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Legendary youngest son of the marquis RAW - Chapter (70)
제 71화
톨리소가 자리를 박찼다.
콰앙 하는 소리와 함께 불어온 돌풍이 드넓은 귀빈실을 난장판으로 만든다.
자연스럽게 마나를 끌어 올린 뒤 고개를 숙였다.
후웅-!!
어느새 뽑아 든 건지 모를 녀석의 단검이 내 머리 위를 스친다.
슬쩍 보니 검기가 아주 줄기차게 뻗어 나와 있다.
참 위협적이다.
다른 사람한테만.
이어서 몸을 옆으로 틀었다.
후웅-!
톨리소의 발이 내 옆을 거의 한 치 차이로 스쳐 지나간다.
무시하고 오른발 뒤꿈치를 축으로 삼아 균형을 옮긴 뒤 몸을 뒤로 젖히자.
후웅-!!
놈의 단검이 내 코 위를 스쳐 지나간다.
이어서 모든 마나를 오른팔과 왼쪽 다리에 5:5로 분배한 뒤 손을 뻗었다.
콰앙-!!
재차 휘둘러 오는 놈의 팔목을 붙잡았고, 축이 된 왼발이 밀려날 내 몸을 막아 준다.
잠깐의 대치 상황.
“네놈…… 누구냐…… 대체 뭐야.”
당황한 어조로 놈이 묻는다.
하긴 그럴 만도 하지.
내 나이는 고작해야 14살이니까.
14살이 7서클의 강자와 이렇게 겨룬다는 건 그 자체로 놀라운 일이긴 하지.
그런데.
“예의상 물어보는 건데, 내가 뭐 물어본다 해도 제대로 된 답 같은 건 안 해 줄 거지?”
“지금 이 상황에서 아직도 개소리를!!”
놈의 팔에 힘줄이 솟아나고, 내 몸이 밀려난다.
힘으로 날 밀어내고 단검으로 목을 그어 버릴 생각인가 본데.
이러면 나도 어쩔 수 없다.
일단 뻗고 있던 오른팔을 거두어들였다.
동시에 모든 마나를 오른쪽 무릎으로 옮겼다.
왼발을 축으로 삼아 살짝 몸을 띄운 뒤 오른쪽 무릎으로 놈의 옆구리를 후려쳤다.
뻐어억-!
“크윽-!”
그 와중에 놈의 오른쪽 어깨가 꿈틀거린다.
자리에 착지하기 무섭게 곧바로 고개를 숙였다.
후웅-!
놈의 공격을 피한 것과 동시에, 쫙 펴고 있던 왼손을, 그대로 내질렀다.
푸욱-!!
“꺼…… 꺼억…….”
놈의 목에 그대로 박힌다.
순간 놈의 눈동자가 움직였고, 놈의 양어깨가 움직인다.
이 와중에도 반격을 생각하고 있다.
괜히 암살자 출신이 아니라는 건가.
하지만 그것보다 더 빠르게 느껴진 게 있다.
쫙 펴고 있던 왼손에서 느껴지는.
축축하고 물컹한 더러운 느낌.
망설임 없이 펴져 있던 손날을, 강하게 쥐었다.
뚜둑-!
놈의 움직임이 그대로 정지하고, 근육의 움직임도 멈춘다.
손을 빼내자, 목뼈가 부러진 톨리소가 자리에서 허물어진다.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30초, 안 걸렸지?”
아베이루가 입을 떡하니 벌린 채 나를 바라보다, 무의식적으로 고개를 끄덕인다.
“예…… 아니 그게 아니고, 왜…… 왜 죽이신 겁니까. 정보는……?”
그 와중에도 정보 타령이네.
가볍게 마나를 순환시킨 뒤 아쿠아 마법으로 손에 묻은 이물질을 제거했다.
“아베이루야.”
“……예?”
“형이 하나 알려 줄게. 정보라는 건 꼭 살아 있는 놈들한테만 캘 수 있는 게 아니란다.”
흑마법이 괜히 세상에서 배척받은 게 아니다.
일단 셀의 머리에 앉아 있는 스승님을 내 어깨에 앉힌 뒤, 죽어 있는 톨리소의 코앞에 쪼그려 앉았다.
[데스 나이트로 만들 생각인 것이냐?]“바로 보셨네요. 맞습니다.”
[호오. 하긴, 그거라면 확실하지.]손을 뻗어 톨리소의 머리에 올렸다.
머릿속으로, 정말 오랜만에 써 보는 마법 공식이 떠오른다.
허공의 마나가 내게 집중되고, 내가 원하는 방향대로 배치된다.
이어서, 주문을 외웠다.
“[빈딕티드 나이트.]”
허공의 마나가 검은색으로 물들고, 톨리소의 몸을 감싼다.
놈의 몸이 검게 물들고, 이어서.
번쩍하고 죽어 있던 놈의 눈이 떠진다.
하지만 보통 사람의 눈과는 달랐다.
검고 탁한 눈.
톨리소는 데스 나이트가 되었다.
내가 시키는 대로만 움직이는 데스 나이트.
만나서 반갑다.
* * *
빈딕티드 나이트Vindictive Knight.
흑마법의 한 종류이며, 시체를 되살리는 마법으로써 흑마법사의 트레이드 마크 중 하나다.
재미있게도 처음 흑마법에 입문하는 이들이 가장 먼저 배우는 마법이기도 하고.
간단하게 말하면 1서클의 마나만으로도 시전 할 수 있는 마법이라는 뜻.
하지만 그렇다고 이 마법이 쉬운 마법이냐.
절대로 그렇지 않다.
눈앞의 이 톨리소라는 놈.
이놈은 분명 7서클의 마나 유저다.
원래라면 놈에게 이 마법은 절대로 통하지 않았을 것이다.
7서클 마나 유저를 데스 나이트로 만들려면 최소한 시전자도 7서클 마나 유저여야만 하기 때문.
하지만 지겹도록 말했지만 나한테는 예외다.
“어디 보자…….”
양손으로 톨리소를 일으켜 세웠다.
덜렁이는 목만 제외하면 다른 부분은 다 멀쩡하니까.
슬쩍 고개만 돌려 아베이루에게 물었다.
“목 보호대 같은 거 없냐?”
“……보호대요?”
“어, 이 덜렁이는 목은 지탱해 줘야 될 거 아니야.”
“……찾아보면 있을 겁니다.”
여전히 당황한 표정을 숨기지 못한 아베이루에게서 일단 신경을 껐다.
정리부터 해야 할 것 같은데.
세간에 데스 나이트라는 존재는 죽음에서 벗어나 시체로 영원히 살아가는 그런 존재로 알려져 있다.
당연히 개소리고 말도 안 되는 헛소리다.
데스 나이트도 수명이 있다.
아무리 포장을 해도 본질은 시체이기 때문에 몸은 썩고 장기도 썩는다.
쉽게 말하면, 몸 안의 혈맥과 장기가 완전히 사라진 데스 나이트는 그가 과거 얼마나 대단한 존재였는지를 불문하고 약골 그 이하의 수준을 보여 준다.
결국 이 부분 때문에 단어의 재정립이 일어났다.
적어도 힘을 생전과 비슷하게 사용할 수 있는 데스 나이트.
하지만 몸이 완전히 썩어 뼈만 남게 된 그런 존재도 데스 나이트로 부른다?
너무나도 어색하다.
그래서 생겨난 단어가 ‘스켈레톤’이다.
스켈레톤이 된 데스 나이트라면, 솔직히.
진지하게 말하는 건데 그 지경까지 왔다면 용도 폐기를 생각해야 한다.
즉, 스켈레톤이 되기 전 아주 뽕을 뽑아 버려야 한다는 뜻.
통상적으로 데스 나이트의 수명은 약 1년.
몸의 부패를 마나로 얼마나 막을 수 있느냐에 따라 수명이 늘어날 수는 있지만 길게 잡아 봐야 2년에서 3년이다.
아, 그리고 이건 여담이긴 한데, 과거 흑마법사들 중에는 데스 나이트에게 지나치게 많은 정을 쏟아부어 뼈만 남은 스켈레톤을 쭉 데리고 다니는 경우도 있었다고 한다.
음침한 새끼들.
“일단, 네가 아는 모든 이야기부터 쭉 해 봐.”
톨리소가 멍한 표정으로 자기가 아는 모든 것을 토해 낸다.
“말론 공작가는 오랜 기간 동안 모험가 길드와 협력을…….”
나는 그 이야기를 들으며 톨리소의 심장에 손을 얹었다.
내 몸에서 뻗어 나온 마나가 멈춰 있는 톨리소의 심장을 감싼다.
“모험가 길드의 윗선은 ‘위원회’라고도 불립니다. 말론 공작은 테슬란 위원회의 일원이며, 현재 서열은 4위로 강력하게 추정됩니다.”
“추정?”
“예. 말론 공작을 호위하며 알아낸 정보입니다. 아마 이 정보는 저 말고 그 누구도 모를 것입니다.”
사족을 넣으라는 소리는 안 했는데, 그래도 이렇게 확신하는 걸 보니 말론 공작은 서열 4위가 맞나 보다.
“그 외 다른 위원에 대해서 알고 있는 건?”
“없습니다. 아마 그 정보에 대한 것은 말론 공작만이 알고 있을 겁니다.”
대충 수긍하며 톨리소의 심장에 내 마나를 집어넣었다.
언젠가 했던 것처럼 검은 서클이 톨리소의 심장에 천천히 새겨진다. 그 와중에도 톨리소의 말은 계속 이어졌고.
“말론 공작은 제게 어센블 지부의 지부장 자리를 약속했고, 암부의 부단장이었던 저는 그 제안을 받아들였습니다. 제가 이곳에서 해야 할 일은 첫째, 툴칸 제국과 말론 공작가에 해가 될 만한 인재를 색출 후 제거하는 것입니다. 둘째는 현재 어센블 지부의 지부장인 아베이루를 감시하고 아베이루가 딴마음을 품는 순간 그를 제거하는 것. 셋째는 툴칸 제국에 대한 정보를 최대한 조작해서 세간에 퍼뜨리고, 조작하지 않은 제대로 된 정보를 말론 공작가로 보내는 것입니다.”
그렇게 이야기가 이어질 때, 흑의 굴레가 완성됐다.
반쪽짜리 8서클 마나 유저가 된 톨리소.
무언가라도 느낀 걸까.
녀석이 그대로 말을 멈춘다.
꺾인 목을 옆으로 눕힌 그 모습이 참 괴상망측하다는 생각도 잠시.
“왜 멈추냐? 계속해.”
“말론 공작의 부인은 데리트 후작과 외도를 하고 있고, 말론 공작가의 소가주는 방탕하며, 계집질을 아주 좋아합니다. 그의 취향은…….”
쓸데없는 이야기까지 계속 내뱉는 톨리소의 모습을, 아마 다른 누군가 보았다면 되게 의아하게 느꼈을 수도 있는데.
사실 이게 정상이다.
언젠가 언급했듯 흑마법이라는 건 상대의 정신, 혹은 혼을 강제하거나 파괴, 속박시키는 것을 가장 큰 목적에 두고 연구했던 학문이다.
지금 눈앞의 톨리소는 나를 죽이려던 5분 전까지의 톨리소와 다른 존재다.
그의 심령은 내게 완전히 속박되었고, 내게 무한한 공포가 생겨났으며, 나를 완전한 주인이라고 인식하고 있으니까.
마인드 컨트롤이라고 해야 할까.
아니면 상식의 변환이라고 해야 할까.
내 입으로 말하긴 좀 그런데.
솔직히 흑마법은…… 배척당할 만도 하다.
슬쩍 책상에 엉덩이만 걸친 채로 팔짱을 꼈다.
“정리하면 모험가 길드는 위원회라는 조직으로 운용되고 있고, 위원회는 툴칸 제국의 지원을 받으며 그곳에 속한 위원들의 정체는 위원들을 제외하고는 아무도 모른다? 명칭을 ‘테슬란 위원회’라고 한 걸 보면 각 나라마다 위원회가 따로 있다는 건데, 점조직처럼 운영하는 거라고 봐야 하나? 거기다 현 말론 공작이 서열 4위라……. 테슬란 위원회에 속한 서열 4위. 확실한 증거는 없지만 일단 4위라고 치고, 그러면 그 위에 3명, 대충 누구누구인지 짐작은 가는데, 확실하진 않고, 생각보다 정보의 질이 그렇게 좋지가 않네. 안 그래?”
옆에서 아베이루의 답이 들려오지 않는다.
고개를 돌려 보자 흔들리는 눈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는 아베이루가 보인다.
할 말을 잃어버린 건지, 이 상황이 여전히 이해가 가지 않는 건지는 모르겠는데.
“말했잖아. 직접 보고 판단하라고.”
“……예?”
“이 정도면 튼튼한 동아줄 아니냐? 아직도 재고 있어?”
“…….”
“지금 중요한 게 뭔지, 생각할 줄 아는 너라면 바로 눈치챌 수 있을 텐데?”
침을 꿀꺽 삼킨 아베이루가, 그 자리에서 무릎을 꿇는다.
“……모시겠습니다. 무슨 일이든 시켜만 주십시오.”
피식 웃고 말았다.
“난 말로만 모시겠다는 애를 밑에 둘 생각은 없는데.”
“예?”
“넌 모험가 길드가 툴칸 제국의 산하 조직이라는 걸 알아챘고, 뒤에서 모종의 일을 꾸민다는 걸 깨달았지. 거기다 모험가 길드에서는 너를 이용만 하고 언제든지 쓰다 버릴 패로 생각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챘을 때, 그 후에 너는 어떤 행동을 했지?”
“……새로운 줄을 찾아다녔습니다.”
“내가 너한테 하는 짓도 모험가 길드가 하는 짓이랑 별반 다르지 않잖아? 너는 내 정체를 계속 물었고 나는 대답을 회피했지. 솔직히 그냥 귀찮아서 안 한 건데, 중요한 건 비슷한 상황이 생기면 너는 또 똑같은 행동을 할 거라는 거야. 내 말 틀려?”
무릎 꿇고 있던 아베이루가 천천히 고개를 든다.
“맞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