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Legendary youngest son of the marquis RAW - Chapter (80)
제 81화
“소식통 전부 동원해서 소문 하나만 더 퍼트리자.”
“소문이요?”
“과거 군나르 제국의 수도였던 유적지에서 어마어마한 싸움의 흔적이 발견되었다…… 시체만 수백 구가 나왔다…… 그중에는 드래곤으로 추정되는 사체도 있었다…… 그 소식을 들은 황태자는 그 자리에서 졸도했으며…… 툴칸 제국의 모든 귀족들이 매우 큰 충격을 받았다…… 혹은 경악을 했다…… 대충 추임새 좀 좋게 넣어서, 대륙 전체에 퍼트려 봐.”
내 말을 들은 아베이루는 처음 10초 정도는 멍한 표정을 짓고 있다가, 결국 깨달았다.
이 소문을 퍼트리는 이유를.
“……위원회와 강경파를 분리하실 생각이시군요.”
피식 웃고는 탁자에 놓인 물을 슬쩍 입가로 가져다 댔다.
그런 내 모습을 바라보던 아베이루가 살짝 고개를 갸웃한다.
뭔가 자기가 놓친 게 있는 게 아닌가 하는 표정.
이어서 무언가를 골똘히 고민하던 아베이루가 천천히 입을 벌린다.
뒤늦은 깨달음이라고 해야 할까.
“맙소사. 툴칸 제국 만세…… 그게 제가 생각했던 그런 의미가 아니었군요. 세상에…… 공자님, 진짜…… 천재십니까?”
“낯간지럽게 천재는 무슨.”
“강경파나 온건파라고 굳이 특정하지 않고 툴칸 제국을 외쳤던 건 위원회에 속한 이들이 강경파와 온건파 그 두 조직을 모두 불신하도록 만들었던 거군요. 그래서 의심을 심어 놓았다고 하신…… 아, 제가 뭔가 놓치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이제 확실히 이해했습니다. 공자님은 위원회에 속한 이들뿐만이 아니라, 다섯 왕국 전체가 새로운 제3의 조직을 만들어 강경파와 온건파를 견제하게 만들 생각이셨군요. 이거 스케일이 너무 큰 거 아닙니까? 와…….”
앞서 말했듯 아베이루는 똑똑하다.
이 이상 무슨 대화가 필요할까.
잔을 내려놓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준비되면 별장으로 오고.”
“……예. 공자님.”
* * *
후욱-!
후욱-!!
타노스는 허공에서 뛰어다니고 있었다.
그러면서 그의 눈동자는 허공의 어느 부분을 직시하고 있었다.
갑작스럽게 타노스는 검을 세우며 방어 자세를 취했다.
하지만.
쿠웅-!
맥없이 허공에서 바닥으로 추락한다.
“하…… 하하…….”
바닥에 엉거주춤한 자세로 앉아 있던 타노스가, 허탈하게 웃더니 그 자리에서 대자로 드러눕는다.
하늘을 바라보던 타노스는 생각했다.
쓸데없이, 하늘이 맑다고.
이어서 한 손으로 목을 쓰다듬으며, 깊은 한숨을 터트린다.
벌써 몇 번째일까.
100번? 200번?
모르겠다.
타노스의 심정은 간단했다.
이건, 답이 없다.
수백 번이 넘도록 마법진 안의 잭과 겨뤘고, 처음 정말 우연히 검을 막았던 것을 제외하면 단 한 번도, 잭의 일검을 막은 적이 없다.
이해가 가지 않을 정도다.
잭은 분명 마법진 안의 환상이 1서클이라고 했다.
잭이 거짓말할 이유는 없었기에, 맹목적으로 믿고 있긴 했지만 그 힘이 정말 1서클이 맞을까?
2서클의 모든 마나를 끌어 올려 방어를 시도했음에도 막기는커녕 그대로 목이 썰린다.
계속 움직이며 방향을 유도하고, 휘둘러질 방향을 예상해서 방어를 했지만, 막을 수가 없다.
그냥 목이 썰리고, 뭘 해도 일검에 목이 썰린다.
뭐가 다른 걸까.
타노스는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섰다.
모르면 계속 몸으로 부딪히는 수밖에.
200번으로 안 된다면 300번, 400번, 500번.
계속 죽다 보면, 계속 부딪히다 보면 무언가라도 보이겠지.
이게 타노스가 믿는 위닝 멘탈리티였다.
스스로가 부족한 걸 알기에.
알고 있음에도 뒤처지고 싶지 않기에 타노스는 노력을 한다.
타노스에게 노력이란, 그의 신념이고 그의 정신이다.
그렇게 마법진 안으로 걸음을 옮겼다.
아니, 옮기려 했다.
“힘드냐?”
뒤쪽에서 들려오는 잭의 목소리가 아니었다면.
* * *
정말, 새삼스럽긴 한데 이렇게 보니 타노스는 생각보다 너무 평범하다.
드래곤인 셀과, 뱀파이어인 샬롯.
그 둘은 나이가 어리긴 하나, 이미 지닌 바 재능은 검증이 되었다.
하지만 타노스는 그 둘과 경우가 조금 다르다.
노력의 재능은 일단 기본적으로 대기만성적인 성격이고, 어떤 수련을 하느냐에 따라 얻어 내는 것의 크기가 달라진다.
문제는 타노스가 내 생각보다 더 여리다는 거.
성장이 정체되어 있다고 해야 할까.
“으음…… 대체 너를 어찌해야 할까.”
맞은편에 선 타노스가 죄지은 죄인처럼 안절부절못하는 걸 보고, 피식 웃었다.
“네가 올해 17이고, 몇 달만 지나면 18살이니…… 곧 성인이네?”
“예. 그렇습니다, 주군.”
그럼, 간단하네.
그 전에.
“쓰지 않는 주머니 같은 거 있냐?”
“주머니요?”
내 말에 갑작스럽게 품을 뒤적이던 타노스가 딱 자기 주먹만 한 가죽 주머니를 꺼내 든다.
“아카데미에서 가끔 주는 용돈을 보관하던 주머닌데…… 이거라도 괜찮으시면…… 드리겠습니다.”
일단 주머니를 건네받고는 조용히 타노스를 바라보았다.
내 눈에 타노스는 백지로 보인다.
멍청하다거나 그런 게 아니라, 무엇이든 적어 넣을 수 있는 백지.
그 백지 끄트머리에 ‘노력’이라는 게 작게 새겨져 있다.
그거 하나로는 모자라다.
그러니 하나만 더 새겨 주자.
“따라와.”
그대로 몸을 돌려 타노스와 함께 지하실로 향했다.
끼이익-
지하실 문을 열고 들어가자마자 그 자리에서 멈칫했다.
나뿐만이 아니라 나를 따라 들어오던 타노스도 마찬가지.
“이게 뭔 상황이냐?”
공간 이동시킨 돈도 그대로고, 포션 상자도 그대로다.
당연히 여기를 지키는 데스 나이트들도 그대로고.
한 가지 다른 건.
불청객이 있었다는 거.
나는 한쪽 구석에 포박당한 채로 꿇려 있는 다섯 명의 남자를 바라보며 물었다.
“오총사? 니들이 여기 왜 있냐?”
“…….”
답이 없어서, 데스 나이트들을 향해 고개를 돌렸더니.
(주군께서 자리를 비우시고, 5분이 흘렀을 때 한 명이 들어왔고, 또 5분이 지났을 때 다른 한 명이 들어왔으며, 계속해서 5분 간격으로 한 명씩 들어왔습니다.)
톨리소가 쇳소리 가득한 목소리로 세세하게 설명한다.
정리하면, 그냥 한 명이 별장을 둘러보는데 지하실에서 올라오지를 않았고, 다른 한 명이 데리러 내려왔다가 같이 묶이고, 데리러 간 놈이 올라오지 않으니 다른 한 놈이 다시 내려오고…… 뭐 그랬다는 거네.
(주군께서 죽이라는 명령이 없으셔서 제압한 상태로 대기 중이었습니다.)
대충 손을 휘저으며 톨리소의 말을 끊었다.
“오총사…… 애매하네, 이건 예상했던 상황이 아닌데.”
계속 침묵하고 있던 오총사 중, 가장 나이가 많아 보이는 놈이 내게 묻는다.
“……대체 무슨 일을 하고 계셨던 겁니까?”
“글쎄, 꼭 말해 줘야 되나?”
“하…… 이곳은 어제까지만 해도 텅 비어 있었던 곳입니다. 그런데 어찌 하루 만에 이렇게 어마어마한 돈이 생겨난 건지, 설명하시지요. 그리고 이 남자들은 누굽니까. 뭔데 공작가의 별장 지하실에 이렇게 몸을 숨기고 있는 겁니까.”
입술을 살짝 핥고 말았다.
오총사.
솔직히 말하면 나는 이놈들과 친해질 생각이 전혀 없었다.
처음 만나고 난 지 2주일 정도가 흘렀음에도 나는 이들의 이름조차 모른다.
괜히 오총사라고 부르는 게 아니다.
“꽤 건방지게 말을 하네? 설명하시지요? 하…….”
자리에, 천천히 쪼그려 앉았다.
“내 착각인가? 명령조로 들리는데?”
“이곳은 공작가의 별장입니다. 그곳에서 신세 지는 당신은…… 큭.”
손을 뻗어 놈의 목을 움켜쥐었다.
꽈아악-
“신세? 뭔 개소리야, 이건? 새끼야, 여긴 공작가의 별장이 아니고. ‘내 집’이야, 총장한테 못 들었어? 툴칸 제국 첩자 잡아 주는 대가로 내가 받은 집. 이게 빌려주는 형식으로 생각하고 있었던 거야? 그럼 매우 실망적인데.”
점점 힘이 들어간다.
이대로 목을 틀어 버릴까 하다, 픽 웃고는 손에 힘을 뺐다.
“하긴, 니들 같은 말단이 뭘 알겠냐.”
여전히 켁켁거리는 오총사 중 한 명을 바라보다, 타노스에게 고개를 돌렸다.
“이렇게 될 줄은 몰랐는데, 오히려 좋은 상황이네.”
진심으로 좋은 상황이다.
오총사가 이곳에 있을 줄은 나도 몰랐다.
그냥 타노스에게 이 돈들의 출처를 말해 주고 좁혀진 시야를 조금 넓게 만들어 주면서 자연스럽게 책임감을 만들어 줄 생각이었는데, 오총사라…….
이렇게 되면 효과는 배가 될 듯싶다.
“타노스, 넌 내 사람이지?”
“예, 주군. 저는 주군의 사람입니다.”
“그래? 그럼 얘들을 어떻게 하는 게 좋을까?”
“……예?”
“너도 궁금하잖아. 이 지하실에 왜 이렇게 많은 돈이 있는 걸까. 저렇게 쌓여 있는 포션은 대체 뭘까. 딱 봐도 좋은 느낌이 들진 않을 텐데?”
“…….”
“넌 내가 원하는 답을 알고 있어. 알고 있는데…… 망설이고 있네.”
어깨에 앉은 스승님이 잠시 타노스를 바라보다, 이어서 나를 바라본다.
내가 무슨 생각을 하려는지, 아마 짐작하신 것 같다.
“자, 잘 들어. 나는 어젯밤 말론 공작의 영지와 왕궁을 습격했고, 그곳에서 툴칸 제국이 쓰려고 했던 내전 자금을 모조리 중간에서 가로챘어. 눈앞에 있는 이 돈들은 전부 어젯밤에 내가 훔친 돈이야. 깊은 이야기가 더 있긴 한데, 그건 다 건너뛰자고, 중요한 건 나는 어젯밤 왕궁을 습격했고 왕 앞에서 흑마법으로 만든 데스 나이트 세 기를 자폭시켰다는 거. 자세한 상황은 모르는데 아마 국왕도 꽤 큰 상처를 입었을걸. 죽지는 않았을 거야. 그렇게 조절했으니까.”
약간의 거짓이 보태져 있지만, 무슨 상관이랴.
슬쩍 웃었다.
“타노스, 혹시 기억나냐?”
“예?”
“전에 내가 말했잖아. 네가 처음 이 별장으로 들어왔을 때 기네스라는 요리사랑 오총사를 가볍게 언급해 줬던 거. 그거 기억 안 나?”
“납니다. 주군을 감시하는 이들이라고…… 하셨잖습니까.”
“맞아. 날 감시하는 놈들이지. 더불어 요리사인 기네스를 도와서 식자재 정리를 도와주는 짐꾼이기도 하고, 이참에 확실하게 말해 줄게. 현재 테슬란 국왕을 비롯해 말론 공작은 툴칸 제국의 사람이야. 그리고 어센블 공작이나 롬멜 총장 중 한 명 이상은 분명 툴칸 제국과 관련되어 있어. 그런데 어젯밤에 탈취당한 돈과 물자가 지금 이 자리에 있네? 이걸 이 오총사가 총장에게 보고하면 어떻게 될까? 만약 총장이 툴칸 제국 사람이라면? 그게 아니더라도 이 다섯 놈이 어센블 공작에게도 정보를 흘리면? 그 이후에는 어떻게 될까?”
타노스는 순박하게 생기긴 했지만, 적어도 바보는 아니다.
내가 이 정도로 맥락을 모조리 짚어 주면서 이야기했는데, 이걸 이해하지 못할 리가 없다.
타노스가 말했다.
“주군이 사건의 배후로 지목당할 것입니다.”
“그래, 그렇게 되겠지. 롬멜 총장은 나와의 관계를 부정할 거고 국왕 그 머저리 새끼는 온갖 병사를 이끌고 올 거고. 툴칸 제국에서도 자기들이 만들어 놓은 판을 완전히 뭉개 놓은 나를 죽이고자 하겠지. 드래곤이었던 셀이 상처투성이였던 거 알지?”
“예.”
“왜 그랬던 거 같냐?”
“…….”
“툴칸 제국은 셀을 가지고 온갖 실험을 했었어. 네가 셀을 처음 봤을 때 잘려 나가 있던 팔, 다 그때 생겨난 상처야. 자, 보자고. 그런 놈들이 셀을 발견하면 과연 어떻게 될까. 간단해. 데려가려 하겠지. 그리고 다시 생체 실험이 시작되는 거고. 이 정도면 충분히 이해했지?”
“…….”
“충분히 이야기했고 이해시켜 줬으니 명령한다. 타노스. 이 다섯 명, 전부 죽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