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Legendary youngest son of the marquis RAW - Chapter (613)
제 614화
최근 들어 이런 생각을 자주 하는 것 같다.
아프네.
입가에 흘러내리고 있는 피를 닦아내기도 전에 나는 즉시 옆으로 몸을 굴렸다.
콰아아앙-!!
하늘에서 내리꽂힌 양불휘가 서늘한 표정으로 고개를 돌렸다. 눈이 마주친다.
그가 웃었다. 나도 웃었다.
상황을 보자.
양불휘의 자세는 완벽하다. 저 자세에서 후속 동작을 이어갈 때 단 한 점의 불안 요소조차 없다.
내 눈으로 보았을 때, 양불휘가 공격할 수 있는 루트는 정확히 네 개다. 자리를 박찬 뒤 어깨로 내 몸을 날려버리거나 발로 내 몸을 후드려 까버리거나.
그게 아니라면 내 옆목을 내려찍어 버리는 것과 발로 내 복부를 찍어버리는 것.
이 네 가지 공격 루트는 내가 보았을 때 완벽하게 공격을 성공시킬 수 있다.
물론, 이 모든 건 내가 ‘회피’를 택했을 경우의 이야기다.
나는 어정쩡한 자세에서 팔로 땅을 지탱한 뒤 그대로 발을 휘둘렀다.
공격이다. 회피 따윈 생각도 하지 않았고 방어 또한 생각하지 않았다.
그대로 휘둘러진 내 발을 양불휘는 팔을 들어 막을 수밖에 없었다.
콰아앙.
굉음이 터지며 사방으로 먼지가 치솟는다. 먼지 사이로 나는 한 번 더 주먹을 뻗었다.
아니나 다를까.
양불휘의 주먹도 먼지를 뚫고 뻗어온다.
내 주먹은 양불휘의 얼굴을 타격했고 양불휘의 주먹도 내 얼굴을 타격했다.
뻐어어어억-!!
우리는 서로 반대 방향으로 날아가 벽에 처박혔다.
이후의 과정은 뻔했다.
양불휘는 내 쪽으로 자리를 박찰 것이다. 재차 공격하기 위해서.
그럼 나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이것도 간단했다.
공격이다.
심장의 서클이 미친 듯이 회전한다.
하나가 아니다, 열 개 전부다.
주문을 외웠다.
“[라이트닝 월드], [헬파이어].”
사방으로 번개와 화염이 미친 듯이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10서클 마법 라이트닝 월드와 헬파이어의 퓨전 마법이고 위력은, 전쟁 중일 경우 거의 수천 명을 산 채로 지져버릴 수 있는 수준이다.
양불휘는 코웃음을 쳤다.
“그놈의 잔재주는, 쯧.”
거리낄 거 없다는 듯 양불휘가 자리를 박찬다. 물론, 퓨전 마법이 내가 사용할 공격의 전부는 아니었다.
나는 그대로 왼손을 뻗었다.
“[언령총람言令總攬].”
내 앞으로 거대한 책자 하나가 떠오른다. 아무것도 적혀있지 않았던 그곳에.
“[파이어 에로우], [헬파이어], [합일], [증폭], [왜곡].”
내 입에서 튀어나오는 언어들이 순식간에 적히고는 그대로 허공에 형상화되기 시작했는데, 이 모습에 양불휘는 크게 놀랐다.
놀란 표정으로, 그가 한 번 더 자리를 박찬다.
내 앞에 생겨난, 화살 모양의 헬파이어는 초월자에게도 분명 피해를 입힐 수 있을 정도의 위력이었으니까.
그는 내가 이것을 쏘아내기 전에 터트리거나, 막을 생각인 거다.
나도 그대로 자리를 박찼다.
양불휘의 눈썹이 꿈틀한다.
“새끼……. 재미있네.”
그가 주먹을 뻗었다. 초월자를 그대로 빈사 상태로 만들 법한 그런 공격이 분명했다.
그 공격에 나는 즉시 몸을 옆으로 틀었다.
양불휘의 공격이 옆을 스친다.
누가 보아도 지금의 나는 양불휘의 빈틈을 잡았다. 주먹을 내지르거나 발을 휘두르거나, 다양한 동작을 시도할 수 있다.
하지만 그러지 않았다.
그 자리에서 작게 언령을 읊었다.
“[전환].”
내 몸의 위치와 내가 뒤에서 형상화시켜 놓은 화살 모양의 거대한 마법이 뒤바뀐다.
양불위의 눈이 크게 떠졌다.
간단한 거다.
내가 만들어낸 마법은 뒤쪽에 마치 장식처럼 있었을 뿐이다.
그런데 만약, 그 마법에 내가 달려 나가는 속도를 더한다면 어떻게 될까.
양불휘가 황급히 양팔을 교차시켰지만 늦었다.
콰아아아아아아앙-!!
세상이 꺼져버릴 듯한 거대한 굉음이 터진다.
사방으로 터져나가는 핏물과 살점들은 양불휘의 것이 분명했다.
그렇다.
저렇게 되는 거다. 그때였다. 목소리가 들려온다.
“……그건 또 뭐냐? 처음 보는 건데.”
양불휘였다.
고개를 들었다.
먼지가 걷힌 그곳에, 양불휘가 있었다.
검은색 고치로 몸 전체를 둘러싸고 있는 그의 모습에 나는 잠시 흠칫했다.
이걸 잊으면 안 된다.
혈마 양불휘는 ‘머리카락을 무기’로 사용한 무인이다.
머리카락이 다 잘려나가서 그 무공은 사용하지 못하는 줄 알았는데 아니었나 보다.
아까, 폭발에 휘말리다 황급히 몸을 감싼 모양인데, 그 증거로 검은색 고치 곳곳에서는 핏물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나는 묵묵히 답했다.
“만든 겁니다. 오래전에.”
“나이도 어린 새끼가 오래전은 쥐뿔, 너 그거 왜 천월이랑 싸울 때는 안 썼냐?”
“쓸 상황이 되지 않았습니다.”
“나는 되고?”
“효율의 문제죠. 물론 천월에게도 통하긴 했을 테지만 치명상을 입힐 수는 없습니다. 지금처럼.”
별거 없다. 나는 눈앞의 양불휘를 천월과 같은 선상에 놓고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그 뉘앙스를 양불휘가 느끼도록 친절하게 길게 이야기했다.
양불휘가 헛웃음을 터트린다.
“이건 뭐, 그놈이 처음 천마신교로 왔을 때 보는 거 같네.”
검은색 고치는 머리카락이었다. 그 모든 머리카락들이 순식간에 줄어든다. 물론 짧은 머리가 됐다는 뜻은 아니었다.
그래도, 아직은 장발이다.
장발의 남자로 돌아온 양불휘가 그대로 자리를 박찼다.
나도 자리를 박찼다.
양불휘의 머리카락 수만 개가 하나로 뭉쳐 내게 날아오고 있었다.
주먹을 강하게 말아 쥔 뒤 내질렀다.
[천마신공天魔神功] [1장. 천마회전포天魔回傳抛]내 주먹은 머리카락들을 한 번에 뚫었고 그곳에서, 나는 주먹에 담긴 모든 마나를 터트렸다. 즉시, 안에서 연쇄 폭발이 일어났다.
미친 듯이 울리는 굉음과 함께 불쑥, 무언가가 뻗어왔다.
팔이었다.
그것도 양불휘의 팔.
예상하지 못했다. 그렇기에 양불휘의 팔은 내 얼굴을 잡아챘고 나는, 그대로 발을 휘둘렀다.
콰아아앙-!!
양불휘는 밀려나지 않았다. 몸이 들썩거렸고 몸 내부의 장기가 뒤틀렸지만 그래도 그는 그 자리에서 버티고 있었다.
손 사이로 섬뜩하게 웃고 있는 양불휘가 보인다.
“넌 아직 나한테 안 돼, 인마.”
“정말 그렇게 생각하십니까?”
“내가 지금 손에 힘을 주면 네 머리는 터질 텐데, 그런 말이 나오냐?”
웃고 말았다.
“아직 못 느끼셨나 봅니다.”
“뭐를?”
그렇게 말한 양불휘가 움찔한다.
이어서 그의 미간이 천천히 구겨지기 시작했다.
간단했다.
양불휘의 턱 아래에, 작은 구체가 떠있었다.
그 구체는 당장이라도 터질 듯 미친 듯이 진동하고 있었는데, 나도 알고 양불휘도 안다.
저게 터진다면 가장 가까이에 있는 양불후의 목은 그대로 반으로 잘려나가거나 터질 것이라고.
“……이건 또 언제 만들어놨냐?”
“아까, 천마신공을 사용할 때 남은 기운을 뒤로 빼돌렸던 것뿐입니다.”
“…….”
“이 자리에서 제 머리가 터진다면 우리 천마신교의 첫 번째 장로님도 목이 잘리실 겁니다.”
양불휘가 구겨진 얼굴로 말했다.
“왜, 이야기가 그렇게 되냐? 그리고 새끼야, 할 거면 하나만 해. 말을 놨다 말았다, 사내새끼가 뭐 이리 줏대가 없어?”
“그래야 혼란스러울 테니까요. 여러 가지가 신경 쓰이게 만들면 자연스럽게 빈틈이 노출됩니다. 그리고 그 빈틈을 노리는 게, 싸움의 기본 아닙니까?”
“……드래곤 로드가 그딴 거나 가르쳤냐?”
“네. 개인적으로는 매우 잘 배운 거라고 생각합니다. 지금 못 느끼셨잖아요.”
“…….”
“무승부지만 무승부 같지 않은 결과, 제가 이긴 거 아닙니까?”
양불휘는 아직 미련을 놓지 못한 듯했다.
“내가 여기서 네 머리를 터트리고 내 목 아래에서 터지는 이걸 피한다면? 혹은 내 머리카락으로 막으면?”
나도 할 말은 있었다. 어쩌면 가장 핵심적인 질문이다.
“저 돌머립니다.”
“……뭐?”
“안 그래도 단단한 머리에다가 마나 운용 능력이, 거의 아버지의 재능에 비견될 만큼 뛰어납니다.”
“네 입으로 그렇게 칭찬하는 건 부끄럽지 않냐?”
“부끄러울 일이 아니니까요. 제 머리를 터트리려는 그 짧은 순간, 제가 제 머리를 마나로 보호하는 게 빠르겠습니까. 아니면 제 한 수를 눈치채지 못한 장로님의 목이 날아가는 게 먼저겠습니까.”
“…….”
“아직도 확신이 서지 않으신다면 한번 손에 힘을 줘보십시오.”
천천히 양불휘의 손에 힘이 들어갔다. 하지만 딱 거기까지였다.
아주 약간의 힘을 주던 그가 한숨을 터트린다.
양불휘가 손을 내리며 말했다.
“진짜 단단하네. 돌대가리 새끼.”
“교주님, 입니다.”
“……하, 새끼. 내일 와라. 내일.”
“내일이요?”
“줄 것도 있고, 내기인지 뭔지 그딴 거 일단 알았으니까. 내일 저 묘비 앞으로 다시 오라고.”
“그게 끝입니까?”
“끝이겠냐? 대호법인가 뭔가 하는 쟤한테 오판석의 죽음에 관련된 모든 자료 정리해서 가지고 오라고도 해.”
“바라는 게 많으십니다.”
“내일 내가 줄 게 뭔지 네가 보면 그 말 안 나올 거다.”
양불휘가 몸을 돌렸다.
한숨을 터트리며, 그가 시야에서 사라진다.
홀로 남은 내 옆으로 영월이 다가왔다.
“고생 많으셨습니다. 교주님.”
고개를 저었다.
“고생은 무슨, 그보다 아까 그 말 들었지?”
“네.”
“내일까지 삼불 오판석의 죽음에 관련된 뒷배경을 정리해서 가져와. 가능하겠나?”
“네. 가능합니다.”
그렇게 다음 날, 나는 묘비 앞에서 양불휘와 마주 앉았다.
양불휘가 내게 기다란 함 하나를 건넸다.
뭐라고 해야 할까.
너무 길다고 해야 할까.
마치, 안에 ‘검’ 같은 게 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함을 열자마자 나는 오랜만에, 정말 오랜만에 크게 놀라고 말았다.
양불휘가 실실 웃는다.
“뭐? 바라는 게 많아? 인마, 내가 뭐라 그랬냐. 그딴 말 안 나올 거라고 말했지?”
“……이걸 어떻게, 구하신 겁니까?”
“재주껏 구했지. 재주껏 제련도 했고. 혹시나 하는 마음에 말해 두는 건데 그거 진본이야.”
침을 꿀꺽 삼켰다.
내가 이런 반응을 보일 만도 했다.
아니, 이건 내가 아니라 아버지가 와도 이런 반응을 보일 거다.
왜냐면, 지금 내 앞에 있는 이 함에 담긴 건 ‘천마신검’이었으니까.
그것도 너무나도 완전한 상태의 천마신검.
“두 가지 명심해. 첫 번째, 일단 말은 안 높일 거다.”
고개를 들어 양불휘를 바라보았다.
“두 번째, 대호법이나 이런 자리는 머리 쓰는 자리잖아? 너도 알겠지만 난 그런 거 안 맞아. 만약 그런 자리였으면 무슨 제안을 해도 안 받았을 거다. 장로라 했지? 그 자리면 맡아준다. 네가 하려는 일이 뭔지 자세하게는 모르겠지만 최대한 도움을 주지. 너는 내게 한 가지만 약속해.”
“그게 뭡니까?”
“네가 하려는 모든 일이 끝났을 때, 그때 내가 하려는 일을 막지 마라.”
“……그게 무슨 일인지 말도 안 하고요?”
“어. 묻지도, 따지지도 말고 그냥 막지 마. 이거만 약속해라.”
“내기에 이긴 건 전데, 뭔가 지고 들어가는 거 같습니다?”
양불휘가 피식 웃었다.
“천마신검을 그냥 주는 나는 뭐, 이기고 들어가는 거 같냐?”
웃고 말았다.
그대로 손을 내밀자 양불휘가 내 손을 잡는다.
그렇게 오늘, 천마신교의 첫 번째 장로가 정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