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little prince of the Ossuary RAW novel - chapter (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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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향, 포트 로버츠 (2)
민완기가 말했다.
“역시 이건 생색을 내는 데 써야겠군요. 아, 물론 요직은 다 따로 떼어놓고 말입니다. 미군도 그 정도는 감안하고 이걸 내준 것이겠지요.”
그리고 겨울에게 물었다.
“대장님 심중은 어떻습니까? 어디를 취하고 어디를 나눠야 할까요?”
시험하려는 의도가 엿보인다. 겨울은 그로부터 약간의 지적 허영을 느꼈다. 일상적인 수준이고, 누구나 있을 결점이다. 불쾌할 일은 아니었다.
취하고 나눌 기준은 하나였다. 잠시 속으로 정리한 뒤에, 겨울이 답한다.
“중요한 건 영향력 아닐까요? 직접적인 이익은 가장 나중이고요.”
장연철은 고민했고 민완기는 끄덕였다. 두 사람을 보며, 겨울이 남은 말을 잇는다.
“이건 어디까지나 제 의견이니까 걸러서 들으세요. 저는 분배국을 가장 먼저 버려야 한다고 봐요. 식량, 피복, 위생용품처럼 당장 필요한 것들을 관리하는 역할은, 모든 사람들로부터 의심과 원망을 받기 쉽거든요. 지금처럼 모든 물자가 부족할 때 특히 더 그렇고요. 심지어는 관리국을 맡은 세력 내에서도 불만이 나올 걸요?”
간부의 횡령은 언제나 있을 법한 가능성이다. 고픈 배가 의심을 부추길 터. 의심암귀라 했다.
‘감정이 먼저 생기면 이유는 나중에 찾는 법인걸.’
이것이 겨울에게 익숙한 사람들의 모습이었다. 어떤 면에선 민완기의 냉소적인 인간관과 통하는 점이 있다. 하지만 겨울은 사람이 더 나을 수 있다고도 믿는다. 아니, 그러기를 바란다. 남은 건 마음뿐인 사후였다.
장연철이 동의했다.
“듣고 보니 그렇습니다. 겉보기엔 가장 큰 이권인데, 사실은 독이 든 사과였군요.”
“네. 얻을 게 없어요. 이런 건 차라리 남 주는 게 좋아요. 분열을 조장하는 거죠. 그런 의미에서, 장 부장님이 지난번에 해보겠다고 하신 일은 어떻게 되어가고 있나요? 이번에 써먹을 수 있으면 좋겠는데요.”
“지난번? 아아, 그거 말씀이시군요.”
겨울동맹의 상징으로 눈꽃매듭이 처음 만들어질 무렵, 성탄절을 앞두고 장연철은 다른 한국계 조직들을 분열시켜보겠다고 했었다. 한인애국회나 다물진흥회처럼 질 나쁜 조직들의 내부부조리를 자극하고, 비밀스러운 인맥을 쌓으려 한다고.
한다더니 본격적이었나 보다. 장연철은 다수의 조직에 속한 십 수 개의 신상명세를 간략하고 빠르게 읊었다. 그러나 말미에 부정적인 견해를 덧붙인다.
“별로 추천하고 싶진 않은 사람들입니다. 말 그대로 불만 많은 사람들뿐이라서, 심성이 곱지가 않거든요. 본바탕이 나쁘다기보다는 쌓인 원한이 많다고나 할까……. 으음, 뭐라고 설명하면 좋을지. 그런 거 있잖습니까. 조직을 뒤엎고도 부조리는 그대로인……. 독재자가 될 혁명가들? 아니, 이건 표현이 너무 거창한데…….”
말은 불분명해도 의미는 분명하다. 겨울은 납득했다.
“알 것 같아요. 그 사람들은 지금 그대로 두는 편이 낫다는 거죠?”
“맞습니다. 피해자와 가해자의 입장이 서로 바뀌기만 해서는 달라지는 게 아무 것도 없지 않을까요? 전에 민 부장님이 하셨던 말씀도 잊지 않고 있고요.”
자신이 언급되자, 민완기가 의아하다.
“흐음. 제가 뭐라고 했었던가요? 나이를 먹어서인지 기억이 잘…….”
“약한 것과 착한 것은 다르다고, 언더도그마를 경계하라고 하셨었죠.”
“아, 그거 말입니까? 확실히 관계가 있군요.”
민완기가 흐뭇하게 웃는다. 장연철은 뭐가 부끄러운지 슬쩍 고개 돌리며 머리를 긁었다.
“분배국은 버린다 치고, 가질 곳은 어디라고 보십니까? 영향력이 중요하다고 하셨습니다만.”
다시 한 번 민완기의 질문으로 재개되는 대화. 겨울의 대답은 준비되어 있었다.
“감찰국부터 채워야죠. 민 부장님도 같은 생각 아니세요?”
“전 항상 작은 대장님의 나이가 신기합니다. 학생들을 가르칠 때도 가끔은 놀라운 몇몇이 있었습니다만. 하하.”
습관처럼 안경을 고쳐 쓰고서, 중년인은 자기 속을 완숙하게 풀어놓는다.
“그렇지요. 업무의 특성상, 감찰국은 다른 모든 부서와 지속적으로 관계될 겁니다. 영향력을 행사하기 가장 좋은 위치에요. 물론 보통은 한계가 있습니다만, 작은 대장님이 계신 이상 보통을 가정하는 건 무의미하지요. 분배국을 내주더라도 손해는 절대 없을 겁니다. 누가 우리를 차별하겠습니까?”
이는 또한 소년의 의도였다. 애당초 래플린 대령이 소년장교에게 권했던 자리가 감찰위원직이었던 것도 이런 맥락이 깔려있었을 것이었다. 겨울이 말한다.
“아무리 잘해도 욕먹을 일은 남에게 맡기는 게 낫잖아요. 동맹을 위해서도 이게 최선일 거예요. 유재흥 씨를 떠올려보세요. 우리부터 배부르게 해달라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겠어요?”
으, 장연철이 싫은 표정을 짓는다.
“그 분 아직도 그러고 다닙니다. 대놓고 떠드는 건 아닌데, 가까운 주변에다가는 대장님께 부당한 취급을 받았다고 우는 소리 하는 모양이더군요. 남의 개 훔쳐 먹고 뭐가 그리 당당한지……. 근데 또 유재흥 씨를 불쌍하다고 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도대체 이해가 안 가요. 대장님이 걱정하시는 것도 당연합니다.”
민완기가 평한다.
“그런 군상은 언제나 있었습니다. 이기적인 애국자들이지요.”
겨울은 이 말을 곱씹었다. 자기 이익을 지킬 명분으로 소속감을 강조하는 사람들. 난민수용소처럼 제한된 사회에서도 나타날 군상은 다 나타났다.
민완기가 자세를 고쳤다.
“아무튼 그럼 분배국을 어디다 던지시겠습니까? 가장 좋은 떡밥으로는 가장 큰 고기를 낚아야 할 텐데요. 자릿수가 많다곤 해도, 관리직은 한 줌뿐이고.”
분배국 외에도 운수국, 병무국, 인사국 등 여러 부서가 있으며, 어디에 들어가더라도 난민 처지에선 크나큰 특혜일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춥고 배고픈 계절이다. 절실한 것을 다루는 자리에 다들 욕심을 낼 수밖에.
장연철이 끼어들었다.
“저기, 중국인들한테 먼저 나눠주는 건 어떨까요?”
이하, 조심스럽게 제시되는 그의 의견.
“전에 몰래 편지를 보낸 사람 있잖습니까. 수방방이랑 화승화의 공동 대리인이라던가요? 대장님께 자기네 용두가 되거나, 그쪽 일파를 동맹에 받아달라고 했었는데……. 그 일을 지금 정리해버리는 게 어떨까 싶어서 말씀드리는 겁니다. 작은 대장님 덕분에 그 때하고는 상황도 달라졌으니까요.”
달라진 상황이라는 건 중국 갱에 대한 경찰의 대규모 검거활동을 뜻했다. 중국인들은 그것을 겨울의 실력행사로 받아들였을 것이다. 직예당주 쓩시꾸이도 인질극을 벌일 상대로 굳이 겨울을 지목했었고.
‘무엇보다, 아이링의 걱정을 다른 중국인들이라고 품지 않았을까?’
그 점을 연철 역시 지적했다.
“그리고 요즘 중국인들이 무척 불안해합니다. 가뜩이나 경찰 단속까지 겹쳐 궁지에 몰려있을 텐데, 공직에서 일할 기회를 준다고 하면 반응이 무척 좋을 것 같습니다. 적어도 지금까지 당한 걸 갚겠다고 날뛰진 않겠죠. 앞으로도 그럴 기회는 없을 것 같고요. 에, 아까 대장님께서 분열을 유도하겠다고 하신 게 마음에 걸리긴 합니다만.”
겨울이 미소를 꾸민다.
“그건 신경 쓰지 마세요.”
“그래도 되겠습니까?”
“네. 제가 원하는 건 화합을 위한 분열이에요. 지금은 국적이나 민족끼리, 혹은 조직끼리 너무 단단하게 뭉쳐 있잖아요. 그걸 어떻게든 풀어놔야 한다는 뜻이었어요.”
“아아, 그렇군요.”
연철의 얼굴이 환해졌다. 민완기가 거들었다.
“저도 찬성입니다. 대화 상대가 깡패들뿐이라 안타깝군요. 중국인들 가운데서 온건한 사람들을 골라 힘을 실어줘도 좋겠지만, 사람은 권력 맛을 보면 쉽게 상해버리는지라……. 문화와 정서가 특이해서 구분하기도 어렵고 말입니다.”
리친젠 같은 자에게는 의리가 명분에 지나지 않을지라도, 다른 중국인들에게는 그렇지 않았다. 혈연, 학연, 지연. 어떤 식으로든 관계(꽌시)를 맺은 사이라면, 그들은 어떻게든 의리를 지키려고 한다. 그리고 상대에게도 같은 것을 요구했다.
반대로, 관계없는 사람들과는 공감도 하지 않았다.
의리와 관계라는 이름으로 울타리를 만들어, 그 안에서만 공감하는 사람들. 경계 바깥에 대해서는 체면을 굉장히 따진다. 그런데 이것은 폭력조직의 속성과도 일치했다. 폭력을 쓰느냐 쓰지 않느냐만 다를 뿐.
깡패와 평범한 사람을 구분하기 힘들다는 민완기의 말도 같은 맥락이었다. 사정이 어려울 때 의리로 얽힌 사람들이니, 이제 와서 나누기도 곤란하다.
“삼합회 쪽과의 협상에서는 리아이링을 추천하는 게 좋겠습니다.”
민완기가 새로 꺼낸 제안에, 겨울이 고개를 갸우뚱 했다.
“리친젠이 아니고요?”
“그 노인은 명망을 많이 잃은 상태입니다. 이 상태에서 딸이 공직을 얻는다면, 조직 내 무게균형이 상당히 기울겠지요. 리친젠이 그걸 용납하겠습니까? 아뇨, 뒷방 늙은이가 되기엔 욕심이 너무 많은 인물이에요. 티 안내려는 티를 내면서 제 자식을 이래저래 괴롭힐 겁니다.”
“과연 그럴까요? 나름 딸을 아끼는 것처럼 보이던데요.”
“하하. 애정하고는 상관없는 문제입니다. 자녀와 싸우는 부모들이 세상에 허다하고, 부모에게 반항하는 자녀는 그보다 더 많은데, 그게 실로 애정이 부족해서 생기는 갈등이겠습니까? 아닙니다. 애정은 있는데 존중하는 법을 모르는 것이지요. 대부분의 부모들은 자녀를 대등한 인격체로 대하기 어려워합니다. 그야 아기 때부터 길러왔으니 당연하겠습니다만, 자녀를 부모의 소유물로 여기기 시작하면 그때부터 심각해지는 겁니다.”
겨울은 한숨을 쉬었다.
“민 부장님 말씀이 맞네요. 사랑이 깊어도 공감이 없으면 아무 소용없는 건데.”
사랑 받은 적이 없어서 잠깐 착각하고 있었다.
“크흠, 그런 셈이지요…….”
중년의 부장은 상대를 살핀 뒤에 다시 말을 이었다.
“중국에선 하늘의 절반을 여자가 지탱한다(半边天)고 합니다만, 그거야 공산정권의 교육방침이고……리친젠처럼 낡은 세대의 머릿속까지 뜯어고치기는 역부족이었습니다. 중국의 고아원에 여자아이들만 넘쳐나는 이유가 따로 있겠습니까? 게다가 그 인간은 범죄자입니다. 범죄의 세계에선 남성우월주의가 팽배하기 마련이고요.”
“그러네요. 일리 있는 지적이세요.”
중국의 교육은 남녀평등을 강조한다. 리아이링 또한 같은 교육을 받았으나, 가풍에 억눌린 채 자랐을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분명 그 응어리가 있을 터.
“밑져야 본전입니다. 리아이링 그 아가씨의 흉중에 작은 앙금이라도 생기면 남는 장사겠지요. 개인적으로는 성공할 확률이 높다고 봅니다.”
“알았어요. 그렇잖아도 리친젠하고는 한 번 만나볼 계획이었는데, 민 부장님 의견대로 해보죠.”
듣고 있던 장연철이 우려를 제기했다.
“리친젠은 본인이 위원직을 맡겠다고 할 텐데요? 제안을 받아들일까요?”
겨울의 대답은 가벼웠다.
“둘러대면 그만이에요. 연대장이 범죄조직 두목은 허락하지 않아서, 대신 당신 딸이라도 어떻게든 올려주려는 거라고. 지금 이러는 것도 상당히 무리하는 거라고. 그럼 리친젠이 뭐라고 하겠어요? 연대장실로 찾아가기라도 할까요?”
포트 로버츠의 지휘구조가 개편된 시점에서, 예전의 유착관계는 사라져버렸다. 쓩시꾸이가 마커트 대위를 퇴물 취급했던 게 하나의 증거였고. 리친젠이 사실관계를 어떻게 확인하겠는가. 현재 경찰의 단속이 강화되는 추세이니, 정황상 의심하지 않을 수도 있다.
병 주고 약 준다고 불평할지는 모르겠지만.
이후로도 같은 흐름의 논의가 계속되었다. 추천장의 매수와 공란이 많은 만큼, 그에 상응하는 시간이 필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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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A
Q. 금서제작인님 : @이봐요 작가양반 ㅅㅅ을 할 예정은 있소이까?
A. ;;;
성인관람가의 내용은 이 소설에서 총 세 번으로 기획되었습니다. 첫 번째는 이미 나왔고, 두 번째는 첫 번째와 마찬가지로 독자분들의 위장에 구멍을 뚫기 위한 내용이고, 세 번째는 말 그대로의 애정행각이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생략할 수도 있습니다.
Q. 바회님 : @여태껏 모든 화를 흥미롭게 읽었지만 지난 화가 참 여운에 남네요… 금방도 다시 한번 꼼꼼히 읽었답니다. 핥듯이…핥핥!
A. 미각으로 소설을 읽는 옛것이셨군요. 새로운 옛것은 언제나 환영입니다.
Q. 밥에는칫솔님 : @안티라니요? 어떤식의 안티인지…?
A. 읽기 싫어지는 제목이라고 하던걸요.
Q. 하르오스님 : @정기상환이 아니라서 희망이 넘치다니… 역시 크툴루로 동심을 배우신분 답군요.
A. 아닌데요. 크툴루가 저한테서 동심을 배워갔는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