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Legendary youngest son of the marquis RAW - Chapter (585)
제 586화
chapter 3
중앙보급청의 신임 보급관 하비는 방금 식당에서 조금 당황스러운 소리를 들었다.
거의 뭐, 말이 되지 않는 소리라고 해야 할까.
감찰청을 비롯해 행정청 같은 곳에서 새로운 직위에 사람이 임명될 때는, 어떤 식으로든 중앙보급청은 그 소식을 듣게 된다.
듣게 되는 것뿐만이 아니라 결정이 되기도 전에 그 소식을 듣게 되는 경우도 있다.
중앙감찰청은 전국에 있는 감찰청 중 가장 최상단에 위치해 있으며 중앙보급청은 모든 보급청 중에서 가장 최상단에 위치해 있다.
결국 끼리끼리 논다는 말이 있듯이 중앙은 중앙과 연결되기 마련이다.
하비는 중앙보급청의 신임 보급관이다.
방금 식당에서 들은 건 인사에 관련된 것이었다.
하비는 메론처럼 정체를 숨기고 활동하는 남자가 아니었다. 재상의 아들이다.
그래서 곧장 통신구로 ‘아버지’에게 연락했다.
코앞에 아버지, 아베이루의 얼굴이 떠오르자마자 하비가 말했다.
[아버지!]피곤하다는 듯 머리를 짚은 아베이루가 물었다.
[왜 또? 사고라도 친 거냐?] [그건 아닌데. 방금 제가 식당에서 메론에 대한 이야기를 하나 들었습니다.] [그래?]메론이 동대륙을 비롯해 서대륙에서 온갖 난장판을 벌인 것은 하비도 알고 있다.
워낙 괴물 같았던 놈이었고 그 배경을 알게 된 이후 모든 게 납득이 되긴 했었는데, 이건 조금 문제가 생기지 않을까 싶었다.
[제가 들은 게, 사실입니까?]아베이루는 말로 하지 않았다.
그대로 손에 들린 종이 한 장을, 하비에게 보여 주었다.
그건 ‘명령서’였다.
내용은 이러했다.
[이 서신을 전달받은 직후부터 밀로스 제국 감찰청 천하성 지부를 동대륙 특별감찰청으로 변경, 이후 위수 지역을 동대륙 전체로 확대한다. 또한 감찰관인 메론을 ‘임시 청장’으로 임명한다.기한은 5년으로 하며 이 기간은 변동될 수 있다. 정해진 기간 내에 동대륙의 범죄율을 소수점 아래로 떨어뜨려야 하며 이를 해내지 못할 시 감찰관 메론을 ‘파면’ 조치한다.]
하비는 진심으로 화가 났다.
하지만 아버지 앞이다. 하비는 억눌린 목소리로 말했다.
[아버지, 이게 정말 맞는 겁니까?]파면이라니.
군인으로 따지면 불명예 전역과도 같다. 밀로스 제국에서 파면당하는 공무원은 공적 기록이 말소되며 받게 될 퇴직금을 십분의 일밖에 받지 못한다.
중요한 건 그다음이다.
[동대륙의 범죄율을 소수점으로 줄이라고요? 이건 애초에 불가능한 거잖습니까.] [왜 불가능하다고 생각하지?] [동대륙에 있는 감찰청은 하나밖에 없습니다. 그 하나밖에 없는 감찰청의 임시 청장직을 다니엘이…… 아니, 메론이 맡게 되는 건데 이건 메론 혼자서 동대륙 전부를 감당하라는 말이잖습니까.]아베이루가 물었다.
[그렇게 판단한 근거는?] [인사 기록을 살펴봤습니다. 동대륙으로 파견되는 감찰관들은 단 한 명도 없었습니다. 심지어 일반 직원도 없습니다. 조사관도 없고요. 대체 이걸 왜 허락해 주신…….] [아들아.]진지해지는 아버지의 부름에 하비는 그대로 입을 다물었다.
보나 마나다.
앞서 말한 대로 이걸 허락한 건 아베이루다.
제안한 게 중앙감찰청이든 뭐든 간에, 허락한 게 아베이루라는 거. 이게 하비에게는 중요했다.
하비에게 아베이루가 단호한 목소리로 말했다.
[개인의 뜻을 국가의 뜻보다 우선할 수는 없다.] […….] [밀로스 제국의 황태자다. 너나 일반인들과 같다고 생각하지 말거라.] [그러다 꺾이면요?] [꺾이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세상이 쉽습니까? 꺾이지 않는 나무가 어디에 있습니까.] [그걸 확인하려는 거다.] [어른스럽다고 해도 저랑 동갑입니다. 대체 왜 이렇게까지 하는 겁니까.]아베이루의 표정은 시종일관 진지했다.
그런 아베이루가 단호하게 말했다.
[황태자니까.] […….] [메론이 스스로 자초한 일이다. 중앙감찰청에서는 판단했다, 정확히 말하면 ‘칼 세이건 공작’은 판단했다. 메론이라는 폭탄을 안고 갈 생각이 없다고. 분명 다니엘 밀로스라는 이름으로 활동했더라면 많은 게 달랐겠지. 하지만 그러지 않았다. 메론은 선택한 거다.] [……그러다 죽으면요?] [그것도 메론이 선택한 거다. 메론의 뒤를 봐주고 메론이 싸 놓은 똥을 다 치워 주고, 향후 밀로스 제국을 이끌어 가야 할 차기 황제가 그따위 수준의 형편없는 인간이라면 죽는 게 낫다.]하비는 순간 소름이 돋았다.
하비는 그대로 입을 다물었다.
[너의 눈에는 이 아비가 하릴없이 노는 걸로 보이느냐. 아들이니까, 아들에게서 온 통신구를 받은 것이다. 그런데 너는 계속 사적인 일보다 공적인 일을 이야기하는구나.] […….] [더는 이러지 않았으면 한다. 더 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정식으로 체계를 밟아라. 알겠느냐.] [……예, 아버…… 재상님.]그대로 통신구가 뚝 끊겼다.
하비는 멍한 표정으로 자리에 앉았다.
뭔가.
계속해서 메론과 비교되는 자신이, 조금은 한심했다.
* * *
어이가 없었다. 정확히는 황당했다.
손에 들린 명령서를 다시 한번 훑어보았다.
[이 서신을 전달받은 직후부터 밀로스 제국 감찰청 천하성 지부를 동대륙 특별감찰청으로 변경, 이후 위수 지역을 동대륙 전체로 확대한다. 또한 감찰관인 메론을 ‘임시 청장’으로 임명한다.기한은 5년으로 하며 이 기간은 변동될 수 있다. 정해진 기간 내에 동대륙의 범죄율을 소수점 아래로 떨어뜨려야 하며 이를 해내지 못할 시 감찰관 메론을 ‘파면’ 조치한다.]
분명 청장이 새로 온다고 했다. 그렇게 되면 직원도 보충될 거고 다른 감찰관들도 오게 될 거다.
그렇게 생각했는데 이게 이런 식으로 흘러갈 줄은 몰랐다.
임시 청장이라는 자리는 형식적이다.
그 뒤의 내용이 중요했다.
동대륙 특별감찰청.
그리고 5년 내에 동대륙의 범죄율을 소수점 아래로 떨어뜨리라는 말은 정말 거의 개소리에 가까웠다.
노력하면 가능하다거나 사람을 동원하고 돈을 쓰면 어떻게든 이룰 수 있지 않을까하는 그딴 말이 무의미하다.
이건 절대적으로 불가능한 일이다.
동대륙의 크기는 크다. 심지어 인구도 많다.
각 지역마다 무림 세력들이 왕을 자처하면서 치안을 담당하는데, 범죄율을 소수점 아래로 내리라는 것은 이 모든 지역에서 벌어지는 소매치기, 강도, 살인 이 모든 것들을 완전히 없애라는 뜻인데 이게 말이나 되는가.
이건 간단했다.
나를, 감찰관으로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뜻이다.
신임 감찰관은 5년의 기간 동안 의무 복무를 해야 한다.
그리고 웬만한 이들은 5년이 지나면 연장을 한다. 여기서 연장을 한다는 의미는 중간에 그만두지 않고 쭉 그 직을 유지한다는 뜻이다.
국가 권력을 손에 쥐고 있는 게 감찰관이다. 이 자리를 내려놓는 이들은 뱀의 꼬리가 되기보다는 뱀의 머리가 되려는 이들이다. 그 증거로 사직하는 이들은 각 지역 유지의 자식들이 대부분이다.
이 서신은 그냥, 간단했다.
-동대륙에서 5년 정도 처박혀 있다가 조용히 파면당해라.
뜬금없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이건 감찰관 세계에서 퇴출하겠다는 매우 단호한 의지를 뜻했다.
이 모든 인사를 최종적으로 확정한 것은 분명 재상일 거다.
어떻게 보면 그 위인 아버지일 수도 있겠지만 이런 건 중요하지 않았다.
애초에 뒤를 봐주기를 바랐던 적이 없다.
누가, 일을 이렇게 만들었을까.
간단하다.
중앙감찰청장이다.
이렇게 한 지역을 특별 구역으로 만들고 감찰관 한 명을 임시 청장으로 만드는 것은 보통의 인사권자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중앙감찰청장만이 가능한 일이다.
현재 중앙감찰청장은 다이슨 백작가의 조르디 다이슨 백작이다. 그리고 조르디 다이슨과 나는 접점이 없다.
하지만 조금 다르게 생각해보면 된다.
중앙 감찰청에서 조르디 다이슨을 움직일 수 있는 남자, 그리고 중앙 감찰청에서 실세라고 불릴 수 있는 남자.
얼마 전에 통신구로 말을 주고받았던, 칼 세이건.
그는 중앙 감찰청의 분명한 실세다.
그가 주도한 일일 확률이 높다.
전의 대화가 마음에 들지 않았던 걸까. 미간이 구겨진다.
더 나아가 이 결정은 동대륙을 완전히 손에서 놓아 버리겠다는 뜻이기도 했다.
어처구니가 없었다.
그냥 거기까지만 생각했다.
나는 오늘부터 동대륙 특별감찰청의 임시 청장이다.
신임 감찰관치고는 매우 큰 감투를 쓰게 되긴 했으나 이 감투가 종이로 만들어진 감투다.
웃음이 나온다.
현재로서는 5년 후에 파면이지만 변동될 수 있다고 한다.
그럼 중앙감찰청 마음먹기에 따라 조기에 파면될 수도 있다는 뜻이다.
설마.
‘이걸로 내 목에 목줄을 채웠다고 생각하는 건가.’
일이 재미있게 돌아가고 있었다.
중앙감찰청장이 이런 일을 저지른 건지, 아니면 다른 누군가가 사주한 건지는 모른다.
그대로 손에 들린 서신을 불태웠다.
아무래도.
새로운 적이 생긴 것 같다.
* * *
발렌타인이 물었다.
“녀석이 엇나가지 않을까 걱정이구나.”
천공성에서 함께 저녁노을을 바라보던 잭이 부드럽게 웃었다.
“믿어. 우리 아들이잖아.”
발렌타인은 항상 잭의 웃음이 묘하다고 생각했다. 저 웃음은 보는 사람의 마음을 편안하게 만들어 줄 뿐만이 아니라 더없이 대단한 믿음을, 강제로 주입시켜 주는 듯한 묘한 마력의 미소였다.
평소의 발렌타인이었다면 그냥 그러려니 했을 거다. 그냥 믿었을 거다. 하지만 이번만큼은 아니다.
“선택지를 강제하는 것 같아 마음이 편하질 않아. 이대로면 다니엘은 파면을 당할 것이다. 그걸 피할 수 있는 방법은 스스로 다니엘 밀로스라는 것을 밝히는 것 말고는 없다. 하지만.”
“우리가 아는 우리 아들은 절대로 신분을 밝히지 않겠지.”
“그럼 파면을 당하겠구나. 왜, 이걸 허락한 것이냐.”
왜 허락했는지는 뻔했다.
“감찰관이라는 자리가, 녀석에게는 족쇄가 되는 것 같아서.”
“…….”
“그리고 이건 확실히 해야지. 선택지를 강제하는 게 아니라, 녀석한테 선택지를 주는 거야.”
잭은 다니엘의 생각을 안다.
그렇기에 존중한다.
존중했기에 허락한 거다.
“파면을 피할 방법은 분명히 있어. 하지만 그건 녀석의 의지 문제야.”
잠시 말을 멈춘 잭이 손을 뻗어 발렌타인을 끌어안았다.
그대로 고개를 돌려 발렌타인을 내려다보며, 잭이 말을 이었다.
“온실 속의 화초가 될지, 혹은 설산 위의 거목이 될지. 선택지는 줬어. 나는 녀석이 어떤 선택을 하건 전부 이해할 수 있는데 너는 어때?”
“……뭐 어쩌겠느냐. 이해해야지.”
결혼을 하기 전까지는 발렌타인이 항상 잭을 이겨 왔었다.
말이든 행동이든 뭐든.
하지만 이제는 아니다.
발렌타인은 이제 잭을 이기지 못한다.
사랑하는 마음이 너무나도 커져 버렸기에.
그런 스스로가 싫지는 않은 발렌타인이었지만 지금은 조금 그랬다.
그대로 손을 들어 잭의 얼굴을 밀어냈다.
“왜? 화났어?”
“그럴 리가.”
“화난 거 같은데.”
나지 않았다는 건 거짓일 거다.
발렌타인은 속내를 굳이 숨기거나 하는 사람이 아니었다. 잭에게 말했다.
“나는 네가 국정을 어떻게 운영하건 참견하지 않았다. 오직 아카데미의 운영에만 참견했었지. 내 말이 틀리다고 생각하느냐.”
“틀리지 않아.”
“네가 무슨 일을 하건 묻지 않았다. 하지만 이번만큼은 다르다. 국가의 일 이전에 우리의 자식 문제니까.”
“…….”
“우리 아들의 일을 내가 왜 너의 입이 아니라 다른 이의 입에서 들어야 하는 것이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