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Legendary youngest son of the marquis RAW - Chapter (572)
제 573화
감찰청의 감찰관은 말 그대로 감찰을 하는 이들이다.
중요한 건 무엇을 감찰하느냐인데, 이들은 ‘법’을 감찰한다.
법에 저촉되는 행동을 하는 이가 있을 시, 그리고 누가 봐도 명확하게 범법행위를 저지른 정황이 있을 시 그들은 그것을 조사할 수 있다.
감찰관은 각 감찰청에 존재하는 ‘감찰수사관’들을 대동할 수 있는데 동대륙에는 감찰수사관 자체가 없었다.
애초에 감찰청에 청장 한 명, 부장 한 명, 일반 행정 직원 한 명이라는 게 말이나 되는가.
그래서 지금 메론은 혼자 왔다.
혼자서 긴급 체포를 하겠다며 남만진천궁을 뒤집어엎은 게 지금 상황이다.
남전은, 재빨리 자리에서 일어섰다.
일단, 변명부터 하자.
“무언가 오해가 있는 것 같소.”
“오해 말씀이십니까?”
“나를 왜 체포한다는 거요?”
“정말 몰라서 묻는 겁니까?”
“모르오. 애초에 남만진천궁은 대체 왜 건드린 거고 우리 가주님은 대체 왜 건드린 거요? 당신은 지금 당신이 하는 행동이 어떤 결과를 만들어낼지 알고는 있는 거요?”
두 번 말할 필요도 없이 감찰관이 지닌 권한은 막강하다. 그런 권한이 있기에 당연히 반사 작용도 고려해야 한다.
수사를 시작했을 때, 여기저기 뒤집어엎고 다녔는데 만약 그곳이 아무런 관련이 없던 곳이었고 뜬금없던 곳이었다면 감찰관은 중징계를 받는다.
감옥까지도 들어갈 수 있고 더 큰 징계를 받게 되면 잠시 동안이라도 ‘일반인’의 몸으로 고된 노동을 해야 한다.
지금 남전은 그것을 꼬집고 있었는데 메론은, 오히려 그 말에 코웃음을 쳤다.
“감찰청법과 법 집행 절차에 대해 잘 알고 계신 것 같습니다.”
“…….”
“밀로스 제국 감찰청 천하성 지부의 전 감찰관이자 남만진천궁의 소궁주 남전, 당신을 아카데미 특별법 위반 및 감찰청법 위반, 밀로스 제국법 위반으로 긴급 체포하겠습니다. 불응 시 사지가 잘릴 수도 있으며 마나 서클이 터질 수도 있습니다. 그 자리에서 무릎을 꿇고 두 손을 머리 위로 올리십…….”
“큰 착각을 하고 계신 것 같은데, 나는 남전이 아니오.”
말이 끊기자 메론의 눈매가 살짝 꿈틀한다.
“메론 감찰관이라 하셨던 것 같은데, 당신은 사람을 잘못 찾아오셨소. 남전 소가주는 오래전에 죽었소이다. 그러니 이쯤 하시오. 이쯤 하면 남만진천궁도 눈감을 수 있소. 서로 얼굴 붉히지 맙시다.”
남전의 얼굴을 가리고 있던 폴리모프 마법은 진작에 깨졌다. 즉, 남전은 남전의 얼굴로 스스로가 남전이 아니라고 항변하고 있는 게 지금 상황이다.
이건 그냥 여기까지만 하자.
이 이상 하지 말고 두 눈으로 보아도 못 본 척하자.
이렇게 이야기하고 있는 것과 같다.
에휴, 깊은 한숨을 토해낸 메론이 조용히 주변을 둘러보았다.
쓰러져 있던 남만진천궁의 무인들이 자리에서 일어선 뒤 전열을 가다듬고 있었다.
되었다.
이 정도면, 충분히 길게 말한 거다.
메론이 걷기 시작했다. 남전은, 메론의 걸음이 자신을 향한다는 것을 깨닫자마자 뒤로 주춤 물러섰다.
어떻게 해야 할까.
답이 없다.
저놈은 너무 강했다.
그러다 머릿속에 한 단어가 떠올랐다.
도망.
어떤 식으로든 도망치고 난 뒤에 생각을 하자. 이 자리를 일단 피하자.
그렇게 몸을 돌려 자리를 박차려던 그때였다.
터억.
무언가가 목을 움켜쥔다. 그대로 콰앙, 남전의 몸이 땅바닥에 처박혔다.
“이거…… 놔라…….”
메론이었다.
메론이 남전의 뒷목을 움켜쥔 채 땅에 처박은 것이다.
남전의 귓가에 메론이 작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선배님. 추하게 이러실 겁니까?”
“…….”
“구질구질한 것도 정도가 있는 겁니다. 남성휘를 비롯해 남만진천궁에 속한 모두를 죽여 놓고 그 목을 앞에 전시해 놓으면 그제서야 실토하실 겁니까?”
“……이 미친놈이, 아무리 감찰관이어도 그딴 짓을 하게 되면 너도 중징계를 받게 될 거다.”
메론이 피식 웃는다.
“그래서?”
“……그래서라니, 네놈도 중징계를 받는다고 말했지 않…….”
“못 할 것 같나?”
순간 남전은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중징계? 받으면 그만이지. 그딴 게 무서워서 너 같은 새끼를 내가 놔줄 거라고 생각하나? 그리고.”
어찌 보면 이게 가장 중요하다.
“네 말을 빌리지. 내가 했다는 증거가 있나?”
“…….”
“증거를, 내가 남길 것 같나?”
“……전부를 죽일 수는 없을 거다. 목격자가 있을…….”
“정말 목격자가 있을 거라고 생각하나?”
“…….”
“정황 증거쯤은 있겠지. 하지만 지금 내가 이러고 있는 것처럼 확실한 물적 증거가 없다면 정황 증거는 그저 의혹에서 멈출 거다. 남은 건, 남만진천궁의 멸문밖에 없겠지. 그걸 원하나?”
메론의 손에 힘이 들어간다. 숨이 막혀 왔다.
“결정해라. 이 자리에서 스스로가 남전임을 자백하고 상황을 끝낼지, 아니면 네 아버지를 포함한 네 가문의 모든 사람이 죽고 나서 자백할 두 번째 기회를 얻을지. 이건 혹시나 하는 마음에 말해 두는 건데 세 번째는 없다. 너도 죽일 거니까. 지금부터 다섯을 세지.”
메론의 경고는, 적어도 남전이 듣기로는 진짜였다.
메론의 입에서 하나가 나오고 그다음으로 둘이 나왔을 때였다.
“그만!”
남전의 외침에 달려들려던 남만진천궁의 모두가 멈칫했다. 애초에 제압당한 남전 때문에 무엇을 할 수도 없었고 메론의 힘이 너무나도 압도적이라 가능하면 도망까지도 생각하고 있던 이들이었기에, 오히려 남전의 저 대답을 반겼다.
남전이, 억눌린 목소리로 말했다.
“내가 남전이다.”
남만진천궁의 모두는 남전의 그 말을 듣자마자 생각했다.
끝났다.
드디어 끝났다.
천천히 메론이 자리에서 일어섰다.
남만진천궁의 가주인 남성휘를 향해 시선을 옮겼다.
“더 하실 겁니까?”
“의미가, 없군.”
그렇게 말한 남성휘가 주변에 가볍게 손짓했다.
그러자 남만진천궁의 모두가 천천히 무기를 내렸다.
그게 끝이었다.
메론이 걸음을 옮기며 말했다.
“갑시다.”
남전은 도살장에 끌려가는 개처럼 터벅터벅 걸음을 옮겼다.
* * *
네 명 중 한 명을 잡았다.
완벽하게 복속했고 이제 세 명 남았다.
그 전에 식사를 하기 위해 나는 남전과 함께 근처 식당으로 이동했고 그곳에서 남전에게 질문했다.
“레이먼드 베크만 만났고 그에게 쥐죽은 듯이 살라는 이야기를 들었으며 거기다가, 소정의 금액을 지불했다?”
“……정확히 은화 천만 냥에 보패 여러 개, 그리고.”
“그리고?”
“정보를 주었다.”
정보.
이게 중요했다.
“무슨 정보지?”
“그 전에 이건 좀 짚고 넘어가고 싶군. 왜 내게 말을 낮추지? 내가 아카데미 선배인데.”
그대로 손을 휘둘렀다.
짜악-!
남전의 얼굴이 홱 젖혀진다.
멍한 표정의 남전이 천천히 손을 들더니 붉어진 왼쪽 뺨을 더듬었다.
그런 남전에게 조용한 목소리로 말했다.
“다시 말해 봐.”
“…….”
“누가 선배라고?”
남전의 눈에 내가 어떻게 비춰 보일지는 모른다. 하지만 하나는 확실했다.
“나는 감찰관, 너는 범죄자, 그게 전부다. 아카데미 선후배를 따지기에 너는 너무 멀리 왔다. 무슨 말인지 알겠나?”
“…….”
“대답.”
“아…… 알았다.”
겁을 잔뜩 먹은 남전에게 통보하듯 말했다.
“선은 넘지 마라. 뒤지기 싫으면.”
“……그래. 조심하지.”
나는 탁자에 올라와 있는 돼지고기를 한 점 베어먹으며 질문했다.
“무슨 정보를 건넸지?”
“……천하성 주요 인물들의 밝혀지지 않은 과거.”
저작 운동을 하던 입이 잠시 멈춘다.
조금 뜬금없다고 해야 할까.
“천하성, 주요 인물?”
“두 명의 대당주, 남궁철영과 사혼제. 그리고 주령에 대한 정보였……어.”
정말 뜬금없었고 의외였다.
대체 왜, 레이먼드 베크가 그런 것을 요구했던 걸까.
“남궁세가가 18년 전에 무림에서 여섯 개의 가문을 멸문시켰던 적이 있었어. 남궁세가의 차남인 남궁주원이 주도적으로 벌였고 남궁세가의 소가주였던 남궁철영이 그것을 막은 사건이지. 하지만 실상은 정반대야. 남궁철영이 주도적으로 시작했고 차남인 남궁주원에게 누명을 씌웠어. 남궁주원은 그것 때문에 가문에서 사형당했지. 그 모든 일의 주모자가 남궁철영이라는 증거를 레이먼드 베크는 요구했어.”
“그걸 가져다주었나?”
“절반 정도는 가져다줬지.”
“절반?”
“여섯 개의 가문을 멸문시킬 때 남궁철영이 그 장소에 함께 있었다는 증언과 증거, 그 외의 것은 없어.”
“사혼제는?”
“사혼제는 어린아이를 좋아해. 남녀 가릴 거 없이.”
이건 좀 의외였다. 사실 사혼제라는 인물에 대해 아는 게 하나도 없긴 했었는데, 처음으로 알게 된 정보가 이딴 정보라니.
“사혼제는 아이를 전국 각지에서 공급받아. 한 번 ‘사용’하고 버리는 식이지. 그 공급처에 대한 정보를 요구했어. 그리고 나는.”
“그걸 가져다주었고?”
“……가져다주었지. 남만진천궁은 무림에서 세력이 꽤 커. 그 정도 정보를 얻어내는 건 어렵지 않아.”
레이먼드 베크의 직업이 무엇인가.
감찰관이다.
그것도 나름 청 하나를 지배하고 있는 감찰관.
심지어 레이먼드 베크에게는 ‘연줄’이 있다.
그 연줄은 중앙감찰청을 비롯해 수많은 곳에 연결되어 있는 굉장히 두꺼운 연줄이다.
의아스러웠던 게 여러 개 있었다.
우선 레이먼드 베크는 왜 감찰관직을 그만두지 않았나.
왜 동대륙에 처박혀서 수십 년을 ‘허비’했나.
이쯤 되니 알 것 같다.
그건 ‘허비’가 아니라, 베크 나름의 준비가 아니었을까.
“……지금 네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는 알겠는데, 솔직히 그건 ‘약점’이라고 보기엔 어려워.”
맞는 말이다.
결국 힘이 중요하니까.
하지만.
“출셋길을 막을 수는 있지. 적어도 천하성주 류진은 서대륙의 눈치를 볼 테니까. 그리고 그 정보를 이용해 적어도 남궁철영과 사혼제는 레이먼드 베크와 ‘함께’ 일을 할 수 있게 된다. 이것도 부정하나?”
남전이 고개를 저었다.
여하튼, 동대륙에는 동대륙만의 법이 있는 거고 서대륙에는 서대륙만의 법이 있는 거다.
원래라면 두 대륙 모두 하나의 법으로 통일되어야겠지만 지금은 애매하다.
황제이신 내 아버님께서 동대륙에게 자율권을 주겠다고 말씀하셨으니까.
그나마, 그 자율권에 참견할 수 있는 게 동대륙에 있는 감찰청이다. 그 감찰청을 관리하던 책임자인 레이먼드 베크는 천하성 주요 인물들을 압박할 수 있는 정보를 모았다. 죽이지는 못해도 압박 정도는 할 수 있고 지금 상황을 보니, 대당주 남궁철영은 베크를 마음에 들어 하지 않았던 것 같다.
상황이 묘해서 웃음이 나온다.
남궁철영은 중앙감찰청에 레이먼드 베크를 고발했다. 즉, 남궁철영도 자기 나름대로 베크를 압박할 수 있는 증거를 모았고 베크가 위기를 겪자 곧장 중앙감찰청에 찔러서 제거하려 했던 거다. 그게 지금 상황이다.
“다른 건 없나?”
“……없다.”
그럼 되었다.
다음은 보타천궁의 소궁주 적개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