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Legendary youngest son of the marquis RAW - Chapter (555)
제 556화
“저는 항상 봐 왔습니다. 아버지와 어머니가 얼마나 서로를 사랑하는지.”
“…….”
“그리고 타노스 님도 아시다시피 저희 아버지는 수명이 없습니다. 스스로가 죽고자 할 때가 아니라면 절대 죽지 않죠. 그렇다고 평생, 정말 수백 년, 수천 년이 넘는 세월 동안 살거나 그러지는 않으실 겁니다. 그건 너무.”
“…….”
“가혹한 거니까요.”
이미 둘은 대륙 자체를 구했다. 그리고 교육을 발전시켰고 문명을 발전시켰고 기근을 줄였다.
중간에 죽는 이들도 많았지만 행복해하는 이들이 압도적으로 더 많다.
자식 된 도리로서.
“덜어 주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
“저도 압니다. 결국 밀로스 황가는 제가 이어야 한다는 거, 발란티에라는 이름이나 군나르라는 이름은 이 대륙을 이끌 수 없습니다. 정확히는 이끌면 안 됩니다.”
이미 분란의 씨앗은 오래전부터 존재했다.
하비 발란티에는 메론의 절친이지만 국가의 입장에서 본다면 불안전하고, 거슬리는 존재다.
엘리자베스 발란티에는 잭의 누이지만 밀로스라는 성을 쓰지 않는다. 잭에게 너무나도 소중한 사람이지만 그녀도 분란의 씨앗인 것은 맞다.
이 모든 평화가 유지되기 위해서 외면해야 하는 진실이고 묵묵히 감내해야 할 아픔이다.
거기에 잭의 자식이 늘어난다면, 그리고 그 자식이 멍청하고 자격이 없음을 만천하에 증명하고 다닌다면, 그 단 한 번의 계기로 인해 걷잡을 수 없는 일이 생겨날 수도 있다.
다시 원점으로 돌아와서.
“아버지가 황제의 자리에서 물러나는 순간이 언젠가 찾아온다면 그 자리는 누가 이어야 하는가.”
조용히 듣고만 있던 타노스는 이 질문에 답하지 않았다.
잭은 밀로스 제국을 건국하기 전부터 이 사안에 대해서는 이미 마음을 잡아 두었다.
그것을 타노스는 기억한다.
현 밀로스 제국의 재상이자 서대륙 전체를 관리하고 있는 재상 아베이루에게 잭은 이렇게 말했다.
넘보지 말라고.
엘리자베스 발란티에와 이어지고, 그 밑으로 조카들을 수십 명씩 낳는다 해도 황제의 자리에는 절대로 눈독 들이지 말라고.
만약 눈독 들이는 즉시 아베이루는 물론 그 자식들까지 전부 죽게 될 거라고.
물론 마지막 문장은 직접 입으로 꺼내지 않았지만 아베이루는 바보가 아니었다. 또한 엘리자베스도 바보가 아니었다.
잭은 한다면 한다. 책임질 게 많아지는 사람은 무엇이든 할 수 있다.
뿐일까.
잭과 엘리자베스의 어머니였던 노아의 핏줄이자 외조부인 군나르 핏줄에게는 더욱더 노골적으로 말했다.
황제의 자리를 넘보면 그날 군나르라는 이름을 쓰는 존재들은 전부 씨몰살시켜 버리겠다고.
소거법으로 따져 보면, 결국 하나밖에 남지 않는다.
현재 잭과 발렌타인의 자식이자 적장자.
바로 다니엘 밀로스.
결국 다니엘은 어떤 식으로든 황제가 될 수밖에 없다.
문제는 그 이후다.
그것을 인정할 수 있는가.
다니엘의 통치에 모두가 만족하는가.
다니엘의 자리에 욕심을 내지 않는가.
다니엘이 말했다.
“다른 사람은 몰라도 저는 대비해야 합니다.”
바람이 차갑게 불어온다. 타노스의 머리가 흩날렸다. 바람 소리 사이로 듣기 좋은 울림의 목소리가 울린다.
“저는.”
메론이, 정확히는 다니엘이 고개를 돌린다. 타노스와 눈이 마주쳤다. 눈 속에 진심이 깃든다.
“그들을 죽이고 싶지 않습니다.”
어찌 보면 이게 핵심이었다.
하비 발란티에, 그리고 아베이루와 엘리자베스.
그 외 군나르까지.
엄밀하게 ‘핏줄’만으로 따진다면 발란티에 가문과 군나르 가문은 밀로스 황가의 핏줄과 같다.
그들이 헛된 생각을 품지 못하도록 다니엘은 강해져야 한다. 그리고 증명해야 했다.
다니엘은 이미 오래전부터 결심했다.
그 누구도 의심하지 못하는 존재가 될 것이다.
평화를 지키기 위해 정상에서 군림할 것이다.
선하다는 것, 그것 하나만으로는 밀로스 제국의 무게를 지탱할 수 없다.
“저는 왕도王道를 걷지 않을 것입니다.”
막는 것이 있다면 부수고 찢을 것이다.
저는.
“패도霸道를 걸을 것입니다.”
무게를 지탱할 수 있다는 것을 만천하에 보여 줄 것이다.
황태자로서.
밀로스 제국의 차기 황제로서.
지금이 그 시작이다.
정확히는 저곳, 동대륙에서부터 시작될 것이다.
* * *
천하성.
약 400개가 넘는 무림세가가 존재하는 거대한 땅이었으며 거대 운하를 중심으로 하루에 수백 수천 개가 넘는 배들이 오가는 무역 도시이기도 했다.
거주하는 사람의 수는 수백만이 넘고 어쩌면 중원 무림보다 더 중요한 지역인 이곳은, 하나의 단체에 의해 질서가 지켜진다.
천하성.
현재 무림서열록 2위의 천하성주 류진이 과거에 설립했던 단체다.
류진은 성주로서 천하성을 이끌었으며 지금까지도, 이끌고 있다.
이 단체는 국가라고 칭하지만 않았을 뿐 거의 한 국가처럼 체계가 잡혀 있었다.
운하의 모든 것은 천하성이 지배하고, 천하성은 직접 운하에 세금을 매기기도 하며 무림세가들로부터 일정량의 금액을 제공받기도 한다.
단어만 달랐을 뿐 국가라고 봐도 무방했다.
새삼스럽지만 밀로스 제국의 위상은 절대적이다.
언젠가 잭은 이렇게 말했었다.
[동대륙의 모든 문화에 손댈 생각도 없고 그들에게 강제할 생각도 없다.] [새로운 문물을 받아들이고 교류할 생각이 있는 이들은 언제든 환영한다.] [만약 불순한 의도로 배우려는 이들을 강제하거나 방해하는 이가 있다면 그놈은 세상 전부를 뒤져서라도 죽일 것이다.] [동대륙은 가능하면 자생하도록 둘 것이다. 거슬리는 짓만 하지 않는다면.]그 말대로 동대륙은 자생했다.
서대륙의 문물과 서대륙의 마법들을 배워서 오는 이들도 있었고 그 마법들과 무공을 합쳐 새로운 종류의 무를 창시하는 이들도 있었으며 자연스럽게 무림은 변했다.
질이 높아졌다고 해야 할까.
천하성주 류진은 그런 동대륙에서 매우 독보적인 성장을 이룬 무인이기도 했다.
이미 초월자의 자리에 들어섰으며 그는, 거의 ‘드래곤 로드’와 맞먹는 힘을 지니고 있다는 말이 있을 정도의 압도적인 괴물이었다.
동대륙의 자존심이라고 해야 할까.
류진은 과거 무림서열록 1위의 드래곤 로드인 셀과 1:1로 겨뤘다. 결과는 무승부였지만 여러 가지 부분에서 열세였다는 것을 류진은 인정한다.
그렇기에 무림서열록 2위의 자리에 이름이 올라갔을 때 그것을 당당하게 받아들였다.
사람들은 말한다.
만약 시간이 흐른다면, 류진은 드래곤 로드인 셀을 이기고 무림서열록 1위에 앉게 될 것이라고.
그런 류진의 밑에 천하성이있다.
천하성에는 성주와 부성주를 제외하고 가장 높은 순부터 주령主嶺, 대당주大幢主, 당주幢主, 순찰사巡察使, 실원失元, 이렇게 다섯 가지의 직책이 존재한다.
천하성의 역사는 오래됐다.
과거 라그나로크와의 싸움에서도 살아남았던 단체였으며 그전에도 계속 존재했던 땅이다.
그런 천하성도 결국 밀로스 제국의 휘하에 있기에 나름의 관할서가 존재한다.
덜컹덜컹, 때마침 마차가 흔들렸다.
손에 들려 있던 파일을 그대로 내려놓고는 한숨을 푹 터트렸다.
이 이상 더 볼 필요도 없었다. 정확히는 수도 없이 봐서 이미 외웠다고 해야 할까.
소감은 간단했다.
“개판이네.”
마저 말하면, 현재 천하성에는 밀로스 제국의 관할서가 존재한다.
당연히 관할서장이 존재하고 그 밑에 행정관도 있고 감찰관도 있다.
중요한 건 그 숫자가 얼마나 되냐는 거다.
우선 관할서에는 관할서장 1명과 행정관 1명, 그리고 1명의 감찰관이 존재한다. 그리고 나는 감찰관으로 부임한다.
즉, 서장 1명, 행정관 1명, 감찰관 2명, 이게 관할서의 전부다.
말도 안 되는 숫자라고 볼 수 있겠지만 납득이 가능한 이유가 있었다.
“전출 신고 총 82회, 중범죄로 파면 16회, 사고사 7회, 그리고 자살 1회.”
전출 신고의 사유는 ‘적응 실패’, ‘우울증’, ‘극도의 무기력감’ 등등.
굉장히 다양했고 중범죄는 횡령, 살인, 심지어는 강간까지 있었으며 사고사는.
“……계단에서 굴러떨어지고, 마법을 수련하다 주화입마로 혈맥이 터져서 사망하고, 샤워하던 중 소변이 마려워 변기로 이동하다가 미끄러져서 사망, 무림인과 비무 중에 사망…….”
이건 장난하는 것도 아니고, 누가 봐도 조사를 대충 한 것이 분명했다.
끝이 아니었다.
“천하성의 반란 세력이 존재한다는 보고를 받고 조사에 착수했던 감찰관이 다음 날 변사체로 발견되고, 그와 관련되어 있던 무림 세가가 하루아침에 멸문하고.”
어처구니가 없었다.
냄새가 너무 난다. 천하성은 무법지대라는 이름답게 온갖 일이 벌어지는 곳이었으며 그곳으로 파견 나간 아카데미의 학생들은 대부분, 말로가 좋지 않았다.
18년 동안, 이런 일들이 일어났다.
이래서 이곳 천하성은 아카데미의 모든 학생들이 기피하는 장소가 되었으며 이곳으로 갈 바에는 차라리 감옥으로 들어가는 것을 택할 정도로 악명이 높았다.
특히.
“감찰관으로 부임한 지 한 달 만에 과거에 있었던 ‘반란’ 사건을 재조사 하던 감찰관이 돌연 자살.”
이건 비교적 최근에 일어난 일이다.
앞서 이야기했던 무림 세가가 하루아침에 멸문하고 감찰관이 변사체로 발견되었던 그 사건을 재조사하기로 마음먹었던 감찰관이 자살로 발견된 사건.
나는 파일을 다시 집어 들고는 휙휙 넘겼다.
그러다 어느 한 페이지에서 멈춰 섰다.
그곳에는 분홍색 머리에 밝게 웃고 있는 한 여인의 사진이 있었고 그 밑에 그녀의 신상정보가 적혀 있었다.
‘이름 엘레나, 제16회 밀로스 아카데미 검술학부 우수 졸업, 마법과 검술에 두루 재능이 있었고 계속 노력만 한다면 향후 마스터의 경지까지 올라갈 수 있는 인재. 성격은 매우 당차고 교우 관계가 원만함. 나이 19세, 사망한 나이 19세.’
마지막 한 줄이 머릿속에 강하게 꽂힌다.
‘광명세가 멸문 사건을 재조사하던 중 숙직실에서 목을 매고 사망. 타살 흔적 없음. 유서도 없음.’
손으로 마차 창가를 툭툭 두드렸다.
이건 개판이라는 단어가 매우 적절했다.
천하성으로 여러 번 조사단이 파견되었지만 전부 소득 없이 돌아갔다는 정보도 있었는데, 이건 누가 봐도 이상했다.
우연이 한두 번이면 몰라도 계속 반복된다면 그건 우연이 아니라 필연이다.
이건 인위적인 냄새가 너무 심하다.
구역질이, 날 정도다.
이윽고 마차가 멈췄다.
문이 열리고 마부가 히죽 웃는다.
“감찰관님. 도착했습니다.”
말이 끝나기 무섭게 마치 팁을 달라며 손을 내밀고 있는 마부를 바라보았다.
“은화 5개 되시겠습니다.”
“은화, 5개요?”
“예. 은화 5개요.”
먼 거리를 온 것은 분명했다. 하지만 거리를 감안해서라도 은화 2개면 충분할 텐데 5개라니.
“이게, 그 뭐시냐 서대륙 말로 치면 프리미엄, 딱 그게 붙은 거죠. 오실 때 편하지 않으셨습니까? 제가 마차 모는 실력은 천하성 제일인데 말입죠.”
편하긴 쥐뿔, 불편해 죽는 줄 알았다.
너무 불편해서 앉은 자리를 편하게 해 주는 아티팩트를 사용했을 정도다.
이내, 피식 웃음이 나온다.
은화 5개를 마부에게 건네주자 그가 활짝 웃었다.
“그럼 모쪼록 평안한 밤 되시길.”
그가 마차를 몰며 사라졌다.
고개를 들었다.
거대하지만 매우 허름한 건물이 눈에 보인다.
이곳이 천하성 내부에 존재하는 밀로스 제국의 관할서다.
나는, 오늘 이곳의 감찰관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