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Legendary youngest son of the marquis RAW - Chapter (615)
제 616화
기존 회천교에서 북부 지역을 담당하던 지부장 금태성은 심각한 표정을 한 채 깊은 고민에 빠져있었다.
대체.
“……어떻게 해야 할까?”
금태성의 질문을 받은 것은 북부 지역의 부지부장인 강진이었다.
강진은 북해빙궁 출신으로서 뛰어난 경험을 가진 남자였다.
여담인데, 강진이 북해빙궁을 나온 것은 그의 나이 고작 10세가 되었을 때다.
현재 나이가 45세였으니, 무려 35년을 무림에서 구르고 구른, 경험이 매우 풍부한 남자인 강진은 지금 금태성이 어떤 고민을 하고 있는지 충분히 알고 있었다.
그리고 그의 질문에 어떤 대답을 해야 할지도 이미 정해 놓은 상태다. 막힘없이 강진이 답했다.
“이 부분만큼은 지부장님의 판단이 전적으로 중요할 것 같습니다.”
“내 판단이 중요하다?”
“예. 지부장님은 지금 우리 북부가 천하성에 줄을 대 놓은 상황을 염려하시는 것 아닙니까?”
“맞아. 그리고 그 줄이 매우 튼튼한 줄이라는 게 중요하지.”
별거 없다. 그냥 간단하다.
북부의 금태성뿐만이 아니라 강진, 그리고 북부의 여러 인물들이 현재 천하성에 줄을 대 놓은 상황이다.
그렇다면 그 줄이 어떤 줄인가.
바로 대원당주로 새롭게 발표된 사혼제.
그가 북부가 대 놓은 줄의 정체다.
이번에 대원당주가 됨으로써 사혼제는 천하성에서 서열 세 번째의 인물이 되었다.
가진 힘은 세 번째가 아닐지언정 천하성주 류진이 신뢰하는 ‘세 번째 인물’이라는 게 중요하다.
“그리고 그 사실을 천마신교의 교주인 메론은 알고 있을 확률이 높습니다. 정확히는 대호법인 영월이 알고 있을 겁니다.”
이건 추측이지만 말만 추측이지 이미 밝혀진 사실 수준으로 봐야 한다. 영월의 정보력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모를 수가 없다.
하지만.
“이 점은 확실히 하셔야 합니다. 천마신교의 교주인 메론은 저번 회담에서 ‘내기’를 하는 등의 비효율적인 모습을 보였습니다.”
“비효율적?”
“예. 만약 제가 교주였다면 그 자리에서 지부장님의 목을 쳤을 겁니다. 그럼 모든 게 간단하게 해결됐을 테니까요.”
“……섭섭한데.”
“사실인 걸 어찌하겠습니다. 하지만 벌어지지 않은 일이기도 합니다. 그것이 뜻하는 바는 간단합니다. 교주 메론은 손에 피를 묻히고 싶어 하지 않는다는 거.”
금태성이 고개를 갸웃했다.
“그게…… 그렇게 되나?”
“천마신교의 출범을 외쳤으니 세력을 유지해야겠지요. 북부는 큽니다. 얼마 전에 그가 숙청한 이들로 인해 꽤 많은 이들이 죽어 나갔지만, 그 자리를 다른 이들이 메꿨습니다. 북부는 여전히 크고 앞으로도 클 겁니다. 즉, 지부장님이 먼저 고개를 숙이고 들어가면 교주는 별말 하지 않고 지부장님을 반길 겁니다. 현재 북부를 완벽하게 휘어잡고 있는 건 지부장님뿐이니까요. 저는 전적으로 지부장님의 판단을 따르겠습니다.”
선택의 기로에 선 것이다.
메론의 편에 설지, 아니면 천하성의 편에 설지.
물론 메론이 저번 회동에서 모두와 내기를 한 것은 맞다. 양불휘를 장로로 임명하느냐 하지 못하느냐.
안타깝지만 임명하든 말든 금태성은 상관없었다.
내기? 웃기는 소리다.
금태성은 스스로에게 돌아오는 실익이 없으면 내기의 결과가 어떻건 신경 쓰지 않는다.
솔직히 까놓고 말해서 내기를 하자고 한 건 교주다.
지 혼자 북 치고 장구 치고 한 건데 왜 장단을 맞춰 줘야 하나.
그리고 메론이 아무리 날고 기어도 결국 동대륙을 지배하는 건 천하성이다.
거기다 류진은 실질적인 천하제일인이기까지 했으니 아무리 생각해도 천하성 쪽이 더 끌린다.
그쪽에 실익이 더 많다.
금태성이 말했다.
“천하성의 사혼제와 자리를 마련해.”
“사혼제 말씀이십니까.”
“그래, 우리 북부는 오늘부터 천하성과 함께한다. 따라오겠나?”
“예, 지부장님. 따라가겠습니다.”
지부장 금태성은 앞으로 펼쳐질 밝은 미래를 예상했지만 부지부장 강진은 아니었다.
‘……쯧.’
가볍게 혀를 찬 강진은 다음 날, 한 사람을 마주하고 있었다.
사혼제가 아니었다.
금태성이 알았더라면 극대노했을, 그런 인물이었다.
정확히는 인물들이었다.
메론과 영월은 눈앞에 있는 강진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강진이 재차 말했다.
“북부의 금태성 지부장이 신교를 배반하고 천하성과 결탁하려 하고 있습니다.”
앞서도 이야기했듯 금태성이 보았더라면 극대노했을 거다. 이건 배신이니까.
함께하기로 해 놓고 하루가 채 지나기도 전에 교주한테 와서 꼰지르는 건, 정말 말도 안 되는 행동이니까.
하지만 반대로 생각해 보면 이게 맞는 행동이다.
금태성의 행동은 거의 미친놈이나 할 법한 행동이고 적어도 강진은, 아직 그 정도로 미치지 않았다.
거기다 이건 미래를 보고 한 투자이기도 하다.
강진이 말했다.
“저를 북부의 지부장으로 써 주십시오. 충성을 다하겠습니다.”
그 모습에 영월은 미간을 살짝 찌푸렸지만 메론은 아니었다.
영월이 무언가 말을 하려던 그때, 메론이 손을 들어 영월의 어깨를 잡았다.
그녀가 입을 다문다. 메론이 말했다.
“재미있네.”
“…….”
“이름이 뭐라고?”
메론의 말이 나오기 무섭게 강진은 그 자리에서 넙죽 엎드렸다. 완벽한 오체투지의 자세를 취한 그가 큰 목소리로 외쳤다.
“만세만세 만만세! 소인, 편안할 강에 나아갈 진을 쓰는 강진康進입니다.”
어떻게 표현해야 할까.
정중함이 몸에 배어 있다고 해야 할까, 아니면 아부가 몸에 배어 있다고 해야 할까.
어느 것이든 메론은 상관없었다.
“북부의 지부장 자리를 달라고?”
“예. 교주님의 기대에 부응할 자신 있습니다.”
저 자신감의 근원은 대체 무엇일까.
“몇 가지 질문을 하지. 괜찮겠나?”
“물론입니다. 무엇이든 여쭤보십시오.”
“북부의 현 상황을 어떻게 생각하지?”
“……좋지 않습니다.”
“좋지 않다?”
“예. 지부장 금태성을 비롯한 다른 이들은 현재 북부의 상황이 좋다고 판단하고 있겠지만 아닙니다. 북부라고 해 봐야 고작 여덟 개의 주점과 스무 개가 조금 넘는 분대밖에 없습니다. 심지어 각 분대당 고작 많아야 서너 명 정도밖에 없습니다.”
여기서 말하는 ‘분대’라는 것은 ‘살수들’을 의미한다.
살수들이 매일 청부만 받는 것은 아니다.
그들은 상단을 호위하는 호위무사가 되기도 하고 짐꾼이 되기도 한다.
그들은 더 효율적으로 움직이고, 더 효율적으로 생활하기 위해 뜻이 맞는 이들끼리 집단을 이룬다. 그걸 대충 분대라고 뭉뚱그려서 표현한다.
메론은 조용히 강진의 말을 들었다.
“얼마 전 교주님이 천하성에서 처형식을 시작하기 전, 금태성은 그 누구보다 발 빠르게 움직였습니다. 북부에서 여러 개로 나누어져 있던 파벌들을 한꺼번에 정리한 일이 바로 그것입니다. 그 여파로 북부의 꽤 많은 무인들이 죽었습니다. 그게 현재 북부의 상황입니다. 지금 북부는 금태성을 주축으로 한 적무문의 세력이 지배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그런 곳에 지부장으로 앉혀 달라?”
“예.”
“내가 금태성을 회유하면 될 일인데 굳이 너를 앉힌다? 너무 비효율적인데.”
메론의 말에 강진은 잠시 생각하는 듯 하다 입을 열었다.
“……감히 말씀드리면 교주님은 금태성의 행동을 절대 용서할 것 같지가 않습니다.”
“그렇게 판단한 이유는?”
“이미 ‘내기’까지 함으로써 금태성의 목숨을 살려 주셨습니다. 정확히는 그 전, 첫 번째 회동이 열리던 그날 입구에서 금태성이 소란을 피웠을 때까지 하면 무려 두 번이나 목숨을 살려 주셨습니다. 아무리 교주님의 아량이 넓으셔도 세 번까지는 절대 안 될 것이라는 게 제 개인적인 판단입니다.”
아마 누구나 그럴 거다. 한 번 정도는 참을 수 있다. 사람이니까.
하지만 두 번부터는 애매해진다. 확고하게 얻을 게 있다면 두 번까지는 참아 주겠지만 세 번은 절대로 참지 않는다.
세 번째까지 가게 되면 기강은 엉망이 되고 규율은 휴지 조각이 되어 버린다.
메론은 세 번 이상 참아 본 적이 없다. 강진의 정보가 확실해지는 순간 금태성은 이미 죽은 사람이 되는 거다.
메론은 설령 류진이 와서 금태성을 보호한다 해도, 무슨 수를 써서든 금태성을 죽일 생각이다.
아니, 천마신교를 배신한 이들을 전부 죽일 생각이다.
피로 만들어진 탑을, 이미 쌓겠다고 마음먹은 지 오래다.
메론이 고개를 내밀었다.
“다시 질문하지. 그런 북부의 지부장으로 너를 임명하면 우리 천마신교에 어떤 이득이 있지?”
“……북부가 더 커질 것입니다.”
“더 커진다?”
“예.”
흥미로웠다.
“적무문이 지배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하지 않았나? 금태성이 죽으면 그를 따라 죽겠다고 기어오르는 놈들도 있을 거고, 그거 다 죽이면 북부는 지금보다 더 약화될 텐데?”
강진이 웃는다.
“곤륜산에는 인재들이 많습니다. 또한 북부에도 인재들이 많고요.”
조용히 들었다.
“적무문은 일을 너무 비효율적으로 하고 있습니다. 북부의 구성원들은 능력 우선이 아니라 지연 우선으로 뽑힌 이들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셈을 못 하는 놈이 상단의 총관을 맡고 있기도 할 정도이니 엉망도 이런 엉망이 없습니다. 맡겨만 주시면 북부를 변화시키겠습니다. 더 큰 자금을 모을 것이고 더 많은 영약을 모을 것이며 더 많은 인재들을 길러내겠습니다.”
그렇게 말하는 강진은 초급 마스터였다. 낮은 경지는 아니지만 초월자의 경지에서 몇 걸음 더 나아간 메론의 입장에서는 낮은 경지다.
하지만, 그런 경지였기에 누가 재능이 있는지 어느 정도 확실히 깨달을 수 있다. 메론은 물끄러미 강진을 바라보았다.
강진의 재능은 초급 마스터에서 멈출 재능이 아니었다. 적어도 적색 마스터까지는 갈 수 있을 법한 재능인데 왜 아직 초급에 머물러 있는 걸까.
어린 시절이 불우해서 성장 환경이 만들어지지 않았거나 하는 그런 이유가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메론은 마음속으로 결정했다.
이미 강진을 북부의 지부장으로 임명하겠다고.
그저 확실히 하고 싶을 뿐이다.
“병력을 지원해 줘야 하나?”
“예.”
“얼마나 필요하지?”
“용성운 순찰사 한 명이면 충분합니다.”
웃고 말았다.
“금태성은 내가 죽이고?”
“예.”
이게 맞긴 하다. 강진의 말이 사실이라면 금태성은, 반드시 ‘메론의 손’에 죽어야 한다. 다른 이들의 손에 죽어서는 안 된다. 반드시 메론의 손이어야만 한다.
메론이 말했다.
“용성운을 보내 주는 건 사실관계를 먼저 파악한 뒤다. 이의 있나?”
“없습니다.”
“가 봐.”
한 번 더 강진이 자리에서 넙죽 엎드렸다.
“만세만세 만만세, 신교천하, 마교불패, 소인은 물러나 보겠습니다.”
강진이 자리를 벗어났다.
영월과 메론, 단둘만 남게 되자 영월이 물었다.
“탈혼사슬이라는 별호로 불리던 강진이 저렇게 아부를 잘할 줄은 몰랐어요.”
영월의 말투에 어떤 감정이 들어 있는지 메론이 눈치채지 못할 리 없었다. 메론이 답했다.
“아부를 잘하는 게 꼭 나쁜 건 아니지.”
“……교주님. 정말 괜찮을까요?”
“뭐가?”
“제 판단에, 강진은 간신이에요. 그런 간신을 곁에 두는 건 득보다 해가 크지 않을까요?”
메론은 별거 아니라는 듯 답했다.
“오히려 그런 간신이 좋지.”
“……그런가요?”
“자기 능력에 자신이 있는 이가 그 능력을 펼칠 기회를 달라는데 기회를 주지 못할 이유도 없다. 만약 무능하다면 버리면 그만이고 증명한다면 쓰면 될 일이다. 이런 걸 어렵게 생각할 필요가 있나?”
영월의 나이는 고작 28세다.
세상을 오래 살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그 짧은 세월 동안 아주 굵은 인생을 살았다.
그렇게 그녀는 깨달았다.
“자기 능력을 맹신하는 것은 더 큰 문제를 만드니까요.”
이 말은 강진에게만 하는 말이 아니었다. 메론에게도 하는 말이었다. 오만과 용기는 비슷하지만 다르다.
메론은 이번에도 웃었다.
“일이 잘 풀려서 강진이 능력을 증명해도 더 큰 문제까지는 만들지 않을 거다. 아마, 만들어도 금방 제압당하겠지.”
메론의 말에는 자신감이 가득 차 있었다. 영월이 물었다.
“이유가 뭔지 여쭤도 될까요?”
메론은 답하지 않고 묘한 시선으로 영월을 바라보았다.
영월은 메론의 시선을 제대로 된 질문을 하라는 뜻으로 받아들였고 곰곰이 생각했다.
그러다 머릿속에 번개가 쳤다.
메론은 천마신교의 출범을 내세우며 ‘다섯의 장로’를 언급했었다.
그리고 그 자리는 전부 미정이었으며 얼마 전, 양불휘가 첫 번째 장로가 되었다.
혹시, 두 번째 장로가 ‘북부’와 관련되어 있는 게 아닐까.
그리고 그 장로에게 북부의 전체 관리를 맡기려는 게 아닐까.
메론은 천마신교를 기존의 천마신교 이상의 세력으로 만들 생각을 가지고 있는 것이 확실하다.
그러면, 대체 어떤 인물이 그런 메론의 기대에 맞출 수 있을까.
대체 그런 인물이, 이 동대륙에 얼마나 있나.
딱 한 명.
곧바로 나온다.
영월이 물었다.
“한천빙제 유설하, 그녀를 천마신교의 두 번째 장로로 맞이할 생각이시군요.”
메론이 고개를 끄덕였다.
동대륙은 천하성이 지배하는 곳이다. 하지만 특정한 지역 몇 곳은 천하성조차 지배력을 발휘할 수 없는데, 그중 하나가 바로 북해빙궁이다.
“……확실히, 회천교의 북부는 말이 북부지 실제로는 전체 북부의 오분의 일 정도밖에 장악하지 못했었어요. 심지어 현재로서는 금태성이 숙청을 거행하느라 세력이 더 줄었으니 그만큼 영향력도 줄었겠지요. 하지만 만약.”
정말 만약에.
“북해빙궁이 천마신교에 합류하게 되면, 동대륙의 북부 전체가 천마신교의 세력 범위 안에 놓이게 될 거예요.”
영월은 의심 따위 하지 않았다.
메론의 힘을 이미 보았다.
메론은 하고자 한다면 반드시 해낸다. 유설하와 대모라는 자리로 엮여 있다 해도 결국, 모든 것은 힘에 의해 결정된다.
메론이 목을 풀었다.
이미 정했다.
천마신교의 두 번째 장로는 한천빙제 유설하가 될 것이다.
거절할 수 없는 제안을 할 것이고, 그럼에도 거절한다면.
그땐 정말 힘으로 할 생각이다.
이미 메론은 뒤 따위 바라보지 않는다.
앞만 본다.
“같이 갈 텐가?”
“예. 교주님.”
메론과 영월의 몸이 사라졌다.
두 사람이 향하는 곳은 북해빙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