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lintel life of the returning champion RAW novel - Chapter 226
귀환 용사의 인방 생활 225화
문을 열자마자 큰 소리가 들려왔다.
팡!
작은 폭죽과 샴페인을 터뜨리는 소리.
그 너머로 활짝 웃고 있는 소연과 혜연의 얼굴이 보인다.
“꺄아아아악, 전신아!”
“우리 전신이 왔니. 대상 정말 축하해.”
전신이 얼떨떨하게 중얼거렸다.
“애프터 파티 안 즐기고 바로 올 걸 알고 있었어요?”
“당연하지!”
“너라면 그럴 거 같았단다.”
단란한 투룸, 거실로 쓰는 공간 식탁 위에는 맛있어 보이는 음식들이 가득했다.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고 있는 게 정말로 전신이 곧장 올 거란 사실을 알고 있었던 모양.
“뒤에 계신 분은 아리아나 씨지?”
“엄마, 방송에서 아리나라고 자기소개 했잖아.”
전신의 뒤에 있던 아리나가 한 걸음 앞으로 나서더니 우아하게 고개를 숙였다.
“본래 아리아나란 이름의 캐릭터였지만, 제4의 벽을 초월하여 스스로 새로운 이름을 지은 안드로이드, 아리나라고 합니다.”
혜연이 푸근한 미소로 아리나를 반겼다.
“어서 와요. 준비한 게 다 음식들뿐인데 먹을 수 있나요?”
“아뇨. 음식 섭취 기능은 탑재되어 있지 않답니다. 다만 분위기만은 함께 즐기고 싶은데, 괜찮을까요?”
“그럼요. 어서 들어와요. 전신이도 들어오고.”
그렇게 전신과 가족들이 테이블에 둘러앉았다.
“그럼 아리나는 진짜 전신이랑 함께했던 그 아리아나인 거예요?”
“네, 맞아요. 프레야 측의 배려 덕에 함께 했던 기억을 모두 가지고 현실로 나올 수 있었답니다.”
소연이 문득 얼굴을 붉혔다. 그녀에게 있어 전신의 이터널 러브 플레이는 정말 많은 것을 느끼게 해주었던 컨텐츠였기 때문.
“사랑…… 전신이를 사랑하세요?”
아리나가 꽃처럼 아름다운 미소를 지었다.
“네. 누구보다도, 어느 순간에도.”
“그렇구나…….”
사실.
소연은 전신을 짝사랑하고 있었다. 아니, 정확히는 짝사랑했었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소연에게 있어 전신은 엄마의 병환 이후 고난만이 가득했던 인생에 나타난 빛과 소금 같은 존재였으니까.
아무 대가 없이 자신을 도와주는 데다가 잘생기고 능력 있는 또래 남자.
호감을 안 가질 수가 없다.
하지만.
전신의 이터널 러브 플레이를 보며, 소연은 자신의 감정이 전신을 남자로 여기는 쪽이 아니란 걸 깨달을 수 있었다.
전신이 소중한 건 사실이다. 그를 위해 뭐든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마음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그렇지만 사랑은 아니었다.
‘의지할 수 있고 친근한 사람. 굳이 따지자면 오빠에 대한 감정 같은.’
아리아나를 보며 깨달을 수 있었던 감정의 정체.
소연에게 있어 전신은 소중한 사람이지만, 그건 가족으로서의 소중함이었다.
‘신기하단 말이지. 전신이 정도면 사실 반하는 게 당연한 남자애인데, 가족 같다는 느낌만 들다니.’
뭐, 원래 여자 아이는 자라면서 아빠랑 결혼할래, 오빠가 좋아! 같은 감정을 품곤 하는 법이니까.
아빠도 없고 오빠도 없었던 자신이다.
그렇기 때문에 처음으로 접한 이성에게 그와 같은 감정을 품게 된 게 아닐까.
소연은 자신의 마음을 그렇게 해석했다.
“전신아, 너는 어때? 아리나를 사랑해?”
짓궃은 표정을 지으며 묻는 소연.
대답에 앞서, 전신은 소연과 혜연, 그리고 아리나를 한 번씩 바라봤다.
소중한 나의 가족들. 이제는 모든 걸 말할 때였다.
“사랑해. 아리나는 간신히 다시 만난 내 첫사랑이자 연인이니까.”
전신의 대답을 들은 소연은 위화감을 느꼈다.
“간신히 다시 만난?”
“응. 소연이 너한테도 이제는 말해야겠네.”
전신은 아리나의 손을 쥐며 혜연을 바라봤다.
혜연이 괜찮다는 듯이, 다 이해해 줄 거란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소연아. 우리가 처음 만났을 때 기억해? 고작 컵라면을 먹으면서 기뻐서 눈물을 흘리는 날 보고는 네가 김치를 줬었잖아.”
“당연히 기억하지. 조난당했다가 수십 년 만에 문명 세계로 돌아온 사람처럼 굴었잖아.”
“그런 사람처럼 군 게 아니라 그런 사람이 맞아.”
“응?”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까.
잠시 고민하다가 결정했다. 역시 이럴 땐 돌직구가 답이다.
“소연아.”
“응?”
“나 네 삼촌이야.”
“으응? 이젠 오빠 소리로 만족 못 하게 된 거야?”
“아니, 그런 게 아니라 진짜로 네 삼촌이라고.”
“으으응?”
소연에게 대화의 맥락을 이해시키기 위해선 좀 더 자세한 부연 설명이 필요할 것 같다.
“김혜연의 동생, 김동근. 내가 지구를 떠나기 전에 쓰던 이름이야.”
소연은 자신의 엄마를 바라봤다. 혜연이 전신의 말을 긍정하듯 고개를 끄덕이자 그녀의 혼란이 더욱 가중되었다.
“아니, 너 20살이잖아. 근데 무슨……? 내 삼촌이면 적어도 40살은 넘을 텐데?”
“40살이 아니라 체감 시간으로 치면 100살도 넘었을걸.”
소연을 위해 혜연이 끼어들었다.
“우리 딸, 엄마가 쓰러지기 전까지 잃어버린 동생 찾아다녔던 거 기억나?”
“응, 당연히 기억하지. 설마……?”
“응. 그게 전신이란다. 잃어버린 내 동생.”
“……잠시만. 처음부터 어떻게 된 건지 다 설명해 줘. 나 도저히 못 받아들이겠어.”
아리나가 손을 들었다.
“아무래도 전신 님 설명으론 부족할 것 같네요. 제가 대신 사정을 말해도 될까요?”
모두의 동의하에 아리나가 설명을 시작했다.
“지구와는 다른 차원, 와 비타라는 세상이 있답니다. 만신이 모여 만들었고, 만신이 주신의 자리를 놓고 다투는 세상이지요. 흔히 판타지 게임에 쓰이는 세계관과 비슷하다고 보면 될 거예요.”
“전신 님은 운명의 인도에 의해 와 비타로 소환되셨었습니다. 위대한 전쟁신의 사도로 소임을 다하기 위해서.”
아리나는 기나긴 이야기를 조금씩 풀었다. 소연이 이해할 수 있도록 차근차근 하나씩.
“와 비타는 힘없는 인간이 살아가기엔 많이 척박한 곳이었습니다. 와 비타는 태어나는 것만으로도 엄청난 힘을 얻는 초월종이 즐비했고, 어둠으로부터 비롯된 위협 또한 도처에 널려 있었으니까요.”
“하지만 전신 님은. 워 챔피언은. 높은 절벽과도 같은 험난한 미래에도 불구하고 포기하지 않으셨답니다. 다시 지구로 돌아가 가족을 만나겠다는 목적을 이루기 위해서.”
“물론 와 비타는 의지만으로 살아남을 수 있는 편한 곳은 아니었어요. 때문에 전신 님은 모든 걸 바쳐 힘으로 치환해야 했지요. 이름을 바쳤고, 기억을 바쳤고, 가장 소중히 여기던 가족과의 추억조차도 바쳐 수은을 통한 힘으로 삼으셨어요. 성장하고 무력을 쌓아 용사의 칭호를 얻으셨지요.”
“그리하여, 그 끝. 전신 님께서는 와 비타를 위협하던 악신들을 물리치고 자신의 신을 세계의 주신으로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지구로 귀환하신 거지요.”
여기서부터는 전신이 설명을 이어받았다.
“지구에서의 내가 누구였는지, 가족은 누구인지, 아무런 기억도 없이 대뜸 지구에 떨어지니까 참 난감하더라. 우연히 가상 현실 게임이 있단 걸 알게 되고 스트리머가 되지 않았다면 꽤나 힘들었을 거야.”
전신은 소연에게 손을 내밀어 어깨를 두들겼다.
“그러다가 편의점에서 일하던 너를 만나게 된 거지. 지금 생각하면 신님의 인도이지 않았을까 싶어. 하필이면 가장 가까운 편의점에서 일하고 있던 게 가족이었다니.”
“…….”
기나긴 침묵 끝에 소연이 꺼낸 말은 이것이었다.
“다들 왜 그래? 지금 몰래카메라 하는 거야?”
‘하긴. 단번에 믿기엔 너무 판타지 같은 이야기긴 하지.’
전신은 뭐라 대꾸하는 대신 의념지기를 활용하여 손을 대지 않고 식탁 위의 모든 물건을 띄웠다.
그러자 소연이 비명을 내질렀다.
“꺄아아악!”
“이제 좀 믿겨?”
내친김에 전신은 소연의 몸까지 허공에 둥둥 뜨게 만들었다.
“와 비타에서 쌓은 힘 중 일부야. 귀환할 때만 하더라도 방 불 끄는 것 때문에 귀찮은 일은 없겠다 싶었는데 막상 귀환하니까 커넥터로 원격 온오프가 가능해서 얼마나 허망했는지, 참.”
“알았어! 믿을 테니까 내려줘!”
곧바로 소연의 몸과 집기들을 원위치시켰다.
“……그러니까, 엄마가 잃어버린 가족이 전신이…… 삼촌이고. 삼촌은 뭔 웹소설 클리셰처럼 이세계 갔다가 귀환한 용사고. 이게 진실이라고?”
혜연이 소연을 껴안았다.
“당황스럽지? 하지만 진짜란다.”
“그럼 아리나는? 아리나가 이런 얘기를 들어도 돼?”
아리나가 곧장 대꾸했다.
“전생의 저는 모든 엘프족의 우두머리이자 세계수 어머니의 첫 번째 사도, 하이엘프 아리타나였답니다. 동시에 워 챔피언의 교육 담당이기도 했지요.”
“……이젠 엘프까지 나와?”
당황에 빠진 소연이 진정하고 진실을 받아들일 때까지 모든 질문에 성실히 답했다.
‘굳이 말하지 않아도 되는 부분이었지만, 가족이니까.’
모든 걸 공유하고 털어놓고 서로 의지하는 게 가족이니까.
되찾은 가족에서 소연만이 진실을 모르는 건 싫었다.
전신이 소연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소연아. 내 조카. 이쁘고 착하게 자라줘서 고마워. 기억을 되찾고 네가 내 조카란 걸 알았을 때 얼마나 기쁘고 다행이라고 느꼈는지 몰라.”
“……삼촌. 아하하, 내 삼촌이 알고 보니 이세계 용사였다니. 심지어 여자친구는 엘프라니.”
뭔가 현자 타임에 빠진 듯한 소연이었지만, 어쨌든 숨겨왔던 진실을 받아들이긴 한 것 같았다.
“엄마는 미리 알고 있었던 거지?”
“응. 깨어나자마자 전신이 얼굴 보고 알아봤지. 그동안 숨겨서 미안해, 우리 딸.”
“아냐. 그때 알았으면 더 혼란스러웠을 것 같아. 그래서 전신이…… 삼촌이랑 엄마가 이상할 정도로 친근했던 거구나.”
소연이 고개를 돌려 전신을 바라봤다.
“그럼 앞으로 삼촌이라 불러야 하나?”
음. 호칭이야 뭐 중요하지 않다,
게다가 관계로만 따지면 삼촌이기 이전에 소연의 친구인 것도 사실이고.
“앞으로도 계속 같이 일해야 하는데 호칭으로 시청자들한테 혼란 줄 필요는 없지. 그냥 이름으로 불러.”
“히히히, 그럴까. 전신아! 아, 삼촌이란 거 알고 이름 부르니까 뭔가 죄책감 들긴 한다.”
“익숙해지겠지, 뭐.”
이번엔 혜연이 아리나의 손을 잡았다.
“그럼 아리나 씨가 와 비타란 곳에서 우리 전신이를 많이 챙겨준 거군요. 정말 고마워요.”
“감사를 받을 일이 아니랍니다. 제 이득을 위해, 그리고 제 감정을 위해 한 것이었으니까요.”
“아리나 씨는 어떻게 지구로 넘어오게 된 건가요?”
다시 한번 긴 얘기가 시작되었고, 끝났다.
“그렇게 된 거구나.”
“그럼 아리나 씨는 환생하기 전까지 안드로이드로 함께하는 건가요?”
“그렇답니다. 얼마나 될지는 모르겠지만 잘 부탁드려요.”
“저희가 잘 부탁드려야죠.”
여자끼리 통하는 바가 있었던 건지 어느새 혜연과 소연, 아리나는 서로 붙어 앉아서 도란도란 얘기를 나누기 시작했다.
전신은 구태여 끼어들지 않고 그 모습을 지켜봤다.
잃어버렸던 누나.
지구를 떠난 사이 생긴 조카.
낯선 세계에서 사랑에 빠지고 새로이 가족이 된 아리나까지.
한낱 인간으로서 신의 명을 수행하고, 만인의 소망을 등에 짊어진 용사가 되고, 세계를 구하기 위해 악신에 맞서 싸운 대가가 눈앞에 있었다.
자신이 추구했던, 바라 마지않았던 모든 것이 눈앞에 있었다.
앞으로도 인생은 계속될 것이다.
하지만 그는 왜인지 모르게 지금 이 순간이 자신을 주인공으로 하는 하나의 이야기가 끝맺음하는 시점이란 느낌을 받았다.
그리고 그 끝은,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해피 엔딩(HAPPY ENDING)일 터였다.
왜냐하면.
전신은, 디지는.
자신이 없었으니까.
행복하지 못 할 자신이.
귀환 용사의 인방 생활 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