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Legendary youngest son of the marquis RAW - Chapter (68)
제 69화
수표를 한 장 한 장 넘기며 확인했다.
5장의 수표를 넘기고 마지막 수표를 보았을 때, 의아함이 생겨난다.
“50만 골드라고 했던 거 같은데?”
앞에 있는 5장의 수표는 각각 10만 골드라는 금액이 써 있었지만 마지막 수표는 달랐다.
“이 5천 골드는 뭐야?”
“제가 지금 현재 융통할 수 있는 돈의 절반입니다.”
내 말이 너무 단조로웠나.
그러니까.
“네가 융통할 수 있는 돈이면 네 돈이라는 소리잖아? 왜 그걸 나한테 주는 건데?”
“몇 가지 여쭤볼 게 있습니다. 그 질문에 답해 주시면 그 5천 골드에 추가로 5천 골드를 더 드리겠습니다.”
거참.
누가 정보 길드 출신 아니랄까 봐.
“민감한 문제는 답 안 해 줄 건데? 그래도 괜찮으면 계속 진행하고, 아니면 지금이라도 안 늦었으니 이거 다시 가져가.”
묘한 표정을 짓던 아베이루가 수표를 건네는 내게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구체적인 대답은 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정보의 가치는 스스로 판단하겠다?”
“그런 셈이죠.”
어깨를 으쓱했다.
“물어봐. 뭔데?”
“펜타닐 용병단. 전부 죽인 겁니까?”
그 말을 듣자마자 든 생각은, ‘아, 이 아베이라는 놈은 역시 재미있는 놈이었구나’ 하는 생각이었다.
하필이면 ‘전부 죽었습니까’가 아니라, ‘죽인 겁니까’라는 질문.
“초장부터 너무 속을 드러내는 거 아니냐? 내 배후에 누군가 있냐, 아니면 내가 직접 죽였냐. 그걸 듣고 싶은 거 같은데, 그냥 깔끔하게 답해 줄게.”
나는 살짝 스승님을 바라보고는 다시 아베이루를 바라보았다.
“내가 죽였어. 시체도 찾지 못하게 전부 지워 버렸지.”
“……그렇군요.”
솔직히 걔들을 죽인 건 스승님이긴 한데, 그냥 편하게 가자 편하게.
보자.
이 질문으로 아베이루가 얻어 낼 수 있는 정보는 뭐가 있을까.
일단 내 머릿속에 정확히 두 개가 떠오른다.
첫째는 펜타닐 용병단이 전멸했다는 사실을 확답받았다는 것.
둘째는 펜타닐 용병단을 순식간에 지워 버릴 만한 어떠한 힘이, 적어도 잭 발란티에라는 존재와 함께하고 있다는 거.
그렇게 생각하고 있던 그때.
“혹시, 툴칸 제국의 황위 싸움과 관련이 있으신 겁니까?”
순간 혀로 입술을 핥고 말았다.
주제가 너무 벗어났잖아.
툴칸 제국이 갑자기 왜 나와?
“그 X신들이랑 내가 뭔 관련이 있겠냐? 그런데, 이거 궁금하네. 툴칸 제국이라…… 좋아. 이번엔 내가 역으로 질문할게.”
“……예?”
손을 뻗고는 풀장에서 천천히 몸을 빼냈다.
물이 후드득하며 바닥을 적신다.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약 180cm의 키인 아베이루.
녀석을 올려다보던 내 몸에서 조금씩 변화가 일어난다.
일단 내 심장에 새겨져 있던 5개의 서클이 맹렬하게 회전했다.
후웅-!
거대한 바람이 불고, 풀장의 물이 돌풍을 일으키며 사방으로 터져 나간다.
코앞에 있던 아베이루의 머리가 위로 솟구치고, 풀장에 발을 담그고 있던 셀이 뒤로 벌러덩 넘어진다.
내가 파악한 아베이루는 심장에 3개의 서클을 가진 마나 유저였다.
녀석의 크게 떠진 눈을 바라보며 천천히 말을 이었다.
“나한테서 정보를 얻어 가려는 그 태도도 마음에 들고. 내가 청부금을 찾아오라 했던 명령을 지킨 것도 마음에 들어. 다 마음에 드는데, 툴칸 제국?”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한 걸음 나아갈 때마다 아베이루가 뒤로 물러서고, 두 걸음 걸어가자 아베이루가 두 걸음 뒤로 물러선다.
솔직히 말하면 나는 머리 쓰는 것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하지만 좋아하지 않는다고 해서 쓰지 못하는 건 아니다.
이 정도의 대화면 충분하다.
“5천 골드에 추가로 5천 골드. 절대 적은 돈이 아니지. 네가 모을 수 있는 모든 돈을 거의 대부분 끌어 모았다고 봐야겠지. 거기다 표정 보면 다급함도 느껴지는데…… 그런 상황에서 튀어나온 툴칸 제국이라는 주제와 펜타닐 용병단의 전멸 여부…… 이거 너무 노골적인데?”
천천히, 다시 걸음을 옮겼다.
“무언가를 눈치챘고, 그 무게가 심상치 않다는 걸 깨달았나 보지? 믿고, 의탁하고 있던 것이 사실은 불어오는 비바람조차 막아 줄 생각이 없다는 걸 깨달았을 테고, 그러니까…….”
뒤로 물러서던 아베이루가, 뒤로 넘어진다.
나를 올려다보는 그의 눈동자.
그 안에 비친 내 모습은 평소와 비슷했다.
다른 건 하나.
눈빛이다.
전생에서 그러했던 것처럼 나를 제외한 그 모든 이들을 내려다보던 제왕의 시선.
그 시선에 아베이루가 덜덜덜 몸을 떤다.
“새로운 동아줄을 찾고 있나 본데. 내 뒤에 있는 배후가 너의 새로운 동아줄이 되어 줄지, 그걸 판단하고 싶었나? 처세술이 능한 건 알겠는데 여전히 착각이 심해. 확실히 말해 줄게. 내 배후는 없어.”
“…….”
손을 내밀고는 아베이루의 볼을 천천히 쓸어내렸다.
“누군가 내게 말하더라고, 네가 곧 죽을 것 같다고. 그런데 내가 죽일 것 같지는 않대. 확실히 나는 너를 죽일 생각이 없어. 내가 시키는 걸 확실하게 처리했잖아? 그런 너를 내가 왜 죽이겠어. 그리고, 너도 느끼고 있지?”
“…….”
“네가 알게 된 사실은, 절대로 네가 알아서는 안 될 무언가라는 거. 그리고 네가 알아챈 걸 ‘그들’은 곧 눈치채. 즉, 머지않아 너는 누군가에게 죽어. 생각할수록 재미있네. 툴칸 제국의 이름을 입에 담는다는 건 왕국 내부에 있는 벌레들의 정체를 깨달았다는 건데, 보니까 범위도 꽤 좁혔나 보지? 밤새우면서까지 청부금을 찾은 걸 보면 생각보다 더 필사적이었던 거 같고, 이거 놀랍네. 걔들이 그렇게 허술한 놈들이 아닌데 그걸 알아채? 확실히 능력이 있어.”
아베이루가 침을 꿀꺽 삼키는 모습을 바라보다 녀석의 볼을 툭툭 두드려 주었다.
대견스럽다는 듯이.
“살려 줄까?”
“……예?”
자리에 천천히 쪼그려 앉아 아베이루와 시선을 맞췄다.
“새로운 동아줄, 돼 줘?”
덜덜 떨리던 그의 몸이 진동을 멈췄고, 흔들리던 그의 눈동자도 멈춘다.
“살려 달라고 하면 살려 줄 순 있어. 죽게 된다면 데스 나이트로 만들어서 널 죽인 놈한테 복수할 기회도 줄 수 있고.”
“데스…… 나이트요?”
“중요한 건 네가 나한테 도움이 될 녀석인가 하는 거지.”
“…….”
“나는 현재보다는 미래를 보고 투자를 해.”
어제였나? 스승님은 분명 내게 말했었다.
나는 평범하게 살 팔자는 아니라고.
부정하지 않는다.
그런 팔자도 아니고, 나는 평범하게 살 생각도 없다.
적어도 내가 생각하고 있는 머릿속의 일과, 앞으로 벌어질 일은 평범함과는 거리가 멀다.
샬롯, 셀, 타노스. 그 셋은 내가 만들 미래의 조각이다.
그리고 눈앞의 아베이루.
녀석은 과연 내가 만들 미래의 조각이 될 수 있을까.
“묻겠다. 너는 내게 뭘 해 줄 수 있지?”
“……한 가지, 여쭤보고 싶습니다.”
우스꽝스러운 자세로 넘어져 있던 아베이루가 천천히 자세를 고친다.
“당신은, 대체 누굽니까.”
음.
“그거 듣는 순간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너는 거랑 같은데. 그래도 듣고 싶어?”
“예. 듣고 싶습니다.”
피식 웃었다.
“싫어, 말 안 해 줄 건데.”
“…….”
“내가 내 입으로 말하는 건 쪽팔려서 못 하겠고, 직접 보고 판단해.”
“직접…… 보고 판단하라고요?”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서자 아베이루도 마찬가지로 자리에서 일어선다.
“그런데, 낚시 좋아해?”
아베이루의 표정이 기괴하게 변한다.
“낚시요?”
“어, 낚시. 냇가에서 물고기 잡는 낚시 말고, 진짜 낚시.”
“…….”
슬쩍 웃었다.
가뜩이나 심심했는데, 조금 재미있는 일이 생겨날 것 같다.
“일단 자리를 좀 옮길까?”
“어디……로요?”
어디긴 어디야.
당연히 지부지.
* * *
출근한 톨리소는 지부에 도착하자마자 아베이루의 호출을 받았다.
정확히는 ‘지부장님이 부르신다. 가 봐.’라는 어느 길드원의 말을 들었고, 평소처럼 고개를 끄덕이며 집무실로 향했다고 해야 할까.
계단을 오르며 생각했다.
‘어젯밤부터 무언가를 심각하게 고민하는 것 같던데…… 잠깐만, 지부장이 어제 퇴근을 했던가?’
아무래도 지부장은 퇴근을 하지 않고 밤을 새운 것 같다.
톨리소는 조금 의아한 생각이 들었다.
지부장은 확실히 능력이 있는 남자다.
머리도 좋고, 사고력과 직감이 뛰어나다고 해야 할까.
그게 어느 정도냐면, 톨리소가 알기로 요 몇 년간 지부장인 아베이루는 단 한 번도 야근을 한 적이 없다.
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일 처리가 깔끔했기에.
그런데 야근이라?
‘조금 이상한데. 무슨 심각한 일이라도 있는 건가.’
어느새 집무실에 도착했고 노크를 했다.
똑똑-
“지부장님. 저 톨리소입니다. 들어가도 되겠습니까?”
반응이 없다.
문을 열고 들어갔지만 집무실에는 아무도 없었다.
집무실이 아니라 귀빈실인가?
이게 말단의 서러움이라는 건가.
픽 웃은 톨리소는 그 즉시 귀빈실로 향했고, 그곳에서 볼 수 있었다.
상석에 앉아 한 손으로 턱을 괴고 있는 아베이루와, 건너편에서 눈을 크게 뜬 채 손을 덜덜 떨고 있는 잭 발란티에를.
“뭐?? 툴칸 제국? 맙소사. 내가…… 내가 무슨 짓을…….”
이어서 잭 발란티에가 머리를 쥐어뜯는다.
그 어깨에 앉아 있는 인형과, 옆에 앉아 있는 회색 단발머리의 꼬마.
대체 이게, 무슨 상황이지?
“툴칸 제국이라니…… 이럴 수가…… 제발 내가 했던 모든 말을 잊어 줘…… 내가 대체 무슨 짓을…….”
톨리소는 이 상황이 진심으로 의아했다.
이어서 시선을 옮겼다.
싸늘한 표정을 짓고 있는 아베이루.
그가 말한다.
“우린 일반적인 모험가 길드가 아닙니다. 툴칸 제국을 배후에 둔 모험가 길드죠. 공작가? 왕가? 전부 무의미합니다.”
잭 발란티에가 고개를 치켜든다.
붉게 충혈된 눈동자.
툭 건드리면 눈물이 흘러나올 정도였으며 떨고 있는 몸은, 겁을 잔뜩 집어먹은 14살의 어린아이.
딱 그 수준이었다.
적어도 톨리소가 판단하기에는 그랬다.
“그러니 모든 걸 말씀하시죠. 정확한 배후가 누굽니까? 무슨 수로 펜타닐 암살단을 전멸시킨 겁니까? 하필이면 왜 마약 자금을 노리고 있는 겁니까?”
“사…… 사실은 이 모든 게 어센블 공작님과 말론 공작님이 명령을 내려서…… 그러니까…… 이게, 나는 그냥 시키는 대로 했을 뿐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