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Legendary youngest son of the marquis RAW - Chapter (603)
제 604화
타노스는 맥없이 땅에 처박혔다.
그곳에 거대한 크레이터가 생겨난다. 어마어마했다.
순식간에 먼지가 주변 전체를 덮는다.
바닥에 처박힌 타노스는, 몰려오는 고통 따위는 신경 쓰이지 않았다.
오히려 희열에 가득한 웃음을 짓고 있었다.
잭의 아들은, 이렇게나 잘 컸다.
가진 힘이 기본적인 초월자는 훌쩍 넘은 상태가 분명하다.
타노스는 거기까지 생각한 뒤 그대로 양팔을 교차시켰다.
콰아앙-!!
다니엘의 발이 타노스를 그대로 걷어찬다. 타노스는 날아가지 않았다. 다니엘의 발이 양팔에 닿는 그 짧은 순간, 그 발을 막은 뒤 곧장 다니엘의 발목을 잡아챘으니까.
“움직임에 허점이 너무 많습니다.”
그 말과 동시에 타노스가 발을 내질렀다.
콰아아앙-!!
다니엘의 복부가 뒤로 크게 젖혀진다. 그의 입에서 피가 터져 나오기까지 했다.
“생각이 많으면 허점이 생기기 마련입니다. 본능대로 움직이십시오. 도련님은 그게 가능하십니다.”
타노스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다니엘이, 팔꿈치를 내려찍었다. 균형을 잃어버린 상황에서 시도한 공격치고는 매우 매서웠다.
콰아아앙!
다니엘의 팔꿈치에 얻어맞은 타노스의 발이 그대로 땅에 처박힌다. 그 힘과 상황에 이번에는 타노스가 균형을 잃었다. 하지만 타노스다.
다른 엑스트라 하나 둘 셋 이런 사람들이 아니라, 도관의 현재 관주이자 황제의 경호 및 제국의 수호를 맡고 있는 밀로스 제국 제일검이다.
그는, 거대한 덩치와는 걸맞지 않은 유연한 몸놀림을 보여 주었다. 반동을 이용해 몸을 앞으로 이동시킨 것이다.
이어서 타노스의 몸이 회전했다.
확실하게 말하는데 이 모든 동작들은 다니엘이 예측하지 못한 움직임이었다.
대련을 할 때조차 이런 움직임을 보여 준 적이 없을 정도다.
적어도 타노스는 지금 진심이었다.
스승이 아닌 ‘적’으로서의 진심.
완벽한 빈틈이 노출된다.
혼기를 가득 머금은 검이 다니엘에게 휘둘러지려던 그때였다.
하늘이라도 벨 것 같았던 검의 기세가, 순식간에 약해졌다.
그건 다니엘이 의도한 게 아니었다. 타노스가 의도한 거다. 뒤늦게나마 다니엘이 손등을 들어 올렸다.
퍼걱-!
다니엘의 미간이 구겨진다.
절단을 각오했었다. 그런데 소리가 그런 소리가 아니었다. 이건, 검날이 아니라 검면, 혹은 검등으로 맞았을 때 나는 소리다.
다니엘의 시선이 손등으로 향한다.
눈으로 확인하니 확실해졌다.
검면이었다.
“…….”
다니엘은 말없이 조용히 있었다.
중간에 검의 기세를 낮추기까지 했고, 검날도 아니고 검면으로 휘두르기까지 하고.
어떻게 보면 이 정도로 모든 게 충분했다고 볼 수도 있었지만 다니엘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그런 다니엘을 타노스는 조용히 바라보았다.
천천히.
타노스가 검을 놓는다.
툭.
땅에 검이 닿는 것과 동시에 두 남자는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서로 주먹을 내질렀다.
뻐어어억-!
서로의 얼굴이 뒤로 젖혀진다. 두어 걸음 물러선 둘은 다시 한번 서로를 향해 자리를 박찼다.
참으로 신기한 일이었다.
두 남자가 자리한 경지를 보면, 회피를 시도하고 방어를 시도하는 것은 싸움에 임하는 이들이 기본적으로 갖춰야 할 태도라는 것을 모를 수가 없다.
하지만 이 둘은, 아까 검이 떨어졌을 때 동시에 서로를 향해 달려든 것처럼 이번에도 회피나 방어 따위는 생각하지 않고 있었다.
그냥.
마치 약속처럼 서로를 향해 ‘공격’만 했다.
심지어 그 공격이 전부 적중했다.
둘은 회피나 방어 따위는 생각하지 않는 듯했다.
치열하고, 섬뜩했다.
뻐걱-! 콰직-!
그리고 두 사람은 일반인이 아니다. 무려 초월자다. 다니엘은 자연경을 앞두고 있고 타노스는 자연경이다.
서로가 공격할 때 주변에 미치는 피해는 심각 그 이상이다.
그냥, 이루 말할 수가 없을 정도다.
이미 주변은 폐허가 되어 가고 있었다. 천하성의 무인들이 평원 쪽의 죄수들을 데리고 대피할 정도였다.
난장판도 이런 난장판이 없었다.
그것들을 모두 인지한 다니엘의 미간이 찌푸려진다. 다니엘의 다리가 땅을 밀어냈다. 타노스를 향해 다니엘의 몸이 빛살 같은 속도로 뻗어 나간다.
그대로 무릎을 들어 올렸다.
뻐걱-!
타노스의 턱을 올려쳤다. 타노스가 손을 뻗어 메론의 허벅지를 움켜쥐었다.
거대한 덩치에 걸맞게 거대한 손바닥을 지니고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대로 잡아당겼다.
허공에서 다니엘의 균형이 흐트러진다.
타노스의 주먹이 웅웅, 진동하기 시작했다. 주변을 덮고 있던 붉은색의 선기는 대단한 수준을 넘어섰다. 거의 전력이었다.
그렇게 느낀 다니엘은, 타노스의 생각과는 다른 반응을 보였다.
타노스의 주먹이 그대로 내려찍힌다.
시간이, 멈춘 듯했다.
다니엘은 보고 있었다.
눈앞에 있는 ‘모래시계’를.
거꾸로 돌려진다. 1년의 시간.
다니엘은 1년의 수명을 사용했다. 온몸의 모든 힘이 증폭한다. 혼기가 증폭하고 근육이 팽창하고 감각이, 예민해진다.
뇌의 한계량이 급증한다. 다니엘은 즉시 손을 뻗었다.
터억.
타노스의 눈매가 꿈틀한다.
지금, 다니엘에 의해 주먹이 잡혔다.
이 정도의 힘은 없었을 텐데.
애초에 죽일 생각도 없었지만 그래도 이게 이렇게 맥없이 잡혀서는 안 되는 거다.
말이 되지 않는 상황이 벌어지자 타노스는 진심으로 당황했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지금 이 현상이 어떤 것을 뜻하는지 이해했다.
순식간에 타노스의 표정이 굳어진다.
그렇게.
다니엘이 주먹을 내질렀다.
콰아아아앙-!!!
폭음과 함께 타노스가 멀리 날아간다.
그리고 다니엘은 추가 동작 없이 그 자리에서 멈췄다.
숨을 몰아쉬는 다니엘의 입가와 몸에서 피가 흘러내린다.
입가에서 흘러내리던 피를 슥 훔쳐낸 다니엘은 바닥에 떨어져 있던 타노스의 검을 그대로 발로 후려쳤다.
그 검은 그대로 날아가 타노스가 날아갔던 야산으로 향했다. 숨통을 끊기 위해 던진 게 아니다.
검을 잡으라는 뜻으로 던진 거다.
잠시간의 시간이 흘렀다.
조용히 대기하고 있던 다니엘의 앞으로 타노스가 온다.
그의 손에는 다니엘이 걷어찬 검이 들려 있었다.
그리고, 타노스는 더 이상 이 싸움을 하고 싶지 않은 듯했다.
타노스가 말했다.
“도련님, 스스로의 몸을 너무 막 다루시는 거 아닙니까?”
“…….”
“시간의 모래시계, 맞습니까?”
“예. 맞습니다.”
“도련님도 아시다시피 혼기를 사용할 때마다 수명이 사용됩니다. 하지만 그건 자연 회복이 가능합니다. 완벽하게는 아닐지라도 적어도 절반 이상의 수명은 회복이 가능하지요. 하지만 그 기술은 아닙니다.”
잠시 말을 멈춘 타노스는 허리춤에 검을 채워 넣으며 말을 이었다.
“절대적인 수명을 반드시 소모시키는 금단의 기술을, 대체 어찌 이런 일에 사용한다는 말입니까.”
“이런 일이니까 사용하는 겁니다.”
“……이런 일이요?”
“예. 타노스 님도 아시겠지만 절대 물러서서는 안 되는 싸움이 있는 법입니다. 오늘, 타노스 님과 제가 손을 섞었던 지금 이 순간이 제게 있어서는 물러설 수 없는 싸움이었습니다.”
다니엘은 부드러운 눈길로 타노스를 바라보았다.
“저는 타노스 님이 아버지의 검이 아니라 제 검이 되기를 바랍니다.”
“……시간의 모래시계는 대가를 사용하는 만큼 그만큼 확실한 힘을 보여 줍니다. 폐하도 그 기술로 천마신교와 천외천을 무너뜨렸었지요. 하지만 그건 금단의 기술입니다. 제가 도련님의 검이 되기도 전에 도련님이 세상을 하직하게 되면 그게 무슨 의미가 있겠습니까.”
복잡한 표정으로 다니엘을 바라보던 타노스는, 결국 깊은 한숨을 토해 내고 말았다.
타노스는 무려 수십 년 동안 잭을 모셨다.
그 모든 순간 잭이 했던 일들 전부를 지지하고 응원했던 것은 아니었다.
예상치 못한 일들부터 상식적으로는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는 일들, 그 모든 것에 ‘의구심’을 품었던 적은 있었지만 잭을 ‘의심’하지는 않았다.
잭이었고 황제였으며 은인이었으니까. 그리고 타노스의 삶에 내비친 너무나도 선명한 빛이었으니까.
그런 타노스는 오늘 처음으로 잭의 행사에 의문을 품었다. 말이 의문이 그냥 의심이었다.
시간의 모래시계.
타노스는 진심으로 그 기술을 금단의 기술로 여기고 있었다.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흑마법보다 더, 위험하다고 생각한다.
다른 것을 바치는 것도 아니고 수명을 바치는 기술이다.
물론 기본적으로 재능이 있는 이들과 없는 이들이 저 기술을 쓸 때는 극명한 차이가 있다.
신체가 받아들일 수 있는 한계치와 정신, 그 외 등등.
가장 중요한 건 이거다. 중독.
그 힘에 중독이 되면 도저히 헤어 나올 수 없다.
괜히 마약 중독자가 생기는 게 아니다.
“도련님, 이건 진심으로 드리는 말씀인데, 그 힘에 중독되지 않기를 바랍니다.”
“그건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걱정이 안 되겠습니까? 지금 수명까지 깎아 가면서 천마신교를 품겠다고 나서는 분인데.”
그렇게 말하고는 구석에 박혀 있던 영월을 잠시 노려본 타노스였고 영월은 움찔했다.
저 남자가 무슨 일반인도 아니고, 도관의 관주다.
놀라는 게 당연했다. 솔직히, 조금 찔끔했다.
시선이 너무 살벌했고 농밀한 살기가 온몸을 순간 덮쳤으니까. 침을 꿀꺽 삼켰다.
주변을 둘러본 타노스가 한 번 더 한숨을 터트리며 묻는다.
“……제가 아무리 말려도 굽히지 않으실 것 같은데, 맞습니까?”
“예.”
“……정말 폐하를 쏙 닮았군요.”
잠시 동안 과거의 그 순간에 다시 와 있는 듯한 착각이 든 타노스는 결국, 두 손 두 발을 다 들고 말았다.
“도련님은 증명하셨습니다. 힘으로. 그러니 더 이상 아무 말 안 하겠습니다. 그저.”
“그저?”
“제가 상상한 일 만큼은 실현되지 않았으면 합니다.”
그거면 되었다. 타노스가 몸을 돌려 사라지려던 그때였다.
다니엘이 물었다.
“하나만 여쭤봐도 되겠습니까?”
“예. 도련님.”
“왜 전력을 다하지 않으셨습니까?”
타노스가 피식 웃었다.
“도련님의 성장세가 제 생각보다 너무 빨라서, 제가 전력을 다하면 도련님은 너무 큰 상처를 입게 되실 겁니다.”
그리고.
“애초에 저는, 전력을 다하는 상황이 생기지 않기를 바라고 있었습니다.”
“저는 아니었는데요.”
“…….”
“타노스 님과 대련을 수만 번 정도 했었던 거 같은데, 단 한 번도 이기지 못했잖습니까.”
“이기는 게 이상한 겁니다.”
자신감이라고 봐도 좋았다. 솔직히, 다니엘이 아무리 재능이 있어도 타노스는 잭에게 수십 년 동안 배웠다.
노력도 게을리하지 않았다.
그런 노력이 스스로를 배신할 이유도 없고 타노스가 스스로를 믿지 못했더라면 그런 노력도 하지 않았을 거다.
“나중이라면 몰라도 아직까지, 도련님은 저한테 안 됩니다. 시간의 모래시계를 사용해도 그건 다르지 않습니다.”
이유는 별거 아니었다.
타노스가 어찌 다니엘의 기술에 대해 알 수 있었던 걸까.
간단하다.
타노스도, 시간의 모래시계를 알기 때문이다.
시간의 모래시계는 애초에 타노스처럼 ‘검’으로 살아가는 이들만이 배워야 하는 기술이다.
스스로의 목숨을 버리면서까지 누군가를 지키고자 하는 이들.
그런 이들의 기술이다.
다니엘처럼 누군가를 거느려야 하는 이들은 배울 이유도, 필요도 없어야 하는 기술인데 어찌 이토록 무모하단 말인가.
복잡한 표정의 타노스를 다니엘은 말없이 바라만 보았다.
“……이만 가 보겠습니다.”
“다음에는 식사라도 같이하시죠. 근처에 좋은 음식점이 하나 있습니다.”
“예. 그때는 공복 상태로 오겠습니다.”
타노스는 그렇게 사라졌다.
다니엘은 조용히 한숨을 토해냈다.
역시, 밀로스 제국 제일검은 다르긴 하다.
항상 느낀 거긴 하지만 타노스는 분명 강했다.
지금 시점을 기준으로 스승님인 셀과 겨뤄도 아마 쉽게는 안 질 거다. 어쩌면 이길 수도 있고.
그런 다니엘에게 영월이 다가왔다.
“청장님, 괜찮으십니까?”
묵묵히 다니엘이 고개를 끄덕인다. 타노스는 버리기 아까운 검이다.
밀로스 제국을 온전히 지배한다는 것은, 저 타노스라는 괴물을 휘하에 들여야 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아직은 안 될지라도 미래는 모르는 거다.
타노스라는 검을 다니엘은 진심으로 품고 싶었다. 버리게 된다면 그때는 가슴이 많이 아플 것 같다.
다니엘이 영월에게 물었다.
“죄수들은?”
“……도망간 몇 명이 있는 것 같습니다. 지금 무인들이 잡으러 갔습니다.”
“전부 잡아 와. 잡아서 저기 중간에 말뚝 박아 놓고 그놈들 목 전부 박아 놔.”
“예. 그리하겠습니다.”
다니엘은 그대로 몸을 돌렸다.
피곤했다.
무너진 오두막을 바라보다 마나를 끌어올렸다.
무너진 오두막을 다시 만들어야 했다.
콰드득.
소름 끼치는 소리와 함께 먼 거리에 있던 야산에서 나무 수십 그루가 박살 난 채로 날아온다.
그 나무들은 다시 임시 건물을 만들기 시작했다.
다니엘이 숨을 몰아쉬었다.
예상치 못한, 매우 피곤한 하루였다.
그리고 그 하루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