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Legendary youngest son of the marquis RAW - Chapter (625)
제 626화
사천은 다시 한번 시끄러워지고 있었다.
이유는 여러 개 있었다.
첫째는, 사실 이게 가장 큰 이유였는데 천하성의 모든 병력이 철수했기 때문이다.
순찰사를 비롯해 실원, 심지어 사천에 거주하던 당주인 악정군까지.
안 그래도 감찰관인 메론과의 마찰로 인해 기존의 당주와 순찰사들이 전부 썰려 나갔었다. 그들을 새로 충원했는데 졸지에 다시 다른 곳으로 재발령된 상황이다.
새삼스럽지만 사천에서 천하성이 끼치는 영향력은 어마어마하다.
애초부터 천하성의 지배 휘하에 있었으며 사천의 행정을 비롯한 모든 것을 도맡아 했다.
지금 그게 비게 생겼으니 시끄러워지는 게 당연했다.
그리고 두 번째 이유는 천마신교의 등장이다.
천마신교.
당초 천외천이라는 조직은 동대륙에서 아는 사람이 거의 없었다.
천마신교는 무림 전체를 지배하던 세력이고 유일하게, 천외천이라는 괴물들이 득실거리는 그 조직을 견제할 수 있었던 세력이다.
당연히 천마신교라는 단체는 동대륙에 거주하는 이들 모두의 머릿속에 남아 있는, 최강의 세력이다.
멀리갈 것도 없이 길거리에 지나다니는 사람 아무나 잡고 무림에서 가장 대단했던 조직이 어느 조직이냐고 물으면 백 명 중 구십구 명 정도가 천마신교라고 답할 것이다.
그런데 몰락한 줄 알았던 그 천마신교가 다시 등장했고 그 천마신교가, 천하성으로부터 사천 지역을 양도받았음을 모두가 알게 되었다.
이게 두 번째 이유였고 세 번째 이유는, 그 천마신교의 교주가 현 동대륙 감찰 청장인 메론이라는 거다.
감찰청장이, 그것도 서대륙의 인물이 왜 갑자기 천마신교를 이끌게 되었는지, 그리고 감찰관이라는 자리에서 천마신교라는 단체의 수장 자리를 겸직하는 게 가능하기나 한 건지.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는 상황들의 연속이었다.
그리고 네 번째.
천하성의 병력들이 철수하는 것과 거의 동시에 스스로를 천마신교의 무인이라 칭하는 이들이 사천을 장악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당연한 절차다.
이제 사천을 지배하는 건 천마신교다. 천하성이 하던 일들 전부를 물려받는 과정은 신속해야 한다.
메론은 교인들에게 이런 명령을 내렸다.
그 과정에서 피를 흘리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지배자가 바뀌는 과정이지만 적어도 메론은, 폭군처럼 죄다 잡아 죽이는 등의 행동 같은 건 굳이 할 생각이 없었다.
사천은 넓다. 그 사천에 거주하는 이들의 숫자는 수십만이 훌쩍 넘는다.
그들을 관리하려면 그들로부터의 존중을 이끌어내야 한다.
물론 선을 넘으면 그때는 철저하게 응징할 것이다.
메론은 이렇게 명령을 내렸고 메론의 명령을 수행하는 천마신교의 교인들은 그대로 따랐다.
메론은 비교적 편하게 사천을 지배할 수 있었다.
이게 고작 하루 만에 벌어진 일이었다.
이제 빙궁의 만년설들을 비롯한 빙궁만의 특산품들의 양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 선박량의 숫자가 늘어나고 당연히 벌어들이는 돈도 늘어나야 했다.
천마신교는 더더욱 풍족해져 그 돈으로 세력을 불리고, 과거의 명성을 회복하는 등의 긍정적인 전망이 예견되어 있었다.
그걸 시작으로 천마신교는 더더욱 풍족해졌다.
그렇게, 되었어야 했다.
메론은 지금 막 두 가지 소식을 들었다.
심각한 표정의 메론이 물었다.
“뭐라고?”
“사천에 금광이 있었습니다.”
금광의 크기가 작았더라면 말도 안 했을 거다.
서대륙에도 광산은 있다. 메론이 아는 것만 해도 대충 스무 개가 넘는다.
그리고 지금 전해 들은 사천의 금광은, 지금껏 등장했던 그 어떤 금광들보다 컸다.
농담이 아니라 마스터급의 무인들 천 명이 백 년 정도 캐내도 남을 정도의 금광이었다.
역대 최대의 금광이라고 봐도 무방했다.
메론의 표정이 심각한 이유는 이게 끝이 아니었다.
“어제 정보원이 보내온 사진입니다.”
사진을 받아 든 메론은 물끄러미 사진을 바라보았다. 영월이 말을 잇는다.
“제 식견으로는 식별이 불가능했습니다. 대체 이게 무엇인지, 저 시체들은 또 뭔지, 그리고 뒤쪽에 희미하게 보이는 건…….”
“드래곤이군.”
“예. 드래곤입니다. 하지만 성체 이상의 드래곤 중 이 정도 크기의 드래곤이 보고되었다는 사례는 없습니다. 그리고 제 눈이 잘못된 게 아니라면 이 드래곤, 색깔이 ‘블랙’입니다.”
심각하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천하성의 성주 류진은 사천이라는 땅 전체를 양보했다.
솔직히, 직접 사천을 받아 온 메론조차도 그걸 이해하지 못했는데 지금 거기에서 한술 더 떠 사천에 대륙 최대의 금광이 존재한다. 이 금광에서 나오는 금들은 분명 밀수에 사용되었을 것이다. 이 금광은 메론조차도 모르고 있었다.
존재 자체가 알려지지 않았다고 해야 할까.
금광을 캐려면 광부들이 있어야 하는데 그 광부들의 숫자는 얼마나 될까.
앞서서 무슨 마스터급의 무인들이 캐니 마네 하는 소리를 했지만 그게 현실적으로 가능할 리 없다. 엄청난 숫자의 광부들이 동원되었을 것인데 그들 모두의 입을 막았다.
대체 어느 정도의 이득을 취할 수 있을지 상상도 되지 않을 정도다.
이런 금광도 가지고 있었으면서, 그리고 정보 통제도 완벽하게 하고 있었으면서 사천이라는 땅을 고작 관세 유지라는 조건 하나에 넘긴다?
돈에 눈이 멀었다고 해야 할까, 혹은 성취감에 눈이 멀었다고 해야 할까.
메론은 지금 들어오는 수입으로 어떻게 세력을 확장시킬지, 어떻게 확장시켜야 더 효율적일지, 이딴 것을 고민할 때가 아니었다.
해야 할 행동은 하나밖에 없다.
아니.
애초에 사천을 내놓으라는 제안을 하기 전에 실행했어야 했다.
메론이 자리에서 일어섰다.
“이게 찍힌 장소가 어디라고?”
“……천하성 본관 지하실입니다. 교주님…… 설마 가시려고요?”
고개를 끄덕였다. 안 가는 게 이상했다. 사천이니 뭐니 이딴 거보다 훨씬 중요한 일을 류진은 꾸미고 있는 게 확실하다.
간단했다.
그냥 반대로 생각해 보면 된다.
갑자기 싸움을 걸어오는 조직이 있다고 치자. 메론이라면 협상을 하기도 전에 그냥 붙어 봤을 것이다.
어쭙잖은 협박의 결과는 당연히 어쭙잖은 결과를 만들어낸다. 메론은 어쭙잖은 협박으로 말도 안 되는 최상의 결과를 만들어냈다.
그만큼 류진은 ‘시간’이 필요하다는 뜻이고 언제든지 사천은 다시 돌려받을 수 있다는 자신감의 표현이기도 했다.
그럼.
말 다 한 거다.
“천마신교의 모든 교인들에게 알려라.”
메론은 진지한 표정으로 마저 말했다.
“전원 하던 일을 멈추고 경계 태세에 들어가라고.”
영월도 상황이 심상치 않게 돌아간다는 것을 눈치챘다. 메론의 결정에 태클 따윈 걸지 않는 영월이 이 자리에서 할 대사는 하나밖에 없다.
“……존명-!”
메론과 류진의 대화가 끝날 때까지 무기를 들고 대기하는 것.
오늘, 천하성과 천마신교 간에 전쟁이 벌어질 수도 있다.
메론이 자리를 박찼다.
* * *
천하성 본관은 사천, 당왕, 섬서, 방산의 정확히 정중앙에 위치해 있었다.
그곳에 떡하니 있는 건물은 흡사 성처럼 거대했으며 마당은 서대륙에서도 본 적 없는 거대한 공원처럼 꾸며 놓았다.
내가 본관 입구에 착지하는 것과 본관 주변에서 경계를 서던 수십 명이 넘는 무인들이 무기를 꺼내는 것은 거의 동시에 벌어진 일이었다.
주변을 잠시 둘러보다 손가락을 튕겼다.
따악.
그 소리와 함께 수십의 무인들에 손에 쥐어져 있던 무기가 일제히 하늘로 솟구쳤다.
간단한 거다.
그냥 마나로 통제권을 뺏어 온 것에 불과하다. 일종의 잡기술 같은 거다.
그중 가장 강해 보이는 남자에게 물었다.
“성주를 좀 보러 왔는데, 안에 계신가?”
“……이곳에 왜 온 것이오? 오늘 누군가와 약속이 되어 있다는 보고는 들은 적이 없는데.”
어깨를 으쓱했다.
꼭 약속을 해야 하나.
난 내 직감을 믿는다. 지금 내 직감이, 아까부터 아니, 어제부터 계속해서 외치고 있었다.
빨리 성주 류진을 만나라고.
무슨 일이 벌어지건, 그 어떤 유혈 사태가 벌어지건 반드시 성주 류진을 만나라고.
그 뒤에 벌어지는 일들을 수습하는 건 어차피 내가 할 일이다. 나는 지금부터 벌어질 모든 일들에 대해서.
책임을 질 것이다.
“딱 한 번만 말하지. 전부 비켜라. 내게는 너희들에게 낭비할 시간이 없다.”
무인들이 쉽게 자리를 비켜 주었으면 했지만 세상 일이라는 게 그렇게 쉽나.
그들이 일제히 기운을 끌어올렸다.
하나하나가 전부 적색 마스터 이상이다.
확실히 천하성 본관을 지키는 이들다웠다.
그들이 달려든다.
잠시 눈을 감았다.
한숨을, 쉬고 말았다.
어쩔 수 없네.
그대로 펼치고 있던 주먹을 꽉, 말아쥐었다.
하늘에 떠 있던 무기들이 일제히 땅으로 내려찍힌다.
콰아아아앙-!!
굉음이 터지며 사방으로 핏물이 치솟았다.
수십 명의 무인, 정확히는 스물다섯 명이었다.
그들의 몸에는 자신들의 무기가 하나씩 꽂혀 있었으며 모두 땅에 박힌 채 고통 어린 신음을 내뱉고 있었다.
일단 죽이지는 않았다.
어떤 상황이 벌어질지 모르니까.
그대로 수십 명을 제압한 뒤 나는 본관으로 향했다.
약도는 영월이 대충 알려 주었고 그 약도를 따라 걸음을 옮겼다.
자연스럽게, 내 눈앞에는 벽숙수라는 정보원이 사진으로 찍어 준 철문이 등장했다.
주변을 둘러보았다.
막는 이는 없었다.
기운을 퍼트렸다. 안쪽에 ‘무언가’ 있다.
굉장히 흉포하면서도 불길한 그것은, 오랜만에 내 심장을 뛰게 했다.
문을 열었다. 끼이익, 다시 걸음을 옮겼다.
복도를 지나자 거대한 공동이 나온다.
그리고.
그곳에 선 나는 할 말을 잃은 표정을 짓고 말았다.
“…….”
그럴 만도 했다.
내 눈앞에 펼쳐진 이 광경이라면, 내가 아니라 그 누구건 나와 같은 반응을 보였을 테니까.
“이건 또 몰랐어. 우리 황태자 전하가 이 정도로 경우 없는 인물이었을 줄이야.”
“지금, 무슨 짓을 하고 있는 거지?”
웬만하면 성주라는 자리를 존중해서 말을 높이겠지만 이건 아니다. 좋은 말이 나오려야 나올 수가 없었다.
“약속도 없이 이렇게 남의 개인 공간에 들어오는 사람이 말도 짧네. 이봐, 태자 전하. 여긴 서대륙이 아니야. 공과 사 구분 정도는 해야지. 언제까지 애처럼 굴 건데?”
미간이 구겨진다.
“무슨 짓을 하고 있는 거냐고 물었는데.”
천하성주 류진이 빙긋 웃었다.
“무슨 짓을 하고 있었냐……. 대답해 주지 못할 것도 없지. 황태자니까 잘 알지? 하프 블러드.”
고개를 끄덕일 필요도 없었다. 하프 블러드에 대해 모르는 서대륙 주민들은 없으니까.
“이런 생각 안 해 봤어? 초월자들은 피나는 노력을 통해 종을 초월했잖아. 나도 그렇고, 너도 그렇고. 그런데 엄밀히 말하면 그 초월자들 모두가 마나의 사랑을 받는 건 아니야. 마나의 사랑을 받는 드래곤들과 흡사한 수준의 재능을 지닌 것뿐이지.”
“…….”
“자, 그럼 이렇게 생각해 보자고. 종을 초월한 이후에 그들의 재능은 과연 드래곤들을 넘었을까?”
나는 저 답을 안다. 답은.
“아니지. 넘기는 뭘 넘어. 그럴 리가 없잖아. 엄밀히 말하면 초월자로 넘어가는 재능과 마나의 재능은 달라. 서로 영향을 주는 관계고 마나의 재능이 뛰어나면 초월자로 올라갈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 그게 전부야. 그런데 드래곤급에 비견되는 마나의 재능을 가진 건 내가 알기로 현 황제이자 우리 태자 전하의 아비 말고는 없어. 그럼 이렇게 생각해 보자고, 과거에 동대륙을 비롯해 서대륙에 거대한 족적을 남겼던 존재들이 되살아나 하프 블러드가 되면 어떻게 될까. 그냥 하프 블러드가 아니야. ‘로드 드래곤’을 재료로 한 하프 블러드야. 과연 결과가 어떨까.”
그대로 허리춤에 있던 천마신검의 손잡이를 움켜쥐었다.
스르릉, 검이 뽑힌다.
류진은 신경 쓰지 않고 말을 이었다.
“간단해. 더 강한 힘을 지닌 존재가 되겠지. 태자 전하야, 내가 정말 궁금해서 물어보는 건데, 예기치 못한 일은 언제 벌어지는 걸까?”
“…….”
“정말 예기치 못한 상황에 벌어지니까 예기치 못한 일인 거야. 아직 소식 못 들었나 봐?”
“무슨 소식?”
“천마 영정, 그가 부활했어.”
“…….”
“곤륜산으로 보냈는데, 지금쯤 눈 뜨지 않았을까 싶네. 그리고 천외천의 혁진강도 부활했어.”
미간이 구겨졌다.
“우리 주령한테 아무 데다가 가져다 놓으라고 해 놨는데 어디에다 놨을까. 나는 잘 모르겠네.”
“…….”
“아, 저 불꽃이 뭐냐는 표정을 짓고 있네. 설명해 줘?”
내 시선은 류진의 뒤쪽에서 거대한 불을 피워내고 있는 작은 보석을 향해 있었다.
류진이 짧게 말했다.
“성화야. 천마신교의 신물이지. 어떤 효능을 지니고 있냐면 존재하는 것의 완전한 재생, 나도 몰랐어. 이렇게 미친 물건일 줄은.”
눈을 감았다.
내가 정말 궁금했던 건 그딴 게 아니다. 류진의 한쪽 팔에는 비늘이 돋아나 있었다.
흡사, 드래곤의 그것처럼.
“내가 왜 사천을 넘겨준 건지 궁금해?”
답하지 않았다.
“어차피 가져올 자신이 있었으니까. 어차피 내 땅이니까. 네가 잠시 가져간다고 해도 어떤 식으로든 내 땅이 될 테니까. 내가 필요했던 건 시간이야. 이론으로는 이미 완성시켜 놓았던 것들이라 일주일 정도면 완벽하게 모든 실험을 끝낼 거라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더라고.”
류진이 검지를 치켜들었다.
“딱 하루, 하루가 필요했어. 하루면 되더라.”
천천히 기운을 끌어올렸다. 천마신검이 진동한다. 내 몸이, 검게 물든다.
그대로 눈을 뜨며 검을 휘둘렀다.
동시에 류진이 몸을 옆으로 틀었다.
서걱-!!
류진의 뒤쪽에, 성화의 불길에 휘감겨 있는 물체가 있었다. 단순한 드래곤의 시신이 아니었다. 드래곤과 인간이 합쳐져 있는 해골이었다. 그게 반으로 갈라진다.
류진이 묘한 미소를 짓는다.
“원래는 ‘황제의 복제품’을 만든 이후에나 실행하려고 했는데, 이건 나도 감당이 안 될 것 같더라, 무엇보다 네가 눈치챌 거 같아서 계획을 앞당긴 건데, 제법이야.”
류진의 몸에서도 기운이 뿜어져 나왔다.
그건, 내 상상 이상의 기운이었다.
“자, 오늘부터 동대륙은 혼란에 휩싸이게 될 거야. 이 혼란을 정리하고 제패하는 자가.”
그의 오른쪽 발꿈치가 땅을 짚는다. 그와 동시에 그의 몸이 사라졌다. 그는, 내 오른쪽에 있었다.
“동대륙의 왕이 되는 거야.”
천마신검을 강하게 휘둘렀다.
콰아아아아앙-!!!
굉음이 터지며 류진이 뒤로 두 걸음, 나는 네 걸음 밀려났다.
류진이 웃으며 재차 자리를 박찬다.
그래, 이거면 된 거다.
류진은 생각보다 더 미친놈이었다.
이 자리에서.
죽여 놔야겠다.
나도 자리를 박찼다.
콰아아아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