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Legendary youngest son of the marquis RAW - Chapter (56)
제 57화
나는 녀석을 두 손으로 안고 스승님과 함께 내 방으로 데려갔다.
일단 바닥에 내려놓고 여분의 이불로 몸을 덮어 주자, 스승님이 묻는다.
[로드는 어떻게 할 것이냐?]몇 번이고 언급했지만 두 놈은 혼기를 사용한다.
수준이 어느 정도냐면 내가 풍림화산을 사용하는, 딱 그 수준이다.
그게 그 두 놈의 한계다.
그런데 상황이 참 묘하게 흘러간다.
누가 보면 나랑 스승님이 세상을 구하려는 줄 알겠어.
그리고.
“세상 그 어느 곳에도 그런 법은 없습니다.”
[법?]“숙여야 할 놈이 와서 숙이면 숙였지, 강자가 약자를 먼저 찾아가는 건 모양 빠지지 않겠습니까?”
스승님이 피식 웃는다.
[나를 배려해 주는 것이냐?]스승님은 400년 전 사람이다.
과거의 스승님은 너무나도 많은 일을 처리하셨고, 지금 인간 세상의 뼈대를 만들었다.
스승님은, 이 이상 인간들을 위해 무언가를 해 줄 필요가 없다.
없다 뿐일까.
기억도 못 하고, 이름조차 지워 버린 놈들을 위해 왜 스승님이 스스로 나서서 일을 처리해야 하나.
툴칸 제국의 실험실 같은 경우는 워낙 스승님이 완고하셨기에 따랐지만 이 이상은 아니다.
“두 로드는 제가 따로, 나중에 시간 되면 알아서 정리하겠습니다.”
[…….]“스승님은 이 이상 인간들을 위해 희생하지 마십시오.”
단호한 내 말에 스승님이 나를 물끄러미 응시한다.
피하지 않고 스승님의 눈을 마주 보았다.
나는 물러설 생각이 없다.
그렇게 잠시간의 시간이 흐른다.
결국, 스승님이 수긍한다.
[그래. 그렇게 하마.]말을 끝마친 스승님이 갑자기 입고 있던 코트의 단추를 풀기 시작했다.
스르륵-
옷이 흘러내리는 소리와 함께, 스승님은 순식간에 알몸이 됐다.
[씻고 오마.]“아…… 예.”
오랜만이라 그런가, 예전에 같이 생활할 때도 저런 분이긴 했는데, 다시 보니까 확실히 새롭다.
물줄기 떨어지는 소리가 한동안 이어지고, 스승님이 가운을 걸친 채로 욕실에서 나온다.
잠시 그 모습을 감상하다, 나도 욕실로 들어갔다.
옷을 벗고 거울을 보니 오른쪽 팔목이랑 왼쪽 가슴 쪽에서 피가 흐르고 있었다.
살이 살짝 터지고, 실금처럼 피부가 갈라져 있는 모습은 역시 보기 좋은 모습은 아니었다.
거기다 머리가 조금씩이지만 지끈거리고 있다.
상급 포션 하나를 대충 들이마시고는 몸을 씻고 일상복으로 갈아입었다.
그런 나를 스승님이 묘한 표정으로 바라본다.
[어딜, 가려는 것이냐?]하필 잠옷도 아닌 일상복을 입는다…….
확실히 이상해 보였나 보다.
고개를 젓자, 스승님은 그 이상 말씀하시지 않았다.
내가 샀던 속옷을 입고 계신 스승님은, 마치 익숙한 것처럼 내 침대에 몸을 누였다.
나는 침대 옆으로 의자를 하나 끌어오고는 그곳에 털퍼덕 주저앉았다.
그런 나를, 스승님이 베개에 고개를 파묻은 채 물끄러미 바라본다.
[많이, 아팠느냐?]슬쩍 손을 들어 내 볼을 매만져 보았다.
지금도 조금 뜨겁다.
“예. 아파 죽는 줄 알았습니다.”
[……그렇구나.]농담이었는데, 스승님은 진심으로 미안하다는 표정을 짓는다.
슬쩍 웃어 보이자 스승님이 화제를 돌리신다.
[왜 그런 옷을 입고 있나 했더니, 잠을 잘 생각이 없었던 모양이로구나.]음.
“제가 누워 있을 때 스승님께서 계속 저를 지켜보셨잖습니까?”
[그래서?]“이제는 제가 지켜봐 드리려고요.”
리바운드로 인해 정신을 잃었던 그때, 론이 말하기를 스승님은 침대 맡에서 삼 일 동안 나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고 한다.
전생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스승님은 항상 잠든 나를 지켜봐 주셨고, 항상 지켜 주었다.
입가에, 부드러운 미소가 생겨난다.
“스승님은 항상 잠을 자는 것을 좋아하셨습니다.”
[…….]“한 달에 단 한 번 원래 모습으로 돌아갔을 때도, 스승님은 꼭 한 번씩은 잠에 드셨지요.”
인형일 때 스승님은 잠을 자지 못한다.
그때의 스승님은 오로지 인형.
말 그대로 인형이었을 뿐이니까.
[계속, 바라볼 것이냐?]슬며시 웃었다.
“예. 주무십시오. 제가 곁을 지키겠습니다.”
스승님이 눈을 감으셨다.
그렇게 시간이 흘렀다.
두 시간이 흐르고, 세 시간이 흐르고.
스승님의 잠든 모습을 바라보자 과거가 떠오른다.
동굴에서, 사슬을 벗어나 동굴 바닥에 침상 비슷한 것을 만들고 그곳에서 잠을 주무시던 스승님.
조금만 더 일찍, 스승님을 만났더라면 어땠을까.
만약 내가, 400년 전에 태어나 스승님을 만났더라면 어땠을까.
잠든 스승님의 얼굴은 평온했다.
긴 머리카락은 부드러웠고, 숨소리는 차분했다.
스승님이 살짝 뒤척이며 이불이 흐트러졌고, 나는 이불을 스승님의 목 아래까지 끌어 올려 주었다.
조용히, 스승님을 바라보았다.
스승님의 잠든 모습.
누가 이런 스승님의 모습을 보고 전 대륙을 공포에 떨게 했던 사상 최악의 네크로맨서라고 부르겠는가.
이렇게 아름다운 사람인데.
시간이 계속 흐르고, 결국 새벽 동이 터 오른다.
스승님의 곧게 뻗어 있는 속눈썹이 살짝 꿈틀거리고, 천천히 스승님의 눈이 떠지며 맑고 투명한 눈동자가 모습을 드러냈다.
이어서 스승님이 옆을 확인한다.
스승님은 모르고 있겠지만, 이건 스승님의 버릇이다.
잠에서 깬 뒤 곁에 누가 있나 없나를 무의식적으로 확인하는 버릇.
얼마나 외로웠으면 그런 버릇이 생겼을까.
400년간 스승님의 곁에는 아무도 없었다.
하지만 이제부터는 아니다.
“좋은 아침입니다. 스승님.”
내가, 곁에 있을 거니까.
Chapter 4
잭과 발렌타인이 툴칸 제국의 실험실을 초토화시킨 그날, 어센블 공작가에도 비슷한 일이 일어났다.
“십수 년이라니, 정말 그 오랜 기간 동안 총장님의 밑에서 첩자 노릇을 했던 것이냐?”
어센블 공작가 지하 감옥.
눅눅하고, 축축한 그곳 독방에 있던 블루투스가 천천히 고개를 든다.
“그게 잘못된 겁니까? 마탑주님?”
벨라미가 한숨을 터트린다.
“당연히 잘못됐지. 총장님은 너를 아꼈다. 너를 받아들이고 너를 키워 주신 그분의 가슴에 너는 비수를 꽂았어.”
“그래서요?”
생각지도 못한 대답에 벨라미는 허탈함을 숨기지 못했다.
결과론적이기는 하나, 블루투스는 두말할 것도 없는 첩자였다.
그것도 십수 년간 정체를 숨긴.
하아.
“너는 이런 녀석이었구나. 순진해 보이던 그 모든 게 연기였다니…… 말이 안 나오는구나. 후우.”
한숨을 터트리던 벨라미는 가슴속의 감정을 털어 냈다.
이어서, 그의 눈빛이 날카롭게 변한다.
“변호도 증언도 하지 않은 걸로 알고 있다, 하지만 언제까지 네놈이 침묵할 수 있다고 생각하느냐? 마지막으로 묻겠다. 네놈이 아는 모든 것을 말해라.”
위협, 협박.
분명 그런 성격을 띠고 있는 벨라미의 말이었지만 블루투스는 다르게 받아들인 걸까.
블루투스는 상황이 웃기다는 듯 비릿하게 웃었다.
“정말 모르시는 겁니까, 아니면 알고도 모르는 척하시는 겁니까?”
“뭐라?”
블루투스는 놀랍게도 지금 여유를 가지고 있었다.
서클이 부서져 일반인의 몸이 되었음에도 저 여유는 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벨라미는 궁금했고, 또한 의아했다.
그때, 블루투스가 말을 잇는다.
“지난 십수 년간 많은 일이 있었지요. 전 마탑주는 왜 툴칸 제국으로 귀화를 했는지. 왜 10서클을 이룬 마나 유저들이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국가를 버렸는지, 그리고 왜 마수의 숲을 토벌하러 마나 유저들을 강제로 소집했는지. 이 모든 일이 우연이라 생각하십니까?”
묵묵히 듣고만 있던 벨라미는 느꼈다.
블루투스의 말에 담긴 복잡한 뉘앙스.
정치적인 냄새가 코끝이 진하게 맴도는 느낌.
벨라미의 머릿속에 최후의 방법이 떠오른다.
“고문을 당하면, 결국 입이 열리겠지.”
“왜.”
블루투스의 목소리가 철창 안을 울린다.
“왜 여태껏 감옥에 있던 저를 고문하지 않았던 걸까요? 어센블 공작가가 아무리 친국왕파라도 타국의 첩자인 저를 왜 지금까지 가만히 놔뒀을까요? 설마, 제 입을 열 자신이 없어서? 국왕에게 충성심을 증명하기 위해서? 그럴 리가 없잖습니까.”
벨라미의 눈매가 좁혀진다.
아까부터 느끼고 있던 묘한 위화감.
그 정체를 지금에야 눈치챘으니까.
시선을 아래로 내렸다.
블루투스, 그의 몸은 깨끗했다.
고문을 당한 흔적도 없었고, 요 5일간 분명 감옥에 갇혀 있었을 텐데 야위었다던가 하는 그런 변화도 없다.
“마탑주님도 아주 세심하게 고민해 보셔야 할 겁니다.”
비릿하게 웃고 있는 블루투스, 그의 눈빛이 창살 너머에 있는 벨라미의 눈에 꽂혀 든다.
“정말 이 왕국에 미래라는 게 있는 건지 말입니다.”
벨라미는 입을 다물었다.
할 말이 없다기보다는 그냥 머리가 복잡했다.
그러고는 그대로 몸을 돌렸다.
저 자신감의 근원은 무엇일까.
설마, 이 왕국 전체가 이미 썩었다는 걸까?
그리고 블루투스의 태도.
벨라미가 알기로 블루투스는 내일 오전 왕성으로 이관된다.
첩자, 그것도 툴칸 제국의 첩자이기에 높은 확률로 정식 재판은 열리지 않을 것이다.
대륙 상황도 그렇고, 괜히 긁어 부스럼 만들 필요는 없으니까.
아마 내부적으로 처리하겠지.
그런데 블루투스는 두려워하기는커녕 너무나도 여유롭다.
설마, 살아날 자신이 있다는 걸까?
잠시 몸을 돌려 블루투스를 바라보던 벨라미는 깊은 한숨을 터트리고는 그대로 밖으로 나갔다.
그리고 4시간 뒤. 어센블 공작가의 지하 감옥에 불이 났다.
뒤늦게 달려간 벨라미는 볼 수 있었다.
온몸이 불에 타 생명이 완전히 끊어진 블루투스를.
위장일까?
블루투스의 시체를 살핀 벨라미의 표정이 복잡해진다.
그의 머릿속에 온갖 경우의 수가 떠오른다.
일단 위장은 아니다.
왕국의 마탑주이기도 하며 온갖 잡지식으로 무장까지 한 벨라미는 확신했다.
블루투스는 확실하게 죽었다.
대체.
‘……뭐가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 거지?’
* * *
그리고 아침.
나는 침대에 앉아 바닥에 엎드려 있는 셀을 바라보고 있었다.
“이거 아무리 생각해도 너무 눈에 띄는데.”
샬롯은 약간 적대감 어린 시선으로 드래곤을 바라보고 있었고, 타노스는 거의 넋이 나가 있었다.
그리고 창가 쪽에는 스승님이 햇살을 받으며 바깥을 바라보고 있었는데, 참, 언제 이렇게 식구가 많아진 거지.
“저 공자님 이……분이, 그러니까. 이게, 드래곤이라는 겁니까?”
“그렇지. 왜? 드래곤 처음 봐?”
타노스가 할 말을 잃는다.
굳이 답을 들을 필요도 없는 질문이다.
죽었다고, 거의 멸종했다고 알려진 드래곤이 지금 눈앞에 존재한다.
세간에 알려진 진실은 진실이 아니라는 걸 깨달은 타노스는 넋이 나갈 수밖에 없지.
그리고.
“꼬맹아. 그렇게 노려보지 마. 얘는 그 발락투스랑은 다른 애니까.”
“아…… 네, 미안해요. 보스.”
슬쩍 꼬맹이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고는 긴장해 있는 셀의 앞에 쪼그려 앉았다.
“야, 누가 잡아먹는데? 뭐 이리 긴장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