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Legendary youngest son of the marquis RAW - Chapter (593)
제 594화
메론은 웃겼다. 그냥 이 모든 게 우스웠다.
자연기라는 경지가 대단하다는 것은 안다.
스승님이었던 셀이, 무려 자연경이다.
비록 자연경 내부에서도 급이 나눠지기에 눈앞의 천월보다 셀이 훨씬 강하다고 확신하고 있었지만 현재의 메론이 셀과 동급은 아니다.
위협적인 건 맞다.
맞지만, 고작 5분밖에 사용하지 못하는 힘 가지고 저렇게 으스대면서, 고작 사람의 감정을 건드리는 데에 몰두하고 있는 꼴을 보니.
“별 볼 일 없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문득 듭니다.”
그와 동시에 벌어진 일이었다.
서걱-!
메론은 볼 수 있었다. 자신의 왼팔이 하늘로 솟구치는 것을.
새삼스럽지만 초월자는 몸의 감각이 보통의 사람과는 다르다. 보통 사람이 느끼지 못하는 것들을 그들은 느낀다.
거기다 현재의 메론은 신화경의 무인이다.
그런 신화경조차 아무것도 하지 못하게 만들 수 있는 경지가 바로 그 위의 단계인 자연경이다.
지금처럼 메론이 반응하지 못하는 건 당연한 거다.
새삼스러울 것도 없다.
그리고, 고작 팔 하나 정도 날아간다고 세상이 무너지지는 않는다.
메론은 즉시 옆으로 몸을 박찼다. 힐끗, 천월을 보았다.
그의 손에는 번개로 만들어진 검이 있었다.
메론은 빠르게 왼팔을 재생시켰다. 쑥 하고 왼팔이 튀어나온다.
그와 동시에 모든 혼기를 양팔에 몰아넣었다. 그리고, 교차시켰다.
서걱-!
양팔을 둘러싸고 있던 혼기가 반으로 갈라지고 팔의 살갗이 그대로 드러난다.
간단했다.
천월이, 다시 한 번 다가와 번개로 이루어진 뇌검을 휘두른 거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메론은 확신했다.
온전한 자연경이 아니구나.
제대로 된 자연경이었더라면 지금 메론의 양팔은 그대로 반으로 잘렸어야 했다. 하지만 그러지 않았다.
그 말은.
해볼 만하다는 뜻이기도 하다. 뒤쪽으로 자리를 박차려 준비하고 있던 메론의 다리가, 땅을 짓누른다.
방향이, 바뀐다.
[……음?]그렇게 말하는 천월을 향해 메론의 몸이 뻗어 나간다. 천월은 빠르게 옆으로 고개를 틀었다. 허공에 자연스럽게 잔상이 새겨진다. 그 잔상의 머리로 메론의 주먹이 틀어박힌다.
[미쳤군.]그리 말한 천월이 손을 휘저었다. 허공에 수십 개의 번개가 생겨난다.
[뇌전공雷電功] [3장, 뇌전창雷電槍]번개가 일제히 메론의 몸에 틀어박힌다.
푸부부북.
소름 끼치는 소리가 울려 퍼진다. 천월은 이어서 한 번 더 당황하고 말았다.
온몸에 번개가 박힌 메론이, 자신을 향해 땅을 박찼으니까.
이거 정말 미친놈이군.
천월이 뇌검을 휘둘렀다. 서걱-! 하늘로 메론의 오른팔이 솟구친다. 그대로 고개를 숙였다. 메론의 다리가 머리를 스친다. 지금 천월의 균형은 무너졌다. 하지만 상관없다.
천월은 그 상태에서 뇌검을 뻗었다.
푸욱-!
메론의 복부에 박힌다.
그와 동시에 천월은 뇌검을 쥐지 않고 있던 한쪽 팔을 들어 옆머리를 보호했다.
콰아아아앙-!!
메론의 다리였다.
메론이, 그 상태에서도 발을 휘두른 것이다.
주르륵, 천월은 뇌검을 놓친 채 옆으로 밀려났다.
이해가 가지 않았다.
천월의 예상대로라면 메론은 이제부터 ‘도망’ 다녀야 한다.
신화경과 자연경은 그 정도의 차이니까.
그런데 저렇게 달려드는 모습이라니.
온몸에 상처를 입으면서도 달려들다니.
무엇보다 놀라운 건 저 상태에서도 온몸이 ‘재생’을 하고 있다는 점이다.
새삼스러울 것도 없다.
초월자는 일반적인 마나 유저들과는 다르게 몸을 재생시킬 수 있다. 하지만 그 재생에 아무런 대가가 없는 것은 아니다.
혼기라는 것은 결국 선천진기와 다를 바 없다.
진기를 사용한다는 것은 수명을 사용한다는 것이고 저렇게 재생을 계속해서 한다는 뜻은, 수명이 실시간으로 깎여 나가고 있다는 뜻이다.
[……지저분한 주둥이 때문에 내가 조금 착각을 했나 보군.]저건 일반적인 무인이 아니다. 선민의식을 가진 철없는 꼬맹이도 아니었다.
전사다. 진정한 전사.
가슴에 품은 수많은 감정들 중 두려움 같은 것에 전혀 얽매이지 않고 오직, 정면만을 바라보는 그런 전사.
[확실히, 그 아비에 그 아들이로군.]아까도 비슷한 말을 하긴 했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비꼬기 위함이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아니었다.
이건 칭찬이다.
과거에 보았던 서쪽의 황제는, 딱 저랬다.
그는 천마신교와 천외천의 모든 세력이 그를 적으로 돌렸음에도 두려움 따위는 없었다.
오히려 그들을 전부 도륙했다.
상처 입고 또 입으면서도 도륙했다.
그런 남자의 아들이, 저런 남자가 되었구나.
화가 솟구친다.
천마신교는 무너졌다. 천외천도 무너졌다. 갈 곳을 전부 잃었다. 그런데 서쪽의 황제는 저렇게 번듯한 자식을 낳고 지금 후계자 수업 같은 것이나 하고 있질 않은가.
화가 난다.
천월 주변의 번개들이 그 감정에 반응한다.
파지지지지직-!!
주변의 모든 게 노란색으로 물들었다.
노랗게 물든 세상에서 천월은 천천히 뒤로 물러섰다. 그 모습에 오히려 메론이 의아했다.
그런 메론에게, 천월이 말했다.
[전력을 다해라.]“…….”
[딱 한 수다. 나는 이 자리에서 살아날 생각이 없다. 오직 너만 죽이면 된다. 무인답게, 펼칠 수 있는 최고의 한 수로 너를 죽일 것이다. 그러니 보아라.]무엇을 보라는 건지는 간단했다.
[너의 아비가 과거에 온전하게 처리하지 못한 신교의 마지막 생존자의 저력을.]메론도 자세를 잡았다.
천월이 갑자기 왜 저러는 건지는 모른다. 하지만 하나는 확실했다. 기존에 생각하고 있던 계획에 차질이 생겼다는 거.
메론이 하려던 것은 간단했다.
천월과 겨루며 빈틈을 찾아내는 것.
어차피 천월의 몸이 정상이 아니기에, 근접한 상태에서 계속 겨루다 보면 분명 빈틈이 생길 것이다. 그 틈을 노리려 했다.
그런데 천월이 진지해졌다.
5분이라는 제한 시간 중 지금, 약 2분 정도가 흘렀다.
3분이면 충분히 난타전을 벌일 만하고 수도 없이 많은 서로의 공격이 서로에게 닿을 시간이다.
그런데 그 모든 것을 생략하고 오직 한 수로만 승부를 보겠다고 한다.
계획에 차질이 생긴 게 맞다.
맞지만.
상관없었다.
결국 본질은 변하지 않으니까.
메론은 눈앞의 천월에게서 스승님의 모습을 보았다.
대련을 하던 그때의 모습.
그때 스승님이 하던 말씀까지.
메론은, 솔직히 ‘싸움’에 대해서는 잭의 가르침보다 스승님이었던 셀의 가르침이 더 의미 있었다고 생각했다.
아무리 포장해도, 결국은 아버지였으니까.
아버지가 자식을 가르칠 때 나름 험하게 가르치긴 했지만, 스승님보다 험하게 가르치지는 않았다.
손속에 사정을 둔 잭. 그리고 사정없이 일단 사지를 자르고 보던 셀.
두 사람은 분명 차이가 있었다.
메론은 그렇게 수련해 왔다.
피할 생각? 없었다.
자연경의 힘? 이미 겪어 본 적 있다.
상대가 조금 더 강하다고 물러선다? 말도 안 된다.
그 거대한 밀로스 제국을 물려받을 황태자로서, 어찌 상대에게 굽힐 수 있단 말인가.
조금 강하더라도 결국 ‘생명체’다.
죽일 수 있는 방법은, 반드시 있다.
오른쪽 다리를 뒤로 뺀 뒤, 두 다리를 살짝 굽혔다.
그런 메론을 앞에 두고, 천월은 짧게 심호흡했다.
그의 주변에 떠올라 있던 수십 개의 번개가 가라앉는다.
조용했다.
천천히, 천월의 눈이 떠졌다.
그의 두 눈은 깊게 가라앉아 있었다.
그가 오른팔을 옆으로 늘어뜨렸다.
노란색 번개로 이루어진 검 한 자루가 그의 손에 생겨난다.
천마신교의 부교주 천월이, 자리를 박찼다.
그대로, 온 힘을 다해 검을 휘둘렀다.
[천마신공天魔神功] [제8장, 천마대멸겁天魔大滅劫]* * *
두 눈이 크게 떠진다.
파괴적이라고 해야 할까.
천월의 무공은 번개를 주로 다루는 무공이었다.
하지만 저건, 조금 달랐다.
지나치게 파괴적이었으며 지나치게, 사악했다.
범위는 거대했으며 빨랐다.
저 검에 맞으면 죽을 거다. 무조건, 몸이 터져서 뒈질 거다.
등골이 오싹해졌다.
이런 기분을 얼마 만에 느껴 보는 건지 모르겠다.
아니지.
솔직히 말하면 처음이다.
아버지는 항상 손속을 두었고 스승님도, 사지를 가르는 식의 정말 험한 가르침을 주긴 했지만 단 한순간도 정말 죽일 거라는 생각만큼은 들지 않았다.
이렇게 눈앞에서 ‘강자’가, 오로지 죽이기 위한 목적으로 달려드는 건…… 아무리 생각해도 처음이다.
실제로 죽을 수도 있다.
그런데, 오히려 마음은 차분해졌다.
미친놈처럼 들리겠지만 나는 지금 이 순간이 굉장히 흥미로웠다.
흥미. 그래, 딱 흥미가 적당하다.
정면에서 뻗어 오는 노란색 검을 바라보았다.
아버지는 말씀하셨다.
세상은 점과 선으로 이루어져 있다고.
많은 사람들은 그 두 개를 확실하게 보지 못하지만 만약 하나라도 확실하게 보게 된다면.
특히 점을 제대로 볼 줄 알고 그 점을 확실하게 노리는 방법을 알게 되면 너는 모든 공격을 할 수 있고 그 어떤 공격에도 방어를 할 수 있다고.
그 가르침이 문득 떠올랐다.
‘아들, 이렇게 말해도 아마 당장 이해하기는 어려울 거야.’
그 말을 들었을 때, 나는 아버지의 말대로 정말 이해하지 못했다. 웬만한 건 전부 이해했었지만 이것만큼은, 정말 이해하지 못했다.
점이 보인다고? 점을 노린다고?
그런 내게 아버지는 말했다.
‘언젠가, 정말 언젠가 죽음이라는 게 눈앞에 보이게 되면 그땐 너도 보게 될 거야.’
지금.
나는 눈을 떴다.
개안開眼했다.
점이 보인다.
이게 그거구나.
하지만 그 점을 뚫을 수가 없었다.
시간이 느리게 흐르는 것 같다.
정확히는 내 인식이, 느리게 흐른다.
이대로면 나는 죽는다. 분명하다. 개안했지만 의미 없었다. 이런 세상에서 움직이려면 어찌해야 하는가.
나는 오래전의 기억을 다시 끄집어냈다.
‘이건 혹시나 하는 마음에 알려 주는 건데, 목숨이 정말 위험할 때만 사용해.’
‘그게 무슨 기술인데요?’
아버지에게 배웠던, 그 기술.
그건 해답이었다.
‘시간의 모래시계.’
‘……시간의 모래시계요?’
‘너의 미래를 담보로 세상과 거래하는 기술이야. 너의 수명을 바치는 만큼 단기간에 너의 힘이 급상승한다고 해야 하나. 명심해, 정말 목숨이 위험할 때만, 너의 목숨을 버려 가면서까지 물러서기 싫은 싸움을 할 때, 그때만 써.’
지금이 그때다.
내 앞에 나타났다.
그것은 작은 모래시계였다.
얼마면 될까. 1년? 2년? 5년?
아니다. 그 정도로는 택도 없다.
10년.
10년의 수명이면, 될 것 같다.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었다.
쿵쿵쿵, 심장이 거세게 뛴다. 근육이 조여 오고 두뇌가 맑아진다. 공기의 흐름 마나의 유동, 멀리 있는 양불휘의 숨소리와 지금, 눈앞까지 다가온 천월의 뇌검까지.
천월의 저 기술은, 천마신공이 분명하다.
실전된 그 기술을 어찌 천월이 사용하는지 궁금했지만 의미 없었다.
내 눈에 모든 게 보인다.
여전히 느리게 보인다.
혈류가 몸 전체를 순식간에 회전한다. 온몸에서 연기가 흘러나왔다.
아버지는 말했다.
‘멈춘 세상 속에서 움직일 수 있다면, 그거야말로 천상천하天上天下 유아독존唯我獨尊이지.’
나는 모든 힘을 오른 주먹에 쏟아 넣었다. 공간이 일그러진다.
‘아들아, 나는 네가 언젠가 그 영역에 도달할 거라고 믿는다.’
나는 지금 그 영역에 도달했다.
멈춘 세상 속에서, 그대로 주먹을 내질렀다.
쩌어어어어엉-!!
핏물과 살점, 그리고 뼛조각들이 허공에 비산한다.
천월의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