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Legendary youngest son of the marquis RAW - Chapter (93)
제 94화
콰앙-!!
“꺼억…….”
한 번 더.
콰아앙-!!
“끄윽…….”
뒤로 서너 걸음 물러난 놈이, 고개를 치켜든다.
살기 어린 눈.
그리고 순식간에 변한 자세.
이어서 휘이익 하고 허공에서 검날이 움직이는 소리가 들린다.
놈의 팔이 움직이는 그 근육의 소리.
근육이 팽창하고 마나가 움직이는 소리.
그 모든 게 내 감각에 잡혔다.
읽었고, 파악했고, 머릿속에 그려진다.
한발 앞서서 반응했다.
빠르게 한 걸음 내디디며 놈의 사각으로 파고들었다.
놈의 눈이 휘둥그레진다.
아마, 놈의 시야에서는 내가 순식간에 사라진 것처럼 보이겠지.
멍하니 정면을 바라보고 있는 놈의 옆얼굴을 바라보며, 오른손을 뻗었다.
꽈악-
손아귀에 느껴지는 녀석의 뒷머리.
동시에 무릎을 뒤로 살짝 뺐다.
마나 배분은 오른손에 2, 무릎 정중앙에 8.
놈의 머리를 밑으로 내리는 것과 동시에 뒤로 뺀 무릎을 위로, 강하게 들어 올렸다.
빛살 같은 속도로 올려쳐지는 내 무릎과. 사라진 내가 바로 옆에 있었다는 그 사실에 경악한 놈의 눈동자.
그리고 그 눈동자에 점점 가까워지는 내 무릎.
그렇게.
빠아아아악-!
굉음과 함께 놈의 얼굴을 보호하고 있던 마나가 찢어지고, 놈의 옆얼굴과 턱이 으스러진다.
허공으로 튀어 오르는 수십 개의 하얀 이빨.
그게, 끝이었다.
털썩-
정적이라고 해야 할까.
강제된 침묵이라고 해야 할까.
주변은 조용했다.
침 삼키는 소리는 물론, 숨을 쉬는 소리마저 사라졌다.
나는 그 자리에 선 채로, 시선을 아래로 내렸다.
발에 밟힌 지렁이처럼 꿈틀꿈틀 떨고 있는 놈의 모습은 생각보다 처참했다.
입가에서는 피를 흘리고 있고, 옆으로는 이빨이 약 15개 정도가 튀어나와 있었으며, 턱은 완전히 옆으로 돌아가 있었고 코는 뭉개져 있었다.
광대는 함몰됐고 어떻게 생겼는지 짐작이 가지 않을 정도로 얼굴의 형태가 변했다.
새끼가.
생긴 거 보니까.
“공범 맞나 보네. 감히 감찰단주한테 검을 휘둘러?”
고개를 돌렸다.
당황한 채 이쪽을 바라보고 있는 수십 명의 교수진들.
그중 약 30대 초반으로 보이는 한 남자에게 물었다.
“이 새끼 이름 뭐냐?”
“……어…… 예?”
“이름 뭐냐고.”
“자…… 자르델입니다.”
자르델.
분명 머릿속에 있었다.
“뒷돈 받아 처먹은 놈이었구만.”
성추행도 살짝 엮여 있었던 거 같은데.
“쓰레기 버리러 왔다가 쓰레기를 가져갈 수는 없지.”
마지막으로 주변을 슥 둘러보았다.
“착하게 삽시다. 착하게. 기회가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슬며시 웃자 모두가 침을 꿀꺽 삼킨다.
말도 안 되는 일이 눈앞에서 벌어졌으니 당연한 일.
무시하고 돌쇠를 향해 슬쩍 손을 내밀자 눈치 빠른 우리 돌쇠가 허리춤에 있던 검을 뽑아 들고는 내 손에 공손히 쥐여 준다.
“자, 교관님들 잘 보세요. 죄를 저지르는 새끼는 전부, 이렇게 됩니다.”
검을 휘둘렀다.
한 번, 두 번, 세 번. 네 번.
절삭음도 네 번 들리고 자르델의 사지가 잘려 나간다.
마지막으로, 놈의 명치를 찍었다.
푸욱-!
천천히, 검으로 마나를 불어 넣었고 내 마나가 천천히 놈의 심장을 덮는다.
7개의 서클.
그리고.
파스슥-!
이제는 0개의 서클.
검을 뽑고 돌쇠에게 건네준 뒤, 고개를 들었다.
“갑자기 왜 이런 일이 벌어진 걸까…… 그렇게 생각하고 계시는 분, 분명 있으실 겁니다.”
사방이 조용하다.
아까처럼 침 삼키는 소리도 없었다.
“또 겨우 돈 받아먹은 거 가지고 너무 심한 거 아니냐…… 왜 이렇게 달라진 거냐…… 등등, 그렇게 생각하시는 분도 있으시겠지요. 그런데, 왜 그렇게 생각하십니까?”
“…….”
“여러분들이 지금껏 해 온 것과 제가 하는 거, 힘 있는 놈이 없는 놈 깔아뭉개는 거…… 뭐가 다릅니까? 다른 건 없어요. 입장만 바뀐 거지.”
낯간지럽게 정의니, 악을 처벌한다느니 하는 웃기지도 않는 개소리로 내 행동을 포장할 생각은 없다.
그냥, 하는 거다.
“그리고 혹시나 뒤를 봐주는 가문이 대신 복수를 해 주지 않을까 하면서 안심하고 계실 분들이 몇몇 있을 텐데, 그런 걱정은 안 하시는 게 좋을 겁니다.”
내 몸에서 천천히 생겨나는 붉은 기운이 사방으로 줄기처럼 뻗어 나간다.
주변이 서늘해지는 느낌과 모순되게도 피어오르는 강한 열망.
싸우고 싶다는, 싸워서 상대를 죽이겠다는 강한 의지.
이건 마나도 혼기도 아니었다.
오크들만이 사용하는 투기鬪氣.
내가 말은 안 했지만, 잡기술에 꽤 능하거든.
이건 경고이자 선고다.
“국왕한테 충성을 하든, 국가의 충신이든, 총장의 충신이든, 그딴 건 관심도 없고, 관심 가지고 싶지도 않아.”
이 자리에 과연 깨끗한 놈이 얼마나 있을까?
일을 저지르는 놈이나, 방관하는 놈이나.
내 기준에서는 똑같은 새끼들이다.
다만, 상황상 차별을 조금 둘 뿐이다.
교관을 전부 죽이면 누가 교육을 하겠어.
죄를 저지른 새끼는 죽이고, 방관한 새끼는 추후에 따져서 죽이거나 그냥 아카데미에서 쫓아낼 거다.
그러니까.
이제는 말을 높일 필요가 없는 거지.
“새끼들아, 귀 열고 뼈에 새겨라. 아카데미에서 교관이라는 직위를 짊어졌으면, 그 직위에 걸맞은 행동을 해. 니들 배때기 불리라고 아카데미가 만들어진 줄 알아?”
잠시 말을 멈추고 주변을 둘러보았다.
싸한 분위기.
그리고 떨리는 수십 개의 눈동자.
놈들을 바라보며, 살기 어린 목소리로 말했다.
“개짓거리하는 새끼들은 전부 죽는다. 오해라느니 뭐니 하면서 감싸는 새끼도 죽는다, 보복하려는 놈도 죽는다. 왕이 방해하면 왕을 죽일 거고, 총장이 방해하면 총장을 죽일 거야. 자신 있으면 들어와 봐. 아주 좋은 본보기로 만들어줄테니까.”
발을 들어, 자르델의 면상을 짓밟았다.
이젠 녀석의 입에서는 신음 소리도 들려오지 않았다.
과다출혈에 안면함몰.
한 30초 정도 흐르면 죽으려나.
짓밟은 발을 더욱더, 강하게 짓눌렀다.
꾸우욱-
잘 안 눌리네.
다시 발을 들어 올렸다.
마나를 끌어 올렸고.
다시, 내려찍었다.
콰직-!
후우.
“자수하는 새끼는 정상참작 정도는 해 줄 테니 감찰부로 오고, 보복하고 싶으신 새끼들은 부탁이니 빨리 움직여 주시고.”
내가 알기로 이 아카데미의 교수진은 총 95명이다.
학부 가리지 않고 교수진 전체의 숫자가 95명이라는 뜻이고, 그중 약 서른명 정도가 깨끗하다.
반대로 보면 60명 이상이 쓰레기라는 뜻.
그중 2명을 정리했다.
“그럼 고생들 하고. 쓰레기나 잘 치워라.”
이제, 세 번째를 정리하러 갈 시간이다.
* * *
이번 일을 시작하면서 나는 어떤 놈부터 죽여야 할지에 대해 머릿속으로 순서를 정해 놨다.
레온하르트와 그 자르델이라는 놈은 중간에 끼어든 잔챙이에 불과했기에 넘어가고.
어떤 놈부터 처리할지에 대한 내 기준은 간단하다.
다른 학부는 건너뛰고, 일단 검술학부를 정리하는 것.
솔직히, 앞서서 언급했지만 죄의 무게니 뭐니 그런 건 내가 고려할 대상이 아니다.
뿌리를 뽑아 버려면 지나치게 과해야 한다.
그래서 약간이라도 발을 걸친 새끼들은 전부 죽일 거다.
그런데, 왜 하필 검술학부가 먼저냐.
간단하다.
입장을 바꿔서 생각해 보면 된다.
나라는 존재를 적으로 삼고, 상대해야 한다면 어떤 방식으로 상대해야 할까.
마법을 사용하는 마법사들의 경우에는 농담이 아니고 마스터가 와도 손쉽게 제압하고 죽일 수 있다.
발락투스의 경우처럼 마법을 사용하는 순간, 그걸 곧바로 파훼시켜 버리고 틈을 잡아 죽이면 되니까.
내가 괜히 마법사들의 천적이라고 불렸던 게 아니다.
그런 내게 약점은 하나밖에 없다.
마법사가 아닌 검사. 정확히는 근거리 전투에 능한 이들이 나를 죽이기 위해 일제히 달려드는 경우.
그 상황 자체가 나한테는 ‘그나마’ 약점이라고 할 수 있었다.
그래서 첫 시작을 검술학부로 잡은 거다.
처음에는 검술학부 학부장을 잡아 죽이려고 했는데, 운이 좋은 건지 몰라도 이놈이 마수의 숲 토벌에 합류한 상태더라.
그래서 놈의 자리를 대신하고 있는 학부장 대리이자, 8서클 검사이며, 수석 교관인 ‘그놈’을 향해 가는 중이다.
명예 백작, 테소토르 자밀.
놈의 전적은 화려했다.
왕궁 근위기사단의 부기사단장 출신이자 세빌 후작가의 기사단장 출신이기도 한 테소토르 자밀은, 부기사단장이었을 때 백작가의 장녀를 건드렸다가 파면당했고, 세빌 후작가의 기사단장으로 있던 5년의 기간 동안 총 25명의 하녀를 건드렸으며, 입막음으로 죽인 그들의 가족들까지 합치면 최소 120명이 넘어간다.
놈은 세빌 후작가에서도 파면당했는데, 그런 놈이 아카데미에 몸을 의탁했다.
내가 괜히 여기를 범죄자 집단이라고 한 게 아니다.
그 외에 이놈이 지은 죄는 지겹도록 이야기한 것들이라 굳이 또 이야기할 필요는 없고.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수련장에 몰려 있는 약 60여 명의 학생들.
그리고 가장 상석에서 무언가를 떠들어 대는 테소토르.
나는 놈에게 다가갔다.
그러면서 주변을 슬쩍 둘러봤는데.
우연일까.
조금 신기하네.
수련장에서 수업을 듣고 있는 이들 중에 익숙한 얼굴이 보였거든.
그것도 두 명이나.
“주군?”
타노스랑.
“……어?”
우리 사랑스러운 둘째인 페일론.
일단 타노스한테 가볍게 인사해 주었다.
“고생이 많네.”
갑작스럽게 등장한 나와 셀, 그리고 내 뒤쪽에 있는 돌쇠까지.
수업이 자연스럽게 중단되고, 테소토르가 나를 바라보며 묻는다.
“누구냐, 너는?”
“감찰단주입니다.”
“감찰단……주?”
감찰단주라는 자리는 거의 300년이 넘도록 공석이었다.
이게 포장만 잘 하면 어디 가서 ‘나 아카데미 감찰단주였소’ 하고 어깨에 힘도 줄 수 있는 자리였지만 앞서 말한 대로 이 감찰단주라는 자리는 형식상으로는 교관과 맞먹는 자리다.
하지만, 실질적인 권한만 보면 교관을 넘어 한 학부의 학부장, 그 이상이다.
그런 자리이기 때문에 임명하는 게 쉬울 리가 없다.
그러니 눈앞의 이 테소토르가 나를 보고 의아해하는 것도 당연하다.
그나저나 이놈은 소식이 늦네.
교무실도 안 들르나.
지금쯤 거기, 시체 치우느라 꽤 바쁠텐데.
여하튼.
“죄를 참 많이 지으셨더라고요.”
“……뭐라고?”
살짝 양념을 쳐 볼까.
“레온하르트한테 다 자백받았습니다.”
“……뭐…… 뭐라?”
피식 웃고는 품에서 종이 한 장을 꺼내 들었다.
“어디 보자…… 데리트 후작가로부터 돈도 받으시고 학생 중 몇 명을 그쪽으로 보내는 등의…… 어이코, 이거 입으로 말하기 민망한 몇 가지도 있네요. 그것도 ‘성’에 관련된 거.”
“네놈…… 지금 무슨 개소리를 하고 있는 것이야!”
아…… 새끼가 좋게 말하니까.
“말 까지 마시고. 좋은 말 할 때 갑시다. 팔 하나쯤은 남겨드릴게.”
“……하…… 이 건방진 새끼가 미쳤구나. 네놈이 지금 무슨 짓을 하고 있는지 알고 있는 것이냐! 감히!”
가볍게 고개를 저었다.
이건 뭐 대화가 안 통하네.
“돌쇠야.”
(예, 주군)
“반 죽여 놔라.”
(충!)
그대로 몸을 돌리고, 타노스에게 다가갔다.
“주군…… 이게 무슨?”
“어, 별건 아니고. 내가 감찰단주가 됐거든.”
“감찰……단주요?”
역시 형식적인 자리여서 그런지 타노스도 자세히는 모르나 보다.
“그냥 학생부 비슷한 거라고 생각해.”
타노스가 머리를 긁적인다.
피식 웃고는 타노스의 어깨를 두드렸다.
“그나저나, 별일 없지?”
“별일이라면…… 저쪽에…….”
타노스가 슬쩍 내 뒤쪽을 바라본다.
나도 고개를 돌렸다.
그쪽에서 돌쇠가 테소토르랑 아주 피 터지게 싸우고 있었다.
물론 피 터지는 건 테소토르였다.
우리 돌쇠는 터질 피가 없거든.
그 모습을 바라보며 천천히 말했다.
“오늘부터 아카데미가 조금 시끄러워질 건데, 별일 아니니 신경 쓰지 말고. 이따 집에서 마저 이야기하자.”
“예. 주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