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Legendary youngest son of the marquis RAW - Chapter (69)
제 70화
톨리소의 눈매가 슬쩍 찌푸려진다.
대화의 흐름이 심상치 않다.
툴칸 제국.
그리고 왕가와 공작가.
그리고 아베이루의 반응이 묘하다.
마치 이미 알고 있었다는 듯한 모습.
혹시, 알아서는 안 될 진실을 알아챈 걸까?
혹시, 선을 넘은 걸까?
이거 한번 알아봐야겠는데.
“톨리소.”
아베이루의 목소리에, 순식간에 속내를 감춘 톨리소가 어리숙한 표정을 지으며 대답한다.
“아…… 예, 지부장님.”
“서신 하나 띄워.”
“……‘윗분’들에게요?”
“어.”
“뭐라고 띄울까요?”
“공작가가 딴생각을 하고 있는 것 같다고.”
톨리소의 표정이 살짝 찌푸려진다.
이 양반. 뭐지?
그래서 무심결에 묻고 말았다.
“저희 길드랑 공작가가 무슨 상관……인데요?”
아베이루의 미간이 찌푸려진다.
“지금 상황 파악 안 돼? 무슨 말인지 몰라?”
“……예?”
“지금은 감시할 때가 아니야, 멍청아. 너랑 내 목숨 줄이 위태롭다는 거, 아직도 모르겠냐?”
톨리소가 여전이 어색한 표정으로 고개를 갸웃한다.
“이해가 잘 안 되는데요. 갑자기 감시라니요?”
쯧-
아베이루가 가볍게 혀를 차고는 마치 어린아이에게 설명해 주듯 말을 잇는다.
“디트리히 헤르만의 청부를 들어주라고 했던 위의 지시, 그리고 임무의 실패. 이게 뭘 뜻하는 건지 정말 모른다고? 네가?”
“…….”
“윗선에서는, 아니지 툴칸 제국에서는 얼굴마담이었던 디트리히 헤르만을 죽일 생각이 없었어. 그 꼬맹이를 왜 죽이겠냐. 그냥 두고 쭉 써먹으면 될 일을. 그런데 중간에 공작가가 끼어들었어. 그 결과 디트리히가 죽었지. 이게 사전에 합의된 일이라고 생각하냐? 내가 볼 땐 아닌데?”
톨리소의 한쪽 눈썹이 꿈틀하고 떨려 온다.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쉽게 말해 줄까? 지금 공작가가, 어쩌면 왕국이 툴칸의 뜻에 반대되는 행동을 준비하고 있어. 실제로 그 일이 진행되고 있는 상황이고.”
톨리소의 표정이 굳어진다.
석고상처럼 아주 처참하게.
“네 앞에서 지금껏 연기했던 건 미안한데, 내가 따로 받은 명령이 있거든.”
“명령?”
“톨리소, 네가 툴칸 제국의 일에 방해되는 행동을 할 시 제거하라는 명령. 당연히 ‘위’에서부터 내려온 명령이고, 아마 너도 비슷한 명령을 받았겠지. 내가 제국의 일에 방해되는 행위를 할 시 제거하라는 그런 거, 내 말이 틀리냐? 그리고 지금 내가 왜 이런 말을 하는지, 아직도 모르겠냐?”
톨리소는 방금 전까지의 상황을 머릿속에서 지웠다.
어리숙한 표정이 사라지고, 싸늘한 표정이 자리하며, 굽혀 있던 허리가 펴진다.
“역시 지부장님이십니다. 지금껏 제 앞에서 아무것도 모르는 척하고 계셨던 게 다 연기였던 겁니까?”
그때, 잠자코 있던 잭이 떨리는 목소리로 말한다.
“저…… 저는…… 가도…… 되나요?”
톨리소의 고개가 홱 옮겨진다.
“주둥이 닥치고 찌그러져 있어.”
“히익!”
잭이 머리를 감싸며 바닥에 주저앉았고, 그 어깨에 앉아 있던 인형이 황당한 표정으로 이 상황을 바라본다.
톨리소는 그대로 고개를 돌렸다.
잭 발란티에?
이젠 관심 없다.
“대단하십니다. 아주, 감쪽같이 속았습니다. 그 나이에 지부장 자리에 앉고 윗분들이 주목하고 있던 건 다 이유가 있었던 거군요. 후우.”
톨리소가 싸늘한 눈으로 아베이루를 바라본다.
“아베이루, 그래서 지금 그런 이야기를 하는 이유가, 정확히 뭐지? 내게 뭘 원하는 거지?”
“이젠 말도 놓는구나. 신입이.”
“신입? 내가? 날 감시한다는 놈이 내 정체를 모르나?”
아베이루가 고개를 갸웃한다.
“네 정체?”
“말론 공작가의 ‘암부’, 들어 봤겠지.”
아베이루의 눈이 살짝 커진다.
마나 유저를 검사와 마법사로 구분하기는 하나, 펜타닐 용병단의 벤타몬처럼 암살을 주로 하는 이들은 단검 같은 것은 다룬다.
그들은 검사라고 하기엔 그렇고 마법사라고 하기엔 더더욱 그렇다.
그들을 부르는 단어는 두 가지다.
하나는 암살자.
그리고 다른 하나는 청소부.
귀족은 사병을 둘 수 있는 권한이 있고, 그 사병을 단순히 검사와 마법사라는 이분법으로 구분 짓는 건 멍청한 짓이다.
디트리히 헤르만을 뒤에서 몰래 보호하던 그 두 명의 호위를 잭이 청소부라고 했던 것처럼, 각 귀족가에는 청소부가 존재한다.
공작가라고 예외가 될 수 있을까.
“배후 중 한 명은 말론 공작이었군.”
아베이루의 말에 순간 톨리소의 표정이 일그러진다.
이제 와서?
모든 걸 알고 있는 것처럼 반응하더니, 말론 공작이었다고?
당황한 톨리소는 모든 신경을 아베이루에게 집중시키고 있었다.
그때, 뒤쪽에서 장난기 어린 목소리가 들려온다.
“혹시나 했는데, 그 새끼들이었구먼.”
톨리소의 고개가 홱 돌아간다.
바닥에 엎드려 있던 잭 발란티에.
그가, 자리에서 일어서고 있었다.
웃으면서.
“아, 간만에 재미있었네. 이참에 연기 쪽으로 진로를 틀어 버릴까.”
Chapter 8
30분 전.
“제가 지부장이라서 하는 소리는 아니지만, 모험가 길드는 생각보다 매우 치밀한 조직입니다.”
내가 바보도 아니고 설마 그런 것도 모를까.
“수도에 있는 알라베스 길드 본부를 제외하고, 왕국 내에서 가장 큰 지부. 그게 어센블 지부잖아?”
“그렇죠.”
“자, 그럼 생각해 보자고. 거기의 지부장인 너를, 과연 흔하디흔한 놈들로 암살할까? 난 아니라는 데 건다.”
아베이루가 조금 심각한 표정을 짓는다.
“그건 그렇다 쳐도 저를 죽인다는 그 정보, 확실한 겁니까?”
실소를 터트리고 말았다.
“확실한 정보라기보다는 일종의 직감이지. 거의 99% 이상의 확률로 적중하는 직감.”
“…….”
“너는 분명 죽어. 지금도 봐 봐. 너는 모험가 길드가 단순히 왕국과 밀접한 관계에서 그치지 않고 툴칸 제국의 끄나풀이라는 걸 알아챘잖아? 거기다 새로운 동아줄을 찾아다니는 것까지, 뭐 이 정도면 말 다 한 거지. 그리고 말 나왔으니 묻는 건데, 너 알라베스 길드의 마스터는 본 적 있냐?”
“……없습니다.”
어젯밤, 아베이루가 스스로를 도구라고 했던 것은 분명 나름 이유가 있었다.
이렇게 길드 마스터도 보지 못한 지부장?
뻔하다.
“그게 뭘 뜻하겠어? 적어도 너의 능력은 인정하지만, 선을 넘지 않는 한에서 써먹겠다…… 딱 그런 거잖아? 이야, 기분 좋겠네? 자그마치 툴칸 제국으로부터 능력을 인정받은 거 아니야?”
실실 웃었지만 아베이루의 표정은 여전히 굳어져 있었다.
농담도 못 하나.
“여하튼, 내가 알기로 그렇게 도구로 써먹힌 놈들은 대개 ‘발악’이라는 걸 하더라고, 동아줄 찾아다니는 너도 그 예외가 될 순 없지. 충분히 이해는 해. 아마 너도 다른 방법이 없었겠지. 왜 그동안 ‘나’를 포섭하지 않았던 걸까. 왜 ‘나’에게 작은 언질도 해 주지 않은 걸까. 그리고 결론에 도달했겠지. 놈들은 너를 믿지 않아. 아마 그 길드의 ‘윗선’은 길드 전체를 확실한 ‘자기 사람’으로만 채우려는 속셈일 확률이 높고 너를 잠시 자리를 맡아 주는 대용품으로만 생각하고 있겠지. 그리고 너, 네가 나름 신속하게 움직였다고 해도 분명 그 길드 내에서 너를 감시하는 놈이 존재할 거야. 자, 보자고. 그럼 이 이후에는 뭐가 남았을까?”
“알아선 안 될 것을 알았으니, 처리해야겠죠. 저를.”
“그래, 이걸로 네 목숨이 간당간당하다는 건 확실하게 이해됐지? 이제 다른 쪽을 봐 보자고. 어센블 지부. 작냐? 아니잖아. 그럼 지부장인 너를 죽이면 비어 있는 그 공백을 어떻게 메꿀까?”
흠칫한 아베이루의 눈이 크게 떠진다.
“이것도 뻔하잖아. 그 공백을 메꿀 만한 놈은 이미 대기 중일 확률이 높아. 거기다 시기가 시기인 만큼 어중이떠중이를 보내지는 않을 테니 확실하게 ‘자기 사람’이자, 꽤 능력 있고 속내를 감추는 데 능숙한 놈을 보냈겠지? 그리고 이건 100% 확신하는 건데, 그놈은 분명 너와 가까운 거리에 있어. 예를 들면…… 내가 처음 너를 만나러 갔을 때 너한테 보고하러 갔던 그 길드원. 이름이 뭐였지?”
“톨리소입니다. 몇 달 전에 뽑은 신입이고요.”
“그놈한테 묘한 느낌이 나더라, 표정은 과장되고, 발걸음은 신속했고, 무엇보다 마나 서클, 내가 볼 땐 그놈 최소 7서클이었거든. 그것도 최대한 숨긴 것 같던데…… 말단치고는 꽤 수상하지?”
아베이루가 침을 꿀꺽 삼킨다.
“……진짜 정체가 뭡니까?”
“누구? 톨리소?”
“아니, 공자님이요.”
“말해 줄 생각 없다니까 그러네.”
의자에 앉아 있던 아베이루가 양손으로 머리를 쓸어 넘긴다.
“톨리소, 정보 수집 능력만큼은 굉장히 뛰어납니다. 가끔 멍한 표정이나 어리숙한 모습을 보여 주기도 했지만 확실히 제가 봤을 때도 무언가 어색했죠. 혹시 다른 용병단이나 어디 귀족가에서 심어 넣은 단순한 첩자인 줄 알았는데, 공자님은 더 위쪽을 바라보고 계시는군요. 거기다 7서클이라…….”
슬쩍 웃었다.
“어때? 낚시 한번 제대로 해 볼까?”
“……제가 뭘 하면 됩니까?”
* * *
자리에서 일어선 뒤 일단 몸에 묻은 먼지를 툭툭 털어 냈다.
옆에 있는 셀이 지금 내가 뭘 본 거지 하는, 그런 표정을 짓고 있는데 역시 귀엽기만 하다.
스승님은 어처구니없다는 듯 웃고 있었고.
“심심했는데 이 정도면 꽤 재미있었어. 너무 쉽게 불어 버린 것도 웃겼고, 그나저나 말론이라…….”
고개를 돌리자 톨리소.
놈이 미간을 찌푸린 채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이 시기의 일을 내가 자세히 아는 건 아니지만 적어도 X신 짓 한 게 한둘이 아니라는 건 알고 있었거든, 그런데 그중 하나가 말론이었다? 아, 이거 참, 썰어야 될 놈들이 참 많아.”
일단 한 손으로 눈가에 묻어 있는 눈물을 닦아 냈다.
지금도 시큰거리는 게, 손가락을 너무 깊게 집어넣었나 보다.
“말론……? 말론 공작가를, 감히 후작가의 막내 따위가…….”
놈의 몸에서 바람이 불어온다.
마나가 휘몰아치며, 푸른빛이 톨리소의 몸을 감쌌다.
“7서클이 맞았네. 귀여운 새끼.”
내 어깨에 앉아 있던 스승님을 일단 셀의 머리에 올려 주었다.
“딱 30초만 스승님 좀 데리고 있어 줄래?”
-네, 보스.
5서클을 이루긴 했는데, 이게 전생에서 내가 이뤘던 5서클과는 조금 다르다.
그래서 아무래도 힘 조절이 안 될 것 같다.
움직이다가 스승님이라도 떨어트리면, 어우.
제자로서 못할 짓이 아니겠는가.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톨리소가 나와 아베이루를 번갈아 쳐다본다.
거참.
“안 오고 뭐 해? 내가 갈까?”
“……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