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Legendary youngest son of the marquis RAW - Chapter (532)
제 533화
* * *
많은 이들이 모였다. 1만이 채 안 되는 키메라를 막으려 최소 수백만이 모였다.
툴칸 제국이 잭을 죽이려 모았던 병력들보다 더 많았다. 단순히 양만 차이 났던 게 아니라 질도 차이가 났다. 결정적으로 발렌타인이라는 괴물과 그에 미치지는 못하지만 그래도 이곳 서대륙에서는 손에 꼽히는 강자인 유제하와 하후돈 그 외 등등이 그러했다.
키메라를 죽이는데 꽤 많은 이들이 죽었다.
정확하게 그 숫자를 아는 이들은 없을 거다.
잡아먹힌 이들도 있었고 사지가 찢겨나간 이들도 있었으니까.
하지만 최소 40만 이상이 죽은 것은 확실하다.
로테르담은 항구 도시였다. 에메랄드빛 바다가 인상적인 관광 명소였는데 지금 그곳이 전부 붉었다. 바다 위에 떠 올라있는 키메라들의 시체와 인간들, 그리고 이종족들의 시체.
생지옥이었다.
그럼에도 이 자리에 있는 이들은 웃을 수 있었다.
왜냐면 승리했으니까.
잭의 명령을 지켰으니까. 서대륙으로 침공해오는 키메라를 전부 쳐 죽였으니까.
그 순간은 오래가지 않았다.
수많은 언데드들을 이끌고 최선봉에서 키메라를 썰던 그녀는 시체들의 어머니였고, 흑마법의 대가이자 문헌상으로 존재하던 네크로맨서 그 자체였다.
오직 그녀만 눈치챘다. 정말 가장 먼저 눈치챘다.
하늘에서 무언가 떨어져 내리고 있다는 것을.
얼핏 보면 유성 같았다.
떨어져 내리는 유성에 소원을 빌면 이루어진다는 이야기가 머릿속에 스친다. 그건 정말 유성으로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니라는 것을 곧 눈치챘다.
떨어져 내리던 유성이 사라지지 않고 그대로 이쪽으로 날아온다. 머지않아 콰아아아앙-!!
로테르담 한쪽 구석에 처박혔다.
자연스럽게 그쪽으로 인파가 몰렸다.
유성의 정체를 확인한 이들이 입을 틀어막는다. 숨소리조차 죽였다. 그래야 했으니까.
황제다.
잭 밀로스가 처참한 형태로 그곳에 있었다.
순간 발렌타인은 망치로 머리를 얻어맞은 듯했다.
잭의 한쪽 눈은 없었다. 뿐일까. 오른팔도 어깨 아래로 없었고 오른쪽 다리도 마찬가지였다. 아니지. 다리는 그나마 나았다. 그래도 허벅지 중간 정도까지는 있었으니까.
복부에는 작은 칼날이 수도 없이 박혀있던 것처럼 헤집어져 있었다. 살아있는 게 이상했다. 저건 시체나 다름이 없었다. 하지만 살아있었다.
지나치게 질긴 생명력.
그의 옆에 있던 남자, 론이 필사적으로 회복 마법을 사용한다.
샬롯과 셀이 외쳤다.
“보스-!”
그 자리에 멍하니 있던 발렌타인은 그제야 정신을 차렸다. 그 이후의 행동은 간단했다. 우선 아공간에서 엘릭서를 꺼내 들었다. 딱 한 병을 제외하면 마신 적이 없기에 양은 충분했다.
잭에게 다가간 뒤 잭의 입가에 한 병을 흘려주었다. 식도까지 상해있던 걸까. 아니면 혀까지 상해있던 걸까. 전부 삼키지 못했다.
하지만 엘릭서다. 신의 물약이라 불리는 그 엘릭서.
잭의 입가에서 흘러내린 엘릭서는 마치 생명력을 가진 것처럼 다시 떠올랐다. 잭의 몸에서 상처가 있는 곳으로 이동했고 그곳에 흡수되었다.
천천히 재생된다.
발렌타인은 볼 수 있었다. 잭이 한쪽만 남은 눈으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다는 사실을.
조용히 눈을 맞췄다. 걱정이 한가득 이었다. 무슨 일이 있던 건지, 왜 몸이 이 모양 이 꼴이 된 건지.
그렇게 자신만만했던 불패의 전사가 왜 이렇게 초라하게 반병신이 되었는지.
하지만 묻지 않았다. 그냥 잭의 감정이 느껴졌다.
엘릭서를 잭에게 먹여 주었다.
그러다 딱 한 병이 남았을 때, 잭이 손을 뻗는다.
엘릭서를 흘려주려고 준비하고 있던 발렌타인의 손을 잡은 거다.
[……왜?]“……그냥 두십시오. 다 회복되었으니까.”
잭이 몸을 일으킨다. 그제야 모두는 느낄 수 있었다.
잭이 조금 달라진 것 같다고.
더 강해진 것 같다고 해야 할까.
전에도 범접할 수 없는 존재처럼 느껴졌지만 이제는 더했다.
그냥 이 세상을 지배하는 사람처럼 그냥 가만히 숨 쉬는 것만으로도 존재감이 느껴졌다.
그냥 달랐다.
확실했다. 잭은 한 단계 더 성장한 거다.
모두가 잭을 바라본다. 이 자리에 있는 이들은 동대륙에서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 모른다.
라그나로크라는 존재가 어떤지 아무것도 모른다.
왜 잭이 저 모양 저 꼴로 날아왔는지, 그게 궁금했다.
전쟁은 승리한 것일까.
아니면 아직 끝나지 않은 걸까.
잭이 주변을 둘러본다.
밀로스 제국의 재상 아베이루, 그리고 누나인 엘리자베스, 궁술학부 학부장인 베네딕트와 군사학부 학부장 그레이 시어런, 아카데미 총장 롬멜, 뱀파이어 백작 데바를 비롯해 엘프 로드 바르바라 귀도, 오크 로드 톤 그륜힐, 하피 로드 레온 빌레아.
그 외 드래곤들과 도관의 전사들까지.
모두가 잭의 입을 주목했다.
천천히, 잭의 입가에 미소가 그려진다.
“고생했다.”
“아…….”
곳곳에서 탄성이 터져 나온다. 말이 아쉬웠다거나 그런 게 아니었다. 분위기를 느낀 거다.
어떤 분위기냐면, 이런 분위기.
“전쟁은 끝났다.”
“아아…….”
“죽은 이들은 가슴속에 묻어라. 너희는 승리했다. 아베이루.”
“……예 폐하.”
“오늘부터 연회다.”
아베이루의 눈이 동그랗게 떠진다.
“연회, 말씀이십니까?”
“어. 연회. 각 영지에 있는 모든 창고를 털어서 배 불리 먹여. 술도 풀고, 풀 수 있는 거 전부 풀어. 연회는 오늘부터 10일 동안 진행된다. 마지막 날까지 먹고, 웃어. 연인과 함께하고 가족과 즐겨. 승자로서.”
의문이 머리를 강타했다. 10일 동안 연회가 진행된다고?
그렇게 하려면 거의 잔고가 탕진되어야 한다. 잭이 이럴 사람인가? 의문은 거기까지였다. 그냥 생각만 했다.
아베이루의 대답은 한결같았다.
“예 폐하. 그리하겠습니다.”
그렇게 주변이 정리됐다.
잭이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리고는 구석에 있던 드워프 킹, 메나마-아무르에게 손짓했다.
그가 의문 가득한 표정으로 잭에게 다가온다.
잭은 아베이루에게 눈짓했다. 다 해산시키라고.
그 이상 아무 말도 안 했다. 오랜만에 만났는데 인사 한 번 없다.
셀과 샬롯에게는 머리조차 쓰다듬어주지 않았다.
묘한 분위기 속에서 결국 아베이루와 잭의 주변인들은 잭의 뜻을 따랐다. 해산 시킨 거다.
잭은 걸음을 옮겼다.
발렌타인과 론, 그리고 메나마-아무르가 잭의 뒤를 따랐다.
* * *
짧은 순간이었지만 고민 많이 했다.
뭐라고 해야 할까.
다시 키메라가 올 거고, 그 키메라들을 이끄는 놈은 이 세상이 탄생한 이래로 가장 강한 괴물인데, 그 괴물이 같이 오고 있다는 그 사실을 말해야 할까.
고개를 저었다.
나는 어릴 때 우물 안 개구리였다.
우물 안에 있는 세상 말고는 몰랐다. 알고 싶지도 않았다. 두려웠으니까.
하지만 생각해보면 나쁘지 않았다.
지금 서대륙에 있는 이들이 죽인 키메라는, 천외천이라는 세력의 절반도 채 되지 않는다.
숫자를 말한 게 아니라 전체적인 ‘힘’을 말한 거다. 고작 그 정도밖에 안 되는 키메라들을 죽이고 환호하고 있다.
승리를 만끽하고 있다.
그냥 그대로 두고 싶었다.
죽기 전날까지, 무슨 일이 벌어지는 그냥 몰랐으면 했다.
“언제였더라. 론이랑 내가 흑해 바다에서 그 기록을 봤을 때, 기억나지?”
론이 애써 웃는다.
“물론이죠. 세상의 비밀을 알게 된 순간인데 어찌 기억이 안 날 수가 있겠습니까.”
“……이제야 좀 이해가 가는 것 같아.”
“이해요?”
“도망쳐서 도착한 곳에 낙원은 없다고, 그런데 그럼에도 낙원을 만들었다고 한 그 집행자라는 애들이 이제야 이해가 간다고.”
“……도련님.”
“주변에 아무것도 알리지 마.”
론이 눈을 질끈 감는다. 론은 아는 거다. 내가 뭘 하려는지.
“또, 혼자서 싸우려는 겁니까?”
“그럼 어떻게 해? 론도 알잖아. 이제 그런 건 의미 없다는 거.”
“…….”
그때였다. 조용히 이야기를 듣던 메나마-아무르가 끼어든 것이.
“대체 지금…… 이게 무슨 말인가?”
“무슨 말이겠어?”
“……설마, 끝나지 않았다고?”
앞서도 말했듯 서대륙의 사람들은 전부 우물 안의 개구리다.
천외천의 존재를 모르고 천마신교의 존재를 모른다. 안다 해도 그들의 힘을 알지는 못할 거다.
그들도 모르는데 그들을 압도하는 괴물이 하나 있다고 하면 그걸 어떻게 받아들이나.
채 절반의. 그 절반의 절반도 되지 않는 고작 키메라 몇천 마리 죽인 거로 다 끝났다, 그렇게 생각하는 이들인데.
“너한테 하나 시킬 일이 있어.”
“……그게 무엇인가.”
나는 아공간을 열었다. 그리고 그곳에서 만년 한철 덩어리를 꺼내 들었다.
론과 함께 흑해의 심해에서 보았던 그 기록.
그것이 보관되어있던 그 공동의 입구다. 이거 쓸 일이 없어서 아공간에 집어 넣어놨었는데 이렇게 쓸 일이 생기네.
“정확한 이름은 만년 한철이라고 하거든. 이거 가지고 만들어봐.”
“……무엇을?”
“무기. 장검도 좋고, 도 형태도 좋아, 암기도 좋고 비수도 상관없어. 이걸로 최대한 많은 무기를 만들어.”
“…….”
“드워프들한테는 이렇게 말해. 전쟁도 끝났고 파티도 열리는데 황제에게 선물을 줘야 하지 않겠냐고, 이걸로 무기를 만들어서 황제에게 선물해주자고, 대충 무슨 말인지 알지?”
메나마가 고개를 끄덕인다. 복잡한 표정이지만 내가 이러는 데에는 다 이유가 있을 거라고, 믿는 표정이다.
“너한텐 미안한데 오늘, 정확히는 지금 당장 시작해줬으면 해. 거기다가 이거 다듬기가 꽤 힘들 거거든. 드래곤들을 비롯해서 쓸 수 있는 애들 몇 명 가져다가 써. 당연히 비밀은 지키고.”
“……알겠네. 기한은?”
“오늘부터 최대 8일. 드워프들도 연회는 즐겨야지.”
“……빠듯하군. 내 최대한 빠른 시일 내로 만들어보겠네.”
그렇게 메나마가 사라졌다.
침묵이 자리한다. 스승님이 내게 물었다.
[그 누가 너를 원망할 수 있을까.]“…….”
발렌타인이 다가간다. 잭의 앞에 선 채, 손을 뻗었다.
양손으로 잭을 껴안았다.
[같이 짊어지자꾸나.]카운트다운이 시작됐다.
거짓된 평화, 그리고 세상의 명운을 건 마지막 싸움.
10일.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