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Legendary youngest son of the marquis RAW - Chapter (638)
제 639화
동대륙의 상황은 빠르게 정리되었다.
사실 정리라고 할 것도 없었다.
동대륙의 천하성만 정리하면 됐으니까.
이미 모든 것이 끝났다.
동대륙 주민들 중 대다수는 수백 기가 넘는 키메라가 동대륙을 침공할 뻔했다는 사실 자체를 몰랐다.
그들이 알기도 전에 다니엘이 90프로 이상을 죽였고 나머지를 타노스를 비롯한 초월자들이 모조리 죽여 버렸으니까.
아는 게 이상했다.
천마신교의 대호법인 영월은 빠른 속도로 천하성을 집어삼켰다.
천마신교의 주축이라 할 수 있는 장로들을 모조리 소집했다.
양불휘와 유설하도 예외는 아니었다.
심지어 타노스도 그들을 도왔다.
타노스가 코를 긁적이며 유설하에게 물었다.
“저 사람 이름이 영월이라고 했습니까?”
“네. 초면이신가 봐요?”
“전에 도련님을 보러 갔을 때 스쳐 지나가듯 본적은 있지만 통성명은 하지 않았습니다. 초면이라고 봐도 무방하죠.”
유설하는 말을 높이고 있었다.
타노스가 어리고, 타노스가 어렸던 시절부터 쭉 봐 오긴 했으나 현재 직책이 수호자다.
말을 높이는 게 맞다. 타노스도 유설하를 존중한다. 말을 높이는 건 당연했다.
“딱딱하네. 그때 그 덩치 큰 꼬맹이랑 그 꼬맹이한테 혼기 사용법도 미리 알려 줬던 사람이 여기서 뭔 격식을 차리고 있어?”
양불휘였다.
양불휘의 말에 유설하가 웃었고 타노스도 웃었다.
“몸은 좀 괜찮으십니까?”
타노스의 질문에 양불휘가 어깨를 으쓱했다.
“괜찮지. 몇 대 맞는다고 뒈질 정도로 약골은 아니야. 내가.”
“조금 더 쉬고 계십시오. 기력이 많이 상해 있을 테니까.”
“그때 그 꼬맹이가 내 걱정도 해 주고, 세상 좋아졌네.”
“더 좋아질 겁니다.”
타노스가 주변을 둘러보았다. 어수선하긴 했지만 이건 시작이다. 타노스는 확신이 있었다.
메론이, 아니, 다니엘이 성군이 될 거라는 확신이.
“급한 일도 다 처리했고, 거슬리는 애들도 저기 다 잡아 놨으니, 난 쉰다. 대호법이 와서 뭐라 하면.”
“제가 커버 쳐 드리겠습니다.”
“이거, 덩치만 큰 게 아니라 예의와 격조까지 갖췄네. 상남자야. 마음에 들어.”
그렇게 양불휘는 맨바닥에 드러누웠다.
타노스가 고개를 돌렸다.
멀리서 손가락으로 여기저기 지시하고 있는 긴 머리의 여인이 보인다.
그녀를 타노스는 앞서도 말했듯 처음 본다.
그런데 이런 생각이 계속 들었다.
보면 볼수록 물건이라고.
“점령이 이렇게 쉬운 건 줄은 몰랐네.”
“원래부터 정보상으로 활동하던 사람이니, 류진에게 충성하는 이들과 충성하지 않는 이들은 진작부터 파악해 놨을 거예요.”
유설하의 말에 타노스가 바로 되물었다.
“정보상 말씀이십니까?”
“보기엔 왜소해 보여도 회천교의 총책 출신이에요.”
“……회천교면 그 천마신교의 잔당들이 만들었던 그곳 말씀이십니까?”
“모르셨나 봐요?”
“서대륙의 일에 집중하다 보니 동대륙의 일엔 신경 쓸 겨를이 없었습니다.”
작게 직무 유기죠, 중얼거리는 타노스에게 유설하가 웃어 보였다.
“한 사람이 많은 것을 할 수는 없어요. 가뜩이나 도관 내에서도 세력이 나누어져 있지 않나요?”
“모르시는 게 없으십니다.”
“남편 덕에요.”
타노스가 다시 영월을 바라보았다.
류진이 죽은 이후, 영월은 빠르게 움직였다.
보통 사람이라면 천하성의 무인들을 곧장 제압했을 거다. 하지만 영월은 그러지 않았다.
어차피 그들은 명령 계통이 무너져 있기에 무언가를 할 겨를이 없다.
물론 조금의 시간만 있으면 그들은 알아서 체계를 조직하고 움직일 거다.
다니엘의 세력인 천마신교를 공격한다거나, 혹은 지하 깊숙한 곳으로 숨어들어 게릴라전으로 천마신교의 세력들을 죽여 나간다거나.
뭐든 할 수 있다. 그들의 수준은 꽤 높았으니까.
파악된 적색 마스터만 30명, 중급과 하급이 80명이다.
그 아래는 더 말할 것도 없다. 백 단위는 기본으로 넘어가니까.
당연히 천하성 내부의 인원만 이야기한 거다.
천하성 외부, 동대륙 전체를 보았을 때 류진을 추종하는 이들의 수는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많다. 외부는 조금 나중에 생각해도 된다.
영월은 천하성을 공략할 때 천마신교의 모든 전력으로 보급과 첩보를 책임지는 이들을 습격했다.
천하성이 명령을 내릴 때 우선순위는 성주, 주령, 대당주, 당주 순이지만 그 명령을 전달하는 이들은 천하성의 첩보, 즉 류진의 첩보 부대, 그리고 보급 부대다.
이 두 개의 부대를 완전히 점령한 뒤, 그들로 류진을 따르는 이들을 전부 한곳에 모았다.
그렇게 정리한 거다.
이 모든 과정에서 걸린 시간은 1시간.
정확히는 1시간이 아니라 거의 40분에서 50분 사이다.
지금 영월의 앞에 무릎이 꿇려 있는 저 110명의 사람들이 류진을 따르는 마스터들이다.
천마신교의 나머지 장로들에게 마저 명령을 내린 영월이 타노스에게 다가왔다.
타노스는, 이번에도 묘한 느낌을 받았다.
걸어오는 그녀의 모습이 매우 느리게 보인다고 해야 할까.
“고맙다는 말이 늦어져서 미안해요.”
“아…… 예.”
“감사합니다. 수호자님의 도움이 없었더라면 이렇게 빠르게 혼란을 수습할 수 없었을 거예요.”
“제가 한 게 뭐가 있겠습니까. 그저 영월 님이 잘해 주셨을 뿐입니다.”
영월이 웃는다.
그 모습을 보며 타노스는 자기도 모르게 웃었다.
뭔가 보기만 해도 마음이 편해진다고 해야 할까.
“식사는 하셨습니까?”
반사적으로 나온 질문이다. 영월이 잠시 고개를 갸웃한다. 그 모습조차 뭔가 빛나 보였다.
“아직이요. 그러고 보니 점심도 안 먹었네요. 벌써 오후 4신데.”
“그럼 식사라도 같이하시겠습니까?”
영월이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래도.
타노스에게 봄이 온 모양이다.
* * *
잭과의 가벼운 대련 이후, 서대륙에 있던 모든 이들은 하늘이 반으로 갈라져 있는 것을 보았다.
엄청난 굉음과 함께 하늘이 갈라진다? 누가 봐도 보통 일이 아니다.
심지어 그게 밀로스 제국의 황제가 거주하는 천공성의 하늘 위에서 벌어졌다.
서대륙 주민들이 잠시 혼란에 빠져 있을 무렵, 그것을 명확하게, 그것도 매우 가까이에서 본 이들이 정확히 두 명 있었다.
황후이자 불멸의 네크로맨서라 불렸던 발렌타인 밀로스.
그리고 현재 마수의 숲을 지배하고 있으며 마수의 숲 주인이라 불리는 진조 뱀파이어 샬롯 드 로얄.
이 두 명은 그 모든 것을 거의 눈앞에서 지켜보았다.
“……저게 다니엘…… 맞죠?”
“……맞다. 정말이지, 확실히 피는 못 속이는구나.”
“그 피에는 황후님의 피도 들어가 있는 거 아시죠?”
“알지. 아니까 하는 소리다. 이로써 밀로스 제국에 마신경의 괴물이 두 명이 되었구나.”
샬롯은 할 말을 잃었다.
솔직히 재능이 부족하다는 생각은 안 해 봤다.
지금 이미 마신경에 올라 있는 셀보다도 달린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셀과 여러 번 대련을 했었고 샬롯은 거의 10번 중 7번 정도를 이겨 왔으니까.
물론 10년 전을 기준으로 한 거다.
자연경에 먼저 도달한 것도 샬롯이다. 그런데 추월당했다.
더 어이가 없는 건 이젠 스무 살밖에 안 된 다니엘에게도 추월당했다는 거다.
“너무 상심하지 말거라.”
샬롯이 고개를 돌렸다. 항상 그러했던 것처럼 발렌타인이 샬롯의 머리를 쓸어내려 주고 있었다.
“저기 있는 황제 놈이 시간을 돌렸다고 하지 않았더냐. 시간을 돌리고 또 돌려서 얻어낸 결과다. 너의 경우와는 매우 달라.”
“……달라도 마신경에 오르는 건 선택받은 자들만 가능한 거잖아요.”
발렌타인이 고개를 저었다.
“선택받은 자들이 아니라, 포기하지 않는 자들이 오르는 경지다.”
샬롯은 발렌타인의 얼굴을 보자 가슴이 편해졌다.
“……전부터 여쭤보고 싶었던 건데, 여쭤봐도 될까요?”
“해 보거라.”
“많이 실례되는 질문일 수도 있어요.”
발렌타인이 부드럽게 웃었다.
“괜찮다. 해 보거라.”
“……왜 황후님은 마신경에 오르지 못했나요?”
예민한 질문일 수도 있지만 정말, 기회가 된다면 꼭 해 보고 싶은 질문이었다.
발렌타인이 고개를 돌렸다.
잭이 보였다. 잭은 매우 후련한 표정을 짓고 있었는데, 거기에는 안도감도 포함되어 있었다.
그리고, 그런 잭이 끌어안고 있는 남자.
다니엘 밀로스.
눈에 넣어도 안 아플 그 아이를 바라보며 발렌타인이 말했다.
“말했잖느냐. 포기하지 않는 자만이 오를 수 있는 경지라고.”
“…….”
“그 말은 마음에 여유를 가진 이들은 오를 수 없다는 뜻이기도 하다.”
“여유요?”
“나는 말이다. 항상 부딪치면서 살아왔어.”
발렌타인의 목소리에는 약간의 슬픔이 담겨 있었다.
“기다림의 세월이었지. 그러다 저 녀석을 만났다.”
“…….”
“저 녀석과 이어지고 나서부터 여유가 생기더구나. 행복이라는 것을 느끼고 더 높은 곳을 노릴 이유가 없어지고. 그래, 나는 결국 포기를 한 것이다. 행복과 바꾼 것이지.”
이번에는 발렌타인이 샬롯의 어깨를 쓸어내렸다.
“생각해 보거라. 마음에 여유가 언제부터 생겼는지, 그리고 그 여유가 생긴 것을 언제부터 느꼈는지.”
샬롯이 침을 꿀꺽 삼켰다.
큰 깨달음이라고 해야 할까.
마수의 숲의 주인이 된 이후, 샬롯은 분명 마음의 여유를 얻었다. 몰락한 종족인 뱀파이어의 부흥을 추구했고 성공했다. 서대륙에서 뱀파이어들은 보급청, 감찰청, 그리고 일반 상인, 아티펙트 제작자, 전혀 가리지 않고 온갖 곳에서 활동한다. 여유가 없는 게 이상했다.
샬롯의 목표는 마신경이 되는 게 아니었으니까.
“셀은 포기하지 않았다. 여유 같은 건 가질 새도 없이 단 하루도, 그리고 단 한 순간도 멈추지 않았어. 내가 아는 한 셀은 그런 과정을 거쳤다. 지독한 외로움과 싸우면서 더 높은 경지를 추구했어. 다니엘도 마찬가지다.”
발렌타인이 손을 내리며 다니엘을 바라보았다.
“저 황제 놈의 뒤를 잇고자 하는 그 의지는 녀석을 살아 있게 했고 셀을 향한 녀석의 마음은 원동력이 되었지. 그저 그뿐이다. 대답이 되었느냐?”
“네. 의문도 풀렸고요.”
잠시 말을 멈춘 샬롯이 발렌타인에게 재차 물었다.
“그런데, 저는 풀렸는데 황후님께서는 아직 기분이 안 풀리셨나 봐요.”
“내가 말이냐?”
“……네. 아까부터 폐하를 ‘황제 놈’이라고 부르시길래…….”
분명 발렌타인이 따로 부르던 호칭이 있긴 하다.
하지만 그 호칭들 중에 황제 놈은 없다.
아무리 생각해도.
“괘씸하더구나.”
“……시간 회귀, 그거요?”
“그래, 혼자 안고 가겠다는 마음가짐은 둘째다. 아들의 죽음을 수도 없이 방관했다는 점, 세상을 실험대로 삼았다는 점, 아무리 시간을 돌릴 수 있다고 쳐도 도저히 용서가 안 되는구나.”
“결과적으로 좋았는데도요?”
“결과만 좋았지. 그 과정 중에 흐른 피를 어찌 무시할 수 있겠느냐.”
발렌타인이 걸음을 옮긴다.
망설임 없이 걸어간 발렌타인을 잭이 발견했다.
잭이 웃는다.
“봤어? 우리 아들이 이렇게 강해져서 돌아…….”
뻐어억-!!
발렌타인의 주먹이 그대로 잭을 후려쳤다.
그대로 잭이 날아간다.
당연한 사실이라 언급하지 않았는데, 천공성은 하늘에 떠 있다. 그래서 천공성이다.
지금 날아간 잭은 천공성 아래로 떨어졌다.
발렌타인은 관심 없다는 듯 고개를 돌린 뒤 다니엘을 끌어안았다.
“고생했다. 정말 고생했어. 그리고 미안하구나.”
“……아닙니다.”
다니엘이 웃었다.
발렌타인의 품에 파고들며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고맙습니다. 어머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