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Legendary youngest son of the marquis RAW - Chapter (92)
제 93화
* * *
10분이라는 시간은 금방 지나갔다.
레온하르트의 사지는 꿈틀꿈틀 떨리고 있었으며 그 옆으로 최상급 포션이었던 병이 세 개 굴러다니고 있었다.
다시 안쪽으로 들어간 뒤 물었다.
“성상납한 거 맞지?”
“예…… 예, 맞습니다. 하지만 저만 한 게 아닙니다. 검술학부의 브리타니아 교관, 벨론 교관, 타일렘 교관과 함께했습니다. 절대 하고 싶어서 한 게 아니라 저는…….”
등등.
쓸데없는 이야기까지 쭉 늘어놓는 게, 고문이 확실하게 먹혔나 보다.
그게 아니라면 원래 이놈이 이렇게 겁이 많은 놈이었다거나.
그리고 놈의 이야기가 이어질수록, 내 손에 들린 자료의 신빙성은 더욱더 깊어만 갔다.
자백서? 받을 필요도 없다.
전부, 잡아 죽이려던 놈들의 이름이랑 같았으니까.
그러니, 이젠 이 쓰레기의 개소리는 더 들을 필요도 없다.
“자, 새로 임명된 감찰단주로서 권한을 행사한다.”
계속 주저리주저리 무언가를 떠들고 있던 레온하르트가 천천히 고개를 든다.
그 눈에 비친 나는, 언젠가처럼 장난기 가득한 웃음을 짓고 있었다.
“내가 말재주가 별로 없거든. 그냥 간단하게 말해 줄게. 나는 감찰단주, 너는 범죄자. 네가 네 입으로 죄를 자백했으니…… 재판 절차 생략하고 감찰단주 권한으로 이 자리에서 벌을 내린다. 그 벌은…….”
말려 올라가던 입꼬리가, 정지했다.
“사형.”
쿵-!
“뭐라고!!”
무시하고, 검을 들었다.
그때.
언제 정신 차린 건지 모를 에밀리아가, 뒤에서 숨만 죽이고 있더니 갑자기 끼어든다.
“그는 왕궁 근위 기사단 출신이며 명예 작위까지 있는 준귀족에 아카데미 부교관이에요! 공식적인 조사도 없이 사형이라니요!”
개소리 잔치네.
“그래서 어쩌라고.”
“……네?”
“공식적인 조사? 그걸 왜 해야 되는데?”
여기서 공식적인 조사라는 말은 하나밖에 없다.
대질심문, 그리고 공개적으로 사건을 크게 만드는 것.
농담이 아니고, 이런 말이 나올 줄은 꿈에도 몰랐다.
“왜 그런 게 필요하지?”
“……네?”
“공식적인 조사…… 네 말은, 수도에 있는 법무청에 공식적으로 사건을 접수하고, 피해자들도 전부 끌고 와서 대질심문도 하고, 그냥 사건을 세상에 널리 퍼트리자는 거잖아? 아니야?”
“그건…… 아니지만…….”
“아니긴 뭐가 아니야. 이것도 웃기는 애네. 네 말을 조금 풀어서 이야기해 줄까? 네 말은, 그 여자들 다 데리고 와서 면전에다 대고 혹시…….”
천천히 고개를 내밀었다.
“근위 기사단에 합류하는 대가로 레온하르트에게 몸을 바치셨나요? 이렇게 물으라는 거잖아? 그럼 어떻게 될까.”
“예?”
“걔들이 자발적으로 상납을 했건, 강제적으로 상납을 했건, 그런 건 중요하지 않아. 중요한 건 이 상납에 대한 사건을 키우면 그 여자애들은 기껏 들어간 기사단에서 내쫓기게 될 거라는 거지, 이후 걔들은 어떻게 될까. 한번 맞혀 봐.”
“…….”
“맞혀 보라니까? 왜 말이 없어.”
“퍼지겠죠. 소문이.”
“그리고?”
“……그 어디에도 갈 곳이 없게 되겠죠.”
“그래, 갈 곳이 없게 되겠지. 조사를 한다, 피해자를 특정한다…… 그딴 게 이제 와서 뭐가 중요해? 중요한 건 결과야. 설령 공식적으로 사건을 접수하고, 그게 비공개 수사로 전환된다고 해도, 아는 놈들이 많아지면 퍼지는 것도 순식간이지. 머지않아 분명 이런 소문이 퍼지게 될 거야. 누구누구는 몸을 팔아서 근위 기사단에 합류했다…… 뭐 그런 거.”
그래서 영감님한테 이 일을 맡기지 않은 거다.
이게 공식적인 절차를 거쳐 공개적으로 수사가 이루어지면 대질 심문부터 피해자 조사까지 거쳐야 하는 과정이 한둘이 아니다.
뿐이랴.
그 과정에서 이 자료에 적힌 여자들이 세상에 드러날 수도 있다.
아니, 무조건 드러난다.
아카데미 수백 년 역사 중 관례라는 이유로 단 한 번도 수면 위로 드러난 적이 없던 일이고, 이 일에 엮여 있는 귀족들은 장담하는데 수백이 넘어간다.
자연스럽게 외압도 들어올 거고, 견제도 들어올 건데, 그런 상황에서 피해자가 공개되면 걔들이 뭘 어떻게 할 수 있을까.
난 걔들 인생 책임져 줄 생각도 없고, 걔들 인생 망하게 할 생각도 없다.
모든 주목은 내가 받을 거고 모든 욕은 내가 처먹을 거다.
그러니 이 일은 나만 할 수 있는 거다.
오직, 세상 눈치 안 보는 나만.
손으로 이 순진한 여자의 머리를 슬쩍 뒤로 밀었다.
“끝까지 책임져 주고 뒷수습할 자신 없으면 찌그러져 있어.”
“하지만……!”
에휴.
“야, 너도 여자 아니야?”
“……맞아요.”
“공감대도 없냐? 거기다 왜 자꾸 꽥꽥대는 건데? 하극상하는 거냐 지금?”
“……그건 아닌데…….”
손을 내밀어 이 철없는 여자의 머리를 한 번 더 툭 밀었다.
“그리고 네가 들은 그 여자애들 이름, 어디 가서 떠벌리거나 그러지는 마라. 공범 되기 싫으면.”
“공범……이요?”
“난 남녀 안 가려. 네가 떠벌리는 거, 내 눈에 보이거나 내 귀에 들리면, 그날 너도 죽는다. 난 내가 하려는 일을 망치려는 것들을 단 한 번도 살려 준 역사가 없거든. 무슨 말인지 알지?”
에밀리아가 침을 꿀꺽 삼키며 고개를 미친 듯이 끄덕였다.
“그리고, 네가 왜 감찰단원인지는 모르겠는데, 자원한 거 아니면 그냥 오늘부터 일반 학생으로 돌아가라. 나랑 같이 욕먹기 싫으면.”
“아…….”
에밀리아가 싱숭생숭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본다.
저 시선이 뭘 뜻하는 건지는 모르겠는데, 그래도 내 말을 대충 알아들은 거 같으니, 이 정도면 된 것 같다.
그대로 품 안에 있던 서류를 꺼내 들었다.
“다음은…… 검술학부 4학년을 담당하는 총교관이네. 명예 백작이라…… 대어구만, 얼씨구. 근위 기사단의 부기사단장이었다가…… 세빌 후작가의 기사단장? 철새야 뭐야, 뭐 이리 많이 옮겨 다녔어?”
그때, 스승님이 손가락으로 팔다리가 잘려 금방이라도 숨이 넘어갈 듯 몸을 꿈틀꿈틀 떨고 있는 레온하르트를 가리키며 물었다.
[‘저건’ 어찌할 것이냐?]어찌하긴요.
“쓰레기는 쓰레기통에 버려야지요.”
* * *
교수진이 머무는 곳이 있다.
이른바 교무실이라는 장소인데, 교수들과 교관들이 학생을 어찌 가르칠지를 회의하고, 또 어떤 것을 가르쳐야 할지를 정하는 곳이다.
그리고, 이것도 한 번쯤은 언급했어야 하는 부분인데. 아카데미가 차지하고 있는 부지는 생각 외로 어마어마하다.
단순하게 보면 아카데미가 차지하고 있는 땅은 약 200만 평.
그 부지 안에 세워진 건물들의 숫자는 최소 수십 개에 달한다.
여기서 웃긴 건 이렇게 넓은 부지 안에 수용되고 있는 이들의 숫자는 고작해야 이천 명도 안 된다는 거다.
즉, 빈 건물이 넘쳐 난다는 거지.
거기다 이 건물들은 과거 손재주가 매우 뛰어난 드워프들의 도움을 받았었다.
‘생각할수록 그것도 웃기네.’
건물 하나하나 장인인 드워프들의 구슬땀이 스며들어 있는데, 그런 건물이 수십 개면 뭐하나.
쓰는 건물은 고작해야 10개 정도에 불과한데.
그리고 이건 좀 여담인데.
그렇게 빈 건물이 많은데도 감찰부가 속한 건물은 왜 그렇게 허름했을까.
생각해볼 것도 없다.
그 정도로 아카데미를 지냈던 역대 총장들이나 교관들이 감찰단이라는 것을 극도로 혐오했기 때문이지.
권위를 침해받는 그런 느낌, 뭐 그런 비스 무리한 느낌을 받았고 멀쩡한 건물을 배속시켜주면 그건 그것대로 자존심이 상할 테니, 그냥 최대한 쓰레기 같은 건물을 준거다.
아주, 유치하다 못해 한심한 수준이다.
여하튼, 내가 지금 가려는 교무실도 드워프들의 구슬땀이 배어 있었다.
건물 외관은 지나치게 화려하고, 벽에 새겨진 형이상학적인 무늬들은 묘한 분위기를 연출시키고 있었다.
지상까지 총 4개의 층으로 구성되어 있고, 지하로 2개의 층까지 구성되어 있는 건물인 이곳은 교무관이라고 부르기도 하고 교무실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각 층마다 각 학부로 나눠져 있었으며, 레온하르트는 검술학부기에 나는 검술학부 교무실이 자리해 있는 2층으로 향했다.
“아이고, 고생들 많으십니다.”
여유로운 내 웃음에, 검술학부 교관들의 미간이 와락 찌푸려진다.
내가 무슨 짓을 한 건지 벌써 여기까지 소문이 퍼졌나 보다.
무시하고 옆에 있던 데스 나이트, ‘돌쇠’에게 눈짓하자. 그가 어깨에 메고 있던 보따리 하나를 바닥에 내려놓는다.
“제가 이 아카데미의 지리에 밝지가 않아서 말입니다.”
돌쇠가 천천히 보따리를 열어젖힌다.
그 안에서 등장한 건, 팔다리가 사라지고, 몸뚱이에 머리만 붙어 있는 레온하르트였다.
“쓰레기를 치워야 하는데, 소각장이 어디인지 모르겠더라고요.”
레온하르트의 처참한 모습을 보며 입을 떡 벌리고 있던 교수들이 천천히, 나를 향해 고개를 돌린다.
아마, 나는 지금도 웃고 있지 않을까.
“그래서 가장 가까운 쓰레기통으로 왔습니다.”
약 30여 명의 남녀가 보이는데.
막상 이렇게 보니 상당히 재미있다.
저 중에 죄를 지은 놈을 세는 것보다 죄를 짓지 않은 놈들을 세는 게 더 빠르니까.
“쓰레기는 쓰레기들이 알아서 치우시고, 조만간 또 봅시다.”
그렇게 몸을 돌리려던 그때.
“이놈!!”
거대한 고성에 고개를 돌렸다.
각진 얼굴에 평상복을 입고 있는 한 남자.
얼굴이 낯익은데.
“누구시더라?”
“하…… 네놈은 대체 뭘 믿고 그리 오만방자한 것이냐!”
누구냐고 물었는데 이건 뭔 개소리야.
“누구시냐니까?”
그가 책상에 기대어 있던 검 한 자루를 쥔 채 나를 향해 다가온다.
“발란티에 후작가의 막내 따위가 교관에게 협박을 해? 감찰단주? 건방진 놈이, 감히.”
그 외 총장이 어쩌구, 교관의 권위니, 교수의 권위니 뭐니. 헛소리가 계속 이어진다.
그러니까.
“지금 범죄자 두둔하는 겁니까?”
“……뭐라?”
“가끔 있더라고요. 그쪽처럼 똥인지 된장인지 구분도 못 하는 놈들.”
“……하……하하…….”
어처구니없다는 듯 웃던 그 교관이, 무언가 말하려던 그때.
“공범이세요?”
그가 그대로 입을 다문다.
“아니면 찌그러지세요. 쳐 죽여 버리기 전에.”
무언가 툭 하고 끊기는 소리가 들린다.
음.
이성이 끊어지는 소리라고 해야 할까.
나와 대화를 하고 있던 교관.
등급은 7서클.
그가 검을 뽑아 들더니 나를 향해 달려든다.
내 옆에 있던 돌쇠가 앞으로 나서려던 그때.
슬쩍 손을 들었다.
빠지라는 신호에 돌쇠가 뒤로 물러선다.
자연스럽게 마나를 끌어 올렸고, 앞으로 고개를 숙인 채 한 걸음 내디뎠다.
후웅-!!
교관의 검이 내 뒤쪽 허공을 찢어발긴다.
풍압에 의해 주변 책상에 있던 서류들이 허공으로 치솟아 오르는 그때, 나는 주먹을 휘두르고 있었다.
목표는 놈의 복부.
콰앙-!
“큭-!”
교관의 중심이 살짝 흐트러진다.
하지만 그래도 명색이 7서클이라는 걸까.
그 상태에서 검을 휘두르는 게, 제법 실전 경험이 있나 보다.
여유롭게, 주먹 쥔 손을 옆으로 강하게 휘둘렀다.
콰아앙-!!
놈이 들고 있던 검의 면이 강한 충격을 받고 튕겨 오른다.
눈으로 보지도 않고 완벽하게 타점을 공략한 이 수법에 교관의 표정이 흠칫 떨린다.
눈이 있고, 감이 있으면 알 수 있겠지.
지금 눈앞에서 벌어진 일은 아무나 할 수 없다는걸.
당연히 무시했다.
당황한 놈의 복부를 향해, 다시 한번 주먹을 내질렀다.
오른 주먹이 아닌 왼쪽 주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