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Legendary youngest son of the marquis RAW - Chapter (640)
제 641화
스승님이 물었다.
“대화는 잘 끝났느냐.”
“예. 잘 끝났습니다.”
“설마 말로만 대화를 하고 온 건 아니겠지?”
“당연히 아닙니다.”
스승님이 더 말해 보라는 듯 나를 바라보았다. 눈으로 재촉하는 느낌이다.
“얼굴을 오른 주먹으로 한 대, 복부를 발로 한 대. 총 두 대 때렸습니다.”
“세기는?”
“전력을 다했습니다. 아버지가 피 흘리는 거, 저는 오늘 처음 봤습니다.”
“그거, 참 볼만했겠구나. 못 본 게 아쉬울 정도야.”
그런 스승님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왜 그렇게 바라보느냐.”
“아버지와 얽힌 감정을 푸실 생각은 없으십니까?”
“…….”
“스승님의 모든 것을 제가 컨트롤하거나 그러고 싶은 생각은 없습니다. 그저.”
“그저?”
“……제 잘못입니다.”
진심이었다.
“힘을 원한 것은 저였습니다. 아버지를 괴물로 만든 건 저고요. 스승님과 아버지가 싸운 이유도 결국에는 저 때문입니다.”
스승님이 고개를 저었다.
“근원을 거슬러 올라간다면 끝도 없는 법이다. 대화 정도는 해 볼 생각이 있다. 하지만 그게 지금은 아니다.”
“그렇군요.”
더 이상 그 부분에 대해서는 이야기하지 않았다.
둘 사이에 쌓인 유대가 생각보다 깊다.
그럼, 언젠가는 화해하게 될 것이다.
“천마신교의 부교주 자리를 맡아 주십시오.”
“싫다.”
“왜요?”
“싫다면 싫은 거다.”
“이유 없이 싫다고 하시면 저로서는 당황스러울 수밖에 없습니다.”
스승님이, 아니, 셀이 묘한 눈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부교주 자리를 왜 내게 주려 하는 것이냐. 나 말고 다른 적임자가 더 있을 텐데.”
고개를 저었다.
“적임자는 없습니다. 애초에 저는 부교주 자리를 두고 스승님을 생각했습니다.”
손으로 셀의 볼을 쓰다듬었다.
“제가 가장 믿는 사람이고, 제가 가장 사랑하는 사람이니까.”
“…….”
“제가 보기보다 낯간지러운 말은 잘 못 합니다. 아버지와 어머니한테 사랑한다고 말해 본 적이, 아마 10년은 더 됐을 겁니다.”
“지금의 나이 기준으로?”
“네.”
그대로 셀의 입술에 내 입술을 가져다 댔다.
체리 맛이 난다고 해야 하나. 부드러웠다. 바로 떼며 말했다.
“그러니 부교주 자리 좀 맡아 주십시오.”
“……임기는?”
넘어온 것 같다.
“없습니다. 무제한입니다. 왜냐면.”
잠시 말을 멈춘 뒤 입가에 미소를 띠며 말을 이었다.
“제가 사랑하는 사람이니까. 스승님을 제 곁에 둘 겁니다. 놔줄 생각은 없습니다. 스승님이 싫다고 하셔도 안 놓을 겁니다.”
“그거 참 무서운 말이구나.”
“무서운 만큼 달콤하지 않습니까?”
“어디 가서 주둥이를 단련해 온 것도 아니고, 제법 말솜씨가 늘었어.”
“감사합니다. 그래서, 맡아 주시는 겁니까?”
“그래, 맡아 주마.”
셀을 꽉 끌어안았다.
서로 맨살이라 셀의 몸이 더더욱 자극적이게 느껴진다. 심지어 이불도 없다. 산 정상에서 자연경관을 바라보며 알몸으로 사랑하는 사람을 안는다. 이게 천국이지.
내 품에 안겨 있던 스승님이 물었다.
“그런데, 서대륙에서 도관을 청소하는 일을 맡았다고?”
“예. 아버지가 저보고 도관을 완전히 흡수하랍니다.”
“……흡수라…….”
셀은 바보가 아니었다.
“피가 많이 흐르겠구나.”
“적게 흐를 수도 있습니다. 짐작 가는 게 없지는 않아서요.”
“내가 알고 있는 정보를 알려 주는 건.”
“안 됩니다. 제가 혼자 하겠습니다.”
“그럼 출발은 언제 할 것이냐.”
“동대륙에서 일주일 지낼 생각입니다.”
“일주일? 도관의 관원으로 시작하는 날이 일주일 뒤 아니더냐.”
“텔레포트로 넘어가서 시작하면 됩니다. 급할 게 뭐가 있겠습니까.”
나는 셀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내고 싶다.
진심이다.
그렇게, 나는 셀과 용의 협곡에서 일주일 동안 사랑을 나눴다.
미친놈처럼.
* * *
도관.
밀로스 제국에서 이 조직을 무시하는 이는 단 한 명도 없었다.
베일에 싸인 조직이었으며 그들의 힘은 밀로스 제국을 이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소속된 적색 마스터만 해도 공개된 숫자가 무려 70명이다.
겉으로 활동하는 이들보다 뒤에서, 정체를 숨긴 채 활동하는 이들이 더 많다.
빙산의 일각, 그 자체라고 해야 할까.
그 정도의 인물들이 서대륙은 물론 동대륙 전국 곳곳을 돌아다닌다.
그들이 하는 일은 크게 한 단어로 정리할 수 있었다.
첩보.
전 국토를 돌아다니며 어떤 권력자의 비밀부터 시작해 그 권력자의 세력, 그 주변 인물들 중에는 위험인물이 있는지.
밀로스 제국의 미래에 해가 될 존재가 있는지.
도관은 그 모든 정보들을 모은다.
사람이 항상 부족했고 반드시 능력이 있는 이들만을 써야 하기에 도관은 최정예 부대일 수밖에 없다.
그런 부대는 최정예 부대답게 최정예, 즉 소수 인원이 팀을 이뤄 움직인다.
서대륙에 있는 여러 개의 공작령 중 한 곳인 이곳에서, 정확히 다섯 명의 남자가 작은 술집에 모여 담소를 나누고 있었다.
구석에서 팔짱을 끼고 있던 남자가 입을 열었다.
“신입이 오는데, 우리가 전부 올 필요가 있습니까?”
그의 질문에 조용히 술을 마시고 있던 남자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 남자의 볼에는 긴 흉터가 하나 있었다. 그가 이 자리의 리더였다.
리더가 답했다.
“그냥 신입이 아니더군.”
“그럼 뭐 대단한 신입입니까?”
“그냥 대단한 것도 아니던데.”
피식, 누군가 웃었다.
대체.
“뭐가 대단한 겁니까? 무슨 어디 공작가의 후계자라도 된답니까?”
“그건 아니다. 알아보니 평민이더군.”
리더의 말에 네 명의 남자가 하, 코웃음을 쳤다.
리더가 말을 잇는다.
“그 평민이, 지금 동대륙을 떠들썩하게 만든 ‘메론’이다.”
코웃음을 치던 네 명이 동시에 입을 다물었다.
묘한 침묵이 자리한다.
이해가 안 갔다. 앞서 처음 질문했던 남자.
그는 콧수염을 기르는 남자였는데, 본명은 제이콥 램지. 코드 네임으로는 콧수염을 기르는 남자답게 콧수염이다. 당연히 저기에 있는 ‘리더’도 코드 네임이다.
콧수염이 말했다.
“그 미친놈이 왜 여기로 온답니까? 아니, 감찰관이 관원으로 온다? 이런 경우가 있긴 했습니까?”
“그냥 감찰관도 아니었지. 동대륙의 임시 감찰청장까지 했던 놈이다. 아카데미 수석이기도 했고.”
어이가 없었다.
콧수염은 진심으로, 이해가 가지 않았다.
“사실 평민이 아니라 대단한 배경이라도 있는 겁니까?”
그제서야 리더가 피식 웃는다.
“대단한 배경이 있었으면 관원이 아니라 그냥 동대륙 감찰청에서 계속 있었겠지.”
이 말이 뜻하는 바는 간단했다.
술이 아닌 우유를 마시던 남자가 작게 중얼거렸다.
“눈 밖에 났나 보네.”
“그래, 그거밖에 없다. 동대륙의 정보가 한정되어 있어 자세하게 알아낼 수는 없었지만 배경 없는 평민이 너무 날뛰었어. 능력이 있는 것과는 별개로 그런 폭탄을 안고 있는 건 미친 짓이지.”
“그런데 그 미친 짓을 우리가 하게 되겠네.”
“그것도 모르는 거다. 왜 우리가 짬 처리를 하나. 능력 없으면 알아서 도태되겠지.”
솔직히 말하면 리더는 지금 새로 발령된 이 새로운 관원에게 개인적인 감정은 없었다.
같은 평민 출신이기도 하고, 아니지.
조금 더 정확하게 말하면 리더는 초창기 도관 출신이다.
즉, 산티아리우 섬 출신의 남자였고 당시에는 너무 어렸다.
15살.
심지어 고아였다. 섬 출신의 고아.
아무리 초창기 도관 출신의 인물들이 고위직을 선점했다고 해도 ‘평민’인 것은 변하지 않는다.
이 자리까지 올라온 것도 쉽지 않았다.
능력을 증명했기에 평민으로서 도관의 ‘대전사’가 된 거다.
리더가 탁자를 툭 쳤다.
“오랜 전통이지. 도관에 새로 발령받는 이들은 대가리의 나사가 하나 빠진 놈이거나, 미친놈이거나, 오만한 놈이거나.”
“리더, 그건 좀 섭섭한데. 우리가 미친놈이라는 거야?”
“적어도 정상은 아니지.”
“…….”
“신입도 속이 많이 쓰릴 거다. 감찰관으로 승승장구할 업적을 세웠는데도 여기로 ‘좌천’되었으니.”
모두가 어깨를 으쓱했다.
리더가 말을 잇는다.
“한 팀으로 움직이게 되었으니 괜한 군기 같은 건 잡지 말고 잘해 줘라. 자료를 보니까, 아직 스무 살밖에 안 됐더군.”
“어리네.”
“어려도 스무 살에 ‘적색 마스터’다.”
누누이 말해왔다.
잭도, 타노스도, 그리고 셀도.
도관에는 문제가 있다. 파벌이 나뉘어 있는 것은 두 번째 문제다. 첫 번째 문제는, 도관 내에서 서로가 서로를 속인다는 거다.
기존에 있던 정보를 숨기고, 그 정보가 퍼지는 것을 막는다.
이들은 메론의 경지를 적색 마스터, 즉 상급 마스터로 알고 있다. 그럼에도 모두가 눈을 크게 떴다.
“……괴물이네.”
“그 괴물을 버리는 것도, 품는 것도 위에서 판단하겠지만 우리는 녀석을 같은 식구로 생각할 거다. 이의 있나?”
모두가 동시에 답했다.
“없습니다.”
“그래, 그럼 되었다.”
그렇게 약 5분 정도의 시간이 흘렀다.
끼이익.
문이 열린다.
그리고 그곳에서 거대한 장포를 걸치고, 허리에 거의 자신의 키만 한 검을 허리춤에 찬 채 걸어오고 있는 남자가 있었다.
드르륵, 드르륵.
검이 땅에 끌린다.
첫인상이 너무 인상적이었다.
리더와 콧수염, 그리고 나머지 세 명이 잠시 넋을 놓고 그를 쳐다보았다.
머리는 길었다. 그 긴 머리를 뒤로 질끈 묶고 있는 그는, 솔직히 말하면 굉장히 잘생겼다.
그의 걸음은 최연소 감찰청장의 자리를 넘보다 도관의 일반 관원으로 좌천된 이의 걸음이라 볼 수 없었다.
너무나도 당당했으니까.
그가 말했다.
“당신들이 ‘세이건 후작가’의 첩보를 맡은 세이컨 전담특수부 4팀인가?”
순간 멍했다.
잠시 서로를 바라보았다. 눈으로 대화했다.
저거 폐급 새낀가?
신입이 다가와 빈자리에 앉았다.
“얼굴들 보니 상태는 좋은 거 같은데, 성과는 어떻게 되고 있지? 좀 듣고 싶군.”
앞서도 언급했듯 도관의 관원들의 임무는 첩보다.
밀로스 제국에 해가 될 존재들만을 감시하고 뒤를 캐는 게 아니다. 중요 인물들도 포함된다.
정확히는 중요 인물들의 뒤를 캐는 게 도관의 주요 임무다.
괜히 전 대륙에서 도관을 두려워하는 게 아니다. 황제의 직속 호위 부대라서 두려워하는 게 아니다. 뒤를 캐는 거.
이게 가장 컸기에 두려워하는 거다.
얼마 전에 공작으로 승작한 칼 세이건.
그는 중앙감찰 청장으로서 감찰청의 꼭대기에 있는 사람이다.
그의 뒤를 캐지 않는다면 그게 더 이상했을 거다.
칼 세이건은 국가의 매우 중요한 인물이 되었고, 그가 어떤 인물인지 이미 도관은 파악하고 있지만 더 자세하게, 파야 할 필요성을 느꼈다.
그래서 조직한 게 세이건 특수전담부다.
특수부는 총 4개의 팀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각 팀장들은 도관의 대전사들로 이루어진다.
이들은 칼 세이건의 뒤를 더 자세하게 파는 것이 목적이다.
그중 4팀에 새로 신입이 파견됐는데, 그게 메론이다.
4팀의 관원들이 멍하니 메론을 바라보았다.
귀가 먹을 나이는 아니다. 잘못 들은 게 아니라는 뜻이다.
와.
콧수염은, 도저히 묻지 않을 수가 없었다.
“너 미쳤냐?”
질문이었지만 속으로는 이미 확신하고 있었다.
신입이, 제대로 미친 게 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