무를 한다지. 다음 경지로 나아가고 싶어 하는 노력은 가상하다만 그게 네년의 한계다.”
진우가 발을 치운다. 그대로 끝나는 걸까 싶었지만, 당연히 아니었다.
카악, 퉤.
유설하의 머리에 가래침을 뱉은 진우가 피식 웃는다.
“생각해 보니 이쪽 빙궁을 먹는 것도 나쁘지는 않겠군. 유설하, 네년에게 내 좋은 제안을 하나 하마.”
눈을 질끈 감고 있는 유설하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치욕적이지만 어쩔 수 없다. 이게 패배자의 말로니까.
진우가 말을 잇는다.
“내 첩이 되거라.”
“……첩?”
“어떤 빌어먹을 년이 내 자식을 하나 죽였다. 그 자리를 채워야 하니 네가 내 자식을 낳거라. 300년 전의 천하제일인이었던 유마의 피를 이은 네년과 내 피를 이은 녀석이라면 능히 천하제일을 논할 재능을 타고날 것이다.”
패력무제 진우는 이런 남자였다. 그의 목적은 간단하다.
진씨 가문, 즉 진가晉家를 천하제일로 만드는 것.
스스로가 천하제일인을 노리는 남자였기에 당연히 그 자식도 천하제일이어야 한다. 그게 그의 정신이었고 그의 신념이었다.
유설하는 이 이상 치욕을 견딜 수 없었다. 혀를 깨물고 스스로의 심장을 터트리려 했다. 자살하려 했다.
하지만 그러지 못했다.
쿠궁-!
땅이 진동한다. 진우와 유설하, 그리고 여전히 나무 위에서 다리를 꼬고 있는 발렌타인까지.
그들 모두가 느꼈다.
멀지 않은 곳에서 괴물과 괴물이 격돌했다고.
유설하의 자살은 멈췄고 진우는 긴장했다.
그리고 발렌타인은 나무에서 일어섰다.
그런 발렌타인을 향해 진우가 고개를 돌린다.
유설하도 유설하지만 저 여자.
저 서쪽에서 왔다는 저년은 진우 개인의 판단으로 적어도 동급, 혹은 한 단계 위로 보였다.
저년을 제압하기 위해 이곳에 왔다. 그냥 제압만 할 것이냐 하면 그것은 당연히 아니다.
저년에게 씨를 남길 것이다.
내 자식을 죽였으니 그건 당연한 거다. 덤으로 저년과 싸워 이긴다면 한 단계 더 강해질 수 있다.
그게 진우가 사는 세상이었다.
라고, 생각했다. 나무 위에 있던 발렌타인의 몸이 순식간에 사라지기 전까지는.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바로 옆, 정확히는 유설하를 기준으로 왼쪽에 그녀는 서 있었다.
눈이 마주친다. 너무나도 늦게 인식했다. 그녀의 손바닥이 옆구리에 닿아 있다는 그 사실을 진우는 정말로 늦게 인식했다.
무언가 하려는 생각조차 못 했다.
콰아아앙-!!
굉음을 인식한 것도 늦게 인식했다.
가장 먼저 진우가 느낀 것은 중압감이었다. 몸이 뒤로 날아가며 느껴지는 공기의 저항감, 그 외 등등.
굉음은 가장 나중에 인식했다.
진우를 날려 보낸 발렌타인이 작은 목소리로 물었다.
[벽을 보았느냐.]누구에게 하는 말인지 뻔했다. 유설하는 엎드린 채로 고개를 저었다.
[그렇다면 존재를 느꼈느냐.]벽을 본 것과 벽의 존재를 느낀 것. 이 두 개는 엄밀히 말하면 다른 거다. 그리고 그 세세한 부분을 유설하는 어렴풋이 알 수 있었다. 고개를 끄덕였다. 왜 강자를 빙궁으로 초청했을까. 진우가 말로 언급을 했듯 유설하는 오래전부터 그래 왔다. 정확히는 4년 전부터 강자들을 초청했고 그들과 무를 논했다. 대부분이 유설하보다 경지가 낮은 이들이었지만 그들과 대화를 나누며 유설하는 고민하고 또 고민했다. 비무는 당연히 해야 하는 것이기에 언급할 필요도 없다.
유설하가 왜 그리했겠는가. 단순히 경지를 높이기 위해서? 아니다.
존재를 느꼈기 때문이다.
이다음 경지로 가는 그 느낌. 생사경으로 넘어갈 수 있는 그 단초가, 현경의 그 끝자락에서 느낄 수 있는 그 미묘한 존재감을 느꼈기 때문이다.
발렌타인이 웃으며 말했다.
[존재를 느꼈다면 언젠가는 깨게 될 것이다. 지금 느낀 그 치욕, 굴욕, 머리에 침이 묻고 바닥에 머리가 짓뭉개지는 지금 이 순간을 잊지 말거라.]유설하는 느꼈다. 몸이 치료되는 것을.
어긋났던 뼈가 제자리를 찾고, 터졌던 살이 아물고 머리에 묻은 이물감들이 사라져 간다.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유설하의 키는 160대 중반이다. 발렌타인보다 작았다. 심지어 발렌타인은 굽이 높은 단화를 신고 있었다. 올려다보았다.
달빛을 등진 흑발의 여인.
이 여인의 신묘한 두 눈동자는 사람을 끌어들이는 기묘한 느낌을 주고 있었다.
[낙담하지 말거라.]유설하는 고개를 숙였다. 눈가가 시큰했다. 그걸 보여 주고 싶지 않았다.
[그저 운이 없었을 뿐이다.]“네…….”
작게 대답하는 유설하의 머리에 발렌타인은 손을 올렸다.
[세상이 동화같이 아름답지 않다는 것을 모르는 이는 없다. 살다 보면 온갖 일을 겪기 마련이지. 지금 겪은 일도 마찬가지다.]“…….”
[그렇다고 쉽게 목숨을 끊을 생각은 하지 말거라. 그 어떤 일을 겪는다 해도 살아남으면 된다. 살아남으면 기회가 생기기 마련이니까. 그게 복수든 수련이든 개인의 성장을 위해서든.]그게 끝이었다.
발렌타인은 유설하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고는 손을 내렸다.
그리고는 몸을 돌렸다.
멀리서, 염존의 그것과 흡사한 붉은 선기를 쓰며 진우가 날아온다.
“이 개년이-!!”
과장 하나 보태지 않고 빛살과도 같은 속도였다. 그 상태에서 진우가 몸을 젖힌다. 있는 힘껏 반동을 주었고 속도와 모든 것을 몰아넣은 주먹을, 날아오며 그대로 휘둘렀다.
진우를 향해 발렌타인은 이번에도 손을 내밀었다.
마치 합을 맞춘 것처럼,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진우의 주먹이 발렌타인의 손바닥으로 나아갔다.
부딪쳤다.
콰아아아앙-!!
엄청난 굉음이 터진다.
발렌타인의 자리는 그곳에서 떨어지지 않았다. 흔들리지조차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