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Legendary youngest son of the marquis RAW - Chapter (78)
제 79화
잠시 침묵하던 아베이루가 내게 물었다.
“아무래도 아카데미까지 수색할 필요는 없을 것 같습니다.”
“그렇겠지?”
“예. 거기다가 내전도 벌어지지 않을 것 같구요.”
팔짱을 낀 채로 슬쩍 웃었다.
“툴칸 제국 만세라니…… 테슬란 국왕이 아무리 강경파의 끄나풀이었다고 해도 상황이 이렇게 되었다는 건…….”
“자기가 버려졌다고 생각할 확률이 높지.”
“심지어 내전 자금까지 사라졌으니, 혹시나 하는 의혹은 더욱더 커져만 가겠지요.”
툴칸 제국의 똥고를 물고 빨며 드래곤의 흔적을 찾기 위해 마수의 숲 토벌도 지시했던 국왕이다.
그런데 갑자기 툴칸 제국이 자신을 죽이려 암살자를 보냈다.
내전 자금도 털렸다.
국왕은 아마 이렇게 생각하겠지.
아, 이 새끼들이 나를 개X신호구로 보는구나.
자존심이 상한 국왕.
과연, 그런 상황의 국왕이 여전히 강경파와 손을 잡을 확률이 얼마나 될까.
의심에 의심을 거듭해도 암살 시도가 있었다는 것은 이견의 여지가 없다.
즉.
“이 사건은 더더욱 커지고 결국 다른 왕국의 귀에도 들어가겠지요. 위원회에 속한 모든 귀족들, 테슬란 왕국뿐만이 아니라 타 왕국의 귀족들마저 조금씩 의심을 품게 될 거고 결국…… 와…….”
아베이루가 뭐라 설명 못 할 눈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진심으로 놀랍다는 표현을 써야 할까.
아니면 감탄, 경외?
“혹시, 공자님께서는 이 모든 걸 계산하시고 예상하셨던 겁니까?”
“비슷하긴 하지.”
가볍게 언급했었지만, 강경파의 황태자가 드래곤을 이용해 불로불사라는 미끼를 만들어 대륙에 퍼트린 것은, 생각보다 굉장히 큰 파급력을 지니고 있었다.
그 한 번의 계략으로 다섯 왕국은 현재 진행형으로 분열 중이었으니까.
하지만 파급력이 크다고 해서 깨트릴 방법이 없는 건 아니다.
결과만 보면 된다.
강경파는 테슬란 왕국에서 내전을 일으키려고 했다.
그런데 지금 상황에서 어떻게 내전을 일으킬 건데?
돈은 날아갔고, 국왕은 툴칸 제국 자체를 의심할 건데, 내전? 개소리지.
솔직히, 위원회는 지금 무너져서는 안 된다.
놈들처럼 멍청한 놈들은 의외로 쓸모가 있거든.
“대략 두 가지 미래가 보이네.”
한 손에 골드를 한 움큼 움켜쥐며, 피식 웃었다.
“하나로 똘똘 뭉치거나, 아니면 지들끼리 또 싸우거나.”
“현재 상황만 보면 개인적으로 전자의 확률이 높지 않을까 싶습니다.”
손의 힘을 풀자 골드가 촤르륵 하며 바닥에 떨어진다.
“확률이라…… 확률로 따지면 후자의 확률도 무시는 못 하지. 아직은 그저 ‘의심’만 심어 놓은 상황이니까.”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만들어야지.”
골드 한 닢을 손가락으로 딱 튕겼다.
“의심을 확신으로.”
그대로 몸을 돌리자 아베이루가 감동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뭐야 왜 저래 부담스럽게.
“그런데 배는 안 고프냐?”
“이제야 물으시는군요, 저, 어제 점심부터 계속 공복이었습니다.”
이거 미안하네.
그럼.
“밥이나 먹으러 갈까?”
“예. 돈도 많이 버셨으니 비싼 거 사 주십시오.”
피식 웃고 말았다.
이어서 데스 나이트들에게 창고를 지키라고 말한 뒤 아베이루와 함께 별장을 나섰다.
그런 내게, 계속 침묵하시던 스승님이 기어코 한마디 내뱉으신다.
[정말, 너는 여러모로 대단한 녀석이구나.]감탄 어린 스승님의 목소리가 귀에 꽂힌다.
[이 한정된 공간에서 고작 마법 몇 개와 땀 몇 방울 흘린 것만으로 대륙을 움직이다니…… 상당히 의외구나.]“별거 아닙니다.”
[마나 유저로서의 재능뿐만이 아니라 책략가의 재능도 보이는구나.]얼굴이 붉어질 지경이다.
“너구리 작가님의 제자가, 설마 평범한 녀석이겠습니까?”
[…….]씩 웃었다.
새삼스럽지만 손아귀에 넣고 상황을 쥐락펴락하는 거, 이거 꽤 재미도 있다.
거기다 앞서 말했듯 상황은 아주 좋다.
이제는 아카데미와 우리 꼬맹이들에게 집중해 줄 시간이 많아질 테니까.
* * *
셀과 샬롯의 아침은 보통 07시부터 시작이 된다.
잭과 함께 생활한 이후로 새롭게 정해진 신체의 규칙이라고 해야 할까.
하지만 오늘은 달랐다.
05시 30분.
껴안은 채로 잠들어 있던 둘이 동시에 눈을 뜬다.
“느꼈니?”
-너도?
셀은 드래곤이다.
기본적으로 마나를 느끼는 게 다른 종족보다 월등한 종족.
샬롯은 뱀파이어지만 왕의 재능을 가지고 있는 진조다.
그렇기에 이 둘은 느낄 수 있었다.
별장, 지하실 쪽에서 상당히 거대한 마나의 유동이 일어났다는 것을.
“보스겠지?”
-아마도? 어제부터 바빠 보이시던데, 음료수라도 가져다드릴까?
둘은 모처럼 생각이 일치했다.
잠옷을 입은 둘은 동시에 침대에서 몸을 일으켰다.
* * *
아베이루랑 별장을 나서려던 그때, 샬롯과 셀이 내게 다가왔다.
아직 해도 안 떴는데, 원래 이 시간이면 자고 있을 때 아닌가?
이어서, 두 녀석이 내게 토마토 주스를 건네준다.
와.
“이 기특한 녀석들.”
두 녀석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며 주스를 쭉 들이켰다.
맛있다.
맛은 있는데.
“이거 미안하네, 내가 잠을 깨운 거지?”
둘이 황급히 고개를 젓는다.
-아니에요.
“우린 원래 이 시간에 일어나요.”
웃기시네.
아닌 거 다 알아.
“그래, 그렇다 치고, 기왕 일어난 거 밥이나 먹으러 가자.”
두 꼬맹이가 고개를 끄덕인다.
그렇게 일행이 늘어나고, 다 같이 밖으로 나가려던 그때.
후웅-!
후웅-!
검 휘두르는 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우리 타노스가 새벽부터 땀을 뻘뻘 흘리며 검을 휘두르고 있었다.
쟤는 언제 나왔대.
거기다 지금 보니까 곧 마법진 안으로 들어가려나 본데.
“타노스!”
멈칫-
“……주군?”
“아침부터 열심히네. 밥 안 먹었지?”
“아…… 네.”
“너도 따라와. 밥이나 먹자.”
“예!”
그렇게 내 일행 모두가 합류했다.
* * *
잭의 예상대로, 테슬란 국왕은 혼란스러워하고 있었다.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 거지……?’
‘왜 나를?’
‘왕성 창고를 털고…… 암살을 시도했다……? 왜? 왜 하필이면 테슬란 왕국이지?’
‘툴칸 제국 만세? 그건 분명 진심이었다. 왜…… 툴칸 제국에서 나를……?’
‘강경파인가……? 아니면 온건파?’
테슬란이 거대한 책상을 내려쳤다.
쿠웅 하는 소리가 울리고, 손이 붉게 달아오른다.
고통보다 분노라는 감정이 먼저 피어올랐다.
시키는 대로 다 했는데……!
“대체 왜!!”
소리를 내지르고는, 양손으로 머리를 쥐어뜯었다.
테슬란 국왕.
그의 입에서 까드득하며 이가 맞물리는 소리가 울린다.
화려한 사치품이 수도 없이 진열되어 있는 방 안에서, 왕좌와도 비슷한 의자에 앉아 있는 테슬란의 모습은 생각보다 더 초라했다.
추레하다고 해야 할까.
나이는 고작해야 55세에 불과하지만 그 누가 국왕의 나이를 50대로 볼까.
손에 자리 잡은 쭈글쭈글한 주름과 얼굴, 피부 곳곳에 피어올라 있는 검버섯.
심지어 몸은 왜소했고 눈에는 온갖 아집과 욕심이 가득하다.
모르는 사람이 보았다면 50대가 아니라 거의 70대, 더 나아가 80대로 보았을 정도의 테슬란 국왕.
마자르 테슬란의 모습은 심각했다.
그가 눈을 감는다.
그의 머릿속에, 검은 기사들이 떠오르고 있었다.
팔이 잘리고 결국 스스로의 몸을 터트리기까지 했던 그들이 마지막에 외치던 말.
-툴칸 제국!! 만세!!
테슬란 국왕은 확신했다.
그들은, 분명 툴칸 제국의 기사들이라고.
그뿐일까.
왕성 창고가 털렸고, 내전으로 쓰려던 자금이 완전히 사라졌다.
지금도 테슬란 국왕의 머릿속에는 앞으로의 계획이 그려져 있었다.
첫째, 복귀하는 토벌단에게 내전 자금을 지원해 준다.
둘째, 그들을 이용해 위원회에 반목하는 귀족들과 세력을 정리한다.
셋째, 그 공로를 인정받아 툴칸 제국이 후에 완성시킬 불로불사를, 받는다.
스스로 완벽한 계획이라고 생각했다.
지금도 계획은 완벽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뭔가 이상하다.
아니, 잠깐.
이제 와서 생각 따위가 뭐가 중요할까.
결과만 보자.
결과.
그러면 모든 상황이 명확해진다.
테슬란 국왕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
“필요가 없어져서 정리하려 한다? 아니지, 애초에 내게 불로불사를 줄 생각이 없었구나. 그래, 그것이다. 빌어먹을 야만인 새끼들이…… 감히 이 테슬란에게!”
오락가락하는 테슬란.
그는 모르고 있었다.
문이 절반쯤 열려 있다는 사실과 그 문틈 사이로 테슬란을 바라보고 있는 남자가 있다는 사실. 그리고 그 남자가 팔짱을 낀 채 한심한 표정을 짓고 있다는 사실을.
문틈 너머의 남자는 조용히 한숨을 터트렸다.
금발 머리를 어깨까지 기른 상당한 미남자.
나이는 30살.
그의 작은 눈매가 미약하게 찌푸려져 있었는데, 그의 뒤에 서 있던, 또 다른 남자가 슬며시 말을 걸었다.
“……괜찮으십니까. 왕세자 저하.”
테슬란 왕국의 왕세자.
아가레스 테슬란.
그가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
“괜찮을 리가 없지.”
왕족이자, 현 테슬란 왕국에서 가장 능력이 뛰어나다고 평가받는 그는 문틈 사이로 보이는 아버지의 모습이 참으로 한심하다고 생각했다.
“욕심 많은 늙은이.”
“…….”
“오래 살고 싶은 소인배.”
아가레스가 비릿하게 웃었다.
“그게, 현 테슬란 국왕이지.”
아가레스는 이 순간 결심했다.
왕이, 되어야겠다고.
이 망가진 왕국을 살릴 수 있는 이는 나밖에 없을 거라고.
“연락하시게.”
아가레스가 천천히 몸을 돌렸다.
“그대의 큰형님, 정확히는…… 공작에게.”
남자, 더글라스 어센블이 고개를 끄덕인다.
몸을 돌려 걸음을 옮기던 왕세자는 생각했다.
이제, 왕이 되어 왕국을 통치할 때가 되었다고.
더글라스 어센블은 그런 왕세자를 바라보며 생각했다.
드디어 어센블 공작가가 한 왕국의 완벽한 뒷배가 되는구나.
킹메이커.
저마다 서로 다른 생각을 하며, 속으로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