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Legendary youngest son of the marquis RAW - Chapter (516)
제 517화
주체는 여전히 여유로웠다. 경계를 넘으려는 시도가 실패로 돌아갔지만 상관없었다. 왜냐면 이 배는 지금 멈췄으니까.
배 위에 있던 꼬마 드래곤과 저 금발 머리의 꼬마 흑인과 하후돈과 유제하가 이 배에 있으니까.
사실 그거면 된 거다. 패력무제 진우의 복수? 관심 없다. 재미있을 것 같아서 온 건데 실제로 재미있다. 영물은 두 마리나 만났으니 이제 썰어서 영약으로 만들면 된다.
주체가 슬쩍 고개를 돌렸다.
경계가 천천히 닫힌다.
주변을 둘러보았다. 사천맹의 무인들이 이 배를 포위하고 있었다.
“어떻게, 항복하시겠는가?”
주체의 장난기 어린 목소리였지만 그 목소리는 승자의 목소리였다.
적어도 주체 개인적으로는 그리 생각했다.
하후돈과 유제하, 그리고 셀과 샬롯이 서로 눈빛을 교환한다. 경계가 닫히고 있긴 했지만 아직 남았다. 저 정도면 충분하다.
샬롯은 셀의 재능을 안다. 셀의 능력도 안다.
샬롯만큼은 아니지만 하후돈과 유제하도 셀의 능력을 안다. 지금 눈앞에서 겪었으니까.
시작은 샬롯이었다.
진조의 피가 울음을 터트린다. 내보내 달라고, 피를 마시고 싶다고.
샬롯은 그것을 느꼈다. 그래서 해방시켰다.
쿠궁.
샬롯의 키가 커지기 시작했다. 어린아이의 몸에서 완숙한 성인의 몸으로.
주체의 눈이 커진다. 지켜보던 모든 무인들의 눈도 커졌다.
저게 대체, 무슨 현상이지.
듣도 보도 못한 말도 안 되는 그런 일이 눈앞에서 펼쳐진다. 아니 아무리 영물이라도 이건 아니지.
어린 꼬마가 성인이 되는 건 그렇다 치는데 왜 힘이 증폭이 되냐고.
한 이류에서 일류 정도로 올라가는 거라면 그러려니 했을 거다. 그런데 이류에서 초절정으로 올라간다. 이건 선을 많이 넘은 거다.
이어서 샬롯의 몸이 한 번 더 진동했다.
쿠궁.
강체술 6단계, 파천破天.
다시 샬롯의 몸이 줄어들기 시작했다.
170cm까지 줄어든 샬롯이 주체를 바라본다.
이젠 더 놀랄 기력도 없었다. 초절정에서 화경, 그 이상이 되었으니까.
이제는 흥미롭기까지 하다.
“선천지기……? 아니야, 도무지 알 수 없는 기술인데…… 이거 참, 이젠 당황스럽기까지 하구만. 서대륙에는 괴물만 있…….”
주체는 말을 잇지 못했다.
샬롯이 괴성을 터트렸으니까.
“[아아아아아아아-!!]”
주변에 있던 모든 무인들이 뒤로 한 걸음 물러섰다. 그건 본능이었다. 공포라고 해야 할까. 저 괴성에는 힘이 있었다.
주체도 놀랐다. 뭐야 이거.
저 목소리에 세상이 진동했다. 이게 가능하다고? 끽해야 10대 초중반으로 보이는데, 저 나이에 이걸?
그 순간 주체는 분명 당황했다. 당황해서 멀리 있던 셀이 자리를 박차는 것을 조금 늦게 파악했다.
사실 바로 파악했어도 아무 말 안 했을 거다. 어차피 독 안에 든 쥐다. 뭘 해도 손안에 있다고 판단했다.
그게 진짜 오판이었다. 주체가 한 최악의 실수.
셀이 외쳤다.
-[매스 텔레포트]!
샬롯의 몸과 하후돈, 그리고 유제하의 몸이 빛에 휩싸인다. 이상함을 느낀 주체가 무언가 하려 했다. 하지만 늦었다.
보통의 마나 유저가 사용하는 마법이었다면 막을 수 있었을 거다. 하지만 로드의 핏줄이다.
잭이 인정할 정도로 셀의 재능은 뛰어나다. 그래서 막지 못했다.
넷의 몸이 빛에 휩싸여 빛처럼 날아갔다. 어디로 갔냐면 경계 너머.
고작해야 5cm 정도 남은 그 경계의 너머로 넷의 몸이 이동한 거다.
주체가 어처구니없다는 듯 고개를 돌렸다.
닭 쫓던 개가 이런 기분일까.
세상에.
만약 주체가 천외천에 속해 있었더라면 상황이 많이 달라졌을 거다. 천외천은 텔레포트라는 마법을 안다. 그 마법을 혼기와 결합시켜 축지를 만들었다. 그렇게 축지를 사용해 동대륙 어디든 순식간에 오갈 수 있다.
그게 주체의 두 번째 실수였다.
주체가 자리를 박찼다. 검게 물든 팔을 경계 너머로 뻗었다. 닿지 않는다.
고작 10m.
그 너머에 있던 은발 머리의 꼬마가 보인다.
손가락을 폈다. 그 꼬마를 가리켰다.
“너, 이름이 뭐냐.”
-셀.
파직-! 파직-!
기운이 빨려 들어온다.
주체의 팔이 부들부들 떨린다.
“X년아. 풀 네임이 뭐냐고.”
-셀 밀로스.
“그래. 셀 밀로스, 기억한다. 거기서 기다려라.”
주체는 웃음이 많았다. 지금까지 대부분 다 장난스러운 웃음이었는데 지금은 달랐다. 주체의 웃음에는 살기가 넘실넘실 피어오르고 있었으니까.
“넌 내가 죽인다. 어떻게든 죽인다. 사지를 찢을 거고 상상도 하지 못할 정도의 치욕을 주면서 죽일 거다.”
셀은 이번에도 한 가지 행동을 했다.
가운뎃손가락을 들어 올린 것.
-할 수 있으면 해 보든지.
주체는 팔을 빼냈고 경계가 완전히 닫힌다.
조용했다.
어처구니없게도 놓쳤다. 짜증이, 참을 수 없는 짜증이 치솟는다.
주체는 생각했다. 어떻게 해야 이 경계를 뚫고 사천맹의 무인들을 안으로 들어가게 할 수 있을까.
건너편의 셀은 생각했다.
머지않아 저 경계는 뚫릴 거라고.
저 주체는 그 정도의 힘을 지니고 있다.
셀이 고개를 돌렸다. 샬롯은 숨을 헐떡이고 있었고 그런 샬롯을 유제하가 부축하고 있었다.
새삼스럽지만 셀은 샬롯과 가장 가깝다. 아까 샬롯에게 보낸 신호는 하나였다. 시선을 돌리라고.
샬롯은 그 신호대로 모든 시선을 자신에게 집중시켰다. 그래서 이렇게 따돌릴 수 있었던 거다.
샬롯에게 다가가 회복 마법을 걸어 주었다.
힘을 끌어 올리는 것에서 그쳤기에 오랫동안 앓지는 않을 거다. 중요한 건 하나다.
“……시작된 거지?”
-보스가 이걸 예측한 건지는 모르겠는데, 벌어지는 건 확실해.
뭐가 시작되고 뭐가 벌어지는 걸까.
하나밖에 없다.
시작된 거다. 전쟁이.
chapter 5
하얀 빛이 터져 나온다. 혈마교의 하늘을 완전히 물들였다.
콰아앙-! 콰앙-!
쉴 새 없이 굉음이 울려 퍼졌다. 주막은 무너졌고 땅은 뒤집어졌다.
거의 지진이 일어났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였다.
먼지로 가득한 그곳에서 한 남자가 하늘로 솟구친다. 그 남자의 옷은 넝마가 되어 있었고 입고 있는 옷은 대부분 찢어져 있었다.
백마교의 수장, 단리백이었다.
이마에는 피가 흐르고 있었다. 그 외에도 온몸에 상처가 가득했다. 그의 눈동자는 지금 그의 심경을 대변하고 있었다.
‘……괴물이군.’
백마 단리백은 생각했다.
어쩌다 이렇게 된 걸까.
무인이라는 족속들은 대부분 자존심이 세다. 사실 수련을 하고 몸을 단련한 이들이 자존심이 없다면 그건 문제가 있는 거다. 단리백은 그저 천마에게 잘 보이고 싶었을 뿐이었다. 천마에게 충성했고 천마신교에 보탬이 되고 싶었다. 그게 전부였다.
동맹을 맺자, 서대륙을 침공하려는 사천맹의 무인들을 막아 주겠다. 그건 분명 합당한 제안이었다. 문제는 하나였다. 단리백의 태도.
솔직히 말하면 단리백은 저 잭 밀로스라는 남자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서쪽에서 온 이방인이다. 동대륙의 사람이 아니라는 거다.
그런 놈이 지금 동대륙을 쑥대밭으로 만들고 있다. 거슬렸다. 심하게 거슬렸다. 그래도 참았다. 참고 제안했는데 돌아오는 말이 가관이다.
꺼지라니. 염병 떨지 말라니.
어린놈의 새끼가 지나치게 오만하다.
놈이 아무리 강하다 해도 천마신교에 비하면 조족지혈에 불과하다. 천마신교의 절반만 나서도 놈은 죽을 거다. 그걸 믿었고 그건 자연스럽게 단리백의 자신감이 되었다. 그게 진짜 오만이라는 것을 단리백은 몰랐다.
손을 모았다.
쿠궁.
영혼이 열리고 기운이 뭉친다. 양손에서 빛이 터져 나왔다. 그 빛이 압축된다. 사방을 밝히는 빛.
아래쪽, 먼지가 자욱하게 피어오른 그곳에 서쪽의 황제가 있다. 어느 위치에 있는지, 지금 무슨 자세를 취하고 있는지 그 전부를 읽었다.
양손에 맺힌 기운이 점점 더 커져 간다.
놈은 혈마 양불휘를 이겼다. 하지만 양불휘는 단리백보다 한 단계 아래의 하수다.
기운이 더욱더 커져 간다. 황제의 자세가 변했다.
그의 검이 옆으로 누인다. 양손으로 검 손잡이를 쥔다. 올 테면 와 봐라, 그런 모습 같다. 굳이 사양하지 않았다.
단리백의 양손에 뭉친 기운이 순식간에 앞으로 뻗어 나갔다.
두꺼운 빛줄기였다. 단 하나의 줄기.
소리는 없었다. 소리를 완전히 집어삼켰으니까.
그 순간, 황제가 검을 휘둘렀다.
서걱-!
단 한 번의 절삭음이었다. 단리백의 그것과는 다르게 소리가 났다. 중요한 건 그 절삭음이 모든 것을 갈랐다는 거다.
먼지가 반으로 갈리고, 두꺼웠던 빛기둥도 반으로 갈렸다.
콰아아앙-!
광풍이 몰아친다.
하늘도 두 쪽으로 갈라져 있었고 그 하늘 아래에 떠 있던 단리백의 몸도 반으로 갈렸다.
“아…… 아아…….”
모든 게 멈춘 듯했다. 적어도 단리백은 그리 생각했다.
투욱. 잘려 나갔던 하반신이 바닥에 떨어지고 이어서 몸 전체가 바닥으로 떨어질 때까지도 이해하지 못했다. 지금 무슨 일이 일어난 거지.
먼지가 사라진다. 단리백의 머리 위로 그늘이 진다. 얼굴이 하늘을 향한 상태라 무엇이 그늘을 만든 건지 금방 알 수 있었다.
잭 밀로스.
서쪽의 황제였다.
그가 단리백을 내려다본다.
“보았느냐.”
“쿨럭, 무엇을?”
황제가 웃는다.
“내 일생을.”
개소리처럼 들렸다. 네 일생을 내가 어떻게 봐.
그런데 뭔가 달랐다. 일생을 보았냐는 그 질문에 분명 무언가 있다. 죽기 직전이라 그런 건지 모르겠는데 머리가 빠르게 회전했다. 아. 그 뜻이구나.
“보았다.”
황제의 검에는 일생이 담겨 있었다. 그 일생을 검에 담아 휘두른 거다. 그걸 하지 못하는 이와 할 수 있는 이의 차이는 극명하다. 멀리 갈 것도 없이 단리백은 상체와 하체가 반으로 갈라졌고 황제는 저렇게 웃으며 말을 하고 있었으니까.
황제는 만족스러운 듯했다.
“그래. 그럼 되었다.”
황제가 검을 고쳐 쥔다. 그때였다.
“잭 밀로스-!”
큰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잭이 고개를 돌렸다.
오전에 보았던 천마신교의 부교주 천월이 웃으며 뒷짐을 지고 있었다.
그를 보며 황제의 입가에도 웃음이 그려진다.
황제가 천천히 주변을 둘러보았다. 무너진 건물 위, 그리고 천월의 주변, 그리고 반대편 등등.
그곳에 약 30명의 남녀가 있었다.
그들을 보며 잭은 속으로 놀랐다. 왜냐면 전부 생사경급의 고수였으니까.
뭐라고 해야 할까. 오랜만이라고 해야 할까.
과거 하프 블러드들이 저랬다. 똥폼 잡고 있다가 결국 죄다 맞아 뒤지긴 했지만.
감각을 조금 더 넓혔다. 뒤쪽으로 어마어마한 숫자의 무인들이 달려오고 있었다.
부교주 천월이 뒷짐을 지고 있던 손 중 오른손을 펼친다. 그곳에 부채가 있었다. 부채로 입가를 가린 그가 황제에게 말했다.
“사정이 바뀌었습니다.”
“어떻게?”
“안타깝지만 죽어 주셔야겠습니다.”
황제의 입가에 그려져 있던 미소가 결국 소리를 낸다. 웃음이 터져 나온다.
“사정이 참 빠르게 바뀌네. 하루도 안 지났는데.”
“……그렇게 됐습니다.”
그거면 충분했다. 이 이상 뭐가 필요한가. 그냥 시작된 것뿐이다. 들고 있던 천마신검을 역수로 고쳐 쥔 뒤 바닥에 박았다.
푸욱.
백마교의 교주이자 단리백이라는 이름을 쓰던 무인의 머리에 천마신검이 박힌다. 단리백은 죽었다. 동시에 천월의 미간이 꿈틀한다.
황제가 검을 빼내고는 피를 털어 냈다. 그 과정이 느리게 보이는 듯했다.
그 긴 장검을 어깨에 걸친 황제가 여유 가득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럼.
“시작해 볼까?”
천월이 주변 무인들에게 명령을 내리려던 그때였다.
콰아앙-!!
한 남자가 나타났다.
붉은 머리의 남자. 바로 혈마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