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Legendary youngest son of the marquis RAW - Chapter (85)
제 86화
이거 참.
새삼스럽지만 아베이루는 정말 유능했다.
내가 아카데미에 다니고 있으니, 내가 알아 두어야 할 정보를 미리 정리해 둔 이 확실한 준비성.
가장 앞장에 레온하르트의 정보가 적혀 있는 걸 보면, 아침에 식당에서 내가 샬롯과 나눈 대화를 잊지 않고 있었다는 뜻인데.
확실히 내가 뭘 우선해야 할지 아는 녀석이다.
점점 마음에 드네.
녀석이 말을 잇는다.
“레온하르트, 평민이지만 재능을 인정받아 왕궁으로 스카우트되었으며, 명예 남작 작위를 수여받았고, 왕궁 근위 기사로 무려 15년을 지내다 37세의 나이로 아카데미 부교관으로 부임했습니다.”
자리에 멈춰 선 채로, 손에 쥔 종이들의 내용을 다시 한번 훑었다.
이번에는 이름과 인적사항만 대충 본 게 아니라, 특이 사항부터 시작해서 범죄 경력…… 그런 것들을 주로 보았다.
그렇게 읽으면 읽을수록, 아베이루에 대한 감탄은 잠시 사라진다.
내용이 수박 겉 핥기 식이라거나 그런 게 아니라, 내용 자체가 충격적이었기에.
와씨.
욕이 절로 나오고 손아귀에 힘이 들어 간다.
“아카데미에는 인재가 모여들죠. 그리고 각 귀족은 그들을 자기 가문의 힘으로 만들려고 나름의 노력을 기울이는 상황입니다.”
다시 한번 맨 앞장으로 돌아왔다.
레온하르트에 대한 정보.
그리고 그 밑에, 아까는 제대로 보지 않았던 정보가 눈에 들어온다.
특이사항: 왕궁 소속 스카우터 중 한 명으로 아카데미 부교관으로 부임한 4년 동안 약 8명의 여학생과 성적인 관계를 맺었으며, 그중 절반 이상이 강제적인 관계. 즉 강간으로 강력하게 추정됨. (아래 증거 목록 1번)
제399기 졸업생 중 왕궁 근위 기사단으로 소속을 옮긴 ‘셀레나’에게 듣기로, 14살 때부터 레온하르트에게 강간을 당해 왔으며, 지속적으로 성상납도 해야 했다는 증언을 확보함.(아래 증거 목록 2번)
여러 가지 정황을 따져봤을 때 소아성애증pedophilia이 분명함(아래 증거 목록 3번)
그 외……(아래 증거 목록 4번)
그 외에도 뒷돈을 받았다는 등, 다른 귀족 가문에 누구누구를 추천했다는 등.
와. 대단하네.
뒷돈부터 성매매.
이 두루마리를 쭉 훑어본 결과.
레온하르트는 오히려 약과라고 할 수 있었다.
총교관, 수석 교관. 교관 부교관, 가릴 거 없이 깨끗한 놈을 찾기가 힘들 정도다.
그런데, 노력이라고?
“요즘엔 애들 강간하는 걸 노력이라는 범주로 쳐주냐?”
짜증 섞인 내 목소리에 아베이루가 침을 꿀꺽 삼킨다.
“변질된 것입니다. 각 귀족 가문에서 파견된 이들은 교관이나 부교관이라는 우월적인 위치에서 학생들을 끌어들이는 데 치열한 암투를 벌입니다. 그 과정에서 생겨난 ‘부가적인 이득’이라고 그들은 생각하고 있는 거죠. 그들의 입장에서는 그걸 ‘노력’이라고 포장합니다.”
두루마리를 덮었다.
대충 상황이 머릿속에 그려진다.
“그러니까, 이 레온하르트라는 새끼는 우리 샬롯을 총장의 사람으로 여기고 있고, 샬롯이 워낙 뛰어나서 어센블 공작가의 이름이 왕성의 이름보다 높아질까 봐 견제하고 있다…… 뭐 그런 거냐?”
“맞습니다.”
살짝, 입술을 핥았다.
“총장이 특별입학으로 꽂은 샬롯을 아니꼽게 여긴다…… 위에서 하는 정치 싸움, 파벌 싸움에 그 병신 같은 국왕의 권위를 내세우기 위해 샬롯을 압박하고…… 그런 상황에서 총장을 견제하며 교수진의 영향력이 줄어드는 걸 막으려 한다…… 이게 겉으로 보이는 이유고, 여기서 네가 말한 ‘부가적인 이득’은, 이 레온하르트라는 새끼는 그냥 샬롯을 노리고 있다는 거네? 그것도 성性적으로?”
은은한 분노를 느낀 건지, 아베이루는 침묵했다.
필립도 침묵했고.
뒷배가 있건 없건, 총장이 친국왕파건 아니건 그런 건 지금 이 이야기와는 전혀 관련이 없다.
친국왕파라는 뜻은 말 그대로 국왕을 지지하는 쪽에 불과하기에 엄밀히 말하면 그들의 힘이 국왕의 힘이 되지는 않는다.
하지만 왕성 소속의 근위 기사단이 되거나, 수습 근위 기사가 되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그들은 온전히 국왕의 사람이자, 국왕의 직속 부대에 해당하니까.
레온하르트가 국왕한테 충성을 하건 말건, 그딴 건 관심 없다.
여기서 중요한 건, 이 새끼를 비롯해 아카데미의 전체적인 ‘교수진’이, 아주 인간쓰레기들이라는 거다.
생각할수록 빡치네 이거.
“내가 콩깍지가 쓰인 건 아니지만, 우리 샬롯은 예쁘지. 귀엽게 생기기도 했고.”
과장한 게 아니다.
샬롯은 고작해야 11살에 불과하지만, 지금도 외모만큼은 아카데미에서 독보적이다.
오똑한 눈동자와 곧게 솟은 코.
그리고 아직 빠지지 않은 젖살들을 감안해도, 이게 어렸을 때 잠깐 씌는 콩깍지가 아니라, ‘아, 이 아이는 성인이 되면 그냥 얼굴 하나로 세상을 씹어 먹겠구나……’ 하는 생각이 절로 드는 그런 외모다.
레온하르트의 특이 사항을 살펴보면, 이 셀레나라는 여자애를 14살 때부터 성적으로 괴롭혀 왔다.
왕궁 수습 근위 기사로 넘어간 걸 보면 입막음의 측면으로 봐야 할 것 같은데, 이런 새끼가 샬롯을 가만히 놔둘 리 있나.
하아.
“개판이구만.”
두루마리를 대충 품 안에 집어넣었다.
샬롯이 당면한 문제를 나는 그저 적응의 문제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냥 두고 보기로 했다.
샬롯이 힘들면 나한테 말하겠지.
그렇게 생각했다.
아카데미에 보낸 이유가 자립심을 길러 주기 위해서인데…… 안 되겠다.
시체 몇 구 치워야 할 것 같다.
이건 ‘예상보다’ 도가 너무 지나치잖아.
후우.
일단 눈앞의 일부터 처리하자.
짧게 심호흡하고 지하실로 들어섰다.
지하실의 풍경은 아까와는 사뭇 달랐다.
우선 오총사의 시체들은 뒷마당에 묻었는지 창고 안에는 없었고 핏자국도 없었으며, 무엇보다 엄청난 높이로 쌓여 있던 수많은 골드들이 약 100만 골드 정도를 제외하고는 완전히 사라져 있었다.
이래서 내가 데스 나이트를 좋아한다.
시키면 확실하게 처리를 하잖아.
확연하게 달라진 지하실의 모습에 아베이루가 고개를 잠시 갸웃하더니, 데스 나이트들의 모습을 보며 감탄 섞인 목소리를 토해 낸다.
“갑옷이 변했군요.”
“데스 나이트잖아.”
톨리소를 포함한 9기의 데스 나이트들은 검은 갑주를 입고 있었다.
무늬 없이, 강철로 만들어진 검은 갑주.
이건 출처를 따지면 간단하다.
왕궁에서 훔쳐 온 무기들과 갑옷들을 세공하고 색을 입힌 거다.
고난이도의 작업이 필요했던 건 아니고, 그냥 겉면을 그슬리고 문양이 새겨져 있는 부분을 녹였다.
까칠까칠한 갑주에, 흑철을 도포하듯 두르자 데스 나이트라는 이름에 너무나도 걸맞은 장비가 만들어졌다.
참고로 이거 만드는 데 5분도 안 걸렸다.
여하튼.
“정리부터 하자.”
톨리소를 향해 손을 내밀자, 아공간 주머니를 내 손에 쥐여 준다.
그걸 아베이루에게 건네주었다.
‘이게 뭡니까’라는 그 표정에 대답해 주었다.
“아공간 주머니, 그 안에 대충 1800만? 1900만? 그 정도 넣어놨으니까. 꺼내 쓰면 될 거다.”
아베이루가 고개를 갸웃한다.
“아공간…… 주머니요?”
“왜? 처음 봐?”
“……처음은 아닌데, 제가 본 거랑 조금 달라서요.”
슬쩍 웃고 말았다.
“다르다?”
“예, 보통 창고로 삼는 곳을 기점으로 꺼내 쓰는 식의 아공간 주머니라면 본 적이 있…… 설마, 이 안에 다 들어 있는 겁니까?”
고개를 끄덕였다.
“맙소사, 진짜 아공간에 무언가를 보관하는 주머니는 대륙에 하나밖에 없다고 알고 있는데…… 이걸 어찌 구하신 겁니까?”
구하긴.
“만들었다. 내가.”
“……예?”
“만들었다고.”
아베이루의 눈이 크게 떠진다.
“아티펙트도 제작하실 줄 아셨습니까? 아니, 그보다 아공간 주머니…… 그러니까 이 ‘최상급 아공간 주머니’는 제가 알기로 아무나…… 아, 아…… 공자님이시니까. 가능하시겠군요.”
말을 하면서도 자기가 납득을 한다.
너털웃음을 터트리자, 아베이루도 헛웃음을 터트린다.
이 상황을 이해하지 못한 건 필립이라는 남자와 셀, 두 명이었다.
하여튼.
“대충 쓰다 보면 감 잡을 거다. 잃어버리지 말고, 포션은 넣기가 힘들어서 안 넣었거든. 여분 필요하면 최상급으로다가 백 개 정도 챙겨 가고, 그 외에 필요한 거 있으면 그냥 돈으로 사.”
“예, 알겠습니다.”
“그리고.”
슬쩍 상자에 엉덩이를 걸치며 물었다.
“소문은?”
아베이루의 눈동자가 빛난다.
“완벽하게, 조치해 놨습니다.”
“믿어도 되지?”
“예. 장담하는데 5일 내로 툴칸 제국을 비롯해 다섯 왕국의 모든 귀족들 귀에는 들어갈 겁니다.”
5일이라…….
일단 오케이.
“그리고 소문을 퍼트리는 애들 몇 명도 후작령으로 데려가려 합니다.”
“몇 명인데?”
“총 3명입니다.”
3명…….
“그것도 오케이, 전부 너한테 맡긴 거니까, 월급도 두둑하게 챙겨 줘.”
“예.”
이어서 손가락으로 데스 나이트들을 가리켰다.
“너랑 너, 옆으로 열외.”
(충!)
두 기의 데스 나이트를 제외한 나머지 7명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9서클 1기, 8서클 6기.
유통기한이 얼마 남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1년 정도는 써먹을 수 있을 전력이다.
“자, 너희 7명은 지금부터 아베이루의 수족이다. 아베이루가 시키는 일은 너희 머리에 있는 지식을 최대한 활용해서라도 지키도록.”
(충!)
“그리고 아베이루랑 그 옆에 너.”
“예, 공자님.”
“예, 공자님.”
데스 나이트 모두와, 아베이루, 그리고 필립이 나를 바라본다.
“발란티에 영지에 있는 동안 어떤 일이 있더라도 너희들의 최우선 순위는 엘리자베스 발란티에, 그리고 론. 이 두 사람의 안전이다. 다른 놈들은 죽이든 고문을 하든 팔다리를 찢든 관심 없어. 뭘 하든 상관없으니까. 저 두 명은 무조건 지켜라. 니들 목숨을 걸어서라도.”
(충!)
“예!”
다시 아베이루를 향해 시선을 옮겼다.
“자신 있냐?”
많은 것이 함축된 이 말에, 아베이루는 믿음직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상자에서 내려온 뒤 손을 뻗어 아베이루의 어깨를 짚었다.
마른 근육을 덮고 있는 아베이루의 몸은 생각보다 왜소했다.
“부탁한다. 고생 좀 해라.”
“걱정 마십시오. 새것처럼 뽀드득 소리 나게, 처리해 놓겠습니다.”
그대로 어깨를 두드려 주자, 아베이루가 황송하다는 듯 한 번 더 고개를 숙인다.
필립은 묘한 눈으로 나와 아베이루를 바라보고 있었고.
“흑의 굴레를 최소 6개월 정도는 유지시키게 만들어 놨으니까. 대충 타이밍 봐서 몇 명씩 이쪽으로 보내. 충전시켜 줄 테니까. 수명은 길면 2년, 짧으면 1년일 거다. 이 정도면 무슨 말인지 알지?”
“예. 걱정 마십시오.”
그렇게, 나는 아베이루를 보냈다.
그대로 셀과 함께 밖으로 나온 나는, 손에 들린 자료를 다시 한번 읽어 내려갔다.
쭉 훑고 있을 때, 정문 쪽에서 인기척이 느껴진다.
고개를 들자, 샬롯과 타노스가 정문으로 들어서고 있었다.
아직 전체적인 수업이 끝난 건 아니지만 내가 저 두 녀석에게 당부했던 게 하나 있다.
점심시간에는 아카데미 식당 말고 가능하면 별장으로 와서 밥을 먹으라고.
그리고 이런 말도 덧붙였었다.
친구를 사귀면 걔들도 데리고 오라고.
이게, 아카데미 식당을 관리하는 요리사들한테는 미안한 소리지만 식당에서 해 주는 밥은 맛이 영 아니더라.
가능하면 맛있는 거 먹어야지.
그러니까, 지금은 점심시간이다.
‘휴우…….’
서류를 품 안에 집어넣었다.
“잘 갔다 왔냐?”
“헤헤. 네, 보스.”
샬롯이 밝게 대답하고, 옆에 있던 타노스는 조금 어두운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인다.
이어서 타노스의 시선이 힐끗 샬롯을 향해 움직이는 걸 보니, 타노스도 알아챘나 보다.
샬롯이 따돌림당하고 있는걸.
일단.
“밥부터 먹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