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Legendary youngest son of the marquis RAW - Chapter (97)
제 98화
결국 이 모든 일은 욕심으로부터 시작된 거다.
중립의 교수진이 아닌 어느 쪽에 편파적인 입장을 가질 수밖에 없는 이들을 교수진에 임명했기에 그들은 쓸데없이 정치에 신경을 쓰고, 쓸데없이 자기 배에 기름칠할 생각을 하니 아카데미가 제대로 돌아갈 리 있나.
전에 가볍게 언급했었는데, 수백 년간 아카데미의 질적 하락은 꾸준히 이어져 왔다.
관례라는 이유로 교수진이 직접적으로 나서서 학생들을 어느 가문으로 추천을 하는 등.
그런 행동도 당연히 수백 년간 관례로 이어져 왔다.
특별법에 중립을 지키라고 확실히 명시되어 있는데도 지키는 놈들은 없었다.
애초에 국왕부터가 쓰레기였으니까.
통계적으로 보면 아카데미 학생들 중 가장 뛰어난 성적을 보여 주는 것은 대부분 귀족들이다.
이 근거로 귀족이 평민보다 우월하다……라고 말하는 학자들도 있는데 당연히 개소리다.
애초 편파적인 교육이 관례라는 이유로 계속 이어져 오니 자연스럽게 가문이나 뒷배가 없는 이들은 뒤처지고, 자연스럽게 국가의 전력은 약화되고 약한 국가가 되는 것이다.
그걸 이놈들이 모른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현실적인 대륙의 상황이라는 결과물.
그게 모든 이들 눈앞에 펼쳐져있으니까.
그냥, 알고도 방치하는 거다.
그렇게 해야 자기들 배를 채울 수 있으니까.
참 재미있지 않은가.
뒤를 봐주는 귀족이나 교수진이 없는 경우, 그들은 용병이 되거나, 어디 시골 귀족가의 말단이 되어 평생을 노예처럼 살아가게 된다.
그들이 어떤 재능을 가지고 있는지도 모르는데, 그런 멍청한 짓을 계속 관례라는 이유로 이어 간다고?
국왕이라는 새끼는 뭘 한 거고, 총장이라는 새끼들은 대체 뭘 한 거지?
이 사고의 과정을 내가 지나치게 똑똑해서 파악하는 게 아니라, 이건 그냥 누구나 파악할 수 있는 수준이다.
그냥 모든 게 뒤틀려 있다.
멍청한 새끼들.
이건 악습이라는 범주에 속해 있다고 이야기하기가 부끄러울 지경이다.
당연히 관례도 아니고.
“유언 끝났지?”
대답은 없었다.
기절한 놈이 무슨 대답을 하랴.
요 며칠 하던 것처럼.
나는 싸구려 철검을 들어 올렸다.
* * *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내 옆에는 평소처럼 셀이 나란히 걷고 있었으며, 그 뒤쪽으로는 핏물이 뚝뚝 흘러내리는 보따리를 어깨에 메고 있는 돌쇠가 있었다.
내 방식은 간단하다.
사지를 자르고, 두 눈을 뽑아 버리고, 혀를 자른다.
그리고, 마나 서클을 전부 부숴 버린다.
또한 회복이나 재생도 불가능하게 그들의 상처 부위와 심장에 내 마나를 심어 넣는다.
혹시라도 포션을 들이붓는 경우가 있을 때를 대비한 조치인데, 이 방식대로라면 대상자는 절대로 살아날 수 없다.
“돌쇠야. 그거 쓰레기통에 던져 놓고, 밥 먹고 있을 테니까 알아서 찾아와라.”
(충!)
여전히 교무실은 내게 있어서 쓰레기통에 불과했으며, 그쪽에 내다 버린 쓰레기들이 어떻게 되는지 나는 관심 없다.
화장을 해서 태우든, 아니면 시체를 각 가문으로 보내 버리든.
그딴 건 정말로 관심 없다.
쓰레기를 버리고 그 뒤가 궁금한 사람은 없잖아.
나도 그렇거든.
천천히 기지개를 폈다.
아카데미의 교수진, 정확히는 검술학부와 마법학부의 교수진은 확실히 정리가 됐다.
그 숫자만 무려 40명.
검술학부를 시작으로 마법학부까지. 아주 날을 바꿔 가며 번갈아 가면서 뒤집어 놓으니까 이제는 내가 가기만 해도 교관들은 그 자리에서 벌벌 떨더라.
여하튼, 이제 남은 교수진은 총 55명.
이 중에서 내가 죽여야 할 놈들의 숫자는 총 24명이다.
요 며칠, 나름 받았던 자백들도 파악해보고, 몇 가지 단서들도 대충 연결짓다보니까, 대충 감이 잡힌다고 해야 하나.
중간에 죽여야 할 놈과 살려야 할 놈, 그게 두어 번 정도씩 바뀌는 과정이 이루어졌고, 조금은 부실했던 ‘자료’가 조금씩 건실해져가며 나름 정리를 했다.
그렇게 총 31명.
내가 골라낸 이들이다.
이들은 마치 돌연변이처럼 교관으로서 사명감을 가지고 확실하게 아이들을 가르치던 사람들이라고 해야 할까.
범죄를 저지르지도 않았고, 자백을 했던 놈들의 입에서 단 한 번도 언급이 되지 않았으며, 오히려 그들에게 그런 행동은 하면 안 된다고 막기까지 했으나, 뒷배에 밀려 조용히 묻힌.
그리고 요 몇 년간 그런 사명감에 넘치던 교관들 중 몇몇이 실종된 적이 있었는데, 그 범인들이 바로 요 며칠 내가 죽인 놈들이더라.
듣고 어처구니가 없었지.
여하튼, 영감님한테 이 31명의 명단을 건네주고 최대한 지원해 주라고 요구했으니, 이 이상 신경 쓸 필요는 없을 것 같다.
만약 그 요구를 총장이 무시한다면, 당연한 소리지만 총장도 그 자리에서 끌어내릴 생각이다.
과거의 도움은 충분히 갚았고, 오히려 영감님이 나한테 고맙다고 절을 해야 한다.
몇 번 써 먹을 구석이 있긴 하지만, 그건 그거고 이건 이거다.
원칙을 정했고, 선을 정했다.
그 선을 넘는다?
그럼 뭐, 더 말해야 하나.
끝내야지.
그렇게, 식당으로 이동하는 내게 스승님이 말했다.
[그냥 썩은 줄 알았는데, 썩어 문드러져 있었구나.]“말씀드렸지 않습니까. 시간이 지나면 이념도 사라지고 모든 건 남는 이들이 결정한다고.”
[이런 아카데미를 만들려고 했던 건 아닌데…… 스승으로서 정말 부끄럽구나.]슬쩍 웃고 말았다.
나는 아카데미에 확실히 본보기를 보여 주었다.
일종의 가이드라인을 만들었다고 해야 할까.
이제부터 교수진, 그러니까 교관들 중에 범죄를 저지르는 놈들은 없을 거다.
또한 교관을 임명할 때도 범죄 경력을 확실히 조사한 뒤 임명될 것이다.
적어도 내가 감찰단주로 있는 시간 동안은 범죄자 새끼들은 이 아카데미에 발 한 번 걸치지 못한다.
그리고 이건 좀 여담인데, 나는 그들의 범죄를 벽보에 붙여 그들의 명예 자체를 쓰레기로 만들었다.
어떤 식이었냐면, 일단 부정부패를 저질렀다는 점을 부풀렸다.
아주, 강하게 부풀렸다.
예를 들면 10골드를 받아먹었으면 최소 10골드에서 최대 1000골드를 받아먹었다…….
아카데미로 오기 전 화전민들 중 두세 명을 죽인 놈이 있었다면, 누구누구는 화전민을 최소 두 명에서 최대 백 명까지 살해했다…….
이런 식으로 부풀렸다.
이게, 처음 레온하르트를 잡아 왔을 때부터 했던 이야긴데, 나는 ‘성’에 관련된 범죄들은 전부 ‘성추행’ 정도로 축소했다.
앞선 범죄들이 너무 거대하게 부풀려져서, 그냥 그러려니 하고 넘어가게 되는 수준이라고 해야 할까.
심지어 적지 않은 부분도 있었다.
전에 말했듯, 괜히 성폭행이니 강간이니 일을 키워 봤자 피해를 보는 건 그때의 피해자들이다.
그들 중 대다수는 이미 어딘가의 수습 기사나 마법사로 일하고 있고, 누구는 용병으로 일하고도 있는데, 그들의 이름을 하나하나 적어서 세상에 알린다는 건, 참 못할 짓이잖아.
욕은 그냥 내가 먹는 게 낫지.
개인적으로는 이게 가장 베스트라고 생각한다.
언제였더라.
어제였나?
익명으로 서신이 약 스무 개 정도 내 앞으로 날아온 적이 있었다.
처음에 그거 보고 이거 혹시 독 묻힌 거 아닌가 하는 생각에 돌쇠한테 혓바닥으로 핥아 보라고도 했었지.
열어 보니까 아무 말도 없이 그냥 ‘정말 고맙습니다.’ 이렇게 적혀있더라.
누가 보낸 건지 짐작은 간다.
어떻게 보냈는지도 짐작은 간다.
무슨 심정으로 보냈을지도 짐작이 간다.
그냥, 짐작이 간다.
그렇게 생각했고 그 편지들, 전부 불태웠다.
흔적이 남으면 안 되니까.
그 여자애들은 나랑 관련이 없어야 하니까.
나도, 걔들이랑 관련이 없어야 하니까.
별 다른 이유는 아니고, 그냥 걔들 미래를 위해서다.
나는 이렇게 생각한다.
아카데미에서 지낸 세월이 누군가에게는 힘들었을지언정, 그게 어떤 식으로든 발목을 잡아서는 안 된다고.
그러니, 그 여자애들은 과거에서 해방된 거다.
그거면 된 거잖아.
이런 상황에서, 아카데미를 정리하려는 내 일은 약 절반 정도만 끝난 상황이다.
행정학부와 군사학부를 아직 건드리지 않았으니까.
그나저나.
‘왜 이렇게 조용하지?’
솔직히 조금은 기대하고 있었다.
내가 벌인 일은 일단, 파장이 만만치 않은 일이다.
그런데 내가 잡아 죽인 양아치 새끼들의 뒷배였던 가문들이, 과연 가만히 있을까?
그럴 리가 없지.
가만히 있을 거라는 생각, 전혀 하지 않았다.
그런데 웬걸, 가만히 있더라.
암살 시도도 없었고, 요즘 들어 식당에서 밥을 먹는 시간이 많아졌는데 밥에 독도 안 넣는다.
아무리 생각해도, 우리 귀족 나리들이 세간의 눈치를 보고 있는 것 같다.
일종의 꼬리 자르기라고 해야 할까.
슬며시 웃었다.
‘남은 남이다 이건데…… 과연 핏줄이 죽어도 놈들이 가만히 있을까.’
그렇게 생각하다, 슬쩍 고개를 돌렸다.
우리 스승님이 아까부터 나를 걱정 어린 시선으로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었는데.
이게, 묘하게 신경 쓰인다.
“왜 그렇게 바라보십니까?”
[…….]모르고 물어본 건 아니었다.
“스승님. 걱정 안 하셔도 됩니다.”
[걱정이라니?]모른 척 되묻는 스승님의 모습이 왜 이리 어색해 보일까.
역시, 천성적으로 거짓말은 잘 못하는 사람이다.
“제가 인간이란 생명체를 모조리 죽여 버릴까 봐 걱정하고 계신 거 아니었습니까?”
[…….]정확히는 인간들을 걱정하는 게 아니라, 내가 미쳐 버릴까 봐 걱정하고 있는 거라고 해야겠지.
사람을 한 명 죽이면 살인자가 되고, 천 명, 만 명을 죽이면 영웅이 된다.
하지만 만 명 이상의 사람을 죽인 영웅이 진짜 영웅으로 남을 수 있을까.
죽이고 죽이다 보면 피에 미치는 경우가 있는데, 그렇게 이성을 잃어버리면 웬만한 자제력이 아니고서야 원래 상태로 돌아오지도 못한다.
나도 한번 그랬거든.
“스승님. 전에도 말씀드렸지만, 저는 테슬란 왕국을 지킬 생각이 전혀 없습니다. 하지만 이 아카데미만큼은 지킬 겁니다.”
[…….]“여긴 저와 스승님이 공통적으로 속해 있었던 곳이니까요. 또 이곳은 스승님의 의지가 깃든 곳이니까.”
한동안 침묵하시던 스승님이 내게 말했다.
[전에도 말했지만, 나를 지나치게 의식하지는 말거라. 너의 기준에서 필요 없다고 생각된다면 무너뜨리고, 부수거라. 그 후 모든 걸 새로 만드는 게 더 좋은 결과를 만들 수도 있어.]자리에서 멈춰 섰다.
옆에서 걷던 셀도 나란히 멈춘다.
스승님이 마저 말을 이었다.
[너는 너의 길을 가거라.]나의 길이라…….
확실히.
“길도 길인데, 전체적으로 다 맞는 말씀이십니다. 새로 만드는 게 더 좋은 결과를 만들 수도 있죠. 아니지, 정확히 지금의 상황에서는 새로 만드는 게 더 좋은 결과를 만들 겁니다.”
스승님의 눈동자가 깊게 가라앉는다.
[만든다…… 국가를 만들 생각인 것이냐?]말없이 그저 웃었다.
그걸 긍정의 뜻으로 받아들인 걸까.
[체계는 어찌할 것이며, 국가를 받쳐 주는 백성들의 지지와 인재들의…… 그러고 보니. 전쟁이 일어난다고 했었지. 굳이 막을 생각도 없다고 했었으니, 설마 너는 폐허가 된 땅을…….]“스승님. 스승님.”
계속 이어지는 스승님의 말을 일단 끊었다.
“너무 앞서 가시는 것 같습니다.”
잠깐 입을 꾹 다문 스승님이 고개를 두어 번 작게 주억인다.
[내가 너무 흥분했나 보구나. 그럼, 이것만 대답해 보거라.]“말씀하십시오.”
말을 멈춘 스승님이 내 눈을 직시하며, 언젠가처럼 한쪽 손을 들어 내 귀 아래를 짚었다.
[정녕, 너의 마음속에 새로운 국가의 존재가 없는 것이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