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lintel life of the returning champion RAW novel - Chapter 225
귀환 용사의 인방 생활 224화
디지털 월드의 등장. 게임 업계의 기하급수적 성장과 게임 스트리머의 메이저 인플루언서화.
그러한 역사가 시작된 지도 어언 20여년.
프레야 연말 시상식은 올해로 22주년을 맞이하는 유서 깊은 행사였다.
그리고 역대 대상 수상자 중, 신인상 수상 자격인 그 해 데뷔한 스트리머이면서 대상을 탄 사람은.
지금껏 단 한 명도 없었다.
그 말인즉.
-와, 이게 진짜 되네.
-미친미친 디지 대상!
-우리 형! 믿고 있었다고오오오오!
“꺄아아아아악!”
역배는 인생이야로 추정되는 한 여성의 째진 비명 소리를 들으며, 디지는 사방을 둘러봤다.
‘진짜로 대상을 타버렸네.’
자신 있게 상을 못 탈 자신이 없다고 말하긴 했지만.
사실 디지는 자신의 수상 가능성을 낮게 보고 있었다.
왜냐하면 여러가지 지표에서 다른 후보에 비해 약세인 건 사실이었으니까.
“축하한다, 디지야.”
아쉬움이 역력한 표정이면서도 진심을 다해 축하를 건네는 딱빵과 포옹을 하고.
이어서 디지는 지난 1년간 함께했던 이들의 얼굴을 둘러봤다.
시작은 왕삼이었다.
“대형! 대상이라니! 대혀어어엉!”
저 아래에 있으면서도 무대까지 들릴 정도로 쩌렁쩌렁하게 기뻐하고 있는 의동생 놈.
시작은 좋지 않았다. 그의 플레이에 자격지심과 열등감을 가지고 저격을 시도하며 서로를 알게 되었었으니까.
심지어 왕삼 놈은 이어진 합방, 불릿 어택에서도 미션을 핑계로 트롤링을 시도했었다.
‘하얀 트롤이니까 괜찮다고 했었나?’
악감정은 없었다. 왜냐하면 삼이는 함께하는 게 재밌는 녀석이었으니까.
‘게다가 삼이가 아니었다면 이렇게 빨리 성장할 수 없었겠지.’
경험이 적은 그가 도움을 필요로 할 때마다 적절한 조언을 건네준 고마운 사람이었다.
‘미카엘도 그렇지.’
“하하, 디지야, 축하한다!”
록을 계기로 만나게 된, 지금까지 봐온 누구보다도 충만한 재능으로 빛나는 녀석.
솔직히 말해 디지는 피지컬적으로 승부를 볼 때 만족한 적이 없었다.
최소 적이 두 명 이상은 되어야만 좀 재밌구나 하는 감정을 느끼곤 했었다.
그랬는데, 유일하게 홀몸으로 짜릿함을 선사한 게 미카엘이었다.
‘잠시 마음이 꺾였었지만, 다시 다잡고 결국 세계 대회 우승으로 증명했고 말이야.’
미카엘과 반대되는 사정을 가진 사람도 있었다.
바로 기사배.
“꺄하하핫! 결국 빵 오빠가 디지 자식한테 졌어!”
잘나가던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양궁 선수였던 그녀가 갑자기 은퇴하고 게임 스트리머가 된 이유를 디지는 알고 있었다.
‘게임할 때 무의식적으로 버릇이 나왔었지.’
아마 한쪽 눈의 시력에 문제가 생겼을 것이다.
때문에 명중률이 떨어지자 박수 칠 때 선수 생활을 끝내 버린 것이고.
자신의 몫이 아니라 생각해서 구태여 나서지 않았었지만, 디지는 그 사실이 그녀에게 상처란 것 또한 알고 있었다.
그리고 예상대로 그녀의 상처를 치유해준 사람은 왕삼이 되었다.
디지는 어두운 구석이 전혀 보이지 않는 얼굴로 깔깔거리는 기사배를 잠시 쳐다봤다.
그리곤 그녀의 옆에 있던 카에리의 헬멧으로 시선을 옮겼다.
“충성! 중대장님이 대상 타실 줄 알았습니다아! >_<”
카에리와의 인연은 사실 길지 않았다. 패망전 때 디져중대의 서포터를 맡아 같이 합을 맞춘 게 전부였으니까.
그러나 워낙 캐릭터가 강한 탓인지 인상 하나는 다른 사람들에게 꿇리지 않았다.
‘뒤풀이에서 얼굴을 공개했을 땐 좀 놀랐었는데 말이야.’
심지어 어디 가서 꿇리지 않는 이쁜 얼굴이 나와서 더 놀랐었다.
그래놓고 다짜고짜 남자친구 커밍아웃을 한 것도 그렇고.
상념을 이어가던 중, 누군가가 디지의 팔뚝을 건드렸다.
“디지 님, 기쁨에 젖으신 건 알겠지만 슬슬 대상 수상 소감 한마디 하셔야죠?”
“아, 네.”
평소라면 무슨 말을 해야 할까, 따위의 생각을 잠시 했겠지만.
마이크를 받아들자마자 말이 술술 흘러나왔다.
“처음 방송을 시작했을 때, 저는 혼자였습니다.”
진정한 의미에서 그는 혼자였다.
가족도 친구도 없이 그가 살던 지구에서 수십 년이 흐른 세상으로 귀환해 버렸으니까.
“아실 분은 아시겠지만, 전 일반적인 사람들과 동떨어진 교육을 받고 경험을 쌓으며 시간을 보냈거든요.”
와 비타 시절 얘기를 한 거였지만 시청자들은 자신들의 상식에 맞게 디지의 발언을 이해했다.
-맞지 맞지 디지 기초 상식도 부족하고 아는 것도 없고 좀 이상하긴 했어.
-어디 외딴 섬이나 산골짜기에서 수련만 받은 느낌이었지.
-그래서 피지컬은 엄청났지만.
“세상에 떨어졌을 때, 처음으로 시작한 게 게임이었습니다. 사실 방송을 할 생각도 없었어요.”
-ㅋㅋㅋㅋ초창기 생각나네.
-ㄹㅇ 자기가 방송 켠 줄도 모르고 멘트 치던 거 개웃겼었는데.
-뭐였더라, 넌 이미 죽어 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러던 게 어쩌다 보니 스트리머가 되었고, 좋은 사람들을 많이 알게 되었네요.”
디지의 시선이 인연의 실을 따라 이리저리 옮겨갔다.
“이런 자리에선 감사를 표하고 싶은 사람의 이름을 언급해야 하는 거였죠? 처음으로 친구라고 부를 수 있는 사람이 되어준 삼이 형, 고마워.”
형이란 호칭을 처음 들은 왕삼의 눈이 동그래졌다.
“삼이 덕분에 합방으로 만나서 내기했다가 강제로 오빠라고 부르게 됐었던 사배 누나, 누나도 정말 고마워. 함께한 불릿 어택 너무 재밌었어.”
마찬가지로 디지에게 듣는 누나란 호칭이 낯설었던 기사배 또한 눈이 동그래졌다.
“카엘이 형. 형도 빼놓을 수 없지. 대장전으로 시작해서 동방서토, 패망전까지. 형이랑 맺었던 라이벌리 아니면 내 방송이 이렇게 커질 수 없었을 거야.”
사실이었다. 대상을 타는 데 가장 큰 지분을 가진 사람을 한 명 꼽자면 그건 미카엘이었다.
“아, 우리 빵 형 빼먹을 뻔했네. 하마터면 빵소리 들을 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ㄹㅇ 1대1 끄아아악 터질 뻔했네ㅋㅋㅋ
-빵형 나이 먹고 센치해져서 이런 거 빠뜨리면 못 참는다구~
“빵형, 형도 진짜 고마워요. 형 보면서 대기업 스트리머는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를 많이 배웠어요.”
옆에 서 있던 딱빵이 씨익 웃으며 디지의 어깨를 두들기던 때였다.
“오빠! 저는요오! ㅠ_ㅠ”
피식 웃음이 나왔다.
“에리야, 안 그래도 말하려고 했어. 디져 중대의 한 축을 맡아줬던 카에리! 어떻게 보면 서로 아는 사람들 사이에 혼자 끼어버렸는데 적응 잘해주고 방송적 재미도 살려주고 고마웠다!”
이로써 인연을 맺은 스트리머들은 한 번씩 전부 언급했다.
그렇다면 다음.
“하지만 사실 가장 고마운 사람은 따로 있어요.”
디지의 정체성이 스트리머에만 국한되지 않고 더 뻗어 나가 와튜버, 인플루언서로 성장하게끔 도와준 일등 공신.
“우리 디집자, 소연아.”
소연과의 첫만남이 떠올랐다.
처음으로 돈을 벌고, 편의점에서 컵라면을 사먹을 때 편의점 직원이었던 그녀.
그녀가 준 김치가 아직도 잊혀지지 않는다. 꼭 천사처럼 보였었지.
“항상 고마워. 네가 아니었으면 지금의 나도 없었을 거야. 진심으로 하는 말이야. 방송 보고 있지?”
저 멀리 뻗어져 있는 인연의 실, 가장 두꺼운 세 갈래 중 한 가닥이 파르르 떨렸다.
“자기 일처럼 열심히 해줘서 고맙고 먼저 나서서 매니저 일까지 해줘서 고마워. 넌 내게 항상 고마운 사람이야.”
혜연도 언급하고 싶지만, 공식적으로 혜연과의 인연은 소연의 어머니일 뿐이었으니 언급하기가 애매하다.
그러므로, 마지막.
“그리고 한 명 더 감사를 표하고 싶은 ‘사람’이 있어요.”
디지의 시선이 진행자가 서 있는 진행석으로 향했다.
정확히는 그 왼쪽, 아리나에게 꽂혔다.
“처음 대상 후보로 선정되었을 때, 저는 여러모로 대상 수상 가능성이 낮은 사람이었습니다. 하지만.”
그 시점에서 투표를 받아 시작했던 게임, 이터널 러브.
“함께 가슴이 떨리는 이야기를 그려 나가고, 그 끝에서 모두가 감탄할 만한 엔딩을 이끌어 내준 누군가가 있었습니다.”
스토리를, 공략을 이어나간 건 분명 그였지만.
마무리만은 그의 몫이 아니었다.
“그 사람이 아니었다면 저는 결코 대상을 타지 못했을 겁니다. 여러 기준에서 저는 결격된 후보였으니까요.”
-맞는 말이지. 디지가 대상 후보감이긴 했어도 대상감은 절대 아니었음.
-ㅇㅇㅇ그 당시 기준으로는 많이 부족하긴 했어.
-이터널 러브가 신의 한수였지.
“세계 최초의 이터널 러브 서브 루트 개척 및 해피엔딩 클리어. 이러한 업적이 없었다면 전 대상을 탈 수 없었을 겁니다. 그러니까.”
디지는 아리나를 보며 미소를 지었다.
그리곤 이터널 러브의 디지 폰 를루슈처럼 우아하게 몸을 굽혔다.
“레이디 아리나. 수상의 영광을 그대에게 돌립니다.”
* * *
공식 식순이 모두 끝나고 애프터 파티가 시작되었다.
사실 프레야 연말 시상식에서 정말 볼 거리가 넘치는 건 애프터 파티였다.
다양한 행사 및 이벤트가 준비되어 있었고 공식 식순에선 구경만 해야 했던 관객들도 참여가 가능했으므로.
하지만 디지는 애프터 파티를 제대로 즐기는 대신 한 사람을 끌고 무대의 뒤쪽으로 향했다.
당연히 그 사람은 아리나였다.
“…….”
“…….”
잠깐의 침묵. 먼저 입을 연 건 아리나였다.
“제가 말했죠. 우린 다시 보게 될 거라고.”
역시. 예상대로 아리나는 이터널 러브의 아리아나를 토대로 학습된 단순한 안드로이드가 아니었다.
인연의 실 덕에 알고 있던 사실을 그녀의 입으로 확인받은 디지가 입을 열었다.
“어떻게 된 거야? 환생이라고 해서 인간으로 다시 태어날 거라고 생각했는데.”
아리나가 짓궃은 미소를 지었다.
“인간이 아닌 안드로이드인 건 싫으신가요?”
“그럴 리가. 네가 어떤 존재든 상관없어.”
디지가 당치도 않다는 듯이 고개를 젓자 아리나가 우아하게 인사를 건넸다.
“또 한 번의 재회이니, 다시 자기소개를 할게요.”
프레야 스트리밍에서 디지를 위해 준비한 선물, 안드로이드 아리아나.
디지의 이터널 러브 플레이를 기반으로 학습된 특수 커스터마이징 안드로이드.
“……였었지만, 저 멀리 있는 재회의 순간을 기다릴 수 없었던 제가 끼어들고 말았답니다.”
본래 안드로이드 아리아나는 좀 전에 얘기를 나눴던 안드로이드 일일리행과 같은 존재가 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아리타나의 영혼이 깃들며 프레야조차도 예상치 못했던 결과가 탄생했다.
“기존 AI는 극복하지 못했던 모든 제약과 알고리즘을 초월한, 심지어 이름조차도 스스로 정하는 안드로이드가 탄생해 버린 거죠.”
그녀는 아리아나인 동시에 아리타나였다.
그렇기에 이름의 혼동을 줄이고자 아리나로 스스로를 지칭하는 거였다.
“물론 제 환생은 그대로 예정되어 있답니다. 적절한 운명의 절차를 거쳐 인간이 될 예정이죠. 다만 그전까지는 안드로이드로서 당신과 함께할까 해요.”
즉, 그녀는 참을 수 없었던 것이다.
조금이라도 더 빨리, 오래 함께하기 위해서 안드로이드가 된 것이었다.
벅차오르는 가슴을 내리 누르며, 디지가 아리나의 손목을 잡았다.
“그럼, 가자.”
“네? 어디를요?”
“어디긴. 내 가족이 있는 곳이지.”
“아.”
애프터 파티를 즐기는 것보다 더더욱 중요한 일.
“와 비타에서 얘기로만 들었던 워 챔피언의 가족을 볼 수 있게 되다니. 두근거려요.”
“심지어 그때는 가족이 있단 것만 말해줬었지. 이젠 달라. 내 누나를 소개해 줄게.”
곧바로 시상식장을 나서 택시를 잡아탔다.
잠시 후.
디지의 가장 소중한 가족들이 한 자리에 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