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little prince of the Ossuary RAW novel - chapter (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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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프릴 벤전스, 반덴버그 공군기지 (2)
한 번은 심리치료사가 물었다. 네 「종말 이후」의 기록을 보니 너는 세상과 싸우고 싶어 하는 것 같다고. 가만히 고민한 뒤에, 소년은 이렇게 답했다.
그런 식으로 생각해본 적은 없지만, 듣고 보니 그러네요. 꿈을 꾸고 있나 봐요. 여기서.
지금, 겨울은 그 때 하지 않은 말을 되새겼다.
‘결국엔 세상을 미워하는 꿈이네요…….’
미워하지 않으려고 했었다. 사랑하는 두 사람의 행복을 기원하며. 그러나 재고해보면, 겨울 한 사람 증오하지 않는다고 세상이 바뀔 리는 없지 않은가. 미워하지 않는 게 아니라, 미워하기를 포기하는 것이다. 사람의 한계를 넘어선 일이기에.
그래서 여기서는 꿈을 꾸었다. 한계를 넘어서는 꿈을. 한계를 넘어, 사람 이상의 사람이 되어, 사람이 싸울 수 없는 것과 싸우는 환상을 향유하고 있었다.
알고 즐기는 착각이 오래 즐겁지는 않았다. 이제는 하나의 이유로 살아갈 뿐이다. 놓지 못할 가시를 쥐고, 남아있는 마음이나마 지켜가면서.
“무슨 생각을 하십니까?”
깜박 깨어나는 겨울. 가장 먼저 보이는 건 자신의 전투화였다. 고개를 들어보니, 질문자인 깁슨 요원이 의아하게 보는 중. 겨울은 빠져있던 회상의 깊이에 놀랐다. 결코 잠든 것이 아니었는데도, 자다가 일어난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이런 일이 없었는데.
“아뇨, 별 것 아니에요. 지나간 사람이 떠올라서 그만.”
대답을 어떻게 해석했는지, 깁슨 요원은 유감스러운 표정을 짓는다. 겨울은 그 속을 익숙하게 읽는다. 「간파」로 확인하고서도, 그녀의 오해를 바로잡지 않았다.
우우우웅-
좌석에서 유동감이 느껴진다. 바람을 닮은 진동이 등받이로 전해졌다. 흔들리는 수송기. 가벼운 난기류를 만난 모양이다. 겨울은 요원의 초조한 반응을 눈치 챘다. 목에 힘이 들어가 있고, 주먹을 꽉 쥐었다. 숙련된 수사관의 반응이기에 이채롭다.
겨울과 조안나 깁슨은 반덴버그 기지 행 수송기에 타고 있었다. 수송칸의 조명은 어둡다. 두 사람만을 위해 투입된 것이 아니기에, 폐쇄감이 느껴질 만큼의 화물이 실린 상태.
겨울이 자연스럽게 묻는다.
“정보국에서 저를 필요로 하는 이유, 이제 여쭤 봐도 괜찮을까요?”
“아.”
요원의 반응은 신음에 가까웠다. 스스로도 깨닫고, 당황하는 것 같다. 크흠, 큼. 몇 번의 헛기침으로 목을 가다듬으며 입을 여는 그녀.
“그러고 보니 임무에 대한 설명이 아직이었군요. 이번 작전의 목표는 샌프란시스코 만 안쪽의 정보를 획득하고, 그 가운데 존재하는 안보위협을 제거하는 것입니다.”
“샌프란시스코 만이라면……해상난민들 사이에서 이루어지는 작전인가요?”
“맞아요. 정보국에서 중위님의 파견을 요청한 것도 그 때문이고요. 그쪽에서 희망하는 전투원의 자격요건은 정확히 이렇습니다. 첫째, 우수한 전투력을 보유하고 있을 것. 둘째, 돌발 상황에 대처할 판단력이 있을 것. 셋째, 원어민 수준의 중국어 회화가 가능할 것. 넷째, 동양인 혈통에 속할 것. 이 모든 조건을 충족하는 사람은 미국 전체에서도 몇 명 없죠. 아니, 사실상 중위님이 유일하십니다.”
자격요건을 듣는 것만으로도 작전의 성격을 짐작할 수 있었다. 그러나 겨울에게는 여전히 의문이 남아있다.
“제가 유일하다고요? 잘 이해가 되지 않는데요.”
요원은 고개를 가로젓는다.
“농담이 아닙니다. 특수부대 기준의 전투력과 외국어 회화 능력을 동시에 갖춘 사람은 굉장히 드물어요. 하물며 중국어를 원어민 수준으로 구사하는 사람이 얼마나 되겠습니까? CIA 요원 중에서 찾아도 얼마 안 나올 겁니다. 중국 지부가 사실상 사라져버렸으니까요.”
한 때 정보국 전체에서 아랍어 방언 능력자가 세 명 뿐이었던 건 유명한 일화지요. 라고 그녀가 중얼거렸다. 목소리가 작아진 건, 다시 흔들리는 수송기 탓이었다.
“그럼 다른 걸 여쭤보죠. 대체 그 안보위협이라는 게 뭐죠?”
겨울이 아무리 자격을 갖추었어도, 특수작전 경험은 없다시피 하다. 군사교육 또한 일선에서의 약식에 불과했고. 또한 생사여부는 백악관의 관심사였다. 그런데도 투입을 결정했다면, 그 안보위협이라는 게 어지간히 중대하다는 의미. 잠깐의 망설임 뒤에, 요원이 하는 말.
“핵입니다.”
“…….”
겨울은 저널에서 보았던 각국의 군함들을 떠올렸다. 멸망한 모국을 떠나왔으나, 신대륙의 항만에서 고립된 군인들. 그 상황에서도 동포들을 지키겠다고 국가 없는 전쟁을 치르던 모습.
‘물론 그 뿐만은 아니겠지.’
환경은 인성을 시험한다. 타락은 누구에게나 열린 가능성이었다. 바깥세상의 조건이 누구에게나 가혹했던 것처럼. 그리고 그 세계의 관객들이 공감 없는 쾌락만을 소망하는 것처럼.
요원이 부연한다.
“정보국과 해군이 파악한 바에 따르면, 현재 샌프란시스코 만 안쪽에는 다섯 척의 원자력 잠수함이 도사리고 있습니다. 그 중 네 척의 위치는 파악되었어요. 언제든 격침시킬 수 있죠. 문제는 남은 한 척입니다.”
겨울이 또 하나의 의문을 제기했다.
“잘은 모르겠지만, 그들도 결국은 미국의 지원으로 연명하는 중 아닌가요? 핵무기를 가지고 있다 쳐도 함부로 쓸 것 같지는 않은데요. 굶어죽고 싶은 게 아니라면 말예요.”
핵잠수함은 오랫동안 보급 없는 작전이 가능하다. 그러나 그것도 미리 준비가 되었을 때의 이야기였다. 대역병 모겔론스는 예기치 못한 재난이었다. 중국은 그 시발점이었고. 경계대상인 잠수함이 중국 해군 소속이라면, 제대로 된 준비가 가능했을 리 없다. 이것이 겨울의 추론이었다. 요원은 고개를 끄덕였다.
“맞는 말씀이십니다. 하지만 단 1%의 위협도 좌시할 수 없는 게 바로 국가안보입니다. 우리 수사국이 사상 최악의 테러를 경고했지만, 각처에서 무시했던 것처럼 말이죠.”
그녀는 소년장교가 당연히 알 것처럼 이야기한다. 자부심이 묻어났다. 그러나 시대가 다른 사건이었다. 지력보정으로 뜬 증강현실을 보고서야, 겨울은 그녀의 말뜻을 깨달았다. 쌍둥이 빌딩의 붕괴. 미국을 테러와의 전쟁으로 몰아넣었다는 그 사건. 교과서에서 본 적은 있다. 소년이 태어난 시대엔 이미 역사의 한 장이었으니.
“하긴, 실패해서는 안 될 작전이 목전이네요.”
미국은 「명백한 해방」에 국운을 걸었다. 겨울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는 요원.
“우려를 가중시키는 건 만 안쪽에서 번지는 루머입니다.”
“루머?”
“네. 국내의 소문은 벌써 알고 계실 겁니다. 대역병은 사실 중국의 생화학 무기다……. 여기서 한 층 더 나아간 이야기가 해상난민들 사이에서 떠돌고 있습니다. 모겔론스가 미국의 생물병기라는 거죠. 중국을 몰락시키려고 사용했다가 통제에 실패했다는 겁니다.”
“으음……. 그게 꽤 심각한 모양이네요.”
“그렇습니다. 근거 없는 낭설인데도 불구하고, 중국에서 온 해상 난민들은 그 루머를 막무가내로 믿는 것 같더군요. 정보국은 핵잠수함 승조원들이 그런 광신에 경도되어 있을 것을 걱정하는 중입니다.”
잠시 검토한 뒤에, 겨울이 묻는다.
“설마 정보국은 제가 그 핵잠수함의 위치를 찾아내길 바라는 건가요? 어떻게요?”
“아까 말씀하셨던 것처럼, 만 안쪽의 모든 사람들이 우리 미국의 물자 지원으로 연명하는 중입니다. 잠수함 승조원들도 마찬가지고요. 그동안 입수한 첩보에 의하면, 중국 잠수함들은 일정 주기로 부상하여 중국 선적 선박들로부터 물자를 넘겨받습니다. 한겨울 중위님께서는 그 위치를 파악해주시면 됩니다.”
해상난민들은 미국의 물자보급과 원양어선들의 식량공급으로 연명하는 중이다. 그 물자를 군인들이 갈라 받고 있을 것이다. 시일이 흐른 만큼, 정해진 절차와 위치가 있을 것이고.
그 위치가 매번 같다면 이런 부탁을 할 이유도 없을 것이다. 일정한 약속에 따라 보급 장소를 바꾸는 것이겠지. 그렇다 하더라도, 그걸 어찌 알아낸단 말인가? 무인기로 해결될 문제라면 여기까지 오지도 않았을 것을. 겨울은 고개를 기울인다.
“위치 파악이라고 하셨는데……. 제가 직접 잠입해서 알아내야 하나요?”
“대부분은 감청이겠지만, 그렇군요. 잠입이 필요한 경우도 있을 겁니다. 한겨울 중위님이 워낙 알려져 있으셔서 걱정이긴 합니다만……정보국 요원들이 중위님의 위장을 도와드릴 겁니다. 그치들의 전문 분야니까요.”
겨울은 만 안쪽의 상황을 상상해본다. 망국의 군인과 민간인들이 제한된 물자를 공유하는 그림을. 권력이 총부리에서 나오는 만큼, 군인들이 지배력을 행사할 것은 당연했다. 민간인들은 최소한의 물자만을 지킬 수 있었을 것이다.
‘배고픈 사람은 자기 양심을 가장 먼저 뜯어먹는걸.’
그런데도 잠수함이 주기적으로 부상해야 한다면, 필요한 조건은 하나다. 겨울의 질문.
“물자 보급량을 의도적으로 줄였나요?”
“그렇습니다. 물자가 충분할 경우, 몇 개월이라도 부상 없이 버틸 수 있는 게 원자력 잠수함인걸요. 위에서 합리적인 판단을 내렸다고 생각합니다.”
깁슨 요원은 백악관과 국방부의 냉정한 전략을 인정했다. 난민들을 굶주리게 해서, 망국의 군대로 흘러들어갈 식량을 줄였다는 것. 대신 보급 주기도 함께 줄여, 물자가 떨어질 때마다 잠수함이 떠오르도록 만들었을 것이었다.
“사람은 배가 고프면 날카로워지잖아요. 식량을 넉넉하게 줬으면 걱정을 덜지 않았을까요?”
사람을 극단적으로 만드는 것은 극단적인 환경이다. 겨울은 이 세계관에 앞서 예습한 역사를 떠올린다. 전간기의 독일이 풍요롭고 안정적이었다면, 히틀러 같은 사람이 지지를 얻을 수 있었을까?
이 세계관에서, 가장 필요한 자원은 탄약과 식량이었다. 그리고 미국의 식량생산량은 압도적이다. 세계 최강의 강대국은, 세계 최대의 농업 국가이기도 했으므로.
그러나 겨울의 의견은 곧바로 부정당했다.
“보급을 줄이기는 쉬워도 늘리기는 어렵습니다. 아시다시피 본국의 항공수송역량은 한계에 달했고, 바다는 온통 해적으로 가득하니까요. 호위함 없이는 화물선을 보낼 수 없습니다.”
“해적이라……. 그렇군요. 알 것 같네요.”
“파나마 운하를 이용할 수 없는 지금, 배가 서해안으로 가려면 마젤란 해협이나 케이프 혼을 돌아야 합니다. 장장 2만 5천 킬로미터가 넘는 항로죠. 그 사이에 너무도 많은 해적들이 있습니다. 나라를 잃은 함대 말입니다.”
그녀는 잠수함과 구축함으로 전대를 이루고, 함포와 대함미사일을 발사하는 해적들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었다. 한계는 개인뿐만 아니라 국가에게도 있다.
“해군은 동해안의 해상봉쇄를 유지하는 데에도 피로를 호소하고 있어요. 보급선 호위에 추가 투입할 전력은 존재하지 않아요. 그리고 충분하지 않은 보급은, 부족한 정도를 떠나서 한결같은 불만을 만들어내게 마련이죠.”
마젤란 해협과 케이프 혼은 남아메리카 대륙의 남쪽 끝이었다. 겨울은 북미 동부 해안으로부터 남미의 최남단을 지나 북미 서해안으로 이어지는 항로를 그려보았다. 그리고 그 항로를 유지하는 데 얼마나 많은 전력이 필요할지도.
겨울은 부분적으로 납득했다. 조안나 깁슨의 견해에 전적으로 동의하는 건 아니었으나, 그녀도 결국은 개인이었다. 반론해봐야 아무 것도 바뀌지 않는다.
“도착했습니다. 반덴버그 기지로군요.”
주의를 환기하는 한 마디. 그녀의 목소리에서 안도감이 느껴진다.
작은 창을 통해, 겨울은 다가오는 지상을 엿보았다. 최소의 유도등을 밝힌 활주로. 바다가 가까운 공군기지였다. 포트 로버츠에서 그리 먼 거리가 아니었으므로, 짧은 대화로도 그 간격을 극복할 수 있었다.
계획에 따르면, 여기서 화물선을 기다려야 한다.
============================ 작품 후기 ============================
#싸인북
1500부 싸인…네, 할 수는 있겠네요. 그런데 말이죠, 1년 뒤에도 싸인본이 안 팔리고 남아있으면 어떡하죠?…
제가 아마 창피해서 죽고 싶을 겁니다. 하하하.
#Q&A
Q. PAM님 : @성인관람가 부분이 있었나요…?
A. 있었습니다. 회장이 딸내미에게 못 할 짓 시키는 부분이요.
Q. 어진광대님 : @작가님이 여기서 시인하신 내용은 두고두고 화자될겁니다 작가님 중심잘잡고 달리세요 걷기에는 이미 늦은거같네요
A. 네? 시인이요?…제가 뭘 시인했다는 말씀이신지…
혹시 회장이 국민들을 개돼지라고 한 부분을 지적하시는 건가요? 아니면 무기력감에 젖은 아영의 심정을 대변하는 서술 부분을 말씀하시는 건가요.
글쎄요. 이 소설을 읽고 회장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일 독자분들이 얼마나 계실까요…
Q. RIIIN님 : 작가님이 치는 유머는 뭔가 부자연스러운 면이 있는것 같아서, 보면 마치 40대 어르신이 치는 신세대 농담 같은 느낌이 나요… 여기선 특히 시청자 대화에서 그런면이 보이네요… 마치 수학의 정석이나 사전같은 곳에서 어설픈 개그를 친걸 본 느낌이랄까
A. 댓글은 하나로 달아주셔도 됩니다. 다섯 개나 되니 작가가 당황스럽네요. 🙂
채팅이 유치하다거나 싫다는 감상도 있고, 자주 나왔으면 좋겠다는 감상도 있습니다.
모든 분들을 만족시켜드리기엔 작가가 너무 부족하네요. 조금 더 재능이 있었으면 좋았을걸…
죄송합니다.
Q. realrosty님 : 사실 그 부분의 묘사가 그리 상세하지 않아도 회장의 잔혹함이 표현될 수 있을 것 같아요. 다시 보고 싶지 않아서 재주행때는뉴넘겼지만 제 기억에 좀 더 건조하고 간결하게 묘사해도 회장의 인성은 느껴지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A. 그 부분은 회장의 인성을 묘사하기보다, 인간이 상품으로서 거래되는 것에 대한 거부감을 전달하려는 의도가 우선이었습니다. 그래서 작가로서는 꽤 아쉽네요. 편집해야 한다는 게…