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Legendary youngest son of the marquis RAW - Chapter (565)
제 566화
chapter 5
당주 박무기는 미간을 구기고 말았다.
“……늦었군.”
말 그대로다.
늦었다.
감찰청에서 나온 이후 곧장 정우영을 만나러 왔지만 없었다. 곧이어 포졸이 다가오더니 박무기에게 말했다.
“정우영 순찰사는 방금 막 메론 감찰사를 따라갔습니다.”
“……방금 막? 정확한 시간을 말해라.”
“……일각쯤 된 것 같습니다.”
일각은 서대륙 시간으로 15분을 뜻했다.
긴 시간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짧은 시간도 아니다.
엇갈렸다고 봐야 할 거다. 미간이 구겨진다.
나오면서 청장 베크와 잠시 대화를 나눴었는데 그 시간 때문에 이렇게 지체됐다.
화가 났지만 이미 일은 벌어졌다.
천천히, 정말 천천히 박무기는 생각에 잠겼다.
메론 감찰관.
일단 신임 감찰관인 건 확실하다. 아카데미에서의 그의 행적은 당연히 알고 있으며 아카데미 시절 어떤 과목에서 어떤 성적을 받았는지, 그 모든 것을 박무기는 안다.
애초에, 이곳 천하성 감찰청으로 발령이 나게 되면 가장 먼저 천하성 감찰청장에게 연락이 간다.
신임 감찰관으로 누구누구가 지정되었으니 참고해라.
그걸 듣자마자 서대륙으로 사람을 보내 지정된 신임 감찰관에 대한 정보를 죄다 긁어오는 게 지금까지의 행동 양식이었다. 메론을 전부 안다고 생각하는 박무기는 지금 머리를 얻어맞은 듯한 충격을 받고 있었다.
우선 첫째.
놈이 너무 강하다.
그리고 둘째, 누군가와 강하게 연결된 흔적은 없다, 오히려 놀랐다. 박무기가 보았을 때 메론이라는 남자는 한길만 보고 가는 외골수처럼 보였으니까.
이건 굉장히 후한 평가다. 아니 애초에 세상에 이런 사람이 거의 없다.
주변에서 어떤 압력이 들어오건 전부 뿌리치고 신념을 위해 한길만 가는 사람은, 어떤 식으로든 세상의 중심에 서게 된다.
거기까지 가는 이가 거의 없어서 문제지만 아무리 봐도 이 메론은 거기까지 갈 사람 같았다.
“……천하성에는 전혀 어울리지가 않아.”
진심이다.
향후, 어떤 식으로든 세상에 이름을 날릴 남자가 분명하지만 그래서 더욱더 그는 천하성에 있으면 안 된다.
오히려 해가 된다. 지금도 보면 이미 해가 되고 있다.
지금부터는 도박수다.
놈을 가만히 놔둬야 하는가.
불가능하다.
회유가 가능한가.
불가능하다.
메론처럼 대쪽같은 신념을 가진 남자는 힘에 굴복하지 않을 것이며 자신이 하는 행동들이 ‘잘못된 행동’이라고 깨달을 경우에만 굴복할 것이다.
그리고, 박무기니까 할 수 있는 말인데.
지금 메론은 적어도 서대륙의 입장에서 ‘잘못된 행동’을 하고 있는 게 아니다.
그는 분명 옳은 길로 가고 있다. 잘못된 길로 가고 있는 것은 ‘천하성’이다.
이 경우에는 어쩔 수 없다.
정말 어쩔 수 없는 거다.
아무래도.
“……싹을 꺾어야겠군.”
평소 그랬던 것처럼 할 것이다.
질책을 받게 되겠지만 상관없다.
박무기가 말했다.
“사천부의 모든 순찰사들과 시령들에게 전해라.”
무엇을 전하라는 걸까.
“집합하라고.”
박무기의 두 눈이, 살기로 점철된다.
“책임은 내가 진다. 오늘 감찰관 한 명을 땅에 묻을 것이다.”
* * *
눈앞의 정우영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정말 말 안 하실 겁니까?”
“……할 이야기가 없습니다.”
실소를 터트리고 말았다.
“당적상이 전부 말했습니다. 그쪽이 명령을 내렸다고.”
“…….”
“그때 저한테 이렇게 말씀하셨었죠? 감찰관들을 비롯해 다른 직원들의 실종 및 사망 사건에 대해서 아는 게 아무것도 없다고.”
“…….”
“입에 침 한 번 안 바르고 거짓말을 하셨네. 쉽게쉽게 갑시다.”
나는 그대로 서류 한 장을 정우영의 앞으로 밀어 넣었고 그 옆에 작은 구슬 하나를 내려놓았다.
“음성 녹음 기록 장치입니다. 서류는 간단한 동의서고요.”
“……죄송한데, 거듭 말씀드리지만 저는 아는 게 없습니다.”
정우영은 완고했다.
한숨을 터트렸다. 쉽게 가고 싶은 마음은 진심이다.
그래서 당적상이 전부 불었다는 거짓말을 좀 해 봤는데 통하지 않는다. 쯧, 가볍게 혀를 찬 뒤 다리를 꼬았다.
“엘레나 감찰관을 비롯해 다른 감찰관을 어떻게 죽였는지, 그리고 죽인 이후에 어떻게 증거를 조작했는지, 그 외 다른 일반 직원들은 어떤 식으로 죽여 왔고 괴롭혔는지, 전부 말씀하십시오. 하게 되면.”
“하게 되면?”
“정상 참작 정도는 해 드리겠습니다.”
정우영이 피식 웃는다.
“감찰관님. 저는 정말 억울합니다. 당적상이 무슨 억하심정이 있어서 제게 이러는 건지 저도 이해가 가지 않을 정도입니다. 저는. 아무것도 모릅니다.”
음성 녹음 장치는 켜져 있는 상황이다. 정우영은, 지금 천하성의 힘을 믿고 있었다. 일이 꽤 재미있어진다.
“제 생각을 한번 말씀드릴 테니 들어보시겠습니까?”
“……해 보시죠.”
“감찰청의 감찰관들은 막강한 권한을 지니고 있습니다. 당신들은 그들을 회유를 해야 했는데 그 회유에 동참하지 않거나 욕심을 부리는 이들이 있었을 겁니다. 당신들은 그들을 반드시 천하성에서 떨어뜨려 놔야만 했겠죠. 사고사, 혹은 전출.”
정우영은 조용히 나를 바라보았다. 천천히 말을 이었다.
“당적상, 정우영, 그리고 박무기와 감찰청장 레이먼드 베크. 이렇게 네 명이 확실하게 연결되어 있는데, 그 사이에 있는 정확한 연결고리를 저는 아직 모릅니다. 지금 정우영 순찰사한테는 그 연결고리에 대해 묻고 있는 거고요.”
“…….”
“이참에 시원하게 한번 말씀해 보시죠.”
정우영은 여전했다.
“감찰관님. 앞서도 말씀드렸듯 저는 정말 아무것도 모릅니다. 지금 생사람 잡고 계신 겁니다.”
물끄러미 정우영을 바라보았다. 약간의 비웃음이 가득한 표정과 이 상황이 곧 ‘해결’될 거라는 믿음.
그게 보인다. 그래, 이거면 됐다.
이제는 조용히 끝낼 수 없다. 이 정도면 나도 많이 참은 거다.
“제 입장에서 봤을 때, 여기 천하성 감찰청은 감찰관에게 있어서 제약이 없는 구역입니다.”
“제약이…… 없다?”
“여기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건, 아무도 모를 테니까요.”
“…….”
“서대륙에서 조사관이 온다 해도 결국 증거를 만들고 증거를 제출하는 건 천하성 감찰청입니다. 그 감찰청에 만약, 저 혼자만 있게 된다면 어떻게 될 것 같습니까?”
정우영은 지금 내가 무슨 말을 하는지 이해를 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았다.
“다시 한 번 말씀드리면 감찰관이라는 감투는 매우 쓸 만합니다. 적어도 제가 하려는 일에 방해가 되지는 않을 테니까. 그래서.”
“……그래서?”
“제 방식대로 일을 해 볼 생각입니다.”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선 뒤 그대로 정우영의 머리를 잡아챘다.
“자…… 잠시만…….”
무시했다.
나는 그대로 정우영을 집어 던졌다.
쾅, 벽에 날아간 정우영이 고개를 들기도 전이었다. 그대로 자리를 박찬 뒤 올라오는 정우영의 머리를 발로 후려쳤다.
콰아아앙-!!
“케헥-!”
정우영은 초절정의 고수다. 서대륙으로 따지면 무려 초급 마스터.
그가 내공을 끌어올린다. 그의 주먹이 푸르게 빛났다.
그가 나를 향해 주먹을 휘두른다.
막거나 피하지 않았다.
나도 그대로 주먹을 휘둘렀다. 정확히는 내려찍었다.
내 주먹과 정우영의 주먹이 맞닿는다.
머지않아, 마나로 둘러싸인 정우영의 마나가 그대로 찢기기 시작했다.
거의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다. 정우영의 눈이 크게 떠지고 내 주먹은, 그대로 정우영의 오른 주먹을 개박살 낸 뒤 그의 얼굴에 꽂혔다.
콰아아앙-!!
“쿨럭-!”
피를 토해내는 정우영을 향해 한 번 더 발을 휘둘렀다.
콰아아앙-!!
그대로 날아가 벽에 처박힌 정우영은 무언가를 할 새도 없었다.
다시 자리를 박차 벽에서 주르륵 흘러내리려는 정우영의 목을 내가, 움켜쥐었으니까.
“이…… 미친놈……. 감찰관이 이렇게 죄 없는 사람한테 폭력을…….”
“왜 죄가 없습니까?”
“뭐라고?”
“당적상을 이용해 저를 죽이려 했잖습니까.”
솔직히 말하면 맞는 말은 아니다.
당적상이 나를 죽이려 했던 것은 순전히 당적상 개인의 의지였다.
하지만 상관없다. 대충 끼워 맞추면 되는 거다.
“……내가 언제……!”
무시했다. 그대로 손가락을 일자로 편 뒤 내질렀다.
목표는 정우영의 ‘단전’이다.
내게 목이 잡혀 있는 그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푸욱.
이어서 퍼엉, 소리가 들린다.
정우영의 몸이 파르르 떨리기 시작했다.
단전이 부서진 무인은 더 이상 무인이 아니다. 그대로 손을 놓았다.
정우영이 바닥에 쓰러진다. 그는 믿을 수 없다는 듯, 자신의 양팔을 내려다보았다.
여전히 떨리는 몸으로 그가 고개를 들었다. 나와 눈이 마주친다. 그의 두 눈에 분노가 차오른다.
“네가!!!”
상실감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일 거다. 위로해 주거나 하는 그딴 생각은 전혀 없었다.
그대로 자리에 쪼그려 앉았다.
“정우영 순찰사. 당신은 앞으로 더 이상 순찰사로서의 업무를 볼 수 없을 겁니다.”
뚝하고, 정우영의 입이 닫혔다.
“그리고, 아마 이곳에서 그대로 당신이 나가게 된다면 머지않아 시체로 발견될 거고요.”
“…….”
“늦지 않았습니다. 말해요. 연결고리가 뭡니까?”
정우영은 체념했다. 그가, 분노에 억눌린 목소리로 말을 잇기 시작했다.
“……왜 전부 죽었을 거라고 생각하지?”
답하지 않았다.
“아카데미의 규칙 중 관직에 임하는 이는 일정 기간 ‘반드시’ 그 기간을 채우도록 명시하고 있다. 그런데 그걸 지키고 싶어 하는 이가 더 많을까, 아니면 지키고 싶지 않은 이가 많을까.”
분명 저 조항이 있긴 하다.
정확한 기간은 5년인데, 나 같은 경우에는 앞으로 최소 5년간 감찰관으로 근무해야 한다. 이걸 어긴다면 밀로스 제국법으로 처벌받는다.
만약 도망을 간다면 밀로스 제국의 최고 첩보 기관이자 최고의 무력 기관인 도관이 추격하고 잡아온 뒤 강제로 남은 기간을 근무하게 만든다.
당연히 도망을 쳤기에 그 기간은 더 늘어나게 되는데, 듣다 보니 웃음이 나온다. 그러니까.
“브로커 짓을 하고 있었다? 시체는 어떻게 구했습니까?”
“이곳은 동대륙이다. 하루가 멀다 하고 사람이 죽어 나가지. 그게 무림이다. 비슷한 체격의 시신을 찾는 것은 어렵지 않다.”
“음. 이곳으로 부임한 감찰관들에게 ‘은밀한 제안’을 하고, 그 제안으로 인해 ‘사고사’로 처리한다……. 새로운 신분도 만들어 주고?”
“그렇다.”
“그다음은 뭡니까? 설마 이게 전부라는 개소리는 하지 마십시오.”
물론 관점에 따라 다르겠지만 이것도 엄밀히 말하면 큰일이긴 하다.
무려 밀로스 제국법을 어긴 거니까.
무엇보다 다른 시신을 가져와서 속이고 본래의 인물은 다른 곳으로 빼돌린다? 이건 기본 사칭에 탈영, 그리고 잘만 하면 ‘내란’까지도 엮을 수 있다.
그런데 이게 전부일 리는 없다.
내 예감이 적중했는지 정우영은 이 이상 말하지 않았다.
“…….”
그렇게 침묵하는 그를 물끄러미 바라보다 툭 던지듯 말했다.
“누구누굽니까. 지금 살아 있는 ‘탈영자’가.”
“……서대륙 브라운 자작가의 조쉬 브라운, 크라이캐슬 백작가의 차남 라이언 크라이캐슬, 동대륙 남만에 있는 남만진천궁의 소궁주 남전, 서쪽 끝에 있는 보타천궁의 소궁주 적개산, 내가 아는 건 이 네 명이 전부다.”
현시점까지, 사고사로 죽었다고 알려진 감찰관은 총 일곱 명이다. 그런데 지금 그중 네 명의 이름이 나왔다.
확실하게 말하는데, 전부 다 잔챙이다.
조용히 물었다.
“나머지 세 명은?”
“…….”
“죽였습니까?”
“……그래, 죽였다.”
“왜 죽였습니까?”
“말을 듣지 않았으니까.”
“무슨 말?”
“그건 말해 줄 수 없다.”
피식, 웃음이 나온다. 그런 내게 정우영이 재빨리 말했다.
“내 안전을 보장해 준다는 확실한 약속을 해라. 네 목과 네가 가진 모든 것을 걸고 맹세해라. 아니, 마나를 걸고 맹세해라. 나를 보호하겠다고. 목숨 걸고 나를 보호하겠다고, 그럼 다 말하겠다.”
저 제안에 대한 내 답은 당연히 ‘싫다.’이다.
내가 왜 그래야 하나.
저건 리스크가 너무 크다. 정우영이 죽으면 나도 죽는다. 정우영이 자살을 하게 되면 나도 죽는다. 내 목숨이, 정확히는 내 몸의 모든 마나가 정우영과 함께하게 되는 것이다.
마나를 걸고 맹세한다는 것은 그런 거다.
내가 할 이유가 없다. 그 정도로 정우영을 소중하게 여기는 건 아니다. 내 인생에서 정우영은 그냥 밑바닥, 그 아래에 있는 존재일 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그대로 자리에서 일어섰다.
일이 꽤 재미있게 돌아간다.
일단 현재 알려진 것으로 보면 신임 감찰관들은 전부 죽은 게 아니다. 살아 있는 이들이 있다. 그렇다면 밀로스 제국에서 파견된 조사단은 이걸 정말로 알아채지 못한 걸까.
말이 되지 않는다.
이건 그냥.
‘썩었군.’
아무래도 죽여야 될 놈들이 더 많아질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왜 대답이 없…….”
정우영은 말을 잇지 못했다. 잇지 못하는 게 당연했다. 그의 머리에는 ‘검’이 박혔으니까.
이건 확실히 하자.
내가 박은 게 아니다.
“……이렇게 입이 싼 줄은 몰랐는데.”
당주 박무기였다.
그가, 붉은색 아지랑이를 피워 올리며 나를 노려보았다.
“네놈은 선을 넘었다.”
웃고 말았다.
“선은 그쪽이 넘었지.”
더 이상 대화할 생각이 없는 듯 박무기가 검을 휘둘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