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Legendary youngest son of the marquis RAW - Chapter (605)
제 606화
정확히 말하면 추문이라고 표현을 해야 할 거다.
암암리에 떠도는 추문, 그 내막은 메론의 아카데미 시절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어린 나이에, 메론은 아카데미 내부에 존재하는 기록이라는 기록을 전부 깼다.
서클과 관련해서 압도적인 성장세는 물론 마법 분야의 새로운 퓨전 마법을 만들어내는 등, ‘젊은 나이’가 아니라 ‘어린 나이’에 보일 수 없는 압도적인 업적을 만들어냈다.
물론 퓨전 마법 자체를 만들어냈다는 게 아니다. 이미 메론이 아카데미에 들어가기도 전부터 퓨전 마법이라는 것은 존재했다.
마법과 마법.
최소 두 가지 마법을 섞는 법은 여러 개의 책으로도 나와 있었지만 그 과정들이 모두 정형화되어 있었다.
메론이 해낸 것은, 7서클 환각계 마법과 9서클 자연계 마법을 섞어 만든, 그 어느 책에도 나오지 않은 새로운 마법이었다.
직접 시연해내지는 않았지만, 그 이론을 받아들인 마법학계의 교수 한 명이 그것을 시연한 뒤 메론에게 극찬을 아끼지 않았었다.
이건 단순히 마법 분야에서만 한정된 일이고 검술계로 가 보면 더하다.
아카데미의 학생들은 기본적으로 ‘밀로스 제국 검법’을 배운다.
그 검법을 만든 것은 현 도관의 수장이자 밀로스 제국의 수호자인 타노스인데, 이 검법에 대해 메론은 정확히 두 가지 허점을 짚어냈고 그 결과, 총 7개의 검술로 이루어졌던 밀로스 제국 검법이 8개의 검술로 이루어진 검법이 되었다.
그런 메론의 재능은, 대단하다는 수준을 이미 넘어섰다.
당연히 메론의 뒷조사가 이루어졌고, 메론의 과거가 밝혀졌다.
이스마엘 왕국이 건재하던 시절, 매우 유망했던 상단 하나가 있었는데 그 상단의 후계자가 바로 메론이었다는, 그 과거였는데 당연히 이건 잭과 아베이루가 머리를 싸매고 만들어낸 과거였다.
메론의 재능을 누구보다 잘 아는 건 잭이었다. 주머니 속의 송곳이라는 말이 있듯이 메론은 어떤 식으로든 튀기 마련이고 그런 메론의 뒤를 조사하려는 이들이 생길 텐데 그 뒤가 존재하지 않는다면, 그건 그거대로 문제다.
신분을 숨긴 의미가 없어진다는 뜻이고 그것을 잭과 아베이루가 막아 준 거다.
그런데.
오히려 깨끗하고 문제가 전혀 없음에도 한번 의문을 가진 이들은 더한 의심을 하기 마련이다.
그리고 그 의심 중에는 가장 납득하기 편한 것 같으면서도 가장 비현실적인 게 떠오르는 법이고 그게, 바로 메론의 황태자설이었다.
아카데미 시절에도 공공연한 비밀이었지만 공식 석상에서 잭의 마법으로 만들어진 ‘다니엘 밀로스’와 ‘메론’이 한자리에 한 번에 존재했던 적이 여러 번 있었기에 그 추문은 사그라들었다.
하지만 메론이 감찰관이 된 이후 그 추문이 다시 떠올랐다.
중앙감찰청이 메론에게 걸었던 조건이나 이런 것과는 무의미하다.
잭 밀로스는 대체 왜 동대륙에 자율권을 부여했던 걸까.
그리고 밀로스 제국의 황태자는 왜 천공성에서만 처박혀 있는 걸까.
왜, 메론이라는 감찰관이 동대륙에서 생난리를 치고 있는데도 중앙감찰청은 ‘조건’을 내걸 뿐 적극적으로 파고들지 않는 걸까.
거의 서대륙과 동대륙이 분리되어 있는 것처럼 보이고 있었고 메론은 동대륙에서 완전한 ‘자유’를 얻은 것처럼 보였다.
그리고 메론이 치는 사고들은 결국 메론의 이름을 드높이고 있었으니 이게 진정한 황태자 수업이 아니냐는, 추문이 다시 부활하는 건 당연해 보였다.
그 이야기를 들은 류진은 그대로 턱을 짚었다.
지금 메론은 순찰사 한 명과 함께 어딘가로 향하는 중이었는데 그 뒷모습이 너무나도 위풍당당했다.
“……저게 정말 황태자라면, 일이 너무 복잡해지는데.”
“어디까지나 소문일 뿐입니다. 확실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사혼제야, 너도 알잖아. 소문에는 이유가 있는 법이라는 거.”
“……그렇지만 너무 비현실적이지 않습니까?”
“그거야 모르는 거지. 그런데 저게 황태자라면 오히려 지금 행보가 더 위험한 거 아니냐?”
“그렇습니까?”
류진도 바보는 아니었다.
“회천교는 천마신교의 하부 조직이야. 그것도 현 동대륙에 남은 유일한 하부 조직이지. 그런데 그 조직을 흡수한다? 그건 결국 천마신교의 잔당 전부를 흡수한다는 뜻과 같은데, 이걸 깊게 보면 황제가 무너뜨린 천마신교를 휘하로 받아들이는 거잖아. 황제의 뜻에 반대하는 것과 다르지 않은데 이게 말이 된다고 생각하냐?”
사혼제는 침묵으로 답했다.
“저게 정말 황태자라면, 황태자로서 천마신교를 흡수하는 게 맞다면, 이건 거의 그냥 반란 아니냐?”
“……그게, 솔직히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도저히 종잡을 수 없는 놈이고 목적이 뭔지도 모르겠습니다.”
류진의 표정은 여전히 심각했다. 그는 본능적으로, 느낄 수 있었다.
황태자가 아니라면 저 힘은 설명이 되지 않는다.
더 나아가 저 정도 힘을 지니고 있어야 황태자 대접 정도는 받을 수 있다.
류진은 메론이 종을 초월했다는 것을 안다.
알기에.
사혼제가 말한 그 ‘소문’이 진실이라는 것을 본능적으로 알아챘다.
“……하아, 한번 꼬이기 시작하니까, 일이 점점 복잡해지네.”
“제 개인적인 생각을 말씀드리면, 일단 죽이는 건 아닌 것 같습니다.”
류진이 묘한 표정을 지었다. 그건 그의 감정이 좋은 것 같기도 했고 좋지 않은 것 같기도 한, 정말 복합적인 표정이었다.
류진은 성벽을 짚은 채 효수되어 있는 노예 시장의 잔당들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류진이 말했다.
“그래, 일단 지켜보자.”
일단.
이 단어가 가장 중요했다.
* * *
처형식을 보러 간 이들 중 천하성의 주요 인물들이 많았다. 하지만 그중 유일한 한 사람. 남궁철영은 처형식에 얼굴을 비추지 않았다.
그는 거처에서 굳은 표정으로 앉아 있었다.
그럴 만도 했다.
지금, 그는 기다리고 있는 사람이 있었으니까. 처형식 같은 것에 갈 상황이 아니었다.
불편했다고 해야 할까.
느낌이 그곳을 구경하러 가면 왠지 걷잡을 수 없는 상황이 벌어질 것 같은, 그런 느낌이 들었기에 그냥 거처에 있던 거다.
그렇게 있던 남궁철영이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자신의 거처로 들어오고 있는 두 남자와 눈이 마주친다.
남궁철영은 애써 밝은 표정을 지으며 물었다.
“처형식은 끝나셨는가?”
메론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가 남궁철영의 앞에 가서 섰다. 남궁철영은 메론과 함께 온 용성운 순찰사를 힐끗 바라보았다.
메론이 오는 것까지는 생각했다, 기다리기까지 했다.
그런데 용성운은 아니었다.
왜 왔냐고 묻기도 전에 메론이 품에서 책자 하나를 꺼내 들었다.
그 책자를 보자마자 남궁철영의 두 눈이 크게 떠진다. 그건 놀람이 아니었다. 그건 환희였고 스스로의 예상이 적중했다는 희열이었다.
“……역시, 자네가 가지고 있었군.”
“방금 전에 얻었을 뿐입니다.”
“얻었다……고?”
자연스럽게 남궁철영의 눈이 메론의 옆에 있는 용성운에게 향했다.
용성운은 속으로 찔끔했다.
지금 머릿속에 생각 하나가 떠올랐는데 설마 아니겠지.
옆에 있는 메론을 바라보았다.
왜 메론이, 자신을 여기로 데리고 온 걸까.
솔직히 굳이 데리고 올 필요가 없었다.
그냥 단둘이 독대하면 되는 거니까.
하지만.
다른 이유가 있다면 납득이 된다.
예를 들면 메론이 남궁철영과 완벽하게 손을 잡고 서로 아군으로 돌아설 경우.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메론이 말했다.
“이게 필요하신 겁니까?”
“필요하지. 그런데 그 전에 하나 묻고 싶은 게 있어.”
“그게 뭡니까?”
용성운에게서 시선을 떼지 않은 남궁철영이 메론에게 물었다.
“그 장부, 혹시 용성운 순찰사가 가져다주었나?”
메론은 단 한 순간의 고민도 없이 말했다.
“예. 용성운 순찰사한테 받았습니다. 어제저녁에.”
“……그렇군.”
남궁철영의 볼이 푸들푸들 떨린다. 그가, 억눌린 목소리로 말했다.
“이보시게. 용성운 순찰사, 대체 왜 그랬나?”
“…….”
“말을 한번 해 보시게. 대체 왜 그랬어?”
한숨을 터트린 용성운이 답했다.
“하지 말아야 할 이유라도 있습니까?”
“있지. 내가 그대에게 섭섭하게 대했나? 난 없어. 세상 그 누구에게 물어보아도 없을 것이야. 그런데 왜 내 뒤통수를 치나? 저 장부를 내게 가져왔으면 이렇게 일이 복잡해지지도 않았을 것이야. 자네가 지금 일을 복잡하게 만들었어.”
잠시 말을 멈춘 남궁철영이 메론을 바라보며 입가에 미소를 띠었다.
“물론, 이렇게 메론 감찰관이 내게 자네를 선물로 가지고 와서 해결이 되긴 했지만, 개인적으로는 매우 섭섭해.”
용성운은 눈을 질끈 감았다.
점점, 생각이 확신이 된다.
그리고 그런 용성운의 귓가로 메론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 목소리를 듣자마자 용성운은 절망했다.
“다시 이야기를 해 봅시다. 이 장부를 대당주께 건네주면 제가 무엇을 얻을 수 있겠습니까?”
“내 신뢰를 얻게 되겠지.”
“신뢰라…….”
“왜? 부족하신가?”
“더 큰 걸 원합니다. 여기 용성운 순찰사도 데리고 왔고, 장부도 가져왔는데 단순한 신뢰라면, 오히려 제가 섭섭해하지 않겠습니까?”
“……일리가 있군. 좋아. 그럼 무엇을 원하나? 한번 말해 보시게.”
용성운은 이미 반쯤 포기했다. 그리고 이어지는 메론의 말에 눈을 동그랗게 떴다.
“주령, 혹은 성주의 약점이 될 만한 무언가를 가지고 계십니까?”
“……뭐?”
“약점이 될 만한 무언가를 가지고 계시냐고 물었습니다.”
남궁철영은 진심으로 당황했다. 이게 지금 무슨 미친 소리지.
“……대체 무슨 의도로 하는 말……. 아니, 의도는 충분히 알겠는데 지금…… 자네 미쳤나?”
“없습니까, 있습니까.”
남궁철영은 분명 류진과 가까운 사이다.
약점을 알고 있냐는 메론의 말은 분명 뜬금없지 않았다. 가까운 사이라는 것은 그 자체로 추론을 가능하게 만드는 일종의 근거였으니까.
하지만, 이건 류진을 너무 모르는 소리였다.
류진은 남궁철영이나 다른 이들처럼 뒤에서 공작 같은 것을 벌이는 인물이 아니다.
그저, 그런 공작을 잘하는 이들을 휘하로 받아들이고 그들에게 신뢰를 주고 그들에게 전권을 주어 얻을 것은 얻고 필요 없는 것은 쳐내는, 그런 결단력이 타의추종을 불허할 정도로 뛰어났을 뿐이다.
류진이 더 큰 뜻을 위해 큰 그림을 그리는 인물일 수는 있지만 뒤에서 추잡한 짓을 벌이는 짓거리는 절대로 하지 않는다.
남궁철영처럼 노예 시장을 이용하거나 하는 짓들을 포함해서 이야기하는 거다.
류진은 그런 인물이다. 그리고 그는 휘하 사람의 잘못된 행동에 대해 책임도 굳이 회피하지 않는다. 적게라도 책임을 진다.
그런 인물에게 무슨 약점이 있겠나.
적어도 남궁철영이 아는 약점은 없었다. 남궁철영은 매우 단호한 표정으로 말했다.
“……없다네. 그런 게 내게 있을 리 없지 않은가.”
메론이 피식 웃었다.
“그럼 됐습니다.”
“……뭐가 되었다는…….”
메론은 이후 정확히 두 가지 행동을 했다.
하나는 들고 있던 장부를 용성운에게 던진 것이다.
그것을 받아 든 용성운은 고개를 들어 이어지는 메론의 두 번째 행동을 보았다.
메론은.
오른손으로 남궁철영의 멱살을 움켜쥐고 있었다.
메론이 말했다.
“말뚝에 한 자리가 비어 있습니다. 거기로 갑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